[논평] 지금 다시 장준하와 <사상계>를 읽어야 하는 이유


지금으로부터 꼭 42년 전인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의 약사봉 기슭에서 잡지 <사상계>의 발행인을 지냈던 장준하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채 발견됐다. 평소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암살의 배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권 차원의 암살 의혹이 제기될 만큼, 당시 박정희 정권에게 장준하는 매우 두려운 존재였다. 그것은 한평생 조국의 독립과 독재 타도를 부르짖어온 그의 일생이 말해주고 있거니와, 특히 권력자들은 장준하의 분신과도 같은 잡지 <사상계>를 두려워했다.


1953년 장준하에 의해 창간된 <사상계>는 1975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강제 폐간될 때까지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을 신랄하게 규탄하고, 시민들에게 민주화의 열망을 심어줬다. 4.19 혁명의 불꽃을 피워 올림으로써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잡지 역시 <사상계>였다.


장준하가 <사상계>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주권을 가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어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주권자의 관용은 미덕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교살"이라고 부르짖었다. 집권층의 폭주에는 그를 수수방관하는 시민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었다.


"왜, 어찌하여 오늘의 질곡을 용납하고 이 현실을 초래한 원인을 우리 주권자는 방관만 하였던가? 언제나, 오직 주권자의 권능만이 조국의 진로를 가리키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그러하거늘, 집권층은 조국의 진로를 오도하면서 주권자의 나침반의 평형을 교묘히 교란시키고 있다. (···중략···) 주권자의 우(愚)는 조국을 난파선으로 침몰시키고 말 것이다" - <주권자의 관용이 민주주의를 교살한다> (<사상계>1967년 4월 호 권두언)


모든 권력을 틀어쥔 채, 우리의 권리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 앞에서 체념하고 방관한다는 것은 스스로 노예되기를 자처하는 꼴이다. 장준하는 "당연한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는 것을 예로부터 노예라고 했다"며 노예정신에서 벗어나라고 일깨운다. 우리에게는 불의한 권력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의무와 권리가 있다는 사실도 상기시킨다.


"군정을 부인하고 번의와 의혹의 집권을 비판하고 부정부패와 폭력에 항의한 민중의 소리가, 체념 속에서 침묵과 굴종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 오늘 이 집권체제의 정체를 정확히 직시하고, 민족사의 전진은 민중이 악한 집권에 대하여 준엄한 저항과 심판을 내리려는 결단을 선택할 때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저항의 자세를 적극화하자> (<사상계>1967년 2월 호 권두언)


오늘날 <사상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이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수원대 학생들이다. 각종 언론보도와 1심 판결로 드러났다시피 지금의 학교는 “이게 학교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내 민주주의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총장 일가가 교내의 모든 권력을 틀어쥔 채, 교수들을 부당 해고하고 학생들의 권리를 우롱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 스스로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수원대가 2015~2016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연속 D등급을 맞으면서 부실대학으로 전락하는 동안, 우리 학생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비리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총장이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총장 연임에 성공했을 때도 그 넓은 캠퍼스 어디에서도 총장의 연임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한 번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다 못한 몇몇 학생들이 뛰쳐나와 부착한 대자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뜯겨나가고, 학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의무가 있는 총학생회는 앞장서 싸울 것을 요구하는 학우들의 호소에도 끝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지경에 이르러서도 분노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지성’이라 불리기를 포기해야만 할 것이다. 불의 앞에 분노할 줄 알고, 분노하면 일어설 줄 아는 이들이야말로 지성의 자격이 있다. 눈앞의 불의에 항거할 줄 모르면서 어찌 우리의 권리를 회복하기를 바란단 말인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 결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처럼 우리의 권리회복을 위해서는 학교의 주인인 우리 학생들부터 먼저 정신 차리고 깨어나야만 한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장준하와 <사상계>의 교훈은 유효하다. 그가 남긴 <사상계>는 여전히 강한 생명력을 내뿜으며 우리 학생들에게도 권리회복을 위해 각성하고 투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참다운 민중세력은 언제나 역사에서 승리한다. 겨울이 영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낙관을 지니고 우리는 지칠 대로 지친 이 암흑에서 그래도 지금 일어나야 한다. 봄이 온다. 꽃이 핀다. 저항의 계절에 우리는 민중의 새로운 승리, 민족사의 거대한 긍정을 다짐하자" - <저항의 자세를 적극화하자> (<사상계> 1967년 2월 호 권두언)


