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명: 태양 아래

- 감독: 비탈리 만스키

- 장르: 다큐멘터리

- 국가: 체코, 러시아. 독일, 라트비아 그리고 북한

- 개봉일: 2016년 4월 27일

- 관람가: 전체관람가


전역하고 처음으로 영화관에 다녀왔다.


사실 요근래 상영작들 중에서 그닥 극장에까지 가서 볼 만한 작품은 없는 것 같아, 딱히 영화관에 갈 이유를 못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가 북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태양 아래>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오늘 조조로 보고 왔다.



북한 찬양에서 북한 현실에 대한 고발로의 전환


영화의 전체적인 감상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북한판 빅브라더'다. '빅브라더(big brother)'란,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1984년>이란 작품에서 비롯된 단어인데, 막강한 정보와 권력을 쥐고서 사회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권력 내지는 사회체계를 의미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사회 전체를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자신들의 입맛대로 인민들을 주무르는 북한 당국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의 초창기 기획의도는 북한을 홍보하기 위함이었다. 애초에 이 영화는 북한 정부와 러시아 정부의 지원 아래 기획된 작품이었다. 따라서 북한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상낙원'이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제작이 이루어졌는데, 감독을 맡은 러시아 출신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1년 동안 북한에 체류하면서, 북한의 현실을 목도하고 위험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바로 초기 의도와는 달리 북한을 고발하기 위한 영화를 제작하기로 한 것.


하여 만스키 감독은 목숨을 걸고 메이킹필름을 러시아로 밀반출해 재편집을 한 뒤 고발성 영화로 성격을 바꾸어 제작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에 의해 걸렸더라면, 최소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북한에 억류되어 평생 강제노동을 했었을지도 모를 일인데, 참 대단한 용기와 신념을 가진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 영화 공식 포스터 -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는 평양에 거주하는 8살 소녀인 진미와 그녀의 가족을 중심으로, 그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그려낸다. 진미는 광명성절(김정일의 생일)을 앞두고 조선소년단에 입단을 하는데, 다가올 태양절(김일성의 생일)을 앞두고 소년단의 일원으로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


그리고 진미의 부모는 각자의 일터에서 성실하게 노동에 임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진미 아버지가 일하는 봉제공장에서는 "오늘 생산률 200%를 달성했다"며 생산률 높이기에 공헌한 여성 노동자에게 꽃다발과 박수를 안기고, 여성 노동자는 겸손하게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꽃다발을 다른 이에게 넘기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된다. 진미 어머니가 일하는 두유공장도 마찬가지다. "진미가 광명성절을 맞아 조선소년단에 입단했다"며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북한의 초기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북한판 빅브라더


하지만 감독은 북한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한 자신의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영화를 '비틀기' 시작한다. 만스키 감독의 말에 의하면, 오디션을 통해 8살 소녀인 진미가 최종 주인공으로 선발되자, 진미의 집이 갑자기 고급 아파트로 바뀌었으며, 진미 아버지는 실제 직업이 신문기자였으나 영화 촬영을 위해 봉제공장 기술자로, 어머니는 식당 종업원이었으나 두유공장 노동자로 직업까지 바뀌었다고 한다. 



(사진: 진미 가족은 식사하며 나누는 대화까지도 당국이 지시한 대사를 읊조려야만 했다 - 출처: 네이버 영화)


하여 감독은 진미 부모의 직업이 당국에 의해 강제로 변경되었으며, 영화 촬영 중간에도 당국에서 길 안내를 이유로 자신들을 끊임없이 밀착 감시하고 통제했음을 중간 중간 자막을 통해 관객들에게 상기시킨다. 촬영한 필름을 사전에 검열당했음은 두 말 하면 잔소리.


