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2월 25일에 열리는 정기 토익(TOEIC)에 접수했습니다.


원래는 이보다 2주 정도 앞선 11일에 열리는 토익에 응시하기 위해 접수까지 했었는데, 지금 듣고 있는 인강을 다 듣기도 전이라 아무래도 좀 무리일 듯 싶어 고민 끝에 취소하고 뒤로 미뤘습니다.


이번 토익은 생애 첫 토익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 아동 대상으로 시행됐던 모의토익과 대학 재학 중에 학교에서 시행하는 모의토익에 응시한 경험은 있었지만, 정식 토익시험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영어와는 담을 쌓고 살아왔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물론 토익 공부를 열심히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만... 정작 시험은 보지도 않은 채 공부만 하다가 끈을 놓아버린 안타까운 역사가 있습니다.


애시당초 살면서 토익점수가 필요한 직업을 선택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등한시해왔는데... 정작 토익 점수 때문에 졸업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니 뒤늦게서야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토익 점수가 일정 기준점수 이상을 충족해야 졸업이 가능합니다)


아무튼 6월 전까지는 기준 점수를 충족시킨 성적표를 제출해야 무사히 8월 졸업이 가능한 상황이라 마음이 좀 급합니다. 부랴부랴 EBS 인터넷 강의를 신청해서 하루에 2강씩 듣고는 있는데 많이 불안하네요. 영어와 담을 쌓고 산지 오래인데다가 중국어, 일본어에는 흥미가 있어도 영어에는 영 재미를 못 느껴서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일단은 해보는 데까진 해야죠. 기왕 하는 거 기준 점수 충족에만 만족할 게 아니라, 좀더 높은 단계를 바라보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 거 치곤 참 태만하게 공부하고 있지만...) 이제 토익은 스펙이 아니라 기본이라고 하는데,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점수는 만들어놔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PS. 토익 응시료가 만만찮네요. 44,500원이나 합니다. 부모님께 시험 응시료를 구걸해야만 하는 비참함도 만만찮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TAG 토익

■ 링크: http://www.i815.or.kr/2017/news/magazine.php


독립기념관에서 매월 발행하는 <월간 독립기념관> 회보에 2018년 한 해 동안 고정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방학 때 독립기념관 소속으로 일본 역사탐방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탐방 수기를 조금 가다듬어서 1년 12개월 동안 12편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어디 내놓기 민망한 글인데 먼저 연재를 제의하고 결정해주신 독립기념관 측에 감사드리면서, 많은 분들도 읽어주십사 소식을 공유합니다.


PS. 위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웹진 형태로 PC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수련 끝나고 홈플러스에서 사온 저렴한 영국산 위스키로 혼술을 하며, 그렇게 나의 2017년을 보냅니다. 


항상 힘들었지만 유난히 힘들었던 올해도 그렇게 갑니다. 


시련과 고난도 함께 가거라, 내년에는 지금보단 그래도 살맛 나는 일들만 오거라. 


그렇게 술 한 잔 앞에 놓고 빌어봅니다.


Posted by 가베치


학생운동한답시고 정말 힘들었던 졸업 전 마지막 학기.

힘들었던 만큼 학점으로 보상을 해주는 건가.


사실 장학금을 받지 않는 이상, 더 이상 학점은 무의미하긴 하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어느덧 2017년이 저물어갑니다. 올해 초에 세워둔 목표가 뭐였는지 가물가물합니다만, 돌이켜보면 그닥 성취한 것은 없는 듯 합니다. 


사람의 인생이란 게 늘 계획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올 한 해도 온갖 변수를 맞닥뜨려야만 했습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변수들 앞에서 제가 했던 선택들이 늘 긍정적이고 행복한 결과만 가져왔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즐거웠던 날들도 많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선택으로 후회와 좌절, 고통의 시간도 길었습니다. 이제 올해를 보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런 힘들었던 기억들도 같이 보내고자 합니다.


