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독립운동가 후손 분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이분들은 한결 같이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살기 좋아졌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임시정부에서 비서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차리석 선생의 후손은 손목에 '이니시계'를 차고 다녔고, 만주 국민부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김진성 선생의 후손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드디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만 들어도 '문재인 대통령이 참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방부에서도 광복군을 뿌리로 하는 국군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극우세력들은 이조차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


당장 국방부에서 만든 이 영상만 봐도 그렇다. 광복군을 우리의 뿌리로 가르치는 영상을 두고서 '주적을 북한이 아닌 일본으로 교묘하게 바뀌치기함으로써 적화통일로 이끄려는 문재인 정권의 술수'라는 기가 막힌 발언도 눈에 띈다.


나는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더 이상 안 나오게 하겠다는, 그리고 그 말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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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역사를 통해 의식의 분단부터 극복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 적어도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역사학도들이라면 '통일사학'의 기치를 들고 갈라진 남과 북을 하나로 봉합할 수 있는 역사 연구가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주창해온 터다.


그런데 남과 북이 공동으로 기념할 수 있는 독립운동사업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이다.


북한에서는 기본적으로 우리와 독립운동사를 전혀 다르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목적이 일본에 맞서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항일투쟁이었다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투쟁을 이끌어 간 주체에 대해서 북한은 오로지 '위대한 수령 김일성 장군' 한 명만 추앙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에서는 '독립운동사=김일성 일대기'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외에 다른 독립운동가들은 모두 실패한 인물로 묘사한다. 심지어 김일성이 그렇게 존경했다던 안중근조차도 김일성보다 아래로 보고 깎아내린다.


독립운동사의 상징적 존재인 백범 김구 선생도 예외는 아니다. 김구 선생을 민족의 스승으로 높이 추앙하는 남한 사람들에겐 매우 불쾌할 수밖에 없는데, 북한에서는 김구 선생이 김일성에게 '귀의'했다고 가르친다.


노령의 김구 주석이 30대의 젊은 김일성을 만나 "수령님의 탁월한 영도력에 감명을 받았다. 저는 지금까지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 이제부터 수령님의 품에 안기겠다"며 무릎 꿇고 임정 주석의 인장을 갖다바쳤다고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생각하는 지점이 확연하게 다르다. 특히 어느 지점에 있어서는 함부로 얘기를 꺼냈다가는 자신들이 받들어 모시는 수령님의 신성한 권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내년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이번 사업을 제안했다.


임정은 북측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역사다. 대한민국은 국호(대한민국), 국기(태극기), 국가(애국가) 그리고 정체성(민주공화정)까지 임정의 법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수립되었는데 만약 임정의 역사를 인정한다면 북측 스스로 자신들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우려일 뿐이다. 남북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역사학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100% 공감하는 바이다. 그저 정부에서 잘 추진해서 이런 우려가 그냥 헛된 망상에 불과했음을 증명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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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와 묘역이 위치한 김해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평소부터 봉하마을은 꼭 한 번 다녀오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거리가 워낙 멀고 교통이 불편해 마음 먹고 가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그러다 이번에 출발 3일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술집 '관악바보주막'에서 단체버스로 당일치기 방문을 한다기에 충동적으로 신청해서 다녀왔습니다.



봉하마을이 워낙 멀기에 하루 안에 다 보고 돌아오려면 새벽같이 출발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출발장소인 신림역으로 향했습니다. 동이 틀 무렵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벌써 점심 때더군요. 한반도가 넓다는 걸 새삼 또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봉하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대통령의 집'이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서거 직전까지 머물렀던 집입니다. "이 집은 내가 살다가 언젠가는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집"이라는 유지에 따라 지난 5월 처음으로 민간에 개방됐습니다.



예전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집을 일컬어 '아방궁'이라는 표현을 써서 물의를 빚은 바 있지요. 당연히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대통령의 집인데 일반 주택보다는 호화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꼼꼼하게 둘러봤습니다. 


그러나 두 눈으로 직접 본 대통령의 집은 아방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방궁은커녕 우리 주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소박한 집 한 채만 있더군요. 다만 이 집엔 '철학'이 있다는 것이 여느 집과는 다른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집은 흙, 나무 등 자연재료를 이용해 설계됐다고 합니다. 또 주변 산세와 이어지면서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 지붕을 낮고 평평하게 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붕 낮은 집'으로도 불립니다.