무엇보다 매 장면마다 북한 당국 측 인사가 짜여진 각본을 제시하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만든 대사를 읊도록 하는 메이킹 필름이 등장하는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훈훈한 장면들이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임을 알게 한다. 메이킹 필름 속 북한 노동자들의 눈에는 영혼이 없으며, 중간 중간 하품을 하거나 얼굴에 귀찮음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사진: 상심에 빠진 진미의 표정 -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말미에는 진미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데, 진미를 달래기 위해 스태프가 "좋아하는 시 없어?"라고 묻자, 갑자기 진미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조선소년단 입단 선서'를 읊기 시작한다. 진미에게 좋아하는 시는 '조선소년단 입단 선서'이며, 좋아하는 음식은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으로서, 늙는 것과 암을 예방해주는 김치'일 뿐... 진미는 "좋아하는 게 없냐"는 스태프의 질문에 울먹이면서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할 뿐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이게 바로 북한의 현실이다. 모든 정보를 독점하면서, 인민들을 억압하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체제를 경배하게끔 세뇌시키는 북한이라는 나라. 인간의 기본권인 개개인의 개성과 자유조차 누릴 수 없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혹자는 이런 북한을 두고 500년 동안 전제군주가 통치했던 조선왕조보다도 더 억눌린 나라라고도 평한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조선은 임금이 무능하거나 폭정을 저지르면 반정(反正)을 일으키거나, 농민들이 떼지어 봉기라도 일으켰지만, 북한은 아예 그럴 여지조차 없으니 말이다. 어쩌다 한민족 5천년 역사상 이토록 잔인하고 비이성적인 나라가 세워졌을까 한탄스럽다.


진미는 무사할까?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에 걸리는 한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진미 가족의 안부였다. 진미 가족은 북한 당국에 의해 동원되어 의도대로 촬영에 임했다지만, 감독이 임의로 진미 가족의 일상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고발해버렸기에 북한 입장에서는 엄청난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을 것이다. 이게 괜히 죄 없는 진미 가족에게까지 불똥이 튈까봐 그게 너무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를 제작한 만스키 감독도 누구보다 우려가 큰 것 같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만스키 감독이 국내 시사회에 와서 "진미 가족의 안부가 제일 걱정이다. 진미와 그녀의 가족이 무사할 수 있도록 전세계 여론이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했단다. 국제사회의 여론 따위는 코웃음칠 북한이기에 저 말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북한사회의 현실을 전세계에 고발해야 한다는 대의(大義)와 진미 가족의 안부를 지켜야 한다는 소의(小義) 사이에서 누구보다 심적 갈등을 했을 감독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낼 따름이다.



(사진: 진미의 미소에 영혼이 없어보인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외면해서는 안될 현실


다큐멘터리이기에, 내용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는 있어도 우리는 이 영화를 꼭 봐야만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한반도 북부에 자리잡고 살고 있는 우리의 동포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재수없어 우리가 조금만 더 위쪽에서 태어났더라면, 우리 역시 스스로 통제당한다는 사실을 자각조차 못한 채, 오로지 김씨 왕조만을 숭배하며 굴종적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반도 북쪽에서는 '빅브라더' 아래 억압받는 우리의 동포가 있다. 그 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것에만 그쳐서도 안 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보는 것이 바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다음 과제다.


PS. 엔딩 크레딧에서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 주민들이 헌화한 꽃송이들을, 당국 관계자들이 일일이 금속탐지기로 검사하는 장면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뭐가 무서운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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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엽문 3 - 최후의 대결>을 통해 6년 만에 스크린에서 영춘권의 시원한 액션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기세에 힘입었는지 이번 달말에 또 한 편의 영춘권 영화가 국내 개봉한다고 합니다.


