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약속이 있어 합정역에 갔는데, 그분이 채식을 하는 분이라 본인이 미리 점찍어둔 식당으로 안내하더군요. 합정역 근처의 '쌀롱딜리셔스'라는 곳이었습니다. 비건버거와 같은 채식메뉴도 있지만, 육식메뉴도 취급합니다. 저는 딱히 파스타를 좋아하지도 않고 그래서 '함박규동'을 주문했습니다.


솔직히 맛은 별로였습니다. 함박규동은 너무 달고 고명으로 나오는 함박스테이크도 고기가 제대로 안 다져져서 뼈같은 게 씹히더라고요. 제가 만두 먹을 때도 그런 거 씹히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씹었을 때 이물감이 들면 밥맛이 확 떨어지던데... 지인이 데려온 곳이고 얻어먹었는지라 군말은 안 했지만,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파스타는 먹을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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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마다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리는 글쓰기 강좌가 오늘로 끝났습니다. 집에서 신촌이 그렇게 먼 것도 아니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야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집 앞이라고 해도 특별한 일 없으면 잘 안 가게 되는 법이죠. 그래서 오늘은 신촌에서 좀 비싸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은 무리해서라도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신촌에는 맛집이 참 많습니다. 이화여대, 서강대, 연세대...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이 몰려있는 대학가라 온통 맛집 천지죠. 신촌에서 밥을 먹을라치면 '도대체 뭘 먹어야 할까' 결정장애 증상이 극도로 심해지곤 합니다. 오늘도 뭘 먹어야 하나 계속 고민하다가... 평소 눈 여겨 보았던 중식당이 떠올랐습니다. 


'딤차이'라고 하는 딤섬 전문점입니다. 다만 일반 분식집도 아니고 중식 레스토랑에 가까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인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게다가 한참 사람 많을 저녁 시간... 혼밥하기에는 워낙 난이도가 있어보여서 입구에서 좀 망설이다가 두 눈 질끈 감고 들어갔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일단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더욱이 저처럼 혼밥을 즐기는 분들이 몇 명 있었던 것도 위안이 됐습니다. 괜히 주눅 들었나봐요. 제 맞은 편 테이블에서 저처럼 딤섬 여러 판에 짬뽕 한 그릇 시켜서 열심히 드시는 분을 보면서 마치 그분과 함께 식사하는 것마냥 든든한 느낌을 받았네요.


여기는 딤섬 2판을 주문하면 1판이 서비스로 나옵니다. 짜장면이 4천원이고요. 짜장면은 당연히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딤섬을 한 판만 주문하자니 부족할 것 같고.. 두 판을 주문하면 한 판이 서비스인데 세 판을 다 먹을 수 있을까 좀 걱정스럽더군요. 그래도 기왕 먹는 거 푸짐하게 먹어보자 하는 심산으로 짜장면에 딤섬 세 판을 주문했습니다. 전부 14,000원입니다. 비싼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고 봐요. 요즘 웬만한 중식당에서도 짜장면 한 그릇에 6천원 이상 받으니까요.



먼저 짜장면. 4천원이라고 해서 양이 적을 줄 알았는데, 정말 많습니다. 더욱이 면발도 탱탱하고, 고기도 아주 부드럽더군요. 개인적으로 짜장면 맛이 참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딤섬입니다. 사진 순서대로 '차슈빠오'(단 맛이 나는 돼지고기를 넣은 만두), '소고기쇼마이'(다진 소고기에 갖은 양념이 들어간 만두), '딤차이 소롱포'(돼지고기와 각종 야채를 넣어 육즙이 풍부한 만두)입니다. 개인적으로 차슈빠오와 소롱포가 괜찮았던 것 같아요. 


차슈빠오의 만두 속은 단팥빵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달달한데, 계속 씹다보면 중국 향신료의 맛이 혀끝에 느껴지더군요. 소롱포는 뭣모르고 물었다가 갑자기 육수가 '팍' 터져서 깜짝 놀랐네요. 하마터면 입을 델 뻔... 그만큼 육수로 가득찬 만두입니다. 다만 그 육수가 이 만두의 생명인 듯 합니다. 소고기쇼마이는 너무 퍽퍽해서 별로였습니다.


