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간 친구가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현재 소년원 교도관으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부모님은 두 분 모두 한국에 거주하고 계시기 때문에 종종 한국에 놀러오곤 합니다. 일 때문에 자주 오지는 못하고 몇 년에 한 번씩 휴가를 내서 옵니다.


사는 동네도 같거니와 중학교 때 캐나다로 훌쩍 떠나버린 터라, 그 친구에겐 절친한 단짝이라곤 저밖에 없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 오면 어떻게 해서든지 시간을 내서 자주 만나곤 합니다. 


한 번은 제가 군대 있을 때 그 친구가 놀러왔는데 부대까지 피자를 사들고 면회를 온 적도 있었어요. 한국 사는 친구들조차도 면회를 한 번 안 왔는데, 퍽 감동이었죠. 저도 휴가 나가서 그 친구와 시간을 보냈고, 전역하고 바로 다음 주에 그 친구가 또 한국에 왔을 때도 한동안 그 친구랑 실컷 놀았더랬죠.


한 달 전에 이 친구가 휴가를 얻어서 한국에 또 왔는데, 이번엔 애석하게도 제가 취직을 하는 바람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이 친구도 오랜만에 한국 와서 여기저기 인사 다니느라 바빠 결과적으로 옛날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진 못했어요.


이 친구가 내일 저녁 비행기로 다시 캐나다로 떠난다기에, 아쉬운 마음에 오늘 만나서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워낙 맛난 건 자주 먹고 다녀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무난하게 보라매공원 근처에 있는 '이태리 부대찌개' 집에서 해결했습니다.



보라매공원으로 운동하러 갈 때마다 늘 지나쳤던 곳인데, 이렇게 친구와 와서 먹게 될 줄은 몰랐네요.


오랜만에 부대찌개를 먹으니까 맛나고 좋습니다. 차라리 점심에 먹었던 군인공제회 뷔페보단 훨씬 나았어요. 9,000원짜리 부대전골 2인분을 시켜서 먹었는데, 양도 푸짐해서 장정 둘이 먹는 데도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길 정도였습니다.


참고로 여긴 육수, 밥, 사리가 무한리필입니다. 

그 친구나 저나 앉은 자리에서 두 공기를 뚝딱 해치웠습니다.

배불리 먹은 뒤에 근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함께 동네까지 걸어와서 헤어졌습니다.


내일 공항에 마중 나가면 좋겠지만, 저도 다음 날 출근이고 밀린 일들이 많아서 결국 오늘 저녁을 마지막으로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습니다. 확실히 학생일 때가 좋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일 때문에 단짝 친구 멀리 가는 데 배웅하는 것조차 못 하는 현실이라니.


돌이켜보면 티격태격 자주 싸우기도 하고, 제가 많이 귀찮게 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늘 웃으면서 받아주는 좋은 친구입니다. 현재 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기도 하고, 한국을 계속 그리워해서 한국으로 도로 들어오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하는데 모쪼록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왕 한국에 돌아와서 서로 왕래하면 더 좋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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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 근처에 '쩐호우 양꼬치'라는 유명한 양꼬치&훠궈 식당이 있습니다.


양꼬치는 1인당 13,000원에, 훠궈는 1인당 15,000원에 2시간 무한리필입니다. 저로서는 집 근처에 이런 식당이 있는 게 여간 반가운 게 아닙니다. 예전에 한국형의권연구회 회식 때 한 번 방문했던 곳인데, 자주는 아니어도 어쩌다 한 번씩 양꼬치나 훠궈가 생각날 때면 친구들을 데리고 여기로 옵니다.


평소엔 양꼬치를 즐겨 먹었지만, 오늘따라 훠궈(중국식 샤브샤브)가 무척 당겨서 훠궈를 먹었습니다. 사실 겨울이 가기 전에 훠궈를 먹지 않으면 무척 아쉬울 것 같아서요.


원래 훠궈에는 중국 바이주를 곁들이면 정말 쥑이는데, 제 친구나 저나 술을 자제하고 있는 터라 아주 건전하게 음주 없이 오로지 훠궈로만 배를 채우다 나왔습니다.




훠궈를 배터지게 먹고난 뒤에는 좀 걷다가 보라매공원 근처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파르페를 사먹었습니다. 



제가 먹은 건 '마카롱 파르페', 친구는 '오레오 파르페'를 먹었습니다.

그냥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이것저것 얹은 것 뿐인데 가격이 6천 원을 훌쩍 넘더군요.

요새 물가 ㅎㄷㄷ 합니다.


옛날엔 친구들 만나면 가볍게 마시는 게 커피 한 잔이었는데, 요새는 결코 '가볍게'라는 표현을 쓰기 힘든 듯 합니다. 가끔은 기분 내키는 대로 폼나게 친구들한테 한 턱씩 내고 그래야하는데, 당장 저부터도 커피 한 잔에 손이 바들바들 떨릴 지경이니. 확실히 잘 벌고 볼 일인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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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강원 산간에 내린 눈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동장군의 마지막 발악이었나보다.

4월이 되자마자 거짓말처럼 날씨가 따뜻해졌다.

