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차회(茶會)란 곳에 다녀왔습니다.


말그대로 차예관(찻집)에 모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정기적으로 존재하는 모임이 아니라, 그냥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가면 그게 차회고, 찻집 네트워크를 따라 초면의 사람들끼리 모여 차를 마시면 그게 또 차회가 되곤 합니다.


집에서 마시던 보이차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찻잎을 새로 사기 위해서라도 차관에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마침 지인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에 차회를 연다고 하니 같이 가보자"고 권유받아서, 함께 다녀왔습니다. 차회가 열린 장소는 보이차 전문점인 지유명차 청담점이었습니다.


지난 번에 갔던 인사점과는 달리 독립된 점포가 있어서 규모가 큰 편이었습니다. 보이차와 차구(茶具: 차를 내리는 도구)가 정말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가격들이 후덜덜하더군요. 눈에 탐나는 것만 보이면 가격 생각 않고 일단 지르고 보는 저조차도 수십 번씩 고민하게 만드는 가격들이었습니다. 보이차를 내려마시는 자사호(찻주전자)가 최소 7만원에서 비싸게는 120만원까지 있더군요. (물론 그보다 더 비싼 자사호도 얼마든지 많다고 합니다) 보이차 역시 '차테크'란 말이 존재할 정도로 가격대가 다양한 편이지요.



커피가 그랬듯이, 차를 내려 마시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도구 욕심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개완(중국식 찻잔)이나 표일배(간편하게 내려마시는 휴대용 도구)를 통해 차를 내려마십니다만, 정말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갖춰야 할 도구들이 꽤 많은 편입니다. 어차피 평생 마실 차라면 도구를 언젠가 갖추긴 해야할 터인데, 솔직히 아직까지는 차 구매를 소비 1순위로 맞추기엔 부담스럽습니다. 어떤 도구가 좋은지도 잘 모르는 터에 무작정 지르고 보기에 가격 데미지도 너무 큰 것 같고요. 


이날 차회에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그쪽 점장님도 "일단은 도구 욕심 내지 말고 지금 있는 도구로 차만 열심히 마시라"고 조언을 해주시더군요. 이런 차회에 자주 와서 다양한 도구로 차를 내려마시다보면, 자연스레 경험으로 터득하게 된다고. 도구는 그때 가서 사도 괜찮다고 하네요. 아쉬운대로 일단 찻잎만 사왔습니다. '지유소타'라는 보이찻잎과 '매점'이라는 우롱찻잎을 데려왔습니다.



(가격대가 얼마로 보이시나요. 저 작은 자사호가 120만원, 파란색 개완이 40만원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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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흥미로운 소식입니다.


조선시대 권법에 관한 논문이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군사> 101호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수원 무예24기시범단의 최형국 박사님께서 쓰신 논문입니다. 



(사진 출처: muye24ki.com)


그렇게 긴 분량의 논문도 아니고, 문화사적 관점에서 쓴 논문이라 읽기 어렵지 않습니다. 무예를 수련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조선시대 군사들은 맨손무예를 어떻게 익혔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동작의 고증은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보고 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지만, 이렇게 남아있는 사료들을 통해 학술적으로는 대략적인 추정이 가능합니다. 조선군이 병영에서 어떻게 권법을 익혔고, 권법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면 논문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만, 아래 논문 PDF 파일을 따로 첨부해뒀습니다. 편하게 다운받아서 읽어보시면 됩니다.



조선후기 권법의 군사무예 정착에 대한 문화사적 고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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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입문 이후로 5년 가까이 애정을 갖고 수련해왔던 무예24기를 잠시 관두기로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태극권, 홍가권, 영춘권 등 다양한 무술을 수련해왔음에도, 제일 오랜 시간 그리고 제일 열심히 수련했던 무예가 바로 무예24기였습니다. 군 복무 중에도 짬짬이 수련을 해왔고, 휴가 중에도 반드시 수련터에 나가 사부님께 교정을 받았을 정도니까요. 물론 그 애정은 지금도 식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옮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저 칼과 창을 휘두르는 맛이 좋아서 무예24기를 해오긴 했지만, 제 마음 속에는 여전히 맨손무예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시대에 칼이나 창을 들고 다니며 호신을 하기는 힘드니까요. <무예도보통지>의 권법 수련을 열심히 해보기도 했지만, 애시당초 <무예도보통지> 자체가 맨손무예의 비중이 낮은 데다가 완벽한 복원이 이뤄지지 않아 제가 원하는 수준의 수련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수 개월 전에 "타 문파의 권술을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포스팅을 한 바 있었죠. 다만 그 시기와 권종을 정하지 못해 계속 견학이나 다니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더 미루다간 영영 기회를 놓치겠다는 생각에, 이제 정말 새로운 문파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며칠 전에 갑작스럽게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사부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처음엔 농담처럼 얘기를 꺼냈고, 저 역시도 이번 달까지는 좀 더 고민해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마당에 무예24기 수련이라고 제대로 될 리가 없더군요. 결국 더 미룰 것 없이 당장 다음 주부터 새로운 도장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사부님께서는 "성장을 위해서는 떠나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기꺼이 떠나는 것을 허락해주셨지만, 그래도 시원섭섭해하는 눈치셨습니다. 저도 그게 참 마음에 걸렸지만, 어쨌든 제 개인의 성장과 무술적 욕망의 해소를 위해서라도 떠나는 것에 대해 후회는 없습니다.