체념하고 방관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그 순간, 우리는 지금보다 더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시련을 청산하는 것은 고스란히 우리 후배들의 몫이다. 우리 스스로 후배들에게 적폐사학의 유산을 떠넘기는 못난 선배가 될 수는 없다. <사상계> 권두언의 행간 속에서 "어서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라"는 장준하의 준엄한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다.


2017년 8월 17일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URD)

(http://www.facebook.com/urd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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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http://naver.me/5ks5quPh


<한겨레> 8월 9일자 조간신문에 수원대 사태와 함께 이에 맞선 학생들의 투쟁소식이 짧게나마 보도됐다. 비록 다른 대학들과 묶어서 보도됐기에, 길게 언급되지는 못했지만 수원대 문제가 또 한 번 여론의 중심으로 부각되는 데 기여를 했다고 본다.


무엇보다 <리얼뉴스>에 이어 <한겨레>와 같은 메이저 언론에서도 학생운동의 출범 소식을 보도해준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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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http://realnews.co.kr/archives/5986


안녕하십니까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URD)입니다.


지난 주말 보도자료를 작성해 메이저 언론사를 비롯, 여러 인터넷 언론사에 배포했습니다. 아직까지 다른 곳은 소식이 없는 가운데 <리얼뉴스>가 저희 학생운동의 출범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했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저희가 하나된 모습으로 지속적으로 학내분규와 우리들의 투쟁 소식을 전달한다면 여러 언론사에서도 관심 갖고 저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학우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이 이번 학생운동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입니다.


해당 기사의 링크를 널리 공유해주시고 학생운동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권력자가 원하는 것은 우리들의 굴종이며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들의 용기와 인내일 뿐입니다.


2017년 8월 7일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 (U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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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URD)’ 출범


배포일시: 2017년 8월 5일 (토)

담당: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 언론홍보담당

URL: http://facebook.com/urd0719


□ 최근 교비 횡령 등 비리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원대학교 이인수 총장이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9대 총장에 연임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총장 사퇴 등 ‘수원대 사태’ 해결을 주도하기 위한 학생자치기구가 출범했다.


□수원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수원대 권리회복 민주학생운동(URD: USW Recovery of right democracy student movement)’ (이하 ‘수원대 학생운동’)은 지난 7일 출범소식과 함께 그간의 경과와 기구 결성의 이유·목적을 아래와 같이 밝혔다.


- 지난 1월 이인수 총장은 '업무상 횡령·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열린 재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판결에 불복한 총장 측이 즉각 항소하면서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원대·수원과학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운학원은 지난 3월 이사회를 열어 이인수 총장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 이에 반발한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총장 퇴진 운동에 적극 앞장설 것을 요구했으나, 총학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 수원대 학생운동 측은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총학은 전체 학생회 간부들을 불러놓고 ‘전체 대표자 회의’란 것을 열었지만 질의응답이 일체 이뤄지지 않은 채 총학의 입장만을 발표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며 “그 입장마저도 2학기에 있을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실망스러운 결론이었다”고 밝혔다.