아무튼 다 먹고 나니 배가 정말 부르더군요. 제가 대식가는 아닌 편이라... 그래도 만족스럽게 잘 먹었습니다. 다만 분위기도 좋고, 안주들도 퀄리티 있겠다 맥주 한 잔 곁들였으면 더 완벽했을텐데 술을 마시지 않았던 게 아쉽습니다. 이후에 바로 강의가 있어서...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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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서울대입구역 근처 한정식집에서 먹은 '청국장 정식'입니다. 


인당 13,000원인데 2인 이상 주문 가능하고요. 일행이 모두 4명이어서 4인분 주문하니 저렇게 세팅해줍니다. 솔직히 그렇게 저렴한 가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양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고... 맛도 특출나게 맛있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늘 기름진 음식만 먹다가 이렇게 담백한 음식도 먹어주고 해야 위장에 부담이 덜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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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주 목요일마다 신촌에 갑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자유기고가 과정' 수업을 듣고 있기 때문인데요, 강의시간이 애매해서 저녁을 해결하는 게 항상 문제입니다. 집에서 먹고 가려면 일찍 먹고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금세 허기가 지더라고요. 군것질을 하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죠.


밖에서 먹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맛집이야 많지만, 요새 밥값이 워낙 비싸서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센터 바로 앞에 저렴하게 저녁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서강대학교 학생식당! 그래서 엊그제는 서강대 학식을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서강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학생식당이 있는 곳까지 깊숙이 들어와보기는 처음이네요. 마치 서강대생이 된 것마냥 유유자적 캠퍼스를 활보하다가, 학생식당이 있는 '엠마오관'에 가서 학식을 사먹었습니다. 2,700원이라 역시 저렴합니다. 날이 추워진 탓에 뜨끈한 국밥이 땡겼는데, 마침 그날 메뉴도 '소고기샤브탕'. 맛도 괜찮아서 국물 한 숟가락 남기지 않고 싹 비웠네요.



배부르게 저녁 먹고 여유 있게 캠퍼스 구경 좀 하면서 나왔습니다. 


요새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서강대 출신이죠. 그래서인지 서강대에도 시국선언 대자보가 많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일부 몰지각한 학생들이 시국선언문 귀퉁이에 욕설이나 낙서를 한 것을 보면서 눈쌀이 찌푸려졌습니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비열하게 저러는 건 옳지 못한 행동이죠. 적어도 대학생이라면, 좀 더 퀄리티 있는 방식으로 의견을 개진했어야 맞는 일이라 봅니다.



강좌가 다음 주가 마지막인지라, 서강대 학식을 또 언제 이용하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신촌에서 저녁을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면 서강대 학식도 괜찮노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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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태원대학교 '난 언제 제대로 연애해볼과' 3강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학과장님께서 강의 전에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제안을 하셔서, 딱히 할 일 없던 저도 따라 나섰습니다. 이태원에 위치한 '허거스(Huggers)'라는 수제버거 전문점이었습니다. 근데 일반적인 수제버거가 아니라 비건(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비건버거 전문점이라고 합니다. 사실 수제버거 자체가 저에겐 생소한 음식이었는데, 비건버거는 더욱 생소했지요. 그 맛이 참 궁금하더라고요.


점포 자체는 규모가 작은 편이었는데,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태원의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모습 뒤에 이렇게 조용한 골목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동네 구멍가게가 더 어울릴 법한 골목길에 수제버거 전문점이 있는 것도 신기하더군요. 약간 부조화스럽긴 했지만, 나름 운치가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메뉴는 그리 많지 않은데요, 대부분 9천원~1만원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 햄버거 하나에 만 원씩 지불해야 한다는 게, 저로써는 사실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만... 수제버거는 다들 그 정도 하는 모양이더군요. 맥도날드 수제버거도 7~8천원 하는 걸로 알고 있고. 수제버거다보니 일반 패스트푸드 햄버거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요.