무예24기 수련을 병행할까도 고민해봤지만, 오히려 사부님께서 "무리해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리시더군요. 오히려 제게 "제대로 된 정종 문파에 가서 성공하면 그걸로 된 거다"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어제 일요일 정규수련을 마지막으로 무예24기 수련을 중단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사부님께서 진검을 빌려주시며 "대나무베기나 실컷 하고 가라"고 하시더군요. 덕분에 대나무 여럿 쪼개고 왔습니다. 조촐한 송별회(?) 겸 부대찌개로 다같이 점심 먹고 헤어지는데 참 미안한 마음도 들고,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뭐 집도 가깝고 어차피 무술 외적으로도 자주 만날 일이 많지만, 오랜 시간 몸 담았던 문파를 떠난다고 하니 마음이 공허하네요. 그래도 가끔씩 송년회 등 경조사는 참여하면서 인연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어찌됐건 내일이면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납니다. 어떤 무술을 배우게 될 지는 이미 결정했지만, 아직까지 밝히기가 좀 그렇습니다. 입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제자가 된 것마냥 떠들고 다니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요. 정식으로 입문하고 수련을 시작하면 수련일기를 통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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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스스로 노예되기를 자처하는가


무예24기 한양류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박근혜 게이트가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매일 같이 쏟아져나오는 청와대발 뉴스속보에 경악했다.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대통령 연설문 유출은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대통령이 청와대 안방에 앉아 온갖 미용시술을 받은 것도 모자라 비아그라까지 반입해 청와대가 청와텔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린 생명들을 비롯한 우리 국민 304명이 차가운 바닷 속에 가라앉는 동안, 국가재난을 관리하고 총지휘해야 할 대통령이 무려 사건 발생 7시간 동안 관저에 들어앉아 출근조차 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박근혜 정권은 법적·도덕적으로 완전히 타락한 정권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리는 지금 미친 기관사가 운행하는 폭주 기관차에 올라탄 꼴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관차에 가만히 앉아 모두 개죽음을 당할 것인가.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미친 기관사를 우리 손으로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마땅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학생, 주부, 농민, 직장인 등 직업의 구분도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다. 대한민국 국민만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 국민의 이름으로 청와대 안방에 들어앉아 귀를 막고 있는 암군(暗君)에게 퇴진 명령을 하달해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가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이것은 우리들의 책임도 아니며, 대통령이 물러나는 문제도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미친 기관사에게 운전대를 맡긴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주권자로서의 당연한 권리 행사를 포기한다면 스스로 개·돼지나 노예되기를 자처하는 꼴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왜, 어찌하여 오늘의 질곡을 용납하고 이 현실을 초래한 원인을 우리 주권자는 방관만 하였던가? 언제나, 오직 주권자의 권능만이 조국의 진로를 가리키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중략···) 주권자의 우(愚)는 조국을 난파선으로 침몰시키고 말 것이다" - <주권자의 관용이 민주주의를 교살한다> (『사상계』1967년 4월 호 권두언)


"오늘날 나라의 주인은 바로 우리들 각자 백성이요, 관은 우리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 만든 기관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관에 대해서 봉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고 관은 이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만에 일이라도 관에 있는 자 번문욕례(繁文縟禮: 법과 규칙이 까다로움을 이르는 말)의 구름 위에 앉아서 백성을 농락하고 법을 짓밟는 일이 있다는 이것은 본말을 전도한 사회적 반역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자들의 퇴진을 요구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 <민주주의를 기원한다> (『사상계』1956년 9월 호 권두언)


2016년 11월, 우리는 지금 여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기나긴 겨울이 지나면 기필코 따뜻한 봄이 찾아오는 법이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요, 역사의 진리다.