내년에도 어떤 변수가 또 저를 괴롭히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올해보다는 좀 더 행복한 날들이 많았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 새해를 앞두고, 내년 목표를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현실적인 고민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목표 순서는 우선순위와 상관없이 생각나는대로 매긴 것입니다)


1. 형의권 수련


형의권 수련을 시작한 지 딱 1년이 됐습니다. 혼자 권가만 치다가 최근 발력 단계에 들어서면서부터 쏠쏠한 재미를 맛보고 있는 중입니다. 사형들과 발력을 주고 받을 때마다 느끼는 손맛(?)에 푹 빠졌습니다. 발력이 잘 안될 때마다 답답하고 고민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련에 대한 회의감이나 슬럼프에 빠져본 적은 없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여러모로 정신적으로 힘들고 바쁜 가운데서도 수련의 끈은 결코 놓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취업준비생이 된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취직 준비를 해야해서 오히려 지난 1년보다도 시간을 내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형의권 수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건 제가 생각해도 철 없는 행동 같기도 합니다. 사형들도 누누이 '생활이 먼저 안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그래서 지난 1년처럼 수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렵더라도, 수련의 끈만은 놓지 않겠노라 다짐해봅니다. 적어도 하루 30분,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하루 5분씩은 꼬박꼬박 수련을 하겠노라 목표를 세워봅니다.


2. 해금 재시작


전역한 직후에 배우기 시작한 취미활동 중 하나가 해금이었습니다. 형의권 다음으로 가장 큰 애정을 갖고 열심히 배웠던 악기인데, 주머니사정도 여의치 않고 시간 여유도 없다보니 지난 11월부터 학원을 잠깐 관둔 상황입니다. 집에 악기가 있긴 한데, 학원을 안 나가니 연습조차 게을리하게 됩니다. 이러다간 아예 감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요새 조바심이 좀 납니다. 


남자라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악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탓에, 해금 연습의 끈도 놓고 싶지 않습니다. 내년 초에 상황이 좀 안정되면 다시 학원에 등록해서 연습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대로 중단하기엔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돈, 열정이 너무 아깝네요.


3. 독서량 100권 달성


올해 초부터 읽은 책들의 목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60권 정도의 책을 읽었네요. 등하굣길이나 여행갈 때나 항상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었음에도, 워낙 이해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겨우 이 정도에 그쳤네요. 


무작정 많이 읽는 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굳이 책을 많이 읽으려는 까닭은 그냥 책 욕심이 많은 성격 탓입니다. 읽지도 않은 책들이 방에 쌓여가는데도, 좀 흥미롭다 싶은 책들이 보이면 일단 사고 봅니다. 그러다보니 집안의 서가가 부족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사놓은 책들부터 일단 후딱후딱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내년엔 100권 달성을 목표로 열심히 읽으려고 합니다.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부터 얼른 해치워야겠지요. 특히 이문열의 <삼국지>는 꼭 통독하려고 합니다. 여러 차례 통독에 도전해봤지만, 매번 흐지부지됐기 때문입니다. 6권까지 읽다가 흐름이 끊어졌는데, 내년에는 다시 1권부터 시작해서 10권까지 통독에 성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4. 일본어 공부


최근 들어 일본드라마를 열심히 챙겨보다보니 일본어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난 학기 일본어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일본어는 국어와 어순이 비슷해서 쉽다고 하는데, 저한텐 중국어보다 오히려 더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져서 버겁더군요. 알파벳이라고 할 수 있는 히라가나, 가타가나 외우는 것도 머리에 쥐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흥미가 있기에 끈기를 갖고 꾸준히 하면 성취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장 내일 근처 서점에 가서 일본어 독학을 위한 교재를 한 권 살 생각입니다. 토익이나 다른 자격증 취득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하겠지만 취미 수준으로 가볍게 한 번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다 기회가 되면 자격증 시험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5. 졸업


현재 4학년 2학기까지 다 마치고 졸업 논문도 제출한 상태라서 정상적이라면 내년 2월 졸업입니다만, 졸업요건 중 하나인 '토익' 통과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수료'로 걸어놓고 졸업을 유예하게 됐습니다.  