- 대학구조개혁평가란 교육부가 매년 실시하는 대학평가로, 수원대는 2015~2016년 2년 연속 D등급 판정을 받으며 정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 이에 ‘부실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총학 측의 입장은 차후 있을 정부 평가에서 등급이 상향 조정될 경우 총장 연임을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수원대 학생운동 측은 또 “여름방학을 앞두고 총학은 뒤늦게 총장 연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역시 소속 학과와 실명을 모두 밝힌 채 조사가 이뤄졌다”며 설문조사의 부당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 당시 학생운동의 전신이던 역사독서모임 독사신론(讀史新論)은 해당 설문을 실시한 의도에 대해 해명할 것을 촉구하며 학교 게시판에 대자보를 부착했으나 누군가에 의해 무단 철거된 사실이 드러나 다수 학생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 수원대 학생운동 측은 “그동안의 학내투쟁 결과 총학이 더 이상 학생들의 구심점이 되어주지 못하는 ‘어용 총학’으로 전락한 사실만을 깨달았을 뿐”이라며 “이인수 총장 및 고운학원 이사진의 전원 사퇴와 수원대 경영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대안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학생운동을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 이번에 출범한 수원대 학생운동은 전신 조직인 독사신론 구성원을 주축으로 결성됐으며, 수원대 재학생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공개 모집을 통해 회원들을 구성했다. 2학기 개강 후에는 대대적인 오프라인 홍보를 통해 조직 구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 수원대 학생운동 측은 ▲이인수 총장 및 고운학원 이사진의 전원 사퇴 ▲제33대 수원대 한울총학생회 간부진의 전원 사퇴 ▲ 비민주적인 학칙 개정 등을 당면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전체 학생 공청회 및 설문조사·서명운동·옥외 집회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편 학교 측은 징역형을 선고받은 총장이 연임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므로 비리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연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학생들의 총장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총학생회 차원이 아닌 일부 학생들이 SNS 등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요구일 뿐”이라며 일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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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위협받는 국가유공자들의 삶, 국가무한책임은 어디로?



링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449&aid=0000132522&sid1=001


2007년 창설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6.25 전쟁 당시 전사한 호국영령들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된 부대다.


국유단은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에 대해 그것이야말로 '국가무한책임'을 완수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은 국가가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백 번 옳은 말이다.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꽃다운 청춘을 불살라가며 희생한 모든 국가유공가자들은 그에 걸맞는 대우와 보상을 받아야만 한다. 여전히 이름 모를 산야에 묻힌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는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일을 영구 지속사업으로 국가가 주도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국가무한책임의 범주에는 지금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생존 국가유공자들도 포함되어야만 한다. 우리나라에는 '국가보훈처'라는 기구가 있어 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모든 국가유공자들에게 그에 걸맞는 대우와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1연평해전에 참전해 우리 해군의 승리를 이끌었고, 그 댓가로 자신의 소중한 삶을 잃은 한 참전용사가 편의점에서 콜라를 훔치다 적발됐다는 사연은 보훈처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


물론 보훈처에서도 국가유공자를 보살피기 위해 연금을 지급하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살 곳이 없어 고시원을 전전하거나 당장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해 폐지를 줍는 등 생계에 위협을 받는 국가유공자들의 이야기가 매년 들려오고 있으니, 과연 이들을 위한 보훈처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국가유공자를 위한 제도가 형식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보훈처가 미처 살피지 못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고위공직자 중 '적폐청산' 1호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전격 경질하고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보훈처의 위상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겠다는 등 보훈사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제 그 의지에 걸맞는 실천이 필요할 때다.


2017년 6월 24일


역사독서모임 독사신론(讀史新論)

(http://facebook.com/suhistory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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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http://www.joongboo.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174386


어제 오전에 자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중부일보 기자라며 이것저것 묻는다. 수원대 이인수 총장 연임 문제로 우리 독사신론이 벌이고 있는 학내투쟁에 대해 들은 모양이다.


언론에서조차 무관심한 상황이라 반갑게 생각하고 이것저것 친절하게 다 알려줬다. 그랬더니 이렇게 기사가 나왔다. 독사신론 회원 신분으로 인터뷰했는데 '수원대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익명 처리된 게 조금 아쉽다. 어쨌든 이번 사태에 관해 언론들조차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신문에라도 한 줄 나온 게 어딘가 싶다.


