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시절, 나는 유독 커피를 좋아했다. 일과를 마친 뒤 막사로 복귀해 후임들과 나눠마시던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은 지친 몸을 녹여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묵직한 향기와 혀 끝에 감기는 씁쓸한 맛. 동고동락하며 부대끼던 후임들과 나눠마시던 커피였기에 추억 한 스푼 보태져 더욱 진한 향기로 기억되는지도 모르겠다.


그 맛을 잊지 못했던 나는 전역 후 본격적으로 커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동네 문화센터를 찾아가 주부들 틈에 끼어 '홈바리스타' 강의를 열심히 듣고 관련 책도 사서 읽었다. 얼마 없는 용돈을 쪼개 커피를 내리기 위한 도구와 원두까지 구매해 직접 내려마시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런데 이 커피란 녀석은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힘든 녀석이었다. 커피콩이면 다 같은 콩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생산지와 로스팅(볶는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인 원두로 재탄생한다. 더욱이 같은 원두라고 할지라도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프렌치 프레스 등 내리는 도구와 방식에 따라 제각각의 맛을 내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매일 새로운 카페에 들러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바리스타들에게 맛있게 커피 내리는 법을 귀동냥하러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나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최고의 커피를 내릴 수 있을까' 고민만 깊어졌다.


그때 우연히 만난 바리스타 한 명이 내게 귀띔을 했다.


"커피에 정답은 없어요. 아무리 실력 있는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도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맛 없는 커피인 거죠. 굳이 정답을 찾고자 한다면 자기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커피가 정답 아닐까요?"


그 말에 나는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세계적인 요리사가 만든 요리도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맛 없는 음식일 뿐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단순하면서도 명징한 진리를 두고 나는 먼 길을 돌아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후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찾겠다는 미련한 여행은 끝났다. 이제 나는 커피를 마실 때면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를 먼저 생각한다. 잠들어있던 커피콩을 깨워 그 속에 숨어있던 향과 맛을 살려내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바리스타들이기 때문이다. 커피 본연의 성질에 자신만의 개성을 섞어 적절한 풍미로 되살려낸 바리스타들의 커피를 마시며 나는 드넓은 커피의 세계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커피는 '삶'을 떠올리게 한다. 커피에 정답이 없듯, 삶 역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천편일률적인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마다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요, 서로 다른 꿈과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해 달려간다. 우리들은 결국 모두 삶을 추출하는 바리스타들인 셈이다.


* 수원대 2017학년도 1학기 교양 <문예창작의이론과실제> 과제를 위해 쓴 수필

* 블로그에 수필 끄적이는 건 자주 하던 일이거니와 <오마이뉴스>에서 그렇게 열심히 글을 써대는데도, 매번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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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드디어 12주 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동작문화학교 홈바리스타 강좌가 끝났다. 취미반이긴 했지만 커피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조차 없었던 나로서는 충분히 유익한 강좌였고, 그래서인지 강좌를 끝까지 들었다는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크다. 매주 화요일만 되면 커피 강의를 들으러 갈 생각에 설레곤 했는데... 강의 끝나고 받아오는 원두로 아침마다 드립 커피를 내려마시는 재미도 여간 쏠쏠한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당분간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12주 강좌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강의는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커피공방 멜란지'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번 수업에 이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카페라떼'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일단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지난 번에 배운 것을 복습하는 차원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았더니, 강사 선생님이 달달한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만들어주셨다. 일주일 동안 복습하지 않아 까먹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막상 혼자서 해보니까, 과정이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두 잔의 에스프레소를 뽑아낼 수 있었다.



카페라떼를 만들다


카페라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야 했는데, 에스프레소 전용잔이 아니라 '라떼잔'이라고 하여 별도의 커피잔에 에스프레소를 받아냈다. 에스프레소 추출이 완료되면 스팀 피처(커피 포트와 비슷하게 생긴 물통)에 코선까지 우유를 따른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에 달린 스팀 파이프를 이용해 우유를 데워야 하는데, 이때 스팀 파이프에서 스팀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매우 뜨거우므로 행주로 입구를 가리고 스팀을 빼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로 파이프를 맨손으로 잡았다가 '앗 뜨거!'를 내뱉고 말았다. 스팀 파이프를 다룰 때는 절대 맨손으로 파이프를 잡아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스팀 파이프에서 스팀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스팀 피처에 파이프를 살짝 꽂아 스팀을 빼준다. 이때 손바닥을 피처에 대고서 적당한 온도까지 데워지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뜨거워지기 전에 스팀 파이프 작동을 멈추고, 파이프를 행주로 닦아주어야 한다. (닦지 않으면 우유 찌꺼기가 파이프 안에 남아 위생적으로도 안 좋고, 우유가 굳어 스팀의 기압이 낮아질 우려가 높다고 함)


우유를 데운 뒤에는 피처를 테이블 위에 '땅땅' 치면서 옆으로 계속 흔들어 거품을 내준다. (스티핑) 그리고 다른 피처에 나누어 담은 다음(3분의 1까지만 담으라고 함), 에스프레소 잔에 부으면 되는데 (푸어링) 이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깊이 붓다가, 피처를 들어올리며 점점 물줄기를 약하게 부어야 한다. 잔이 거의 가득 찰 정도가 되면, 우유를 붓는 줄기를 조절하면서 커피 표면에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이를 '라떼아트'라고 한다. 


손재주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한두 번 수업으로 아트를 해낼 수 없었다. 강사 선생님이 옆에서 붙잡고 도와주는데도 쉽지 않았다. 결국 이상한 그림이 나왔는데, 보조하던 강사 선생님이 "한 번 살려보자"며 얇은 바늘 같은 것을 가져와 커피 표면의 거품을 이리저리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포켓몬 캐릭터인 '라이츄'가 탄생했다. 내가 부은 거품의 모양이 라이츄 꼬리와 같은 모양이었던 데서 착안해 급조한 것이었다. 설사 망친 작품일지라도 이렇게 되살려낼 수 있다니... 역시 바리스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사진: 위의 왼쪽 잔이 내가 만든 초기 아트, 아래 왼쪽 잔은 강사 선생님이 '보정'해준 라이츄 아트... 오른쪽 잔은 강사 선생님이 만든 아트다)


커피 공부에 대한 고민


강의가 끝나고, 아쉬워하는 수강생들에게 강사 선생님은 자격증반이나 중급반처럼 커피 공부를 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동작구 관내 다른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중급반 클래스에 들어갈 수도 있고, 동작문화학교 수강생들 중에서 커피를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만 따로 모아서 별도의 클래스를 개설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나같은 경우는 자격증반 수강을 원했는데, 자격증반과 중급반의 수업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중급반은 기초반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로스팅하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자격증반은 말그대로 자격증을 따기 위한 필기&실기 준비반이란다. 실제로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커피에 대해 모든 것을 마스터하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 실기테스트의 내용도 에스프레소를 얼마나 빨리 깔끔하게 뽑아내느냐, 라떼아트를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느냐가 중점이 되는 것 같아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내용들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격증을 빨리 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어차피 나는 커피 그 자체가 좋아서 이 강좌를 듣게 된 것이고, 평생 커피 공부를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격증이야 언제든 따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일단 중급반 수강을 희망한다고 신청하긴 했다. 나까지 총 3명이서 수강희망의사를 밝혔는데, 수업 내용과 비용은 추후 문자로 공지해준다고. 