방에서 다른 방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계속 밖으로 나오게끔 설계가 됐다고도 합니다. 이유인즉슨, 다른 전직 대통령들처럼 안에만 꽁꽁 틀어박혀 있지 말고 억지로라도 계속 밖에 나와서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걸 느끼며 자연과 더불어 살라는 건축가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손님을 맞이하던 사랑채에는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표어가 액자에 걸려있습니다. 그 아래 웬 낙서가 있길래 의아했는데, 손녀가 한 낙서라고 합니다. 뭔가 인간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서 뭉클했습니다. 



대통령 내외가 휴식을 취하던 안채(거실)를 지나면 서재가 나옵니다. 서재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그는 참모들과 함께 마을 생태계 복원과 민주주의 연구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서가에는 수많은 책들이 꽂혀 있었는데 총 919권이라고 합니다. 책상 위에는 그가 서거 직전까지 읽던 책들도 올려져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출판사 다니는 입장에서 우리 출판사 책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없더군요. 아쉬워라...


노 전 대통령은 하루에 책을 5~6권씩 번갈아가며 읽는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저도 매우 비슷한 스타일인데요, 그만큼 지적 욕구가 왕성했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퇴임 후 그가 남긴 육필 원고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했는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그가 가진 지식의 원천이 모두 이 책들에서 비롯된 셈입니다.


책 읽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을 만나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지적 능력이 결여된 이를 지도자로 세우게 되면 나라와 국민이 얼마나 불행해지는지 우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은 바 있지요. 문재인 대통령도 '책 읽는 대통령'이라는 컨셉을 강조하던데, 앞으로도 책 읽는 사회 만들기에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드디어 대통령의 묘역으로 향했습니다. "집 가까운 곳에 작은 비석 하나만 세워달라던" 유서 내용 그대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은 역대 전직 대통령들 묘역 중에서도 매우 소박하게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대통령 노무현'이라 새겨진 작은 너럭바위 하나만이 이곳이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이 잠든 곳임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 아래 새겨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문구가 뭉클하더군요. 연신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제게도 9년 전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2009년 5월 23일, 당시 고3이었던 저는 토요일이었음에도 모의고사를 보기 위해 등교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뇌졸중', '노무현 전 대통령 음독' 등 노 전 대통령의 유고 소식이 확실치 않은 상태로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별 생각 없이 집을 나섰다가 하굣길에 노 전 대통령의 투신과 서거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더랬지요.


영결식이 있던 29일은 학교 전체가 울음바다였습니다. 어느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영결식 생중계를 틀면서 학생들과 함께 보다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고, 또 어떤 선생님은 "이게 나라냐"면서 교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때까지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던 저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요. 이래저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그의 서거를 계기로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인 듯 합니다.


묘역 참배 후에는 봉화산에 올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발자취를 더듬기 위해 봉화산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세상을 굽어봤던 장소, 세상과 작별인사를 나누던 부엉이바위는 펜스와 철조망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관람객들은 아쉬운 마음을 이기지 못했던지 펜스를 넘어 부엉이바위 근처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비록 펜스로 막혀 있었지만 부엉이바위는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가파른 낭떠러지 끝에 서서 바라본 이 세상의 마지막 모습은 어땠을까. 참 가슴이 착잡해지더군요.



내일이면 벌써 그의 서거 9주기를 맞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도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하는 헛된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과연 무슨 말을 했을까요. 무너진 민주주의를 깨어있는 시민들이 조직된 힘(촛불)으로 바로 세우는 모습을 보고 못내 뿌듯해하지 않았을까요. 그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 그가 못 다 이룬 꿈을 실천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모습을 보면서 "야! 기분 좋다!"고 외치지는 않았을까요.



노무현 대통령 서거 9주기를 맞아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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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1&aid=0010047363


2018 남북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사상 최초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방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듯 합니다. (비록 판문점 구역 안으로 제한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쟁점 중 하나가 바로 김정은이 우리 대한민국 국군을 사열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습니다. 보통 외국 정상이 국빈으로 방한하게 되면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서서 우리 국군 의장대를 사열합니다. 김정은 역시 우리 정부가 '국빈 대우'를 한다고 알려졌기에 우리 의장대의 사열을 받을 것이냐 말 것이냐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지요.