그중에서도 저는 '두부칠리버거'라는 1만원짜리 버거를 맛보았는데요, 실제로 버거에 두부가 올려져있더군요. 수제버거를 먹는 건 익숙지 않아서, 처음에 칼질을 어떻게 해야하나 망설이다가... 그냥 맨 위에 덮인 빵과 두부만 걷어내고 썰어 먹었습니다.



맛은 괜찮았습니다. 분명 고기의 질감이 느껴지는 패티가 있었는데, 여기 햄버거들은 고기가 전혀 안 들어간다고. 심지어 달걀, 우유와 같은 동물성 재료도 안 쓴다고 합니다. 오로지 채소로만 만들어진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고기의 질감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콩고기를 제조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제조되는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아무튼 학과장님께서 사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먹었습니다. 매번 얻어먹는 게 죄송할 따름이네요. 덕분에 비건버거라는 것도 먹어보고, 제 입이 호강한 날이었습니다.


다만 자주 찾긴 힘들 것 같습니다. 햄버거 하나 먹고서는 도저히 양이 차질 않아서 말이죠. 만 원씩 내고 사먹었는데 배가 고파서 다른 음식을 또 사먹어야 한다면... 제 주머니 사정으로는 자주 사먹기 힘들 것 같군요.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을 때, 간식 정도로 사먹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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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통장 잔고가 1,000원 밖에 안되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교통비 등등 돈 나갈 데를 생각하지 않은 채, 계획에 없던 돈을 펑펑 써대다보니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나버렸죠. 당장 교통비 3만원 지불할 돈이 없어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할 정도로 쩔쩔 매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돈이 떨어지니 사람들 만나는 것 자체가 꺼려지더군요. 어디 가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할까봐. 그런 상황이 실제로 오면 굉장히 난감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에서야 간신히 숨통이 트였습니다. 중학교 자유학기 강사 월급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엊그제는 <오마이뉴스>에 쌓아둔 원고료도 들어왔습니다. 통장 잔고가 한 순간에 바닥을 찍었다가, 지금까지 보유해 본 적 없는 거액의 돈이 쌓였네요. 그래봤자 100만원 좀 안 되는 돈이지만, 저한텐 이 정도도 거액이군요.


계획에 없는 돈을 펑펑 써댄 후폭풍이 얼마나 무서운지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돈을 좀 아껴 쓰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혹시 모를 충동구매를 방지하고자, 일부러 자주 쓰는 통장에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겨두고 다른 곳에 돈을 옮겨놨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사거나 할 때는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두 번 세 번 꼼꼼히 점검합니다. 그래도 돈이 들어오니 다시 마음이 풀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아무튼 월급도 들어왔겠다, 오늘 하루는 나만을 위한 고퀄리티의 힐링타임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휴식이 좀 필요한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서평기사 하나를 써야했는데, 글이 유난히 안 풀리더라고요. 지난 번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글쓰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해도 계속 집중이 안됩니다. 내내 그 글만 생각나거든요. 좋아하는 무예 수련조차 집중이 안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어제 저녁에 송고를 마치고 나니 너무 홀가분하더군요.


그래서 하루 종일 일이 없던 오늘, 강남 센트럴시티 메가박스에 가서 조조로 영화 <럭키>도 보고 점심도 럭셔리한 중화요리 뷔페에서 해결했습니다. 


제가 간 곳은 반포역 뉴코아백화점 5층에 위치한 '샹하오'라는 뷔페입니다. 제가 중국요리라면 환장을 해서, 평소에도 자주 가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가난한 휴학생 주머니사정으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어서 자주 가지는 못했죠. (점심이 15,900원이고 저녁이 22,900원입니다) 하지만 월급도 들어왔겠다 오늘만큼은 정말 나를 위해 써야겠다 싶어서 혼자서 다녀왔습니다.