일단 <오마이뉴스>에도 이번 사태에 대해 모든 소스를 제공할테니 상근 기자 한 명 붙여서 정식으로 취재해달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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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신촌 미플에서 열린 독사신론 창립 기념 오픈특강 <문재인 마크맨이 본 인간 문재인>이 몽양역사아카데미 회원 등 20여명 넘는 청중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강의는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밀착취재했던 MBN 윤범기 기자님(現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및 청와대 출입기자)을 연사로 모시고 대선 기간 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세히 청해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8시에 시작된 강의는 예정된 종료 시간을 훌쩍 넘긴 10시가 되어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을 정도로 강의는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습니다. 특히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강사님께서 펼쳐놓은 인간 문재인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들, 청와대 출입기자의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한 대통령 문재인의 공약과 강·약점들은 어디 가서도 들을 수 없는 알찬 내용들이었습니다. 강사님의 열강에 못지 않게 청중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는데요, 청중들은 "보다 객관적인 관점으로 문재인 정부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호평했습니다. 


행사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저희는 "학생들이 열정만 갖고 시작한 일이라 서투르고 미숙한 점이 많다"며 "지속적인 기반 구축과 정비를 통해 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여러분께 다가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어 "현재는 수원대 내의 사학비리를 해결하기 위한 학내투쟁에 집중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사학비리 척결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는만큼, 청중 여러분들께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저희 독사신론은 지난 4월 수원대 학우들이 모여 창립한 역사독서모임으로 한국사는 물론 동·서양사를 공부하는 순수 학술토론모임입니다. 저희는 '지금 이 순간도 내일이면 역사가 된다'는 표어 아래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당대사를 공부하며 현실참여운동에도 앞장 설 계획입니다. 올 하반기부터 일반회원을 받을 예정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모임'을 지향합니다. 앞으로도 이번 특강과 같은 기획특강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독사신론 페이스북 주소: http://facebook.com/suhistory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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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수원대학교 학생회관 앞 총학생회 게시판에 한 장의 대자보가 붙었다. 수원대 역사독서모임 '독사신론(讀史新論)' 명의로 발표된 성명은 수원대 이인수 총장의 연임 사태를 맞아 수수방관하고 있는 제33대 한울총학생회를 규탄하고 있는 내용들로 구성됐다.


각각 인문대학 건물과 학생회관 앞 총학생회 게시판에 부착된 두 장의 대자보 모두, 부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떼어진 채 사라져버렸다. 이에 해당 전문 내용을 아래에 공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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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총학은 스스로 ‘어용 총학’의 굴레를 뒤집어쓰려 하는가


수원대학교 제33대 한울 총학생회의 인사말은 아름답다. ‘학생 모두가 학교의 주인이 되게 하겠다’는 당찬 일성과 함께 학생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는 뜻으로 스스로 한울 총학생회라 자처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학교 측의 ‘갑’질 횡포에 모든 권리와 자존심을 짓밟혀왔던 수원대 학우들이었기에, 이번 총학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총학의 행보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사학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이인수 총장이 ‘꼼수’ 연임으로 학생들을 기만했음에도, 내내 침묵을 지켰던 총학은 한 학기가 끝나가는 6월 8일이 되어서야 학우들에게 한 장의 ‘설문지’를 내밀었다. 방학을 앞둔 시점에 설문조사를 시행한 것도 납득하기 힘들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황당하기 짝이 없다.


첫째, 이인수 총장의 혐의에 대해 축소 서술함으로써 학생들의 판단에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총학은 설문지에 “재판 중 일부 무죄판결 난 사항들과 하나의 집행유예가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이인수 총장과 수원대의 혐의를 극단적으로 축소시킨 대목이다. 감사원과 교육부의 숱한 지적 사항, 해직 교수님들에 대한 불법 행위와 학교 측의 패소 사실, 이인수 총장 개인의 횡령과 공금 유용 문제 등 수많은 언론들이 조명했던 비리 혐의에 대해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혐의들은 ‘재판 중 일부 무죄판결 난 사항들과 하나의 집행유예’로 갈음하기엔 너무나도 방대한 혐의가 아닐 수 없다.