"참다운 민중세력은 언제나 역사에서 승리한다. 겨울이 영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낙관을 지니고 우리는 지칠 대로 지친 이 암흑에서 그래도 지금 일어나야 한다. 봄이 온다. 꽃이 핀다. 저항의 계절에 우리는 민중의 새로운 승리, 민족사의 거대한 긍정을 다짐하자" - <저항의 자세를 적극화하자> (『사상계』1967년 2월 호 권두언)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산통을 겪는 중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겪는 시련은 과거 독재정권 당시 민주투사들이 겪어야 했던 시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체념하고 방관함으로써 국민 스스로 주권자임을 포기하는 그 순간, 우리는 지금보다 더 큰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시련을 청산하는 것은 고스란히 우리 후손들의 몫이다. 우리 스스로 후손들에게 독재정권의 유산을 떠넘기는 못난 조상이 될 수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뿌리 깊은 친일군사독재정권에 사형선고를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기나긴 산통 끝에 찾아올 새로운 생명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아직도 광장으로 나가기를 망설이는가. 스스로 개·돼지나 노예가 되고자 하는가. 먼 훗날 우리 후손들로부터 '못난 조상'이라 손가락질 받고 싶은가. 우리의 자손들이 "그때 당신은 뭘 했느냐"고 물었을 때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조상이 되자.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자.


2016년 11월 26일


무예24기 한양류

(http://cafe.naver.com/seoulmuye24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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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수련시간에 촬영한 영상. 사부님께서 곤방 교전의 일부 장면을 지도하는 중.


곤방(棍棒)은 '봉'을 의미하며 교전(交戰)의 형태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되어 있다. 교전이란 갑(甲)과 을(乙)로 나뉘어 공격/방어를 주고받는 것이다. 봉술이지만 봉 끝에 창날이 달려있다고 상정하고 공방을 주고 받는 것이 특징. 모든 장병기를 익히기 전에 기초를 다지는 용도로 아주 좋다. 


일반적으로 중국무술에서는 홀로 수련할 수 있는 독련 투로가 존재한다. 그러나 <무예도보통지>에는 처음부터 상대방과 주고 받는 형태로만 수록되어 있다.


왜 그런지는 알 수는 없다.


내일 모레 전장에 나가야 할 군사들의 무예라는 특성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하다. 당장 써먹을 수 있도록 상대방과 대련의 형태로 연습하면서 실력을 향상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지 않나 짐작해볼 수 있는 것이다.


[수련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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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0월 1일에 신도림 디큐브시티에서 열린 '무예24기 공연' 당시 촬영한 영상입니다.

시연자는 저희 '무예24기 한양류'의 장원주 사부님이십니다. 저도 이 공연에 참가하긴 했는데, 당시에는 배운 게 별로 없어 권법 공연에만 참여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부님 혼자서 기창, 본국검, 월도 등 나머지 모든 공연을 다 하셨죠. 

오랜만에 외장하드를 뒤적이다가 당시 촬영한 '본국검'과 '기창'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만, 나머지 공연 영상을 찾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사실 이날 사부님이 보여주신 월도 시범이야말로 하이라이트였거든요.

사부님께서는 "당시 장소가 너무 좁아서 제대로 못 보여줬다"며 옛날 영상을 다 지워버리라고 하셨지만... 제가 볼 때는 이 정도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장소가 비좁다보니 약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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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동안, 아니 준비와 홍보 기간까지 포함하면 올 여름부터 꽤나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했던 '이태원 대학교'가 어제부로 종강을 했습니다. 실질적인 강의는 고작 한 달 남짓 이루어졌을 뿐이지만, 막상 종강을 했다고 생각하니 아쉬움과 허탈함이 남습니다. 그만큼 전역 후 이렇다 할 활동 없이 지내던 제게 강렬한 기억을 안겨준 활동이 아니었나 합니다.


어제는 특히 제가 개설했던 <조자룡창술배워볼과>의 마지막 강의가 있었습니다. 제 수업만을 듣기 위해 멀리 청주에서부터 올라왔던 대학생, 취재로 바쁜 와중에도 창술 수업만큼은 꼭 듣겠다며 꾸준히 나오던 현직 기자, 가녀린 체구에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하던 유일한 여자 수련생까지. 면면은 다양했지만 수련할 때만큼은 모두 한결 같이 뛰어난 집중력과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제는 그래서 기창(旗槍) 진도를 다 나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속성으로 진행한 것이라 엄밀히 말해서 다 배웠다고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제 강의의 기본 목적은 '무예에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함'이었기에, 맛만 보라는 식으로 기창 투로를 끝까지 한 번씩은 해볼 수 있게끔 지도했습니다. 고기맛도 먹어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니까요.