강사 선생님은 "자격증을 따고 싶으면 우선 필기시험만 혼자 독학으로 따고, 실기 수업만 듣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해주셨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필기시험을 먼저 합격해야 실기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데, 필기시험은 혼자 문제집 풀면서 독학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며칠 전에 '바리스타 2급 시험 기본서'를 구매하긴 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막연한 커피의 세계


여하간 커피의 세계는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무궁무진하다. 커피에 정답이 없다고 말하는 바리스타들처럼, 결국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추구하는 철학과 노하우에 따라 커피의 맛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취미반 수업을 처음 들을 때보다, 강좌를 모두 수료한 지금에 와서 커피가 더욱 생소하고 막연하게 느껴진다. 커피에 관심을 갖고 관련 지식이 쌓일 때마다, 오히려 '나만의 커피'를 찾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예전엔 그저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식대로 드립을 해서 커피를 마셨고, 그게 정답인 줄로만 알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핸드드립조차도 사람마다 내리는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안 뒤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내가 마시고 있는 드립 방식보다 더 내 입맛에 맞는 방식이 있지 않을까', '도대체 드립의 방식은 몇 가지나 되는 것일까', '각 드립 방식마다 맛의 차이는 어떨까' 등등... 


정말 커피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거니와 어렵기만 하다. 하긴 그러니 평생 커피에만 매달린 전문 바리스타들도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매일 고민한다지 않는가. 어쩌면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부터가 '아마추어'의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뜻 아닐까 싶어 홀로 우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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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커피 공부를 시작한 뒤로, 매일 아침마다 직접 원두를 갈아 드립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원두 자체는 어딜 가나  비싼 편입니다. 그렇다고 오래 두고 마실 수도 없습니다. 로스팅한 지 2주 이상 지나면 아무리 밀폐용기에 보관한다고 해도 커피 본연의 향미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래오래 마시겠다고 원두를 오래 보관하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하네요. 아까워도 빨리 마시고 신선한 원두를 사는 게 정답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홈바리스타 강의를 들으러 가면, 강사 선생님이 매주 새로운 원두를 한 웅큼씩 맛보기로 담아주셨기 때문에, 그동안 이 원두로 연명해왔더랬습니다. 거기에 얼마 전 핸드드립 대회에서 1등한 덕분에 사은품으로 받은 원두 200g 두 봉이 있어서 꽤 오래도록 원두를 구매하지 않고 커피를 즐길 수 있었죠.


하지만 그 원두들도 며칠 전에 다 떨어져버렸네요. 새로 원두를 사기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별 수 없이 집에 보관 중이던 인스턴트 아메리카노 커피로 며칠 버텨볼 요량이었습니다만... 커피를 배우고나니 입만 고급스러워진 게 함정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맛있다고 생각했던 커피였는데, 이젠 맛 없어서 먹지를 못하겠더군요.


하루 빨리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결국 원두를 새로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어디서 살까 고민하다가 '스타벅스'가 떠올랐습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스타벅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고급 카페의 대명사라고 한다면 다들 스타벅스를 떠올리곤 하죠. 그런데 저는 스타벅스 커피가 맛있는지 맛없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커피 공부를 한 이후로는 마셔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번 참에 스타벅스에서 직접 원두를 사다가 갈아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스타벅스의 원두를 드립해서 마시면 어떤 맛일까 무척이나 궁금하더라고요. 


어제 스타벅스 매장에 가보니 원두가 무척 많더군요. 그중에서도 '하우스 블렌드' 원두 250g짜리 한 봉을 구매했습니다. 가격은 15,000원이네요. 참고로 하우스 블렌드란, 각 커피 브랜드별로 독자적인 레시피를 가지고 블렌딩한 원두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 하우스 블렌딩 레시피야말로 그 커피 브랜드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죠. 브랜드의 생명 그 자체라, 대부분 영업비밀로 공개하지 않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집에 오자마자, 바로 개봉해서 원두부터 요리조리 살펴봤습니다. 설명으로는 미디엄 로스팅(중배전: 중간 정도 볶은 원두로, 너무 쓰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균형 잡힌 맛)이라고 하는데, 겉만 봐서는 기름기가 좔좔 도는 게, 처음에 강배전인 줄 알았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굉장히 진해보였거든요. 그만큼 향미도 강렬했고요.



바로 핸드밀에 넣고 갈아서 드립해봤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지만, 커피의 특징을 이해해보고자 커핑 테스트하듯이 계속 밀착해서 향도 맡고, 아예 원두가루를 뜨거운 물에 풀어서 살짝 맛도 봤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꼬랑내(?)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 같더니... 약간 탄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했습니다. 가장 특징을 잡기 어려운 원두였던 것 같습니다.


마셔보니 향과는 달리 그렇게 강한 맛이 아니었습니다. 왜 미디엄 로스팅인지 알 것 같더군요. 신 맛도 없고, 쓴 맛도 없고... 약간 정체성이 없는 듯한 맛. 개인적으로는 이런 균형잡힌 맛보다는 신 맛이나 쓴 맛 등 어느 한 가지 맛이 도드라지는 커피가 요즘 땡겨서... 그닥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특징이 가장 도드라지는 커피가 매우 높은 등급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위의 평가는 철저히 제 주관적인 평가이고... 저는 사실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는 초보 중의 왕초보일 뿐이라... 잘 모르면서 그냥 주저리주저리 언급해봤습니다. 혹여라도 전문가 분들께서 지나가다 제 글을 보신다면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즘 커피 공부에 푹 빠져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심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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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오늘부터 다음 주 종강까지는 공방 실습이었다.


오늘 수업 내용은,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수업이었는데, 공방이 비좁고 머신도 두 대밖에 없다보니까 모든 수강생이 한 번에 수업을 받는 게 아니라, 시간대별로 조를 나누어 자기가 속한 조 시간대에 와서 수업을 듣고 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맨 마지막 타임인 오후 4시 타임을 선택해서 여유가 있었다. 3시 40분쯤에 미리 공방에 가서 먼저 조의 실습 과정을 눈으로 지켜보고, 4시 정각부터 머신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머신으로 에스프레소 추출하기


1. 포터필터 분리 후 린넨으로 닦은 뒤, 커피가루 받기

2. 손으로 레벨링(고르기) 후 탬핑/태핑

3. 가장자리 털고 물 흘리기 3초

4. 부드러운 장착과 신속한 추출 (20초~30초)

5. 포터필터 청소 및 그라인더 잔량 체크


사실 그렇게 복잡한 과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밀한 손놀림이 요구되는 작업인 것은 분명했다. 과정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까다로운 감각적 손재주가 필요한 것이었다. 