둘째, 현재 이인수 총장은 항소 중이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거, 총장 연임에 문제가 없다는 학교 측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1월 13일 이인수 총장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4개월의 판결을 받았다. 총장 측이 곧바로 항소를 제기하긴 했지만 해당 사건은 학교 공금을 총장 개인의 소송과 법인의 수익사업을 위해 사용한 혐의에 대해 사법부조차 인정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이사진은 ‘무죄 추정의 원칙’ 운운하며 꼼수 연임을 획책했고 총학은 이를 비판하기는커녕 학교 측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읊음으로써 총장의 대변인인지 학생들의 대변인인지 본연의 위치를 망각하는 행보를 보였다.


셋째, 설문 내용 자체도 조악하기 짝이 없다. 위 글을 정독하였느냐는 무의미한 질문은 그렇다쳐도 ‘총장 사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답변을 ‘만족/불만족/상관없다’라고 설정, 현재 총장이 사임서를 내기라도 한 양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작 총장의 불법행위에 대해 학우들이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학우들을 위해 사실관계를 적시해야 함에도 이에 관해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따라서 해당 설문지를 받은 학우들 중 이번 사태에 얽힌 사실관계를 전부 파악하지 못한 학우들의 경우 본 설문조사 자체에 진지하게 접근하지 못할 우려가 있었다. 총학은 이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의도적인 구성이었을까?


넷째, 설문조사가 ‘기명’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해당 설문지에는 이름 뿐 아니라 소속 학과와 학번까지 적도록 요구하고 있어 익명 보장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어느 누가 이런 중차대한 설문조사에 자신의 실명과 학과를 떳떳하게 밝힐 수 있겠는가.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가진 학우들조차도 기명조사 앞에서는 자신의 올바른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총학은 학우들의 진솔한 의견을 경청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만 듣기 위해 이번 설문을 실시했다고 주장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물론 그 말은 총장과 학교 측이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과연 이에 대해 총학은 어떤 변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설문조사를 시행하기에 앞서 총학은 ‘빠르게 보단 바르게 가기 위해’ 본 설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확실히 빠르지 않다. 이인수 총장의 연임사실이 4월 24일에 발표되었음을 감안하면, 약 두 달이나 늦게 실시됐으니 ‘립 서비스’라 쳐도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문제점들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이번 설문조사는 바르지도 못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총학은 무슨 생각으로 이번 설문을 기획하고 진행했는가. 오랜 시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불만을 터뜨려온 학우들의 목소리에 내내 침묵을 지키다가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에 이렇듯 허술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의도가 무엇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총학은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총학은 학우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와 복지, 나아가 학교의 명예를 위해 최전선에서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역대 총학들 중 본연의 의무를 수행한 총학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학교 측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던 역대 총학들은 ‘싸움을 가장한 연극’, ‘합의를 가장한 거래’를 통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조치에만 열을 올렸다. 낡은 건물을 개·보수하고 편의시설을 유치하는 것이 수원대의 명예를 드높이는 행위가 아님에도 이런 말도 안 되는 타협안에 도장을 찍어 학교 측의 방만한 운영에 명분을 제공해온 이들이 바로 역대 총학들이었다. 제33대 한울 총학생회 역시 그러한 ‘어용 총학’의 굴레를 스스로 뒤집어쓰려 하는가. 정녕 수원대 학우들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총학은 해당 설문지의 마지막 질문으로 ‘우리가 집회를 주도하면 참가할 용의가 있느냐’고 학우들에게 물었다. 허술한 설문에 비춰볼 때 해당 집회가 열릴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히 요구하는 바이다.