힘 잃은 바람은 뜨거운 햇볕 아래 맥을 추지 못하고

돋아나는 잔디와 피어난 개나리, 목련은 기어이 봄이 오고야 말았음을 말해준다.


잘 가라 겨울아.

머지 않아 또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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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무예 수련을 하러 보라매공원에 자주 갑니다.


아무래도 권가를 치다보면 멀리까지 갔다오는 일이 잦다보니, 일부러 무기는 들고 다니지 않고 있습니다. 잠간 놔뒀다가 누군가 집어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요. 무기술은 항상 집에 와서 따로 수련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는 무기를 들고 갔습니다. 좁은 공터가 있는데, 제 바로 옆에다가 놓고 그 옆에서만 살짝 권가를 칠 요량으로 들고 갔습니다. 거기는 솔직히 제 시야에 들어와있는 곳이라 설마 싶었지요.


하필이면 날이 많이 풀려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게 함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개인수련터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더군요. 그때 그냥 나왔어야 했는데... 수련하면서도 영 불안해서 목도가 잘 있나 확인하긴 했습니다. 몸을 풀 때까지는 있는 걸 확인했는데, 권가를 치는 그 잠깐 사이에 뒤돌아보니 사라지고 없더군요.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열이 확 솟구쳤습니다. 제 목도였으면 그냥 똥 밟은 셈 치고 말 일이었지만, 함께 수련하는 사형에게 어렵사리 빌린 물건이라 반드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그 형님께 어떻게 말해야할까 당황스러우면서도 옆에서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운동하고 있는데도 슬쩍 훔쳐간 놈이 너무 괘씸해서 몸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습니다. 정말 그 넓은 공원을 계속 땀나도록 뛰어다녔습니다. 너무 열받아서 발견하면 아마 주먹부터 날아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화가 잔뜩 난 상태였습니다.


정말 잠깐 사이에 잃어버린지라, 금세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습니다. 하필 그날따라 사람이 너무 많더군요. 게다가 그놈이 어디로 튀었는지조차 알 길이 없으니... 다시 수련터로 뛰어와보니 CCTV가 있었습니다. 일단 CCTV를 확인해서 인상착의나 그놈의 도주방향이나 파악하자는 심산으로 관리사무소로 뛰어갔습니다.


관리사무소 직원 曰 "경찰관 입회 하에만 CCTV 열람이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법이 그렇다는데 제가 더 할 말은 없었습니다. 어쨌건 제겐 귀중한 물건이니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관을 불렀습니다. 경찰관을 대동하고 들어갔더니 이제는 "조작할 줄 아는 담당 직원이 없어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엉뚱한 소리를 내뱉는 겁니다. 왜 그런 말을 이제 와서 하는 건지. 일단 그건 차치하더라도 담당 직원이 없어 주말엔 CCTV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말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았습니다. 순간 얼굴이 시뻘개져서 목소리를 좀 높였습니다.


"제가 잃어버린 물건이야 그렇다쳐도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처해도 담당 직원이 없다는 이유로 주말엔 CCTV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이게 올바른 행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직원 말이 정말 심각하고 위급한 일이면 담당 직원을 불러서 확인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그것도 말은 안된다고 봅니다. 모든 일엔 '골든 타임'이란 게 있는 법인데, 그 직원이 언제 올 줄 알고 사건이 터진 후에 부른단 말입니까. 사실 제 목도의 경우도 그 범인이 공원을 나가기 전에 확인했으면 찾을 확률이 높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보니 결국 놓쳐버린 것 같아 관리사무소 측에 더 화가 납니다. 그래서 서울시에도 정식으로 민원을 접수했습니다. CCTV 열람 절차가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빌려주신 사형께도 연락을 드렸습니다. 웃으면서 이해는 해주셨지만, 개인적으로는 민망하고 송구스러워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게 뭐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물건이면 하나 새로 장만해드리겠지만, 수제로 만든 물품이라 구할 데도 없다는 게 문젭니다. 나중에 공동구매를 하게 되면 새로 사달라고는 하시는데... 공동구매를 언제 하게 될지도 요원하고... 어제 이 일로 하루종일 우울하기도 하고 화가 나서 아무 것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수련할 맛도 안 나더군요.


일단 경찰에 정식으로 사건 접수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겐 그냥 목검일지 몰라도 제겐 남이 빌려준 소중한 귀중품입니다. 물건은 꼭 찾고 말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훔쳐간 놈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남의 물건에 손대는 사람은 물건값의 높고 낮고를 떠나서 무조건 혼나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목공방도 한 번 알아볼 생각입니다. 비용이 얼마가 들든 일단 빌려주신 목도만큼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 곳에서 목도를 하나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혹시 이 글 보시는 분들 중에 잘 아는 목공방이 있으면 추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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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관악점 지하 푸드코트에서 사먹은 '가츠동'.


먹는 내내 일식을 좋아하시는 블로그 친구 분이 떠올랐습니다.