까다로운 레벨링과 탬핑/태핑


특히 2번 레벨링과 탬핑/태핑 과정이 제일 까다롭다고 할 수 있겠다. 레벨링이란 포터필터에 받은 원두가루를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절대 압력을 주어 커피가루를 눌러서는 안된단다. 그렇게 되면 탬핑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자격증 시험에서는 결격사유가 된다고. (왜 그래서는 안되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물어볼 것이다) 오로지 슬슬 밀어주면서 고르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탬핑과 태핑이란 것을 해야하는데, 탬핑이란 탬퍼(도장 같이 생긴 압력기)를 이용해 포터필터 속 원두가루를 '꾹' 눌러주는 과정을 말한다. 강한 압력으로 커피가루를 단단히 다짐으로써, 입자를 고르게해, 커피를 더 진하게 추출해낼 수 있다고 한다. 이 탬핑이란 것도 결국 누르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엄지와 검지손가락의 균형과 적절한 누르기가 커피 맛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태핑은 탬퍼의 끝으로 포터필터의 측면을 '톡톡' 쳐서 가장자리에 붙어있는 커피찌꺼기들을 털어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남은 커피가루가 없이, 모든 커피가루를 2차 탬핑으로 단단히 다짐으로써 온전하게 커피를 내릴 수 있다.


2차 탬핑까지 끝낸 포터필터를 머신에 장착한 뒤에, 추출구 아래로 두 개의 잔을 놓고 1온스(30ml)까지 에스프레소를 받아낸다. 에스프레소를 1온스 추출하는 데에는 최대 30초 정도 걸리는데, 앞서 본 탬핑/태핑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오히려 커피는 안 나오고 기름 성분만 잔뜩 나오기도 한단다. 역시 커피는 쉽지 않다.



흥미로웠던 머신 다루기


처음 다뤄보는 머신이라 긴장했지만, 옆에서 강사 선생님이 계속 설명을 해주다보니 금세 따라할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머신을 이용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해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과정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다. 


총 두 번의 실습을 했는데, 첫 번째 실습에서 내린 에스프레소는 강사 선생님이 직접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만들어줘서 즉석에서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실습을 통해 내린 에스프레소는 텀블러에 담아왔다. 덕분에 이틀 동안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바리스타는 위생이 생명이다


강사 선생님은 머신을 다루는 내내 "바리스타는 위생이 생명이다"라고 강조하셨는데, 실제로 린넨(행주)을 가운 앞주머니에 항상 꽂아두고, 모든 과정에 앞서 포터필터를 닦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추출이 끝난 뒤에도 행주로 머신과 테이블을 닦는 게 마지막 순서였는데, 테이블을 닦는 행주와 머신을 닦는 행주도 따로 있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머신 닦는 행주로 테이블을 닦았는데, 바로 그 순간 강사 선생님이 "머신 닦는 행주로 테이블을 닦으면, 머신이 더러워지지 않겠느냐"며 지적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요즘 카페가 워낙 많다보니까, 이런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고 비위생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참 많은데, 바리스타는 청결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위생을 강조했다.



커피의 세계로 또 한 걸음


10주 동안 계속 커피 수업을 들었고, 집에서는 이제 매일 드립 커피를 직접 내려마실 정도로 커피를 애호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11주차에 직접 머신을 접해보니 또 다른 커피의 신세계를 접한 느낌이다. 


사실 이 과정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막연하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격증은 그저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고, 좀 더 깊은 커피의 세계를 느껴보고 싶다는 지적 욕구가 솟아오르고 있다. 


마침 종강이 다가오면서 강사 선생님도 자격증반과 같은 심화반 수강에 대해 안내를 해주셨는데, 망설임 없이 그 반을 수강할 생각이다. 취미로 시작했던 홈바리스타 강좌지만, 이제 정말 나만의 블렌딩도 해보고 싶고, 커피에 대해 아마추어를 넘어 전문가 수준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 


언젠가 나만의 카페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만의 커피를 대접할 날이 온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짜릿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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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바리스타 강좌가 벌써 10주차에 접어들었다. 이제 다음주, 다다음주... 딱 2주만 더 수강하면 이번 강좌도 모두 끝나게 된다. 


커피라는 주제 하나만으로 10주 동안 강의를 들었는데, 매 시간마다 전세계 각지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수업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알지 못했던 커피의 신세계를 접할 수 있었기에, 매 시간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항상 홈바리스타 강좌를 듣는 '화요일'만 손꼽아 기다렸던 것 같다. 이제 이 강좌도 끝이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다. 


이미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서, 커피를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음료'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번 강좌가 끝나더라도 계속해서 커피 공부를 이어나갈 생각이다.


홈메이드 쥬스


홈바리스타 강좌였지만, 오늘의 주제는 커피가 아니라 '주스'였다. 갑자기 웬 주스? 강사 선생님 曰 "10주 동안 줄기차게 커피만 마신 것 같아서, 오늘은 주스 만드는 것도 한 번 배워봅시다".


사실 커피에 더 관심이 많지만, 어차피 요즘은 카페에서 주스도 같이 팔기도 하고, 커피 뿐만 아니라 주스 만드는 법을 배워두어도 유용하겠다 싶어서 호기심을 갖고 강의를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수강생 전원이 드립 커피를 내리지 않고, 일찍 온 몇몇 수강생들만 드립을 했는데, 나도 일찍 오는 덕분에 드립 커피를 먼저 마실 수 있었다. 


오늘 마신 커피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AA'라는 커피다. 역시 케냐와 더불어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산맥에서 재배한 커피인지라, 쓰고 강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강사 선생님은 이 커피의 맛을 두고 "험한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맥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커피를 마신 뒤에는 드디어 주스 만들기를 배웠다.


주스를 만드는 과정은 커피를 내리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Tip] 홈메이드 주스 만들기


1. 오렌지, 자몽, 레몬, 귤 등의 과일을 반으로 싹둑 자른다.

2. 반토막 난 과일 속의 씨앗을 최대한 제거한다.

3. 즙짜개 원뿔에 과일을 꽂은 뒤, 힘껏 돌려 즙을 최대한 짜낸다.

4. 추출한 과일 원액에 1:1의 비율로 생수를 넣고, 설탕시럽도 기호에 따라 넣는다.

5. 과일주스 완성!


이때 중요한 것은, 과일을 자르기 전에 열심히 눌러주고 문대주어야 한단다. 그래야만 껍질이 잘 벗겨지고, 과즙도 달달해진다고.