오로지 목표는 이인수 총장의 사퇴와 학교 운영 구조의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가 관철될 때까지 절대 물러서서는 안 된다. 만약 한울 총학생회가 역대 총학들의 악습을 답습함으로써 또 다시 학우들을 우롱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비상한 수단들을 총동원해 총학을 규탄할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2017년 6월 14일


수원대학교 역사독서모임 독사신론(讀史新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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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선경도서관은 6월 7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인문독서아카데미를 연다.


도대체 왜?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전쟁’이라는 소재를 <칼날 위의 인문학>이라는 총괄 주제 하에 역사, 몸 철학, 문학, 사회과학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풀어간다. 제학문을 통섭하는 강좌인 만큼 무예전문가, 작가, 사학자가 공동 강사로 참여한다.


1주제는 <무예, 몸으로 생각하며 생존의 철학을 말하다>로 6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5회에 걸쳐 최형국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이 강사로 선다. 전통 무예 전문가이자 무예사(武藝史) 전문가인 최형국 강사는 무예에 담긴 인문학적 의미, 무예 수련과정과 연결지어 우리 전통의 몸 문화를 강의한다. ▲1강 무예의 탄생 ▲2강 군사의 탄생 ▲3강 무기의 탄생 ▲4강 치료의 탄생 ▲5강 무예 인문학의 탄생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석자에게는 교재가 무료로 제공되며, 총 5회차 강의 중 4회 이상 참석 시 수료증이 수여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선경도서관 홈페이지(http://sk.suwonlib.go.kr/)에 신청하면 된다. 


문의: 선경도서관 031 228-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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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원문 링크: http://omn.kr/ne12


"귀하께서는 2017.5.25.(목) 10:00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되는 전직 대통령 뇌물죄 등 관련 사건의 방청자로 당첨되셨습니다."


지난 19일 저녁 날아온 한 통의 문자메시지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19일 오전 서초동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방청권 추첨에 응모하고 돌아온 길이었다. 그러나 방청권 당첨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였다. 일말의 기대를 품고 찾아갔지만 법원 앞은 나와 같은 꿈(?)을 가진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주의 기운'을 받은 것인지 7.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재판 방청권을 따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카톡이며 페이스북에 당첨 소식을 공유했더니 많은 지인들로부터 "축하한다"는 덧글과 함께 '좋아요' 수가 쭉쭉 올라갔다. 언젠가 <오마이뉴스>에서 뉴스게릴라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올렸을 때보다 더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다. 이게 정말 축하받을 일이 맞긴 한 건지 씁쓸하긴 했지만 어쨌든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은 설레는 일이었다.


내가 당첨된 건 5월 25일에 열리는 두 번째 재판 방청권이었다. 공교롭게도 온종일 수업이 몰려있는 날이었다. 평소 결석은커녕 지각조차 절대 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으나 이번 일만큼은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교수님들께 이메일로 사정을 설명하며 부득이하게 결석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러자 교수님들 모두 "역사적인 현장에 가기로 한 결정을 존중한다"라면서 흔쾌히 이해해주셨다. 덕분에 법정으로 가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포인트①] 재판 전 법정 안팎 풍경


마침내 5월 25일 아침이 밝았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방청권 배부에 참여하기 위해 일찌감치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로 향했다. 청사 입구에는 돌발 사태를 대비해 경찰 병력들이 배치돼 있었다. 지난 23일 재판 당시 박사모 회원들이 진을 치고 앉아 방청객들에게 시비를 건다는 말을 듣고 나름 긴장했으나 법원 앞은 조용했다. 


재판정이 위치한 서관 입구에서 "재판을 방청하게 해달라"는 한 할머니와 "사전에 당첨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며 막아서는 법원 직원들 간의 사소한 실랑이 정도가 고작이었다.


줄을 선 방청객들은 '5번 법정 출입구' 앞에서 신분증 검사와 몸 수색을 거쳐야만 했다. 한 차례 엄격한 심사를 받고 난 뒤에도 재판정이 있는 4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계단마다 직원들이 대기하며 방청권을 재차, 삼차 검사했다. 