바로 <사부 - 영춘권 마스터>인데요, 원제는 <사부>고, 영문제목이 <The Master>입니다. 아무래도 영화 <엽문> 시리즈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생각인지, '영춘권 마스터'라는 부제를 붙였네요. 솔직히 격이 떨어져 보입니다. 굳이 '영춘권 마스터'라는 유치한 부제를 붙였어야 했는지...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 주인공이 영춘권의 고수인데, 천진에 도장을 세우기 위해 천진 지역의 8개 문파와 대결한다는 내용입니다. 굉장히 고전적인 중국무협영화의 스토리를 답습하고 있어서, 줄거리만 보고도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저는 스토리보다는 액션 장면 위주로 감상하기 때문에, 액션만 잘 다뤄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중국에서 개봉했을 때부터 예고편만 보고, 정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침부터 국내 개봉 소식을 접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19일 개봉이라고 하니 아직 2주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는군요. 빨리 개봉해서 스크린에서 오랜만에 영춘권의 시원한 맛을 느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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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취권

감독: 원화평

개봉년도: 1978년

출연: 성룡, 황정리, 원소전




내가 취권을 처음 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우연히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된 영화였는데, 그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젊은 청년이 성룡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성룡을 무척 좋아했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인자한 미소와, 변화무쌍한 액션, 그리고 쉴 새 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나이 든 성룡의 영화만 보아오다가, 성룡의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영화 취권을 보게 된 것이다. 20대의 젊은 성룡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그의 모습이 반가워 영화를 몰입해서 보게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30년 전 영화답게 단순하게 이루어졌다. 사고만 치고 다니는 철부지가 괴팍하면서도 엄한 스승 밑에서 열심히 취권을 수련하다가 마침내 아버지를 노리는 자객과 싸워 이긴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에겐 영화가 매우 신선했고, 충격적이었다. 요즘 나오는 액션 영화들은 각종 특수효과와 비현실적인 액션으로 구성되어 가끔은 진부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특수효과라고 할 만한 것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져 모든 액션이 철저한 리얼 액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역 배우도 쓰지 않고, 성룡 그 자신이 직접 뛰어들어 마치 실전을 방불케 하듯 싸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가 영화 속에서 구사했던 아크로바틱한 전통 쿵푸 액션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었다.

 

실제로 취권은 중국 무술 영화의 역사에 있어 새로운 전기가 된 작품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불멸의 쿵푸스타 이소룡의 영화가 전세계를 흽쓸었고, 많은 이들이 그의 액션에 열광했다. 그러나 그가 34살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무술 영화의 인기는 잠깐 주춤하게 된다. 그때, 성룡이 나타난 것이다. 젊은 성룡은 이소룡을 모방하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액션을 선보이고 싶었다. 그러한 고민과 끊임없는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 바로 취권이었던 것이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상대방을 방심시킨 뒤, 갑작스러운 일격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취권은 많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고,성룡 특유의 코믹함과 결부되어 상상 이상의 대박을 터뜨린 것이었다. 나 역시 이러한 신선함에 반한 것이었고, 비록 30년 전의 영화였지만 이 영화를 내 인생에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로 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취권을 보고난 직후 아크로바틱한 중국 쿵푸 액션에 반하여, 얼마 안 가 쿵푸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무술은커녕 다른 운동도 배울 엄두를 내지 못하던 내가, 영화 한 편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도 나는 쿵푸를 수련하면서 가끔씩 취권을 다시 보며 옛 추억을 상기하곤 한다. 내 인생에 있어 취권은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준 소중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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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천군

개봉년도: 2005

감독: 민준기

출연: 박중훈, 황정민, 김승우, 공효진




(사진: 영화 <천군> 공식 포스터 - 출처: 네이버 영화)