깐풍기, 고추잡채/꽃빵, 만두, 꿔바로우, 유산슬, 마파두부, 청경채볶음, 토마토계란볶음 등등 제가 좋아하는 중국요리들이 한가득입니다. 뷔페라고 해서 음식들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웬만한 중국집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평소에 먹어보지 못하는 요리들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배가 작아서 다 맛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내친 김에 와인까지 곁들였습니다. 무제한 와인이 3,000원이고 글래스 와인 1잔이 1,900원인데 백주대낮부터 와인으로 배 채울 건 아니라서 '까베르네 메를로' 라는 와인으로 글래스 한 잔만 시켰습니다. 혼자서 와인에 뷔페에... 누가 보면 <혼술남녀> 찍는 줄 알겠습니다. 하석진 같은 외모가 아니라서 아쉽군요.





퀄리티 있는 혼밥으로 나만의 힐링타임을 충분히 즐겼으니, 내일부터는 다시 빡세게 읽고 또 쓸 준비를 해야겠죠. 


이제 돈도 좀 아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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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후임이 휴가를 나왔길래, 어제 이수역 근처에서 만나 밥 한 끼 사줬습니다.


집이 가깝긴 하지만 이수역 쪽에서 사람을 자주 만나지는 않는 터라, 뭐가 있는지 몰랐는데 새로 중식뷔페가 오픈했다고 하더군요. 이수역 14번 출구로 나가면 시끌벅적한 재래시장이 있는데, 그 시장골목에 숨어있는 곳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짜장+셀프바(7,900원')로 구성이 되어있어 매우 저렴하더라고요. (짬뽕+셀프바는 8,900원) 이렇게 주문하면 메인메뉴로 짜장면이 나오고, 셀프바를 이용할 수 있는 접시가 같이 나옵니다. 접시를 들고서 셀프바를 이용하면 되는데, 셀프바 메뉴는 탕수육, 군만두, 양장피, 고추잡채(+꽃빵), 유산슬, 볶음밥 이렇게 있습니다. 고속터미널 중식뷔페 '샹하오'처럼 메뉴가 많거나 음식의 질과 양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가격대비 괜찮은 편인 것 같습니다.탕수육은 군 시절 P.X에서 사먹은 '냉동'의 느낌이 물씬 풍기긴 했습니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다면, 처음부터 셀프바를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메인메뉴가 나올 때 접시를 같이 가져다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1인 1접시로 그 접시만 계속 써야하는데요, 접시 하나만 쓰는 건 설거지 문제 때문에라도 이해할 수 있지만 왜 굳이 메인메뉴 서빙할 때 주는 건지... 접시부터 먼저 받아서 셀프바를 먼저 이용하면 안되냐고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까칠한 목소리로 "앉아서 기다리세요" 하더군요. 그때 기분이 좀 상했습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다는데 이런 점은 고객 의견을 반영해서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근처 지나가다가 싸게 한 끼 해결하기에는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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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동 중앙대학교 정문 앞 <싸움의 고수>라는 보쌈 체인점에서 먹은 덮밥입니다.


'싸움덮밥'이라는 메뉴인데, 매우 매웠습니다. 여기는 모든 메뉴를 사이즈(S, M, L)로 구분해서 파는 게 이색적입니다. 양이 좀 적거나, 밥을 먹긴 먹어야겠는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선택지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L라고 해도 비싸지 않아요. 한 끼에 7, 8천원을 훌쩍 뛰어넘는 요즘 식당들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사진 속 덮밥이 L인데 5,800원밖에 안 하니까요. 양도 충분했고요.


그리고 여긴 여럿이서 보쌈 한 접시 시켜놓고 먹는 개념이 아니라, '1인 보쌈'을 지향합니다. 혼밥과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일부 메뉴들은 정말 혼밥의 고수들 아니고서는 쉽게 엄두를 내기 힘들죠. 저도 혼밥 좀 하는 사람이지만, 고깃집이나 뷔페 가서 혼자 먹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중에는 보쌈이나 족발도 포함이 될 거고요. 여기는 아마 그 점을 공략한 것 같습니다. 혼자서도 보쌈을 즐길 수 있게 저렴한 가격으로 '1인 보쌈' 세트를 판매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식당 내부 인테리어도 여럿이 둘러 앉아 먹는 테이블은 별로 없고, 메인홀을 아예 바(Bar)처럼 구성해놨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고... 아마 이 일대를 지나다가 혼자 밥을 먹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저는 항상 여기를 찾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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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후 백수인 저한테 그래도 가장 바쁜 날이 있다면, 화요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낮에 부천으로 해금을 배우러 가고, 해금 수업이 끝난 뒤에는 곧장 집 근처 문화센터로 가서 홈바리스타 강의를 듣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저녁에 중앙대학교에서 '활쏘기 특강'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화요일은 뭔가를 배우기 위해 정신 없는 날이기도 합니다.