졸업 요건 자체가 요식행위에 가까워서 학교에서 요구하는 기준 점수는 낮습니다만, 이번 학기는 학생운동한다고 바빠서 아예 시험 자체를 응시할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루 빨리 학교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터라, 우선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토익 공부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내년 8월에 후기 졸업장은 받아야하니까요.


6. 취직 준비


아마 이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듯 합니다. 이제 정말 명실상부 취업준비생이 됐는데, 더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까지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고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평소 관심 있던 분야들을 중심으로 진로 탐색과 취직 준비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특히 요새 정부에서 알선하는 '취업성공패키지'란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정부에서 청년들에게 취업장려금을 지급하면서 진로 탐색과 취직을 위한 직업훈련까지 컨설팅해준다고 합니다. 제 또래 친구들도 많이 하고 있던데, 일단 저도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프로그램과 별도로 토익, 워드 같은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어느덧 2017년의 끝자락에 와있습니다. 2018년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요, 돌이켜보면 17년도 하반기는 학교 다니랴 동시에 학생운동하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바쁘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관두고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서 맘고생이 심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보니 유독 그립고 반가운 얼굴들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제겐 군 시절 선·후임들이 그렇습니다. 2년 가까운 세월을 하루 종일 한 공간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힘들 때 함께 울고, 기쁠 때 함께 웃던 사이니 오만 정이 다 들 수밖에 없는 인연이었지요.


이번에 어쩌다보니 그 친구들과 뜻이 맞아서 함께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이른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 전역병 캠핑'. 제겐 선임이 되는 친구 세 명(전역한 지금은 제게 동생들입니다만 ㅎㅎ)과 저, 그리고 후임 한 명까지 총 5명이 함께 다녀왔더랬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간 곳은 상암에 있는 난지캠핑장이었습니다. 우선 근처에 있는 홈플러스 월드컵경기장점에 들러 밤새 마실 술과 바베큐파티용 삼겹살, 안주 등을 잔뜩 사갔습니다.


저희가 빌린 텐트는 10인용 몽골텐트였습니다. 원래 함께 가기로 예정되어 있던 인원들이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공간은 넉넉해서 좋았으나... 이날 바람이 정말 장난 아니더군요. 


중앙에 장작 난로가 있긴 한데, 문제는 저희가 장작을 때워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불을 피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불보다 오히려 연기를 더 많이 들이마신 것 같습니다. 불도 자꾸 꺼지고... 캠핑장에서 장작을 파는데 한 단에 1만원이나 하는 통에 장작값이 너무 비싸서 양껏 때우지도 못하겠더군요.



그래도 고생하면서 마시는 술이 달다고, 어찌어찌 간신히 불씨를 붙여놓고서 저녁부터 다같이 바베큐파티를 즐겼습니다. 숯불에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 온갖 술을 마시니 극락이 따로 없더군요. 


특히 이날을 위해 집에서 아버지가 드시던 각종 술들(죽엽청주, 북대양, 스카치 위스키)에 마트에서 사간 벌떡주, 가시오가피주들을 챙겨갔는데 아주 반응들이 좋았습니다. 제가 준비해 간 술을 꿀떡꿀떡 잘 마시는 걸 보니 괜히 흐뭇하더군요.


멀리 부산에서 온 친구는 부산의 지역소주인 '시원' 두 병을 준비해왔고, 오늘 캠핑을 기획했던 친구는 사돈어른이 담근 복분자주를 가져왔습니다. 거기에 홈플러스에서 산 공부가주까지 곁들이니 그야말로 호화잔치였습니다.



난로 앞에서 다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지나간 군 시절을 돌이켜보려니 다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떠들었습니다. 기분이 좋으니 아무리 마셔도 취하는 줄을 모르겠더군요.


특히 이날 국유단 시절 썼던 모자도 챙겨오고 군 시절 사진과 영상을 편집해서 미니 빔으로 즉석 상영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저희 부대는 특성상 워낙 매스컴에 자주 노출되다보니 이렇듯 추억할 수 있는 거리가 상당히 많은 게 장점입니다. 거기에 우리 부대 전용 OST라고 할 수 있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OST까지 입혀놓으니 괜히 지나간 시절이 그리워 왈칵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즉석에서 다른 전역자들과 영상통화도 하고, 우리끼리 점호와 약식제례(유해를 수습한 뒤에 지내는 제사)도 오랜만에 재현해보고 잠깐이나마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새벽 4시까지 먹고 마시다가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들 숙취 탓에 비몽사몽... 당산역까지 가서 설렁탕 한 그릇씩 먹고 헤어졌습니다. 다들 숙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통에 서로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진 게 못내 아쉽습니다. 저도 집에 오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네요.