내가 본 한국영화 중에서 내 인생에 깊은 영향을 끼친 영화를 한 편 고르라면 나는 단연코 천군을 고를 것이다. 천군은 21세기 남한과 북한의 군인들이 우연한 사고로 인해 400여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순신 장군과 조우한다는 내용이다. 다소 황당한 시놉시스지만,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남북한 군인들이 거슬러 올라간 시간은 1572년으로 이순신 장군께서 무과에 낙방하여 다시 응시할 때까지의 공백 기간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영화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그 시간을 청년 이순신의 방황기로 설정하여 이순신 장군을 우리가 알고 있는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인간 이순신이 아닌, 사춘기 청소년처럼 사고나 치고 다니는 철부지로 묘사한 것이다.그래서 많은 관객들이 민족 영웅 이순신 장군을 폄훼한다는 이유로 날 선 비판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순신 장군을 폄훼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무척 감명 깊게 보았다. 그것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방황하던 청년 이순신은 오랑캐의 침입으로 고통을 겪는 변방의 백성들을 보면서 자신이 헛되이 살고 있음을 깨닫고, 마침내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깨닫기에 이른다. 그리고 목숨을 건 일대 전투를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나는 영화가 의도하는 바를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이순신 장군도 한 인간이었다. 인간이란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누구든 방황과 좌절을 한번쯤은 맛볼 수밖에 없다. 이순신 장군 역시 이러한 방황의 시기를 거치면서 어떠한 삶의 깨달음을 얻는 경험을 통해 차츰 영웅으로 성장해갔을 것이다.영화는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이 지친다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굳건히 일어나 앞으로 걸어갈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영화의 후반부에 있다고 할 것이다. 영화 초반부부터 서로 대치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던 남북한 군인들이 후반부에 들어서는 오랑캐를 막기로 결심한 이순신을 도와 한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 적을 맞아 싸우는 내용이었다. 영화는 이 장면들을 통해 반만년 역사를 함께 해온 한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서로 대치하고 있는 모습을 비판하고, 앞으로는 남과 북이 서로 화합했으면 하는 바람을 비췄던 것이다.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로 손 잡는 모습을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영화의 프롤로그 장면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와 같은 한 인간이었던 이순신이 끊임없는 고난과 좌절을 극복하고 마침내 민족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을 상기하면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좌절하지 않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울러 평범에서 비범으로 나아간 그의 생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장차 이순신 장군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사학과로 진학하게 된 것 역시 그러한 이유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처럼 영화 천군은 내 인생에 많은 것을 남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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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에서 이어짐 -


결국 아쉬운 마음으로 부대 복귀를 해야했는데, 정말 천운이 따랐는지 다음 휴가를 나올 때까지도 <엽문 3>가 극장에 걸려 있었다. 그것도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용산CGV에서 계속 상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휴가를 나오자마자 바로 그날 첫 회 상영되는 <엽문 3>를 관람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엽문 3>를 상영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영화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엽문> 시리즈는 한 편의 영화를 두 개의 큰 에피소드로 나누어 그려왔었다. <엽문>에서는 첫 번째 에피소드가 북방에서 온 북방권의 고수 금산조(번소황)와 엽문의 대결이었고, 두 번째 에피소드는 중일전쟁 발발 직후 중국인들을 탄압하는 일본군 장군과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엽문 2>에서는 홍콩으로 막 이주한 엽문과 텃세를 놓는 홍콩 무술계의 대표이자 홍가권의 고수, 홍진남(홍금보)과의 대결이 첫 번째 에피소드였다면, 두 번째 에피소드는 중국무술가들을 조롱하는 영국 복서와 중국무술의 자존심을 걸고 엽문이 맞서는 내용이었다.



(사진: 엽문 3 국내 공식 포스터 - 출처: 네이버 영화)


그리고 <엽문 3> 역시 두 개의 큰 에피소드로 영화를 그려나가고 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는 엽문의 아들이 다니던 소학교를 강제로 매입하기 위해 호시탐탐 마수를 뻗치는 서양인 사업가 프랭키(마이크 타이슨) 일당과의 대결이고, 두 번째 에피소드는 '누가 진짜 정통인지 가리자'며 도전해온 또다른 영춘권의 고수 장천지(장진)와의 대결이다.


그리고 결국 영화의 결론이자 핵심적인 교훈의 모티브가 되는 '아내 장영성의 암 투병'이 두 개의 에피소드를 관통하고 있다.