참고로 생수 대신에 탄산수를 넣을 경우에는 '에이드'가 된다고 한다. 우리는 생수를 넣어 만든 '주스'도 마셔보고, 탄산수를 넣어 만든 '에이드'도 마셔보았다. 특히 '레자주스'라는 것을 만들어 마셔보았는데, 이건 '레몬+자몽'의 혼합과일주스다. 둘 다 시큼한 과일이기 때문에, 오렌지로만 주스를 만들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시럽을 넣어야만 했다. 시럽을 많이 넣어, 신 맛을 중화시켰음에도 시큼해서 다들 표정들이 일그러지는 게 재밌었다.



다음 주부터 종강까지 2주 동안은 강사 선생님이 소속된 '커피공방 멜란지'에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기계로 직접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카페라떼를 만드는 것까지 배운다고 한다. 아마 기계 추출하는 법을 맛뵈기로 가르쳐주시려는 듯한데, 그동안 기계 다루는 법에 대해 궁금했던 나로서는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강의일 것 같아 기대가 크다.


남은 2주 동안 별 탈 없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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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오늘 9주차 강의의 주제는 '커핑 테스트'.


커피의 맛을 감별하는 것을 '커핑(Cupping)'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커피의 맛과 향을 감별하여 좋은 품질(=등급)의 커피를 골라내는 테스트를 '커핑 테스트'라고 한다. 그래서 테스트는 커피의 산지와 원두를 가린 채, 블라인드 테스트로 이루어진다고 하며, 커핑 테스트를 하는 전문 감별사를 '커퍼'라고 부른다고 한다. '커피 소믈리에'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무궁무진한 커피의 세계


이런 커퍼는 굉장히 생소하고 어려운 직종이라, 국내에는 커퍼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공인시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커퍼들은 대개 해외로 나가서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온다고. 바리스타 자격증만 취득하면 모든 커피의 마스터가 되는 것인줄로만 알았는데... 산 넘어 산이라고, 더 어려운 커퍼의 단계가 있다는 이야기에, 커피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구나 새삼 깨달았다.


여하간 오늘 우리는 바로 이 커핑 테스트란 것을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설명을 들으면서도 우리가 이걸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커피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우리가, 어떻게 블라인드 테스트로 감히(?) 커피의 맛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고 자시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강사쌤도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있는 우리를 보고, 그런 낌새를 눈치챘는지 "어디까지나 체험일 뿐이고, 정답도 없는 거니까 제발 부담갖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점수를 줘라. 그냥 마음에 드는 커피에 높은 점수를, 마음에 안 드는 커피에 낮은 점수를 주면 된다"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커핑 테스트를 위해 테이블에 원두를 블라인드한 채 A, B, C로 나누어 각각 두 잔씩 총 6잔의 커피가 놓였다. 한 커피당 굳이 2잔씩 배열한 이유는, 한 커피를 여러 잔 나누어 마셔봐야 좀 더 확실한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한 잔에 결점두가 있어 맛과 향이 안 좋을 수도 있단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보통 한 커피당 4~5잔 이상을 내려놓고 평가한다고.



[Tip] '커핑 테스트' 채점표 용어설명


1. 프레이 그런스 (=Dry)

: 마른 향을 의미함. 원두가루를 컵에 담아 그대로 향을 맡음. 다만 코를 컵에 가까이 들이대고 훅 들이마시면 코에 들어갈 수 있으니, 한 손바닥으로 바깥 면을 감싸고, 휘저어 간접적으로 향을 맡음.


2. 아로마 (=Cup)

: 젖은 향을 의미함. 원두가루가 담긴 컵에 뜨거운 물을 부은 뒤 1분 정도 지난 뒤 테스트. 커핑 테스트용 스푼으로 컵 위에 올라온 막을 살짝 밀어서 걷어내고 그 사이로 올라오는 향을 맡음. 이 과정을 스니핑(sniffing)이라고 한다.


3. 노즈

: 맛을 의미함. '신맛', '쓴맛' ,'단맛', '바디'로 나누어서 평가를 하며, 테스트용 스푼에 50원짜리 동전만큼 커피를 담아 맛을 봐야 함. 이때 그냥 맛을 보는 게 아니라, 위아래 입술을 붙이고 이 사이로 '츄웁'하며 순간 흡입하여 목울대까지 커피가 도달하게 해야 함. 그때 느껴지는 맛을 평가함. 이 과정을 슬러핑(slurping)이라고 한다. (참고로 실제 전문가 테스트에서는 '쓴맛'이 없고 '짠맛'을 평가한다고 함. 하지만 우리는 초보기에 짠 맛을 느낄 정도가 못되어서 쓴 맛으로 대체)

 

4. 애프터 테이스트

: 커피를 다 마신 후, 입안에 남는 뒷맛(여운)을 평가함.


첨부한 짤방이 내가 A, B, C 커피를 마신 뒤 내린 채점표다. (괄호 안의 냄새는 각 커피의 향을 느끼고 쓴 주관적인 특징이다) 점수는 최대 +10점부터 -5점까지라고 하는데, 안그래도 매기기 힘들어 죽겠는데, 편차마저 이렇게 크니.. 진짜 막 써냈던 것 같다. 강사쌤이 내 채점표를 보더니 "왜 이렇게 마이너스가 많냐"면서도 "C커피가 제일 좋은가보다"고 했다. 


사실 마른 향을 맡았을 때 별로였던 커피가, 젖은 향을 맡았을 때 더 좋은 경우도 있고, 맛에서도 그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섣불리 뭐가 좋다 나쁘다 평가하기는 힘들었다. 강사쌤도 "너무 깊게 평가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본인이 확 당기는 커피에 좋은 점수를 팍팍 주고, 본인 입맛에 안 맞는 커피에는 마이너스를 팍팍 주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C커피에 점수를 팍팍 주고, 별로다 싶은 A, B 커피에는 마이너스를 잔뜩 안겨주었다.




커피의 특징을 알아맞히다


커핑 테스트가 종료된 후에 각자 어느 커피가 좋았는지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다. 오늘 수업에 참여한 인원은 나까지 총 7명이었는데 A커피를 선호하는 사람이 3명, B커피를 선호하는 사람이 2명, C커피를 선호하는 사람이 2명이었다. 각자 좋았던 이유를 설명하고, 강사쌤이 어떤 커피였는지 차례차례 공개했다.