아무튼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시나마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고 그리운 시절로 돌아갔다온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독 여독이 많이 남는 캠핑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라고 지금보다 안 힘들었겠냐마는(그래도 군대인데!!!) 정말 지나가면 다 그리운 추억이 되나봅니다. 그리고 그 힘든 시절을 함께 헤쳐나왔기에, 유독 군 시절 선후임들이 반갑고 친근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기회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예 정식으로 국유단 전역자 모임을 상설화하는 게 어떻냐는 제안까지 나왔는데요, 정말 실현됐으면 좋겠네요 ㅎㅎ

Posted by 가베치

[논평] 위협받는 국가유공자들의 삶, 국가무한책임은 어디로?



링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449&aid=0000132522&sid1=001


2007년 창설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6.25 전쟁 당시 전사한 호국영령들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된 부대다.


국유단은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에 대해 그것이야말로 '국가무한책임'을 완수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은 국가가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백 번 옳은 말이다.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꽃다운 청춘을 불살라가며 희생한 모든 국가유공가자들은 그에 걸맞는 대우와 보상을 받아야만 한다. 여전히 이름 모를 산야에 묻힌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는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일을 영구 지속사업으로 국가가 주도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국가무한책임의 범주에는 지금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생존 국가유공자들도 포함되어야만 한다. 우리나라에는 '국가보훈처'라는 기구가 있어 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모든 국가유공자들에게 그에 걸맞는 대우와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1연평해전에 참전해 우리 해군의 승리를 이끌었고, 그 댓가로 자신의 소중한 삶을 잃은 한 참전용사가 편의점에서 콜라를 훔치다 적발됐다는 사연은 보훈처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


물론 보훈처에서도 국가유공자를 보살피기 위해 연금을 지급하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살 곳이 없어 고시원을 전전하거나 당장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해 폐지를 줍는 등 생계에 위협을 받는 국가유공자들의 이야기가 매년 들려오고 있으니, 과연 이들을 위한 보훈처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국가유공자를 위한 제도가 형식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보훈처가 미처 살피지 못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고위공직자 중 '적폐청산' 1호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전격 경질하고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보훈처의 위상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겠다는 등 보훈사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제 그 의지에 걸맞는 실천이 필요할 때다.


2017년 6월 24일


역사독서모임 독사신론(讀史新論)

(http://facebook.com/suhistorybook)

Posted by 가베치

19일 저녁 신촌 미플에서 열린 독사신론 창립 기념 오픈특강 <문재인 마크맨이 본 인간 문재인>이 몽양역사아카데미 회원 등 20여명 넘는 청중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강의는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밀착취재했던 MBN 윤범기 기자님(現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및 청와대 출입기자)을 연사로 모시고 대선 기간 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세히 청해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8시에 시작된 강의는 예정된 종료 시간을 훌쩍 넘긴 10시가 되어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을 정도로 강의는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습니다. 특히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강사님께서 펼쳐놓은 인간 문재인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들, 청와대 출입기자의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한 대통령 문재인의 공약과 강·약점들은 어디 가서도 들을 수 없는 알찬 내용들이었습니다. 강사님의 열강에 못지 않게 청중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는데요, 청중들은 "보다 객관적인 관점으로 문재인 정부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호평했습니다. 