치열한 전투(?) 끝에 재판이 열리는 417호 대법정에 들어섰다. 150석 규모의 법정은 생각보다 아담한 편이었다. 내가 배정받은 좌석은 72번. 좌석 배치는 무작위로 이뤄졌다. 앞에서 다섯 번째 줄이라 결코 좋은 자리라고는 할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앉아서 난생 처음 구경하는 법정 안 풍경을 열심히 눈에 담기 시작했다.


법정은 방청객들을 인터뷰하기 위한 기자들의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한 언론사의 기자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인터뷰 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윽고 나를 타깃으로 삼은 그 기자가 질문을 던져왔다. 조용히 지갑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을 꺼내 건네니 그는 "사방에 기자들뿐이네요"라면서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인 유영하, 채명성, 이상철, 김상률 변호사 등 4명이 입장했다. 뒤이어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등 검찰 측 검사 8명이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각자 준비한 서류를 읽으며 쑥덕쑥덕 끊임없이 말을 주고받았으나 거리가 멀어 알아들을 순 없었다.


[포인트②] 다소 여유로워진 박근혜


"피고인은 들어와서 피고인석에 앉기 바랍니다."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법관 3명이 입장하고 피고인의 입장을 주문하는 재판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방청객들의 시선은 일제히 법정 서쪽 출입구에 쏠렸다. 경위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제히 방청석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방청객들의 행동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꼴깍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정적만이 법정에 짙게 깔렸다.


무거운 정적을 깬 것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또각또각' 소리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명확하게 들려오는 구둣발 소리와 함께 마침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한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자신의 자리인 '피고인석'으로 향했다. 성큼성큼 거침없는 발걸음이었다. 변호인들과 가벼운 웃음으로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은 그는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는 재판관의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허공과 정면 그리고 자신의 변호인들에게만 향했다. 어쩌다 슬쩍 곁눈질을 할 법도 한데 그는 결코 우리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말수도 적었다. 공식적으로 그가 내뱉은 말은 오전 재판과 오후 재판 종료 당시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관의 물음에 대한 대답뿐이었다. 그마저도 "자세한 건 추후에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3일 첫 재판과는 달리 그는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검찰 측의 서증조사(검찰이 제시한 증거들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측의 동의를 얻어 채택된 증거들을 검찰 측이 법정에서 다시 설명하는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유 변호사와 간간이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모니터 속 증인들의 신문조서를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펜을 들고 무언가를 적기도 했고, 고개를 가로젓거나 끄덕이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물론 그의 소통은 변호인들에게만 국한됐다.


[포인트③] 검찰과 변호인의 팽팽한 기싸움


재판은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23일 첫 재판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 홀로 참석한 두 번째 재판은 검찰 측의 서증조사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10만 쪽이 넘는 방대한 수사기록을 모두 검토하기도 전에 조사를 강행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재판을 끌 여유가 없다"며 재판부가 기각을 했음에도 변호인들의 태클(?)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주신문을 특검이 먼저 하는지 검찰이 먼저 하는지"의 절차 문제를 두고 또다시 딴죽을 걸었다. 보다 못한 검찰 측도 칼을 빼들었다. 검찰 측은 "절차 문제로 45분 이상을 끌어 실체를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변호인단에 일침을 날렸다.


결국 재판 시작 1시간 만에 검찰 측의 서증조사가 시작됐다. 검찰 측 검사들은 두툼한 서류뭉치들을 꺼내 카메라에 비춰가며 증인들의 신문조서 중 요지만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 모든 과정은 법정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방청객들에도 공개됐다.