일단 세 커피 중 가장 비싼 커피는 A커피라고 한다. A커피는 '인도네시아 만델링' 커피로, 산미가 도드라져 제일 등급이 좋은 커피라고 한다. 실제로 A커피는 마른향에서 '고추씨 볶는 냄새'가 날 정도로 스파이시한 향이 강한데, 이처럼 특징이 강한 커피일수록 실제로 높은 등급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B커피는 세 커피 중 가장 등급이 떨어지는 커피였다. 바로 대표적인 로브스타 커피의 나라 베트남의 커피였다. 그래서 쓴 맛이 제일 강하게 느껴지고, 향과 맛도 없었다. 대신 누룽지 숭늉 끓인 것마냥 구수한 맛이 강하게 났는데, 이게 바로 로브스타 커피의 특징이라고 한다. 로브스타 원두는 인스턴트 커피의 주재료가 되는데, 우리가 로브스타 커피를 구수하게 느끼는 이유도 워낙 인스턴트 커피를 자주 마셔서 '익숙한 맛'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 커피는 끝맛이 텁텁하다고.


마지막으로 C커피는 특징이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향이 좋고 바디가 가벼워 산뜻한 맛이 난다고 한다. 그리고 살짝 '고구마향'이 난다고 하는데, 그건 내가 느끼지 못했다. 여하간 여성이 좋아하는 커피라고 하는데, 이 커피가 바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였다.


강사쌤은 커피의 특징만으로도 성별을 구분할 수 있다며, 특징이 강하고 바디가 묵직한 A커피는 '남성성'이 강한 커피고, C커피는 '여성성'이 강한 커피라고 했다. 나는 C커피가 더 산뜻해서 내 입맛에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나는 여성성이 강한 건가.


오늘 커핑테스트를 하면서 신기했던 건, 어쨌거나 내가 느낀 맛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커피를 더 선호하느냐는 개인의 기호에 따른 문제이지만, 적어도 각 커피의 특징은 정확히 캐치할 수 있어야한다. 


그런데 강사쌤이 내가 느꼈던 특징을 고스란히 언급하시는 것이 아닌가. '고추씨 볶는 냄새'도 그렇고, A커피에서는 신 맛이 도드라지고, B커피에는 쓴 맛이 도드라지고, C커피에서는 바디가 가볍다는 것까지... 내 입맛이 아주 둔하지는 않구나 싶어 뿌듯했다.


착한 커피의 의미


강사쌤은 오늘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아라비카'와 '로브스타'에 대해 좀 더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의 주재료가 값싸고 질이 떨어지는 로브스타 원두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커피를 배우면 배울수록 로브스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단다. 


그렇다고 로브스타가 마냥 나쁘다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단다. 베트남 커피에서도 느껴지듯이, 로브스타에는 '구수함'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미 유럽에서는 로브스타 원두를 같이 블렌딩하여 구수한 맛을 내는 커피도 유행을 하고 있단다.


하지만 분명한 건, 로브스타 원두를 적당히 섞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길거리에서 '착한 커피'라고 해서 1,000원, 1,500원에 파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커피값에는 브랜드값도 포함되어 있어 어느 정도 거품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커피에는 인스턴트용 로브스타 원두를 잔뜩 블렌딩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래서 커피를 제대로 배운 사람들은 맛을 보고 구수한 맛이 느껴지면 로브스타라 판단하고 더 먹지 말아야 한단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인스턴트 커피에 길들여져 그 맛이 구수하다고만 생각하고 오히려 더 많이 먹는다고 한다. 어쨌거나 그건 착한 커피라고 할 수 없단다. 진정한 의미의 착한 커피는 좋은 원두를 넣고 싸게 팔아야 착한 커피라고. 


그리고 아라비카와 로브스타는 카페인 함량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있다는데, 보통 2~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로브스타 커피를 많이 마시면 카페인 과다섭취로 건강에도 좋지 않단다.


결국 좀 비싸더라도 건강과 내 입을 생각한다면, 등급 좋은 아라비카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것. 그것이 오늘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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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은 지난 번에 이어 보라매역 인근에 있는 '커피공방 멜란지'에서 열렸다.


오늘은 '핸드로스팅'에 대한 수업이었는데, 지난 주 수업 말미에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강사님이 계속 "오늘 정말 더울 거다. 그래서 가볍게 옷 입고 오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겁을 주시는 것이 아닌가. 로스팅(볶기) 작업이라 계속 불 앞에서 작업을 해야하니 덥긴 덥겠지만, 설마 그 정도일까 싶었다.



핸드로스팅이란?


아무튼 홈바리스타 강좌를 듣기 시작한 지 8주차에, 드디어 처음 생두(원두가 되기 전 상태)를 만져보았다. 냄새도 맡아보고, 한두 알 입에 넣어 씹어도 보았는데, 정말 원두와는 맛과 향이 완전히 달랐다. (향은 미세하게 났지만 거의 안 난다고 보는 게 맞겠다) 단순히 가열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이렇게 맛과 향이 차이가 난다니, 참 신기했다.


핸드로스팅이란 말그대로 '손으로 커피콩을 볶는 것'을 의미한다. 로스팅의 단계는 총 9단계로 나뉘는데, 초기 3단계를 약배전(약로스팅)이라 하고, 중간 3단계를 중배전(중로스팅), 마지막 3단계를 강배전(강로스팅)이라 부른다고 한다. 어느 단계로 볶아야 한다는 정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개인의 기호에 따라 로스팅 단계는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하며, 각 단계에 따라 추출하는 커피의 종류도 다양하다고 한다. 우리가 수업 때마다 마시고 있는 드립커피는 중간 단계로 로스팅하고 있으며, 마지막 3단계 강로스팅은 진한 에스프레소용이라고 한다. 결국 로스팅을 강하게 할수록 맛과 향이 더 강해진다는 얘기다.


단순 반복의 연속, 결점두 골라내기


우리는 본격적인 로스팅에 앞서, 모아놓은 생두에서 결점두(불량콩)를 골라내는 작업을 했다. 모양이 마냥 못생겼다고 버리면 마실 게 없으니, 못생겼다고 막 골라내지 말고, 정말 이상하다 싶은 것들(속에 벌레 생기고, 곰팡이 낀 것들, 깨진 콩들)만 골라내라고 했는데, 해봤어야 알지... 하다가도 '내가 무슨 기준으로 콩들을 골라내고 있는 걸까...' 싶었다. 아무튼 내 기준이 맞는지는 모르겠다만, 결점두를 골라내는 단순 작업을 반복하다보니 나만의 기준이 생겨서 막 골라냈는데, 함께 수업 듣는 아주머니가 "이렇게 다 골라내면 먹을 게 없어"라고 하시면서 골라낸 콩들 중 다수를 다시 섞어버렸다. 음...


그리고 4명이서 한 테이블을 잡고, 각각 다른 로스팅 기구를 이용해 핸드로스팅을 해보았다.


<로스팅 기구 종류>


1. 도기 : 도자기 재질로 만들어진 팬으로, 예열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예열이 끝나고 나면 다른 기구보다 훨씬 로스팅 속도가 빠르다. 또한 콩을 집어넣고 배출하는 구멍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막혀있어 먼지가 날리지도 않아 청소하기도 편하다. 하지만 도자기라 무겁고, 열전도가 빨라 뜨거워서 오래 잡고 있질 못한다.