홍금보와 차별화된 '원화평식 영춘권'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견자단의 영춘권 액션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여간 기쁜 것이 아니었다. 특히 기존 <엽문> 시리즈의 무술감독이 홍금보였던 것에 반해, 이번 3편은 원화평으로 무술감독이 바뀌면서 홍금보와는 또다른 원화평식 영춘권 액션을 볼 수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의미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확실히 액션 면에서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점이 많이 보였는데, 대표적으로 '발차기'를 많이 쓴다는 것이었다. 영춘권은 사실 족기보다는 수기를 위주로 하는 대표적인 남방 무술이기에 지금까지 영춘권을 그려온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기 위주의 액션을 영춘권의 모든 것인마냥 표현해오곤 했다. 그러나 원화평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영춘권의 족기도 적절하게 사용해가면서 영춘권의 새로운 액션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사진: 목인장을 치는 엽문 - 출처: 네이버 영화)


그동안 견자단의 영춘권을 그리워했던 관객들을 위해 액션 장면을 군데군데 많이 집어넣기도 했다. 조폭들과의 집단 난투라던지, 무에타이 고수와의 대결, 타이슨과의 대결, 그리고 또다른 영춘권의 고수 장천지와의 대결 등등... 특히나 지금까지의 엽문 시리즈에서는 늘 영춘권이 다른 문파, 다른 국적의 무술과 싸워왔는데 이번 3편에서는 '영춘권 vs 영춘권'이라는 초유의 대결을 선보여, 관객들에게 영춘권의 진수를 맛보게 하였다.


마치 영춘권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촬영에 임한 것이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장천지와의 대결에서는 영춘권의 온갖 수기와 족기 그리고 두 개밖에 없는 무기술(육점반곤과 팔참도)을 이용한 대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춘권의 매력에 푹 빠졌을 것이다. 


아쉬움이 남는 스토리


하지만 화려한 액션에 비해 스토리 전개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 않았나 생각한다. 전체적인 스토리 구조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뭔가 이야기들이 개연성도 떨어지고, '기승전결'에서 '기승전'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느낌이었다. 


학교를 사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할 것만 같았던 프랭키가 고작 3분의 대결에서 무승부로 끝나자, 엽문을 그냥 보내주고는 더 이상 내용이 이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뭐 학교 매입을 포기했다는 건지... 고작 그 3분의 결투만으로 학교를 포기할 정도로 학교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관객들이 이해할 수 없도록 너무 성급하게 매듭지어버린 느낌이었다. 여기에 더해 프랭키의 수족이었던 담요문 역시 어딘가로 도망가버리고서는 더 이상 나오질 않는다. 그가 처벌을 받거나, 엽문에게 실컷 얻어맞고 쫓겨나는 내용으로 매듭지었더라면 이렇게 'X싸고 밑 안 닦은 느낌'은 안 들었을텐데.



(사진: 견자단 vs 타이슨 - 출처: 네이버 영화)


여기에 더해 기존 <엽문> 시리즈에 등장했던 조연들이 대거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엽문> 시리즈에서 꾸준하게 조연으로 출연하여 엽문과의 우정을 이어갔던 친구 주청천(임달화)과 그의 아들 주광요라던지 엽문에게 얻어맞고 정신 차린 뒤 엽문의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주었던 금산조, 엽문의 첫 번째 제자였던 황량(황효명) 등등... 엽문의 친구, 제자들이 대거 등장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다. 이번 3편이 <엽문> 시리즈의 종결판이었던만큼, 마지막 작품까지 그들이 함께 나와 엽문의 마지막을 장식해주었더라면 더 완벽한 결말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대종사의 아름다운 퇴장


결국 <엽문> 시리즈는 끝났다. 속설로 <엽문 4>가 제작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나야 견자단의 영춘권 액션을 더 보면 좋기야 하다만, 솔직히 너무 욕심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당장 <엽문 3>만 해도 '너무 질질 끈 나머지 시리즈의 명성에 누를 끼쳤다'는 혹평이 쏟아지는 판국에,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사진: 영춘권 vs 영춘권의 화려한 마지막 대결 - 출처: 네이버 영화)

여하간 <엽문 3>를 극장에서 봄으로써, 나는 <엽문> 시리즈 전체를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일대종사는 이렇게 조용하지만, 아름답게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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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영화 <엽문 3> (국내 개봉명: <엽문 3 - 최후의 대결>)을 관람했다.