행사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저희는 "학생들이 열정만 갖고 시작한 일이라 서투르고 미숙한 점이 많다"며 "지속적인 기반 구축과 정비를 통해 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여러분께 다가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어 "현재는 수원대 내의 사학비리를 해결하기 위한 학내투쟁에 집중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사학비리 척결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는만큼, 청중 여러분들께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저희 독사신론은 지난 4월 수원대 학우들이 모여 창립한 역사독서모임으로 한국사는 물론 동·서양사를 공부하는 순수 학술토론모임입니다. 저희는 '지금 이 순간도 내일이면 역사가 된다'는 표어 아래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당대사를 공부하며 현실참여운동에도 앞장 설 계획입니다. 올 하반기부터 일반회원을 받을 예정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모임'을 지향합니다. 앞으로도 이번 특강과 같은 기획특강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독사신론 페이스북 주소: http://facebook.com/suhistory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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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선경도서관은 6월 7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인문독서아카데미를 연다.


도대체 왜?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전쟁’이라는 소재를 <칼날 위의 인문학>이라는 총괄 주제 하에 역사, 몸 철학, 문학, 사회과학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풀어간다. 제학문을 통섭하는 강좌인 만큼 무예전문가, 작가, 사학자가 공동 강사로 참여한다.


1주제는 <무예, 몸으로 생각하며 생존의 철학을 말하다>로 6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5회에 걸쳐 최형국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이 강사로 선다. 전통 무예 전문가이자 무예사(武藝史) 전문가인 최형국 강사는 무예에 담긴 인문학적 의미, 무예 수련과정과 연결지어 우리 전통의 몸 문화를 강의한다. ▲1강 무예의 탄생 ▲2강 군사의 탄생 ▲3강 무기의 탄생 ▲4강 치료의 탄생 ▲5강 무예 인문학의 탄생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석자에게는 교재가 무료로 제공되며, 총 5회차 강의 중 4회 이상 참석 시 수료증이 수여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선경도서관 홈페이지(http://sk.suwonlib.go.kr/)에 신청하면 된다. 


문의: 선경도서관 031 228-4721



Posted by 가베치

원문 링크: http://omn.kr/ne12


"귀하께서는 2017.5.25.(목) 10:00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되는 전직 대통령 뇌물죄 등 관련 사건의 방청자로 당첨되셨습니다."


지난 19일 저녁 날아온 한 통의 문자메시지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19일 오전 서초동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방청권 추첨에 응모하고 돌아온 길이었다. 그러나 방청권 당첨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였다. 일말의 기대를 품고 찾아갔지만 법원 앞은 나와 같은 꿈(?)을 가진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주의 기운'을 받은 것인지 7.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재판 방청권을 따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카톡이며 페이스북에 당첨 소식을 공유했더니 많은 지인들로부터 "축하한다"는 덧글과 함께 '좋아요' 수가 쭉쭉 올라갔다. 언젠가 <오마이뉴스>에서 뉴스게릴라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올렸을 때보다 더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다. 이게 정말 축하받을 일이 맞긴 한 건지 씁쓸하긴 했지만 어쨌든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은 설레는 일이었다.


내가 당첨된 건 5월 25일에 열리는 두 번째 재판 방청권이었다. 공교롭게도 온종일 수업이 몰려있는 날이었다. 평소 결석은커녕 지각조차 절대 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으나 이번 일만큼은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교수님들께 이메일로 사정을 설명하며 부득이하게 결석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러자 교수님들 모두 "역사적인 현장에 가기로 한 결정을 존중한다"라면서 흔쾌히 이해해주셨다. 덕분에 법정으로 가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포인트①] 재판 전 법정 안팎 풍경


마침내 5월 25일 아침이 밝았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방청권 배부에 참여하기 위해 일찌감치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로 향했다. 청사 입구에는 돌발 사태를 대비해 경찰 병력들이 배치돼 있었다. 지난 23일 재판 당시 박사모 회원들이 진을 치고 앉아 방청객들에게 시비를 건다는 말을 듣고 나름 긴장했으나 법원 앞은 조용했다. 


재판정이 위치한 서관 입구에서 "재판을 방청하게 해달라"는 한 할머니와 "사전에 당첨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며 막아서는 법원 직원들 간의 사소한 실랑이 정도가 고작이었다.


줄을 선 방청객들은 '5번 법정 출입구' 앞에서 신분증 검사와 몸 수색을 거쳐야만 했다. 한 차례 엄격한 심사를 받고 난 뒤에도 재판정이 있는 4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계단마다 직원들이 대기하며 방청권을 재차, 삼차 검사했다. 