2. 통돌이 : 마치 다람쥐 쳇바퀴처럼 생긴 철제 기구로, 콩을 넣고 손으로 계속 돌려가며 콩을 볶는 방식이다. 큰 힘이 안 들고 편하지만, 사방으로 콩껍질이 날리고 연기도 많이 나서 가정용으로 쓰기엔 불편하다.


3. 수망 : 냉면 거름망처럼 생겨서 가볍고 편하나,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도기와 통돌이가 이미 로스팅을 마친 뒤에도 한참을 더 볶아야 비로소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로스팅의 순서


로스팅의 순서는 먼저 생두를 계속 볶아대는 '흡열반응'으로 시작한다. 이때는 생두가 열을 흡수하는 단계라고 한다. 그러다가 '발열반응'이 오기 시작하는데, 더 이상 열을 견뎌내지 못한 콩이 열을 밖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이를 '크랙'이라고 하는데, 팝콘 터지는 소리처럼 '딱! 딱!' 소리가 나서 '팝핑'이라고도 한단다.


이 발열반응은 1차, 2차로 나뉘며, 1차에서 팝콘 터지는 소리가 난 뒤에도 계속 볶다보면 2차 반응이 온다. 2차 반응의 소리는 1차와는 달리 모닥불 타는 '타닥타닥' 소리가 나며, 이 2차가 왔을 때 즉각 로스팅을 멈추고 쿨링(급속냉각)하면 드립용 중로스팅 원두가 탄생하고, 2차 소리가 온 뒤에도 불을 올려 계속 볶게 되면 또다시 '타다다닥' 하는 소리가 나는데, 이때가 강로스팅 단계라고 한다.


이처럼 로스팅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한 감각(촉각, 시각, 청각, 후각)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나도 오늘 로스팅을 해보니 확실히 재미는 있는데, 이걸 집에서 매번 해먹는 건 결코 녹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집에서 핸드밀로 원두를 직접 갈아 드립해서 먹는 것도 가끔은 번거롭다고 여겨질 때가 있는데, 생두를 볶는 작업까지 해야한다고 한다면... 웬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 아니고서는 매번 해먹기는 힘들 것이다.


로스팅을 마친 원두, 말 그대로 '갓 볶은 커피'는 바로 먹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향과 맛도 별로 없거니와 이산화탄소로 가득차서 건강에도 매우 안 좋다고. 적어도 2~3일은 숙성시킨 뒤에 먹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로스팅을 마친 원두에서는 향이 그닥 나지 않았다. 이게 3일 정도 지나야 비로소 지금 우리가 마시는 원두의 향이 난다고.



커피 한 잔에 담긴 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


여하간 오늘 핸드로스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세상사 결코 쉬운 일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커피의 가치를 너무 가벼이 여겨왔던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사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커피가 너무도 흔한 음료로 자리잡고 있다. 식당, 사무실 등 어딜 가도 믹스커피 한 박스가 하나씩 구비되어 있고, 집 밖을 나서면 온통 한 집 건너 전부 카페들이다. 이렇게 커피는 현대인들에게 밥 먹고 입가심용으로 가볍게 한 잔 하는 '식후땡'으로 자리잡은 지 꽤 오래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기까지 참 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이 담겨있을 거라 생각하니 결코 커피의 가치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되겠다 반성해본다.



커피는 참 매력적인 음료다. 그래서 끝까지 정복해보고 싶은 욕구가 든다. 단순히 바리스타 자격증을 노리고 커피를 배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이 커피라는 음료의 모든 것을 정복해보고 싶다. 그 길이 험난하겠지만, 세상사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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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딱히 강의랄 건 없었고, 지난 번에 예고했던 바와 같이 '핸드드립 경연대회'가 열렸다. 수강생 11명 중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린 사람에게 원두 한 봉지를 상품으로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안그래도 지난 번에 구매한 원두가 이날 아침에 내린 커피를 마지막으로 바닥이 나는 바람에, 새로 원두를 구입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내심 '오늘 핸드드립 대회에서 당당하게 우승해서 원두 한 봉 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원두 구입을 잠시 미루었다. 혹시 아는가. 만에 하나 다른 수강생들을 다 제치고 1등을 해서 얻게 될 지. 그러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원두 걱정이 없을 것 아니겠는가.


본격적인 드립을 하기 전에 오늘은 강사님이 직접 내려준 아이스커피를 한 잔 마셨다. 오늘의 커피는 '엘 살바도르 라호야 SHG'라는 원두로 내린 커피였다. 등급을 의미하는 SHG는 지난 번에 배운 SHB와는 또 다른 개념이었는데, SHB가 'Strictly Hard Bean'으로 속이 알차고 밀도가 단단한 원두를 의미한다면, SHG는 'Strictly High Grown'으로 매우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원두를 의미한다고 한다. 찾아보니 SHB나 SHG나 큰 차이는 없는 듯 하다. 둘 다 어쨌든 고지대에서 자라는 커피를 의미하며, 높은 곳에서 자라날수록 밀도가 단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등급을 적용하는 나라가 다르다는 점이 차이랄까.


아무튼 커피는 높은 지역에서 자란 원두일수록 훨씬 맛있고 가치가 높다고 하며, 오늘 마신 이 라호야 커피는 카카오의 쓰고 단 맛이 나면서도 신맛도 적당히 섞여 있는 커피라고 한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내공이 부족한 것인지, 원체 미각이 둔한 것인지, 향과 맛의 특징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이어서 본격적인 핸드드립 대회가 열렸다. 원래 11명이 수강을 하는데, 한 명이 오질 않아서(아싸, 경쟁자가 줄었다!) 10명이서 대회를 진행했다. 가장 먼저 열린 개인전에서는 한 명씩 드립을 해서 돌려가며 맛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같은 원두를 썼음에도 사람에 따라 맛이 각양각색이라는 점이 참 신기했다. 같은 등급의 원두를 같은 양 넣었고, 같은 도구를 썼으니 승부는 결국 '물붓기'에서 판가름이 난 것 같다. 붓는 물의 양과 물줄기의 속도 등에서 이 미세한 맛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10명이 드립을 하는 동안, 강사님은 잘못된 드립 방법이나 잘된 드립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 원두가루 이상 물을 부으면 맛이 연해지므로 안됨 (물이 일정 이상 차면 멈추고 다음 추출을 기다려야 함)

- 2, 3차 추출시에는 물줄기가 굵어져야 함 (1차 추출시에 이미 원두가루가 불어서 물줄기를 얇게 부으면 추출이 느려지기 때문에)


사실 10명의 커피를 돌려가며 마셔봤지만, 정말 심하게 연하게 우리지 않는 이상 맛의 차이를 그닥 느끼지 못했다. 내 미각이 정말 둔하긴 한가보다. 이래서 무슨 바리스타가 되겠다고... ㅜ.ㅜ


아무튼 강사님께서 높이 평가해주신 덕분에... 내가 우승을 차지했다. 


