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유난히 중국 바이주(白酒)와 중국요리들이 끌리던 차에, 부모님이 모임 때문에 저녁을 나 혼자 알아서 먹으라고 하기에 흑석동 성민양꼬치가 떠올랐다. 그나마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중국 본토요리 전문점이고, 또 마침 오늘 그쪽으로 무예 수련하러 가기에 수련 끝나고 배갈 한 잔 곁들여 요리를 먹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난 그런 식당에서 혼자 술 먹으면서 요리 먹는 걸 잘 못 해서... 급하게 무예 수련하는 동생들에게 의사를 물어보니, 몇 명이 좋다고 찬동해서 급번개를 추진했다. 사부님도 모시고 갔으면 좋을텐데 금전사정이 영 안 좋다고 하셔서...

 

수련 끝나고 흑석역 성민양꼬치로 향했다. 성민양꼬치는 서울대점을 시작으로 흑석동, 사당동에 분점을 냈다고 한다. 물론 나는 흑석동 성민양꼬치만 두 번 가본 게 전부일 따름이다. 일단 가까운 게 최고이므로...

 

다들 학생들이고 한 명은 고딩이라 돈이 없어서 나랑 동생 한 명이 나눠 내는 거라 주머니사정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꽤 많은 요리를 시켜먹었던 것 같다. (이놈의 술만 들어가면 주머니사정 생각을 안 함 ㅠㅠ)

 

양꼬치 20개(2만원) + 경장육슬(1만 2천원) + 향라새우(1만 6천원) + 물만두(5천원)에 술은 문등학(1만원)과 하얼빈 맥주(4천원) 총 6만 7천원이 나왔으니 대학생 두 명이 나눠내기에는 참 사치스러운 호화판 번개였다고 하겠다.

 

아무튼 정말 중국에서 먹은 본토 요리만은 못 하지만 중화의 술과 요리를 그리워하는 내 위장을 즐겁게 해준 저녁이었다.

 

또 항상 여럿이 모이다가 이렇게 3명이서 단촐하게 모이니 사는 이야기도 하고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첨엔 가볍게 이야기하다 헤어지려 했는데 말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댔다.

 

나갈 때 물어보니 포장도 가능하고, 휴일도 없다고 한다. 비싸서 자주 올 순 없겠지만, 나중에 한 번 포장해서 집에서 바이주 곁들여 만찬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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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 양꼬치 / 양꼬치

주소
서울 동작구 흑석동 51-6번지
전화
02-825-1220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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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날짜: 2014년 6월 13일 금요일

장소: 모교 자습실

수련내용:

- 몸풀이

- 들어베기

Posted by 가베치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저자
고민정 지음
출판사
마음의숲 | 2013-08-13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이해인 수녀, 김용택 시인, 박지윤 아나운서를 울린 고민정 아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페이스북 도서모임인 <책벌레그룹>에서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 항상 딱딱한 역사서만 읽다가 젊은 여아나운서의 감성적인 에세이를 읽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마저 받았다.

 

이 책은 KBS 고민정 아나운서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치열한 경쟁을 거쳐 아나운서가 되었고, 아나운서 생활은 어땠는지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책으로 볼 순 없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그 사람', 즉 고 아나운서의 반려자인 조기영 시인과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이 책의 전체적인 틀을 이루고 있다.

 

시쳇말로 요즘 '힐링'이 대세가 되면서 현대인의 마음병을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책들이 빠른 속도로 출간되고 있다. 그러면서 시대의 멘토로 부각된 명사들도 많다. 나 역시 마음치유로 유명하다는 몇몇 명사들의 베스트셀러를 구입해 읽어봤는데 딱히 큰 감흥을 받지 못하였고, 오히려 "이런 뻔한 말로 비싼 돈 받아가며 책을 내고 싶을까"하는 반감마저 갖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힐링을 목적으로 구매한 것이 아님에도, 참 나를 많이 힐링시켜주었다고 본다. 삶을 바라보는 나의 근본적인 태도를 반성하게 만들었다고 해야하나.

 

특히나 책을 읽다가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고 생각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 내용을 인용해본다.

 

중국 어디를 가나 있는 짝퉁 시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짝퉁 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가짜 상품들이 눈을 유혹했다. 진짜 명품을 사용해 본 적이 없으니 어떤 것이 진짜에 가까운 가짜인지 구분도 못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손이 절로 갔다.

"이 가방 하나만 사면 안 될까?"
"안 돼."
"그럼 지갑은? 아니면 키홀더?"
"안 돼."...

그는 계속 안 된다고만 했고 결국 난 화를 내고 말았다. 비싼 명품을 사겠다는 것도 아니고, 브랜드 없는 저렴한 물건을 사겠다는 것인데 왜 계속 안 된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가짜 명품 외에 다른 물건을 팔지 않아 살 수도 없는데 도대체 날더러 아무것도 사지 말라는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때 돌아온 그 사람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러니까 여기 오지 말자고 했잖아. 당신 방송에서 뭐라고 말해? 그저 비싸기만 한 외국 명품에 현혹되지 말고 불법으로 거래되는 짝퉁도 사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방송에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당신이 가짜 가방 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당신 말을 믿겠어?"

"내가 이렇게 유별나게 굴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 자신은 알잖아."

- 고민정 아나운서,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P135~136.

 

 

 

안그래도 요즘 내가 정말 간절히 바라는 소원 하나가 있는데,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두 갈래의 길이 내 앞에 있었다. 하나는 쉽고 편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보장된 길이지만 사도(邪道)이고, 하나는 보장할 수 없는 길이지만 정도(正道)이다. 정도와 사도 사이에서 고민을 하면서 자기합리화도 많이 해보았고 끝내 마음이 계속 흔들리던 차에, 이 책에 나오는 구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 자신은 알잖아"라는 문구를 보고 순간적으로 비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좌우명이기도 한 서산대사의 시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마라.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는 반드시 뒷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순간적으로 나는 내 좌우명도 지키지 못하면서 부끄럽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여러모로 읽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책. 이 책은 두고두고 지칠 때마다 읽어야겠다. 여러 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런 글을 써준 고민정 아나운서에게 정말 눈물나게 고마울 정도다.

 

Posted by 가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