치열한 전투(?) 끝에 재판이 열리는 417호 대법정에 들어섰다. 150석 규모의 법정은 생각보다 아담한 편이었다. 내가 배정받은 좌석은 72번. 좌석 배치는 무작위로 이뤄졌다. 앞에서 다섯 번째 줄이라 결코 좋은 자리라고는 할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앉아서 난생 처음 구경하는 법정 안 풍경을 열심히 눈에 담기 시작했다.


법정은 방청객들을 인터뷰하기 위한 기자들의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한 언론사의 기자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인터뷰 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윽고 나를 타깃으로 삼은 그 기자가 질문을 던져왔다. 조용히 지갑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을 꺼내 건네니 그는 "사방에 기자들뿐이네요"라면서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인 유영하, 채명성, 이상철, 김상률 변호사 등 4명이 입장했다. 뒤이어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등 검찰 측 검사 8명이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각자 준비한 서류를 읽으며 쑥덕쑥덕 끊임없이 말을 주고받았으나 거리가 멀어 알아들을 순 없었다.


[포인트②] 다소 여유로워진 박근혜


"피고인은 들어와서 피고인석에 앉기 바랍니다."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법관 3명이 입장하고 피고인의 입장을 주문하는 재판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방청객들의 시선은 일제히 법정 서쪽 출입구에 쏠렸다. 경위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제히 방청석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방청객들의 행동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꼴깍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정적만이 법정에 짙게 깔렸다.


무거운 정적을 깬 것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또각또각' 소리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명확하게 들려오는 구둣발 소리와 함께 마침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한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자신의 자리인 '피고인석'으로 향했다. 성큼성큼 거침없는 발걸음이었다. 변호인들과 가벼운 웃음으로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은 그는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는 재판관의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허공과 정면 그리고 자신의 변호인들에게만 향했다. 어쩌다 슬쩍 곁눈질을 할 법도 한데 그는 결코 우리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말수도 적었다. 공식적으로 그가 내뱉은 말은 오전 재판과 오후 재판 종료 당시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관의 물음에 대한 대답뿐이었다. 그마저도 "자세한 건 추후에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3일 첫 재판과는 달리 그는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검찰 측의 서증조사(검찰이 제시한 증거들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측의 동의를 얻어 채택된 증거들을 검찰 측이 법정에서 다시 설명하는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유 변호사와 간간이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모니터 속 증인들의 신문조서를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펜을 들고 무언가를 적기도 했고, 고개를 가로젓거나 끄덕이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물론 그의 소통은 변호인들에게만 국한됐다.


[포인트③] 검찰과 변호인의 팽팽한 기싸움


재판은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23일 첫 재판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 홀로 참석한 두 번째 재판은 검찰 측의 서증조사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10만 쪽이 넘는 방대한 수사기록을 모두 검토하기도 전에 조사를 강행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재판을 끌 여유가 없다"며 재판부가 기각을 했음에도 변호인들의 태클(?)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주신문을 특검이 먼저 하는지 검찰이 먼저 하는지"의 절차 문제를 두고 또다시 딴죽을 걸었다. 보다 못한 검찰 측도 칼을 빼들었다. 검찰 측은 "절차 문제로 45분 이상을 끌어 실체를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변호인단에 일침을 날렸다.


결국 재판 시작 1시간 만에 검찰 측의 서증조사가 시작됐다. 검찰 측 검사들은 두툼한 서류뭉치들을 꺼내 카메라에 비춰가며 증인들의 신문조서 중 요지만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 모든 과정은 법정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방청객들에도 공개됐다.