강사님 曰 "전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그래도 막내가 제일 잘 내렸다. 물줄기도 일정하게 잘 부었고, 드립퍼의 세 구멍에서 물이 잘 빠졌다. 좀 더 진하게 우렸으면 좋았겠지만, 향이 그대로 살아있다"며 칭찬해주셨다. 결국 커피원두 한 봉을 상품으로 득템했는데,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뭐가 뭔지 잘 몰라서 한 번도 마셔보지 않은 '케냐AA' 원두를 집어들었다.



이어서 '단체전'이 열렸다. 단체전은 5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팀별 대표가 드립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가장 맛있게 커피를 내린 대표가 속한 팀 5명에게 각각 원두 한 봉씩을 상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우리 팀은 나와 함께 유일한 남자 수강생이자, 제일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이 대표로 나섰는데, 설마 했는데 이분이 또 우승을 하셨다. 덕분에 나는 '인도네시아 만델린 G1'이라는 원두 한 봉을 추가 득템했다. 


결국 오늘의 위너는 나였던 듯... ^^ 

커피 두 봉 들고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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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주중 가장 바쁘면서도 즐거운 날이 바로 화요일인데, '해금 수업'과 '커피 수업'이 잇달아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함께 무예 배워볼과' 수업까지...) 억지로 하는 수업 같으면 화요일이 온다는 게 싫겠지만, 해금이나 커피나 내가 정말 배우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과목이거니와, 나날이 배우는 재미가 있어 몸은 고단해도 즐거운 하루다.


오늘로 벌써 홈바리스타 강좌도 6주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 딱 반을 한 셈인데, 벌써 반이나 했다는 것도 놀랍고, 이제 반 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홈바리스타 강좌가 끝나면, 곧바로 정식 바리스타 자격증반 등록을 할 생각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드립퍼들


오늘은 '각종 드립퍼'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드립퍼란 핸드드립 시 서버 위에 올려놓고, 커피를 여과시켜주는 도구를 의미한다. 그 종류를 살펴보면 크게 4가지로 나뉜다.


1) 멜리타

: 드립퍼의 시초. 독일의 멜리타 벤츠라는 여성이 개발한 드립퍼로, 남편에게 커피를 타주기 위해 고민하다가 개발한 것으로, 구멍이 하나 밖에 없다. 그래서 물이 잘 안 빠진다는 단점이 있다.


2) 칼리타

: 멜리타 드립퍼를 개조해 구멍을 세 개 뚫은 일본식 드립퍼. 멜리타 드립퍼에 비해 물이 잘 빠지는 관계로 초보자들에게 인기를 얻었으며, 드립퍼의 본고장은 독일로 역수출 될 정도로 히트 친 상품이다.


3) 고노

: 원뿔형 드립퍼로 융-드립의 맛을 내기 위해 고안된 드립퍼다. 리브(드립퍼 안에 새겨진 무늬인데, 갈비뼈의 Rib에서 비롯되었다. 숨구멍 역할을 하는데, 공기를 순환시켜 물이 잘 빠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가 곧은 직선이고 드립퍼의 절반 정도 길이 밖에 안된다.


4) 하리오

: 역시 원뿔형 드립퍼지만 리브가 고노와 달리 곡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위의 4가지 드립퍼는 드립퍼의 형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드립퍼를 만드는 제조브랜드이기도 하다. 드립퍼는 곧 '브랜드=형태'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자개발한 드립퍼가 있는데, '이정기 드립퍼'가 그것이다. 일본이 구멍 세 개 뚫은 드립퍼를 특허등록하는 바람에, 우리는 구멍을 두 개만 뚫어놓았는데, 그 드립퍼를 고안한 사람의 이름이 이정기라서, 이정기 드립퍼라 명명되었다.


커피의 기름까지 추출하는 '융 드립'


여기서 잠깐. 위에서 잠깐 언급한 '융 드립'은 무엇인가.


사실 커피에서 추출되는 커피기름은 커피의 향미를 돋구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과지를 이용한 핸드드립으로는 이 기름이 걸러져서 커피의 향미를 모두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이에 기름까지 모두 추출되는 '천'을 이용한 드립이 고안되는데, 이 천을 '융'이라고 한다. 이렇게 천을 이용해 드립하는 것을 '융 드립' 혹은 '넬 드립'이라고 한단다. 


융 드립의 경우 기름까지 추출되는 것은 좋으나, 물이 너무 잘 빠져서 커피가 진하게 우러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드립과는 달리 '점 드립'으로 추출한다고 한다. 테두리에 조금씩 '점'을 찍으면서 붓는 기법이다. 


이렇게 추출된 융 드립 커피는 바디(입에 감기는 맛을 의미)가 풍부하여 커피맛을 내는 드립으로는 최고지만, 소재가 천인만큼 관리가 매우 불편하다고 한다. 게다가 한 천당 많이 써봐야 최대 30회 정도 쓰면 버려야 한다고 한다.


이런 융 드립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드립퍼가 위에서 언급한 '고노'와 '하리오' 같은 원뿔형 드립퍼인데, 이 원뿔형 드립퍼는 원두가루를 평평하게 쌓는 것이 아니라, 소복하게 산처럼 쌓고, 가운데 구멍을 뚫어서 물을 부어 뜸을 들이는 방식으로 드립을 한다.


우리는 강사님이 직접 원뿔형 드립퍼로 추출한 커피를 맛보았는데, 확실히 기존의 드립과 달리 같은 원두를 썼음에도 커피 표면에 기름기가 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맛도 많이 달랐다.


코스타리카 따라주 SHB


참고로 오늘 마신 커피는 '코스타리카 따라주 SHB'라는 커피였는데, 코스타리카라는 나라의 따라주에서 채취한 커피라고 한다. SHB는 예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고지대에서 자라나 밀도가 높고 단단한 원두를 의미한다. 코스타리카 커피는 화산지대에서 자라는 커피로, 구수한 맛이 강하고 신 맛이 덜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나라는 인스턴트용 커피로 활용되는 로브스타 원두 재배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오늘은 커피 등급을 매기는 기준에 대해서도 공부했는데, 국가별로 등급을 매기는 기준이 제각각이며 일반적으로 '결점두(불량 원두)의 양', '원두의 크기, '재배 고도' 등 세 가지가 기준이 된다고 한다.