사실 저는 누군가를 가르쳤다는 데 의의를 두기 보다는, 제 스스로의 경험을 쌓는 데 더 큰 의의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솔직히 매 강의에 앞서 꾸준히 수련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지도할 부분을 점검했지만, 막상 지도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헷갈리는 부분이 생기더군요.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드러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실력의 부족함을 스스로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더 자극을 받았습니다. 매 수업이 끝나고나면 평소보다 배는 더 열심히 수련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어제 4강을 끝으로 <조자룡창술배워볼과>는 종강했습니다. 다른 강의들도 공식적으로는 어제 종강을 했는데요, 저녁에는 강의실인 용산문화예술창작소 연습실에서 종강 파티가 열렸습니다. 각자 음식을 갖고 와서 나눠 먹는 포트럭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각종 주류(와인, 맥주, 소주)와 퀄리티 있는 안주(빵, 치킨, 도너츠, 케익, 과자, 피자 등)가 있어 입이 우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종강파티에서는 그동안 수강생 혹은 학과장들이 간단하게 공연을 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세월호에서 죽은 아이들을 추모하는 전통춤사위, K-POP 댄스, 가야금 연주, 버스킹 공연 등등... 다채로운 공연들로 눈과 귀마저 즐겁더군요. 이렇게 다재다능한 학과장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스럽고, 또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조자룡창술배워볼과>를 대표해서 '무예24기 삼국검술'이라는 공연명으로 시범을 했습니다. 조선의 검술인 본국검과 중국의 검술 제독검, 일본의 검술 왜검을 차례로 선보였습니다. 급하게 결정된 공연이라 벼락치기로 연습했더니 실전에서 초보적인 실수를 한 게 마음에 걸리네요. 역시 여전히 수련이 부족함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긴장 좀 풀겠다고 와인 한 잔 마시고 취중검술을 펼친 게 실수의 원인일지도... 쿨럭)



마지막엔 다함께 플래시몹을 추는 것으로 공식 행사를 마쳤습니다. 다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이태원대학교는 아마 내년 3~4월 쯤에나 2학기가 개강할 예정입니다. 무려 4개월 가까이 긴 방학을 맞이한 셈이죠. 그 전에 노량진대학교, 신촌대학교 등 다른 대안대학의 새 학기가 시작합니다만, 제가 처음 발을 담근 곳이 이태원대학이기에 유달리 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인 듯 합니다. 11월 중순에는 '노량진대학교'에 <조선제일검 되어볼과>를 개설합니다만, 내년에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태원대학교에 또 한 번 강의를 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6년 동안 살면서 이태원 갈 일이 별로 없었는데, 올해 한 달 동안 이태원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더니 이제 낯익은 동네가 되었네요. 앞으로도 이태원을 가게 된다면 이태원대학교 생각이 제일 많이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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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련하는 <무예24기 한양류>는 매주 일요일 오전에 정기수련을 진행합니다.


오늘도(자정이 지났으니 어제가 되는군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오전수련에 참여했습니다. 다함께 몸을 풀고 서로 팔씨름을 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팔씨름이 아닙니다. 하체를 고정한 상태에서 온 몸의 힘을 끌어올려 상체에 집중한 뒤 상대방을 쓰러트리는 경기입니다. 아무튼 이 팔씨름을 하는데 예전과 달리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저희 수련터에서 '힘캐'라 유명한 형님과 맞붙었는데, 아직은 그 형님께 질 수밖에 없었지만 바로 일주일 전보다도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 형님도 저를 쓰러트리면서 '어', '어' 하시더군요. 옆에서 지켜보던 사부님도 살짝 감탄했습니다. 함께 한 형님께서 "예전보다 힘이 붙은 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저도 생각보다 그 형님 상대로 오래 버틴 걸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워낙 체급도 크고 힘도 남달라서 아무도 힘으로는 이기지 못하는 상대였거든요.


오늘은 사부님께서 진검을 빌려주셔서 진검으로 베기 수련도 해봤습니다. 확실히 다릅니다. 


예전에는 진검의 무게가 버거워 도저히 들 수가 없었습니다. 목검조차도 버거운 상황에서 진검으로 베기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죠. 사부님께서 진검을 휙휙 휘두르며 공기를 가를 때 나는 바람소리가 경이롭게 들리기까지 했습니다. 힘이 딸렸던 저로서는 아무리 힘껏 휘둘러도 바람소리가 나질 않았더랬습니다. 물론 바람소리가 실력을 가늠하는 절대기준은 아닙니다만...