여하간 해금 수업이 끝난 뒤에는, 홈바리스타 강의 시간까지 텀이 참 애매합니다. 그래서 보통 해금을 10~20분 정도 더 연습하고, 근처 식당에 들러 급하게 점심을 해결한 뒤에 바로 문화센터로 가면 시간이 딱 맞곤 합니다.


오늘도 그래서 수업이 끝난 뒤에, 학원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했는데요, 마침 학원이 부천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근방에 식당은 많은 편입니다. 오늘도 그래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러시아 요리 전문점'이라고 쓰여있는 간판을 보고 호기심에 들어갔습니다. 원래 저는 흔히 먹는 음식보다는 매 끼니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어하거든요.


식당에 들어서니, 러시아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고, 종업원들 역시 전부 러시아 출신인 듯 했습니다. (살짝 동양계의 모습이 보이는 게 고려인 동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점심시간이 좀 지난 지라, 식당 내부는 한가했는데, 다소 늦은 점심 식사를 하러 온 러시아인들도 몇 명 있더군요.


테이블 하나 잡고, 메뉴판을 받아서 펼쳤는데 메뉴만 봐서는 뭐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요. 메뉴 아래 간단한 설명이 있긴 한데... 그래도 무난해 보이는 '먀소 브 클랴레'라는 요리를 메인요리로 주문했습니다. 튀긴고기 요리라고 하는데, '돈가스'와 흡사하다는 설명만 듣고서 바로 주문했죠. 



그리고 메인요리를 주문하면 사이드메뉴가 무료라고 해서 '러시아 식빵'을 골랐는데, 서빙하시는 분이 "클랴레에는 러시아 식빵보다는 으깬 감자가 더 잘 어울린다"고 해서 그럼 그걸로 달라고 했습니다. 이대로 메인요리만 먹기에는 아쉬울 것 같아서 '캄포트'라는 음료도 주문했습니다. 총 8,000원이네요.


근데 막상 요리가 나오니까... 비주얼이 돈가스가 아니라 오믈렛이예요. 근데 한 점 썰어서 먹어보니, 맛도 진짜 오믈렛입니다. 제가 아는 돈가스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계란옷을 입혀 구워낸 돼지고기 오믈렛이었습니다. 소스도 그냥 케쳡이었구요. 



솔직히 맛도 저한텐 별로였습니다. 돈가스와 같은 바삭함도 없고, 돼지고기가 질겼습니다. 계란에 소금이 뭉쳤는지 먹다가 갑자기 짠맛이 확 나기도 했고요. 캄포트라는 음료도 러시아식 과일주스라고 하는데, 밍밍해서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았습니다. 사이드메뉴로 나온 으깬 감자가 차라리 더 맛있었던 것 같아요.