아... 이 영화가 개봉하기만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처음에 영화가 국내에서 3월에 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내 휴가를 영화 상영기간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체적인 날짜를 알 수 없어 답답했더랬다. 그러다가 나중에 3월 3일에 개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당시 내 휴가는 3월 3일이 끼어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 영화 개봉이 무려 일주일이나 미루어진 10일에 개봉한단다! 휴가 복귀가 8일이었으니 이틀만 더 빨리 개봉했어도 영화를 보고 복귀할 수 있는 건데... 처음에 이 소식을 접하고 수입/배급사에 대한 엄청난 원망과 배신감(?), 휴가 나가서 영화를 보지 못한다는 실망 등이 겹쳐 매우 혼란스러웠었다.


사실 3월 말에 휴가를 한 번 더 나오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중국영화는 일부 상영관에서만 개봉하거나, 그마저도 1~2주 뒤면 영화를 내려버리는 것이 현실이라, 과연 그 휴가 때 영화관에서 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 <엽문 3>의 수입/배급사를 알아냈고, 그곳 주소까지 알아내 열심히 손편지를 썼다. 


요지는 이랬다.


'나는 대한민국의 육군 병장이다. 그리고 입대 전부터 <엽문> 시리즈와 견자단의 오랜 팬이었다. 이번에 <엽문 3>가 국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개봉 날짜에 맞춰 휴가를 잡았는데 개봉이 미뤄져서 매우 애석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엽문> 시리즈를 모두 영화관에서 봤는데, 이번 작품을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면 평생의 한(恨)이 될 것만 같다. 그러니 내 휴가 기간에 혹시 시사회가 있거든 시사회 티켓을 달라. 더도 말고 딱 한 장만 달라. 나에게 티켓을 주면, 그 자체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며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 대한 배려가 될 것이고, 영화를 본 내가 주위 전우들에게 홍보하여 입소문을 낼테니 그건 귀 사측으로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사실 보낼 때까지만 해도 밑져야 본전이었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나 따위가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 그들이 개봉을 미룬 것도 사정이 있었을텐데, 일개 군바리의 휴가 따위를 고려하지 못해 미안해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니...


그런데 휴가를 나오니 정말 영화사에서 전화가 왔다. 매우 친절한 목소리의 여직원은 "병장님~ 안타깝게도 병장님 휴가 복귀하는 날 저녁에 시사회가 있어서 티켓을 드려도 무의미할 것 같아요."라는 말에 걸었던 한 가닥 희망이 꺾이는 듯 했다. 


다만, 영화사 측에서는 정말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배려를 해줘서 황송할 따름이었다. 사무실이 집에서 멀지 않으니, 원한다면 사무실에서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틀어주겠단다. 그런 식으로라도 개봉 전에 미리 가서 관람할까 하는 생각에, 솔깃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것보단 별로일 것 같기도 하고, 설마 하는 생각으로 보낸 편지 때문에 영화사에 괜히 부담과 민폐를 안기는 것 같아 "나중에 휴가 나와서 극장에 걸려있으면 꼭 보겠다"고 하고 사양했다. 그러자 영화사 측에서는 "나중에 휴가 나오시면 꼭 말씀해달라. 티켓을 대신 예매해드리겠다"며 또 한 번의 호의를 베풀었다. 내까짓게 뭐라고 손편지 한 장에 이리 큰 호의를 보여주니, 참 고마울 따름이었다.


결국 휴가 기간에 <엽문 3>를 보지 못하고 아쉬운 발걸음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휴가 때 <엽문 3>가 극장에 걸려있기만을 기대하면서...


- 2편에서 계속 -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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