고양이똥으로 만든 커피 '코피 루왁'


곁가지 이야기로 오늘은 '코피 루왁' 커피의 기원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식민지 무역을 하던 네덜란드는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 커피를 재배하고, 열매가 열리면 죄다 거두어갔기 때문에, 정작 원주민인 인도네시아 주민들은 커피를 맛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는 루왁이라는 사향고양이가 살고 있었는데, 커피 열매를 먹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하지만 소화가 되지 않아 그대로 배설이 되었고, 커피가 너무나 먹고 싶었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루왁의 변에서 나온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이 원두는 사향고양이의 뱃속에서 발효되어 그 맛이 기가 막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그 유명한 '코피 루왁'의 기원이며, 이 맛을 모방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동물들에게 일부러 커피 열매를 먹이기도 한다는데 '코끼리똥 커피'도 있으며, 베트남은 족제비에 커피를 먹인 '족제비똥 커피', 다람쥐에게 먹이고 배설시킨 '다람쥐똥 커피'가 있다고 한다.


다람쥐똥 커피를 맛보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오늘 베트남 다람쥐똥 커피를 맛보았다. (일명 콘삭 커피) 베트남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인 로브스타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커피 원두 자체의 품질이 떨어지고, 너무 써서 연유를 타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핸드드립으로 추출하지 않고, '핀 드립'이라는 전용 드립퍼를 이용한 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우리는 오늘 핀 드립으로 내린 콘삭 커피를 연유에 섞어 마셨다. 커피가 너무 쓴 관계로 연유를 탔고, 인위적인 '헤이즐넛향'이 첨가된 커피였다. 달달하니 맛은 있었지만, 정말 자판기 커피 마시는 느낌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맛있다고 훌훌 마셨겠지만, 이제 제대로 된 원두커피를 즐기는 입장에서 이런 달달하고 인위적인 맛의 커피는 입맛만 망치는 것 같아, 몇 모금 마시고는 다 버렸다.


아무튼 오늘 강의를 통해 각종 드립퍼 종류를 배우고 나니 정말 커피의 세계는 끝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더니... 홈바리스타 강좌도 이렇게 배울 게 많은데, 정식 자격증 강좌는 또 얼마나 어려울까. 세상에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새삼 어느 한 분야든, 그 분야에서 전문가(대가)로 활동하는 이들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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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5주차 강좌 주제는 <카페메뉴 탐구>였다.


흔히들 카페에 가면 메뉴판 앞에 서서 '뭘 주문해야 하나...?' 망설인 경험이 한두 번씩은 꼭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항상 그러는 것 같은데, 매번 아메리카노만 먹을 게 아니라 다양한 커피나 메뉴를 즐겨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페 메뉴를 계속 들여다만 본다고 저게 뭔지 알 도리가 있나? 특히나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에 가면 중소 규모의 카페보다 그 메뉴의 종류가 훨씬 다양해서, 외계어를 적어놓은 것만 같은 메뉴판 앞에 서면 마치 어른 앞의 아이가 된 것마냥 작아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주문을 받는 알바생들은, 뭐가 그리 급하다고 내 얼굴은 빤히 쳐다보고 있는지. 메뉴판을 빠르게 눈으로 훑는 내 머릿 속에는 '아.. 도대체 뭘 주문해야하나' 하는 고뇌로 이미 과부하 상태에 빠져있거늘, 이미 그들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고객이 주문할 메뉴를 모니터에 찍을 준비를 하고 있고, 시선은 계속 나를 향하고 있다. 그 시선 속에서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어서 빨리 주문해!' 하는 느낌을 받는다. 소심한 나는 결국 그들의 눈치에 못 이겨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하고 항복하고 만다. 결국 카페 문을 당차게 열어젖힐 때와는 달리 내 손에는 늘 아메리카노만이 들려나올 뿐.


오늘의 강좌 <카페메뉴 탐구>는 바로 나처럼 카페에만 가면 소심해지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카페에 가서 만날 '아메리카노'만 시킬 게 아니라, 다른 메뉴들도 미리 알고 가서 색다른 커피도 한 번 시켜볼 줄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거다. 


강사 분이 사전에 준비해 온 프린트에는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메뉴들 몇 개가 나열되어 있었다. 실제 카페에 가면 이보다 더 많은 종류의 메뉴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만 공부한다고 해서 모든 카페를 정복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카페를 대표하는 메뉴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날 공부한 커피의 종류는 크게 아래 7가지로 정리된다.


1. 에스프레소 (일명 이탈리안 커피)

2. 아메리카노 (일명 아메리칸 커피)

3. 카페라떼 (일명 프렌치 커피)

4. 카페모카

5. 마끼야또

6. 꼰빠냐

7. 카페 프레도


생각해보면, 카페에 가서 멋도 모르고 '녹차 프라푸치노 한 잔이요', '샤케 라또 한 잔이요' 하고 용기 있게 생소한 메뉴들에 도전해본 적이 몇 번 있었거니와, 마시면서도 대체 이게 왜 '프라푸치노'이고 '샤케 라또'인지 알지도 못 하고 그냥 마셔댄 기억 뿐이다.


그리고 난 지금까지도 '샤케 라또'가 커피에 일본 술인 사케를 부어 만드는 음료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거. 그래서 술도 먹고 싶고, 커피도 먹고 싶을 때 '샤케 라또'를 시켜 먹으면서도 "이거 도수가 낮은가, 취하는 느낌이 안 드네" 했는데... 


강사 분 曰 "커피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샤케 라또' 하면 사케 넣어 만드는 줄 알기도 하더라구요 ㅎㅎ" 차마 "그게 전데요."하고 말할 수는 없었다.


카페메뉴 공부가 끝난 뒤에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즐겨 마셨다고 하는 일명 '황제의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웠다. 


고급 커피잔에 전용 스틱을 올려놓고, 그 스틱 위에 각설탕을 올린 뒤, 40도가 넘는 위스키를 살짝 붓는다. 그 다음에 불을 붙이면 알코올 도수 때문에, 불이 붙어 끓기 시작하는데, 끓으면서 녹아버린 각설탕과 위스키를 커피에 부어 마시는 것이다. 위스키의 향과 커피의 향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운(?) 맛을 냈는데, 위스키는 끓였기 때문에 알코올이 전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느낌 탓일까? 한 잔 먹고 나니 왜 나는 알딸딸한 느낌을 받았을까. 하긴 나는 무알콜 맥주를 마시면서도 취하는 느낌을 받는 이상한 놈이긴 하다.


이 황제의 커피는 나폴레옹이 여자를 꼬실 때 만들었던 커피라고 하는데, 확실히 만드는 과정 자체는 별 거 없지만, 워낙 신기해서 남자들이 여자 꼬실 때 보여주면 다들 껌벅 넘어갈 것 같긴 하다. 나도 나중에 한 번...?


PS. 오늘의 커피는 '에티오피아 시다모 G2'였다.


PS2. 몰랐는데 오늘이 강사님 생일이었다. 수강생 중 한 분이 미리 준비해 온 호두파이 케익으로 간단하게 생일파티를 하고, 직접 드립한 커피를 곁들여 호두파이를 먹었다. 참 훈훈한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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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