설마 설마 했는데 결국 김정은이 국군 사열을 받는다고 보도가 나왔네요. 이건 가벼이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댓글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여론들도 좋지 않습니다. 저 역시 민주당원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통일지상주의자지만 이번 문제만큼은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아직까지 북한은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목함 지뢰 설치 등 각종 도발을 자행한 주적이며, 김정은은 그 수괴입니다. 지금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해서 적국의 수괴가 아닌 건 아닙니다. 적국의 수괴에게 우리 군이 사열을 받는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는 생각합니다. 아마 이번 사열은 북측에서 먼저 강하게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정부가 굳이 국민 여론이 나빠질 게 뻔한 김정은의 사열을 앞장 서서 추진했을 리는 없고 북한이 '선례'를 들어 자신의 최고령도자에 대한 남측의 예우를 요구했겠지요.


그 선례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각각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했던 것을 말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도 너희 최고지도자로부터 사열을 받았는데, 왜 우리 지도자는 못 받느냐"고 나설 명분이 있는 셈이죠.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논리 앞에서 딱히 반박할 명분을 찾기 힘들었을 겁니다.



더욱이 한반도에 봄이 오려는 마당에, 그깟 의전 문제 하나가 걸림돌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무릎을 꿇고 건달의 다리 사이를 기어간 한신의 고사처럼 두 눈 질끈 감고 잠깐 고개 한 번 숙이는 게 훨씬 실리적인 태도일 수도 있습니다. 사열 한 번 해주는 대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논의에 진지하게 임한다면 까짓거 한 번쯤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국제사회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법이니까요.


그럼에도 이번 결정을 지지하기 힘든 건, 역시 그들의 도발에 꽃다운 생명을 잃은 우리 국군 용사들과 남은 유족들 때문입니다. 특히 자식과 형제들을 가슴에 묻은 유족들 입장에서 김정은이 우리 군을 사열하는 장면을 보면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 찢어질 듯 합니다. 그런 유족들의 감정을 생각하면, 이번 결정을 덮어놓고 잘했다고 지지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에 달렸을 듯 합니다.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래서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된다면 이번 사열 문제도 평화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이자 빅픽처로 재평가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다시 태도를 바꾸어 우리의 뒷통수를 치는 순간, 이번 문제는 문재인 정부를 레임덕에 빠트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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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드디어 역사적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우리 대한민국 가수들로 구성된 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보도된 선곡 리스트를 보니 대부분 남한 가요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남한의 최신 가요들을 부르는 것도 좋지만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좀 더 회담의 성격에 맞는 의미 있는 노래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남북한은 그동안 군사적 대치와 문화적 단절로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 주민들의 동질성 회복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한때 한민족이었음을 상기시켜주는 노래를 이번 공연에서 부를 것을 제안합니다.


대표적으로 독립군가가 있습니다.


독립군가는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독립군들이 만주 벌판에서 일제와 맞서 싸울 때 부르던 노래입니다. 그 당시에는 남도 북도 없었습니다. 그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 하에 똘똘 뭉쳐 한 목소리로 군가를 부른 '한민족'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러한 독립군가를 우리 예술단이 부른다면 서로의 역사적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했을 때, 북측 영접단도 독립군가의 일종인 '용진가'를 연주한 바 있습니다. 이는 남과 북이 함께 일제와 맞서 싸웠던 역사를 되새기며 다시 하나로 나아가자는 뜻이었습니다.



아울러 이번 공연에서 독립군가가 공연된다면, 독립군가를 점점 잊어가는 우리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도 의미 있는 역사교육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러한 뜻을 청와대에 전달코자 국민청원을 올렸으니 동의하시는 분들은 적극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주변에도 널리 퍼뜨려주세요!


▶ 청원하기: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7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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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위협받는 국가유공자들의 삶, 국가무한책임은 어디로?



링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449&aid=0000132522&sid1=001


2007년 창설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6.25 전쟁 당시 전사한 호국영령들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된 부대다.


국유단은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에 대해 그것이야말로 '국가무한책임'을 완수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은 국가가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백 번 옳은 말이다.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꽃다운 청춘을 불살라가며 희생한 모든 국가유공가자들은 그에 걸맞는 대우와 보상을 받아야만 한다. 여전히 이름 모를 산야에 묻힌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는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일을 영구 지속사업으로 국가가 주도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국가무한책임의 범주에는 지금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생존 국가유공자들도 포함되어야만 한다. 우리나라에는 '국가보훈처'라는 기구가 있어 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모든 국가유공자들에게 그에 걸맞는 대우와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1연평해전에 참전해 우리 해군의 승리를 이끌었고, 그 댓가로 자신의 소중한 삶을 잃은 한 참전용사가 편의점에서 콜라를 훔치다 적발됐다는 사연은 보훈처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