뭐 다른 요리들도 있으니까, 섣불리 이 집이 맛없다고 평가할 순 없겠고요. 그래도 다른 테이블에 올려진 요리들을 보니 먹음직스러워보이는 요리들도 많던데, 기회가 된다면 다른 요리에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네요. 오늘은 그냥 제가 메뉴를 잘못 선택했다고 봐야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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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위대태껸 서촌모임 참관 후에, 시청역 근처 강서면옥에 들렸더랬습니다. 여기 평양냉면이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이 났는데, 언제고 한 번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에 '강서면옥'을 검색하면 뜨는 업체정보에는 이런 설명이 있는데, 얼마나 맛있으면 저럴까 싶어서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오래전 정통 이북식 강서면옥의 맛은 서소문 근처 청와대까지 소문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총까지 들이대며 다짜고짜 육수 만드는 것을 공개하라고 했지만, 끝까지 주방을 지켰습니다. 50년 동안 이뤄온 냉면 맛에 대한 모욕이었던 것입니다.. 결국은 청와대 직원들도 두 손 들었고, 육수만 국립과학연구소로 들어가 성분검사를 마친 뒤 냉면의 청와대 출입이 시작되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강서면옥의 단골 아닌 단골이나 다름없습니다. 청와대에 들어가는 냉면이라고 해서 별다르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일반 손님이 먹는 냉면과 똑같았습니다. 남북적십자회담이 서울에서 열릴 때면 으레 강서면옥으로 주문이 옵니다. 평양에서 온 북측 대표들에게 이북의 맛이 살아 있는 강서면옥의 냉면은 인기 절정이었던 것입니다. 대개는 시대에 따라 약간씩 강한 맛으로 냉면 맛도 변하게 마련인데 강서면옥의 냉면 맛은 오랫동안 한결 같습니다.


사실 몇 주 전에도, 덕수궁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점심을 먹으러 여기를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직장인들로 바글바글해서 도저히 기다릴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물론 기다릴 여유도 없었고요. 


이번에 서촌에서 걸어서 시청역까지 오다가, 퍼뜩 강서면옥이 떠올랐습니다. 날도 더운데 생각난 김에 다시 한 번 가서 도전해보자 하고, 갔습니다. 



이번엔 아예 홀이 텅텅 비었네요. 아무래도 그때는 평일 점심시간이라 직장인들 때문에 그렇게 줄이 길었나봅니다. 주말 저녁에는 손님이 없네요. 어느 때건 한결같이 사람들로 바글거려야 진짜 맛집일 것 같긴 한데...


아무튼 드넓은 홀에 혼자 앉아 '평양냉면'을 주문했습니다.


근데 여기... 무려 냉면 한 그릇의 가격이 12,000원입니다. (함흥냉면은 11,000원) 사실 이 가격 때문에 엄두가 안 나긴 했습니다만, 제 신조가 '먹기 위해 산다' 라서요. 원래 식탐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저란 사람은 식도락(食道樂)이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군대에서 1년 9개월 동안 식사권(?)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맛 없는 짬밥만 줄기차게 먹어댄 통에, 밖에 나가면 아무리 비싸도 먹는 데는 돈 아끼지 말자고 다짐했던 터였습니다.


주문하고 15분 정도 지나서, 드디어 등장한 평양냉면. 



비주얼은 이렇습니다.


면발이 메밀이라 찰져서 잘 넘어가더군요. 개인적으로 냉면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면발 때문입니다. 보통 냉면의 면발에는 전분이 많이 들어가서 질깁니다. 그래서 가위질이 많이 필요하죠. 전 이런 면은 목이 잘 멕히는 관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근데 여기 평양냉면은 메밀이라 굳이 가위질을 할 필요 없이도, 먹기 편했습니다.


그리고 육수가 참 괜찮았습니다. 약간 슴슴한 듯하면서도 진하게 우려낸 육수의 맛이 냉면의 맛을 살려주더군요. 솔직히 겨자랑 식초를 넣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지 이 냉면은 그냥 이 상태 그대로 먹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일부러 오리지널로도 먹어보고, 식초와 겨자를 조금씩 넣어가며, 다양한 버젼(?)으로 냉면을 즐겼습니다.


개인적으로 맛은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진짜 평양냉면을 맛보면, 각종 조미료의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맛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저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만 그래도 12,000원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가격인지, 자리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5분 만에 후루룩 먹어치우고나니 참 허망하더군요.


사실 요즘 우리네 인식 속에, 냉면이란 고깃집 가면 후식 서비스로 나오는 메뉴로 전락한 지 오래라서, 12,000원씩이나 주고 냉면을 먹는다는 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서비스 냉면과 여기 냉면의 맛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요.


전 개인적으로는 누가 사준다고 하면 냉큼 얻어먹겠지만, 굳이 따로 찾아가서 사먹지는 않겠습니다. 아, 물론 제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펑펑 쓸 수준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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