6,500원인데... 언젠가 신촌에서 먹은 가츠동만 못했습니다.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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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 시츄 보리와 함께 보라매공원에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강아지를 입양한 것도 저고, 새끼였던 애를 인천까지 가서 데려온 것도 저였는데 입양하고 얼마 안 되어 군대에 가는 바람에 보리한테 많은 애정을 주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저보다도 어머니를 열심히 따르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산책을 데려가려고 하면 신나서 꼬리를 흔들고 따라가는데, 제가 데려가려고 목줄을 들면 기겁해서 도망가더라고요. 


뭐 자주 안 데려간 제 책임도 있기 때문에... 새해에는 보리랑 좀 많이 놀아줄 요량으로 시간 내서 보라매공원까지 다녀왔습니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평소에 개를 데리고 공원에 가면 개에 신경쓰느라 제 수련을 못하기 때문에 절대 안 데려갔더랬습니다. 생각해보니 정기수련이 있는 날엔 어차피 수련을 따로 하니까 시간 내서 산책을 다녀와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오늘이 딱 그 날이었고요. 날도 많이 풀려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보라매공원에 새로 개장한 '반려견 놀이터'에 가서 놀아주려고 했는데, 애석하게도 동절기 휴장이라고 하네요. 앞에까지 갔다가 크게 실망하고 돌아왔습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공원에 개들도 많이 안 보이더라고요. 평소 같았으면 발에 돌부리 채이듯 널린 게 개들이었는데 말이죠. 보리가 숫기가 없어서 다른 개들하고 좀 접촉을 자주 해야하는데, 지금도 개들을 보면 겁 먹고 도망다녀서 걱정입니다.


아무튼 날이 추워서 오랜 시간 놀진 못했지만 오며가며 그리고 공원 잔디밭에서 뛰면서 바람도 쐬고 보리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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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밥인 줄 아는 걸까  (0) 201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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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크리스마스였죠. 저같은 솔로들은 이런 날 '방콕'하며 <나홀로집에> 시리즈나 정주행하는 게 맞겠지만, 연휴라고 집에만 있기 뭐해서 일부러 밖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제 눈을 괴롭히는 연인들의 달달함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원래 일요일이라 그런지 특별히 연휴 분위기도 안 나고, 눈도 안 와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그닥 안 나더군요. 날도 많이 풀려서 야외수련하기 아주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그래서 보라매공원에 가서 무예 수련을 했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 보라매공원 대신 중앙대에 수련터를 만들어 운동하고 있는 터라 보라매공원은 또 오랜만에 가는 셈입니다. 확실히 그 사이에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지 수련터 풍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창으로 찌르고 베던 수풀들은 어느덧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있었습니다. 제 키보다 높았던 게 시들고 나니 배꼽 아래까지 내려와 있더군요.


아직 배운 게 많지 않아 열심히 참장과 질보 수련만 하다 왔습니다. 사부님이나 사형들이나 "처음엔 지루함과 싸우는 게 가장 큰 수련"이라고 강조하곤 하시는데, 부족한 게 많기 때문에 지루할 겨를 없이 수련에 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목검도 챙겨나가서 검술 기본기와 본국검으로 땀도 좀 빼줬습니다. 어디 가서 장기자랑용으로는 이만한 게 없는 터라, 가끔씩은 투로를 잊지 않는 선에서 연습을 해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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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월도 들고 바깥 나들이  (2)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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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덕분에 어제, 오늘은 간만에 집 밖에 나가서 수련을 했습니다. 늘 가던 보라매공원에 가서 칼을 좀 휘둘렀더니 땀이 쫙 나네요. 여전히 덥긴 하지만, 그래도 수련하기에 나쁜 날씨는 아닌 듯 합니다. 딱 5월쯤의 날씨인 것 같아요. 앞으로는 추워질 일만 남았네요.


수련을 마치고 평소 오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우회해서 와봤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하굣길이기도 했고, 입대 전 모교에서 야간자율학습 감독 알바를 할 때 출퇴근 하던 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겐 참으로 친숙한 거리죠. 그런데 오래간만에 가봤더니 그새 또 많이 변해있네요. 


요새는 어딜 가도 다 그런 것 같습니다. 한 달 정도 텀을 두고 가보면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져요. 신장개업한 지 얼마 안된 음식점들이 그새 또 다른 간판으로 바뀌어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심지어 저희 집 앞에 있는 치킨집은 개업 한 달도 안되어서 폐업하고, 과일주스 가게로 바뀌었더라고요. 제가 지금까지 본 업소 중 초고속으로 바뀐 케이스입니다. 


어제도 이 길을 걷다가 이렇게 번화가로 바뀐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보면 변두리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인데, 생각보다 술집이며 맛집이 많이 들어왔더라고요. 뭐 집 가까운 곳에 맛집이 많이 생기니 반가운 일이긴 한데, 아쉬운 느낌도 듭니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거리의 모습이 바뀔수록, 제 추억도 빛을 바래가는 것 같아서요. 제가 유난히 과거에 집착을 많이 하는지라, 제 유년시절의 추억이 깃든 장소가 바뀌면 마음도 많이 울적해집니다. 그래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몇몇 가게들이 제 추억을 유지시켜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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