물론 보훈처에서도 국가유공자를 보살피기 위해 연금을 지급하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살 곳이 없어 고시원을 전전하거나 당장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해 폐지를 줍는 등 생계에 위협을 받는 국가유공자들의 이야기가 매년 들려오고 있으니, 과연 이들을 위한 보훈처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국가유공자를 위한 제도가 형식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보훈처가 미처 살피지 못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고위공직자 중 '적폐청산' 1호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전격 경질하고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보훈처의 위상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겠다는 등 보훈사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제 그 의지에 걸맞는 실천이 필요할 때다.


2017년 6월 24일


역사독서모임 독사신론(讀史新論)

(http://facebook.com/suhistory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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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변은 없었다. '어대문'은 사실이 됐다. 아직 최종 확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개표 상황만 놓고 보면 그는 내일 무사히 청와대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대선에서 나는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그에게 표를 선사했고, 결국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크게 낙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나는 그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나의 뜻이 있어 내 소신대로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다. 물론 그 전략도 기본적으로 어대문이 될 거라 확신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를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홍준표와 같은 자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다. 그리고 어차피 될 거라 생각했던 그가 대통령이 됐으니 안심이 된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는 게 과연 옳은 걸까 회의적이지만 적어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 바뀌면 많은 게 바뀌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근 10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는 고무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치러진 보궐선거로 당선된만큼 그에게는 당선의 기쁨보다는 앞으로의 과제 수행을 위한 막중함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지난 정권의 적폐를 모두 청산하고 광장을 반으로 갈라놓은 촛불과 태극기의 민심을 하나로 봉합하는 일이 시급하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있다.


그의 당선을 축하하며 그가 성공적인 대통령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의미에서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낙선했을 당시 시민들이 그에게 헌정했던 광고영상을 그에게 다시 헌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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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http://omn.kr/n724


대선 주자들의 동성애 반대 발언으로 인한 논란이 한창이던 와중,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던 성소수자 지인 한 분에게 조심스레 인터뷰를 요청했다. 당신의 목소리를 그들에게 들려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인터뷰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인터뷰를 마치는 순간까지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나의 생각없는 질문 한 마디가 그에게 또다른 상처가 되진 않을까 두려웠던 탓이다. "불편하시면 언제든 말씀해달라"는 말을 하며 가르침을 청하는 자세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와 대화하는 2시간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함께 분노했다. 군이 그의 성 정체성까지 파악해 신상정보에 기록하고 있었던 점, 그로 인해 일부 몰지각한 간부들에 의해 아웃팅(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성 정체성이 밝혀지는 행위)이 이뤄지는 바람에 성희롱을 당해야만 했던 경험들을 들으며 함께 욕하고 함께 화를 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사를 쓰기 위해, 그와 인터뷰한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비로소 성소수자들이 대선 주자들의 한 마디에 그렇게까지 분개할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가 인터뷰를 통해 주장한 내용들은 여전히 사회적 논쟁거리다.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나 역시 그의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군 내 동성 간 연애행위 허용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동성애라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감정마저 억압하고 차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 역시 강하게 반대한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그의 삶 그리고 성소수자들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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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습니다.

뭐 더 할 말이 있겠습니까. 사실 탄핵소추안 발의부터 헌법재판소의 인용에 따른 파면, 그리고 구속까지... 모든 게 순리대로 흐른 것일 뿐입니다. 다들 예상했던 부분들이고요. 그럼에도 가슴이 아픕니다.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룩한 민주주의가 무능하고 부패한 후대 대통령에 의해 어떻게 무너져버렸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한국현대사의 또 다른 비극인 셈이죠.

박근혜가 구속되면서 오늘 아침 가수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노래가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하여간 네티즌들의 재치란. 그 노래보다는 이 노래를 한 번 들어보는 게 어떨까 싶어 공유합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찾은 영상인데, 18대 대선 직전에 제작된 노래 같습니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의 일이라 아마 누가 됐든 다음 대통령만큼은 부정축재 및 측근비리가 없는 훌륭한 지도자이기를 바라며 쓰여진 곡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염원이 무색하게도, 끝내 우리는 또 한 명의 '범죄자'로 전락한 대통령을 보고야 말았네요. 역대 대통령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존경할 만한 지도자가 몇 없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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