이날 검찰 측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혐의 사건의 공판 기록을 중심으로 관련 증인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고영태, 차은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등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 주요 혐의자들 뿐만 아니라 전경련, 청와대, 대기업 관계자 등 증인 수십여 명의 법정 진술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그러나 서증조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호인들이 제2차 공세를 시작했다. "검찰이 검찰 측 신문만 공개하고 반대 신문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유 변호사는 "방청객에 기자들이 많은데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검찰 측 의견만 언론 보도로 나갈 것 아니냐"라면서 "검찰 수사도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 그에 맞춰 따라가는 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런 식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에도 "기록이 너무 방대해서 전부 낭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기각했다. 이에 변호인 측이 "재판을 진행하는 데 시간에 쫓겨서 한다는 건 어폐가 있다"라면서 여전히 굴복할 수 없다는 태도로 맞서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검사들은 꿋꿋하게 신문조서를 읽어 내려갔다. 검사들과 변호인들의 팽팽한 기 싸움 사이에서 재판관은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며 "양 측이 서로 잘 합의하라"고 다독였다.


[포인트④] 졸고, 깨우고... 다이내믹했던 재판정 풍경


이날 검찰 측 책상에는 서류로 만들어진 탑이 많이 쌓여 있었다. 서증조사 때 낭독하기 위한 증인 신문조서들이었다. 오전 재판 당시 조서를 낭독하던 검사가 세 번째 서류뭉치를 꺼내들자 방청석에서는 '어휴' 하는 한숨이 터져나왔다.


점심식사 후 오후 2시 10분부터 재개된 오후 재판에서는 '황금빛 보따리'가 등장했다. 주섬주섬 풀어헤친 보따리 속에서는 새로운 서류뭉치들이 쏟아져 나왔다. 휴정한 사이 그새 보충해온 자료들인 듯했다. 내심 '검찰이 단단히 벼르고 왔구나' 혀를 내둘렀다. 


오후 재판은 변호인 측의 요청에 의해 15분 휴정한 것을 제외하면 검찰 측의 '마라톤 조서 낭독'으로 진행됐다. 목소리톤의 변화 없이 나긋나긋 읊어대는 조서들은 자장가나 다름없었다. 어렵고 낯선 법률용어들로 점철된 데다가 점심을 배불리 먹고 난 직후였던지라 쏟아지는 졸음과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많은 방청객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러나 자고 싶다고 마음대로 잘 수도 없는 게 법정이다. 매의 눈초리로 방청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던 경위들은 졸고 있는 방청객들을 흔들어 깨웠다. 졸음을 깨기 위해 다리를 꼬아보기도 하고, 휴대전화를 열어 뉴스를 보기도 했지만, 한 번 쏟아진 졸음을 극복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견디다 못해 중간에 퇴정하는 방청객들도 있었다. 재판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군데군데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오후 5시 20분. 마침내 검사가 설명을 마치자 방청석에서 안도의 한숨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설명이 길어지며 잦아들었던 기자들의 타자 소리도 변호인 측의 '간이의견' 발언과 함께 다시 활기를 찾았다. 유 변호사는 검찰 측 설명에 대해 차분히 반박하며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정의롭게 수사했다고 믿지만 증거를 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라며 의견을 갈무리했다.


이에 김 부장판사가 "기록을 다 파악하고 계신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자 방청객들은 소리내어 웃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재판부의 종료 선언과 함께 '7시간 50분'만인 오후 5시 50분에 마무리됐다.


[포인트 ⑤] 당당했던 표정에서 굳은 표정으로


이날 나는 법정을 떠나는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화장기 하나 없는 그의 얼굴은 몹시 초췌해 보였고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두 눈은 여전히 날카롭게 빛났다.


나는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을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가 자주 있었다. 그가 18대 대통령에 취임하던 해, 나는 통일부와 국가보훈처에서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의 취임식부터 시작해서 각종 정부 기념식에 참석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고 글로 풀어내야만 했던 나는 그의 당당했던 표정을 여전히 기억한다. 먼 발치에서나마 바라본 그는 늘 당당했고 목소리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몇 년 만에 법정에서 다시 마주한 그의 표정에선 예의 그 당당함은 사라진 채 초췌함과 한 서린 눈빛만이 남아있는 듯했다. '쫓겨난 독재자들이 모두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착잡한 마음도 들었다. 그는 그렇게 마치 오욕으로 얼룩진 자신의 삶을 표정을 통해 말해주겠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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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