이날 검찰 측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혐의 사건의 공판 기록을 중심으로 관련 증인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고영태, 차은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등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 주요 혐의자들 뿐만 아니라 전경련, 청와대, 대기업 관계자 등 증인 수십여 명의 법정 진술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그러나 서증조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호인들이 제2차 공세를 시작했다. "검찰이 검찰 측 신문만 공개하고 반대 신문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유 변호사는 "방청객에 기자들이 많은데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검찰 측 의견만 언론 보도로 나갈 것 아니냐"라면서 "검찰 수사도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 그에 맞춰 따라가는 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런 식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에도 "기록이 너무 방대해서 전부 낭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기각했다. 이에 변호인 측이 "재판을 진행하는 데 시간에 쫓겨서 한다는 건 어폐가 있다"라면서 여전히 굴복할 수 없다는 태도로 맞서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검사들은 꿋꿋하게 신문조서를 읽어 내려갔다. 검사들과 변호인들의 팽팽한 기 싸움 사이에서 재판관은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며 "양 측이 서로 잘 합의하라"고 다독였다.


[포인트④] 졸고, 깨우고... 다이내믹했던 재판정 풍경


이날 검찰 측 책상에는 서류로 만들어진 탑이 많이 쌓여 있었다. 서증조사 때 낭독하기 위한 증인 신문조서들이었다. 오전 재판 당시 조서를 낭독하던 검사가 세 번째 서류뭉치를 꺼내들자 방청석에서는 '어휴' 하는 한숨이 터져나왔다.


점심식사 후 오후 2시 10분부터 재개된 오후 재판에서는 '황금빛 보따리'가 등장했다. 주섬주섬 풀어헤친 보따리 속에서는 새로운 서류뭉치들이 쏟아져 나왔다. 휴정한 사이 그새 보충해온 자료들인 듯했다. 내심 '검찰이 단단히 벼르고 왔구나' 혀를 내둘렀다. 


오후 재판은 변호인 측의 요청에 의해 15분 휴정한 것을 제외하면 검찰 측의 '마라톤 조서 낭독'으로 진행됐다. 목소리톤의 변화 없이 나긋나긋 읊어대는 조서들은 자장가나 다름없었다. 어렵고 낯선 법률용어들로 점철된 데다가 점심을 배불리 먹고 난 직후였던지라 쏟아지는 졸음과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많은 방청객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러나 자고 싶다고 마음대로 잘 수도 없는 게 법정이다. 매의 눈초리로 방청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던 경위들은 졸고 있는 방청객들을 흔들어 깨웠다. 졸음을 깨기 위해 다리를 꼬아보기도 하고, 휴대전화를 열어 뉴스를 보기도 했지만, 한 번 쏟아진 졸음을 극복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견디다 못해 중간에 퇴정하는 방청객들도 있었다. 재판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군데군데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오후 5시 20분. 마침내 검사가 설명을 마치자 방청석에서 안도의 한숨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설명이 길어지며 잦아들었던 기자들의 타자 소리도 변호인 측의 '간이의견' 발언과 함께 다시 활기를 찾았다. 유 변호사는 검찰 측 설명에 대해 차분히 반박하며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정의롭게 수사했다고 믿지만 증거를 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라며 의견을 갈무리했다.


이에 김 부장판사가 "기록을 다 파악하고 계신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자 방청객들은 소리내어 웃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재판부의 종료 선언과 함께 '7시간 50분'만인 오후 5시 50분에 마무리됐다.


[포인트 ⑤] 당당했던 표정에서 굳은 표정으로


이날 나는 법정을 떠나는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화장기 하나 없는 그의 얼굴은 몹시 초췌해 보였고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두 눈은 여전히 날카롭게 빛났다.


나는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을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가 자주 있었다. 그가 18대 대통령에 취임하던 해, 나는 통일부와 국가보훈처에서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의 취임식부터 시작해서 각종 정부 기념식에 참석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고 글로 풀어내야만 했던 나는 그의 당당했던 표정을 여전히 기억한다. 먼 발치에서나마 바라본 그는 늘 당당했고 목소리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몇 년 만에 법정에서 다시 마주한 그의 표정에선 예의 그 당당함은 사라진 채 초췌함과 한 서린 눈빛만이 남아있는 듯했다. '쫓겨난 독재자들이 모두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착잡한 마음도 들었다. 그는 그렇게 마치 오욕으로 얼룩진 자신의 삶을 표정을 통해 말해주겠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떠났다.

Posted by 가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