그런데 오늘은 베기 수련을 하는데 진검이 예전처럼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바람소리도 자연스럽게 나더군요. 사부님도 옆에서 보시더니 "진검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평가해주셨습니다. 사부님께서 오늘 제 수련을 보시면서 "요즘 나날이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해주셔서 황송했습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로 빠른 성취가 있을 수 있었던 건, 역시 꾸준한 수련 덕택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30분 정도는 꼭 수련을 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을 갈고 닦는 것보다 기본기와 몸의 체형을 바로잡는 수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내 몸을 돌아보고 힘의 원리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힘도 따라붙은 게 아닐까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바른 길을 제시해주시는 사부님이 계시니 저 역시 그를 복이라 생각하고 착실히 따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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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드디어 이태원 대학교 과목인 <조자룡창술배워볼과>가 개강했습니다. 강의장소는 이태원에 위치한 한남동 공영주차장/문화센터 옥상이고요. 학과장인 저를 포함해서 총 6명이서 단촐하게 수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사실 다른 과목들 중에서도 인기강좌 아니고서야 대부분 평균 수강인원이 3~4명을 웃돌더라고요. 그에 비춰보면 꽤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계속 이태원 대학교나 신촌대학교에서 활동하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꾸준하게 자리잡아가게 된다면, 입소문을 타고 점점 늘어나겠죠.


아무튼 날씨가 좀 쌀쌀해서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오후에는 수련하기 알맞은 날씨였습니다. 너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가장 수련하기 좋은 날씨여서 스타트부터 기분 좋게 끊었던 것 같습니다.


첫 수업은 가볍게 자기소개와 각자 수업을 듣게 된 동기를 발표하고, '무예도보통지'와 기창(旗槍)에 대한 소개로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체술(몸풀이), 창술의 가장 기초가 되는 '봉 돌리기', '반월', '찌르기', '보법' 등을 지도했습니다.


제 수강생 중엔 현직 기자부터 과거에 마상무예를 오래 수련했던 분, 군대에서 만났던 무예24기 마니아,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보셨다고 하는 분까지 다양한 분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수준의 수강생들을 한꺼번에 지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소수인원인데다가 다들 열정적으로 잘 따라오고 있어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를 지도한다는 건 개인수련에 비해 몇십 배는 힘든 일이 분명합니다. 개인수련할 때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해왔던 부분들이 초학자들에겐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간의 괴리가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아주 차근차근 기초부터 설명해야하는데, 여기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지도하는 제 자신조차도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존재하거나, 몸으로는 이해하고 있는데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 강의가 있을 때면 항상 전날에 미리 지도할 부분을 생각해보고, 혹시라도 초학자들이 의문을 품을 법한 부분을 떠올려봅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고민도 해보고, 제가 하고 있는 자세에 대해 스스로 점검을 해봅니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사부님께 긴급 S.O.S를 청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설명을 해야하는데, 아직 그런 스킬이 부족합니다. 그렇다는 건 제 실력이 많이 미진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아직 지도자로서의 관록이 덜 쌓였다고도 볼 수 있겠죠.


솔직하게 밝히거니와, 여전히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제 자신 스스로 '단기 세미나'를 통한 지도자 연수 등의 방식을 매우 싫어할 정도로, 무예란 단시간 내에 성취를 이룩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렇게 오랜 기간 무예를 수련했다고도 볼 수 없고, 스스로 소성(小成)조차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한 제 자신이 누군가에게 감히 지도를 한다는 게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사부님께서 허락을 해주셨고, 누군가를 지도하면서 제가 얻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분명히 세워두려고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모르게 모르는 걸 아는 척할 때가 있어서 항상 경계하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제멋대로 한다면 그야말로 사이비 무술가나 다름 없겠죠.


아무튼 수강생들에게 올바른 자세와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제 자신도 수련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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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력을 키운다는 것은 굳이 누군가와의 대결을 상정하며 풀어내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담력은 자신을 이기는 법을 깨우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모든 두려움은 상대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첫째,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꼭 수련 뿐만 아니라 독서나 명상 등을 혼자 풀어가봐도 좋다. 가능하면 산이나 바다 등과 같은 자연 속이 좋다. 나도 20대 때에는 텐트 하나 둘러메고 온 산천을 헤맸다.


둘째, 누군가와 싸우려 하지 마라. 무예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과 바른 마음을 키우는 것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쌓인다.


셋째, 만약 싸워야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상대가 나보다 최소 배이상 전투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라. 그럼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공포나 두려움은 인간이면 누구나 있다. 단지 그것을 표현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와 그것에 빠지느냐 벗어나느냐의 선택이다. 그 또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출처: 한국전통무예연구소 홈페이지 內 최형국 소장님의 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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