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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17 나의 영원한 술 친구 JH와 함께 2
  2. 2016.09.25 한강에서 시바스 리갈 한 잔

요새 한약을 복용하느라 근 한 달 간 알코올을 입에도 대지 않았더랬습니다.

사실 한두 잔 정도는 먹어도 된다고 하는데, 비싼 약 먹으면서 괜히 부정탈까봐 열심히 자제해왔습니다.


그러다 어제 드디어 약이 다 떨어졌습니다.

약이 다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는데.. 마침 불금이기도 하고 잘 됐다 싶어 바로 친구와 술 약속을 잡았지요.

이 친구, 얼마 전에 중국여행 가서 바이주 한 병을 사왔답니다. 그날 들고 온대서 기대가 컸지요.


5시 30분부터 계속 시계만 들여다보다가, 6시 땡치자마자 바로 칼퇴근 스킬 시전!


사전에 미리 콜키지 프리가 가능한 식당을 알아보다가, 내방역에 괜찮은 중국요릿집이 있다고 해서 거기로 향했습니다. 콜키지 프리라는 걸 알고 들어갔는데, 친구는 영 불안한 지 굳이 사장님한테 "저희 밖에서 술 가지고 왔는데 먹어도 되나요?"하고 조심스레 물어보더군요. 


그러자 인심 좋은 사장님 "먹지 말라고 하면 안 먹을 거예요?" 농을 던지더니 마음껏 먹으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고량주 잔까지 챙겨주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잔은 됐다고 했습니다. 콜키지 프리인 곳은 원래 잔을 본인이 챙겨오는 게 예의라서, 저도 집에서 술잔을 따로 챙겨왔거든요. 특별히 독일에서 사온 미니어처 맥주잔으로 골라왔습니다. 사장님이 "술은 중국술인데 잔은 독일 잔이면 어떡하냐"고 또 농을 던지십니다 ㅎ (유쾌한 사장님)


게살스프, 탕수육, 팔보채를 안주로 그 친구가 사온 술부터 마셨습니다. 향이 참 죽이는데 목넘김도 정말 깔끔하더군요. 그 친구가 북경의 한 도가에 방문해서 직접 내리는 술을 담아왔다고 합니다. 바이주에 대해서는 지식이 일천하지만, 그런 저조차도 '이 술 정말 좋은 술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습니다. 워낙 술술 들어가다보니 금세 한 병을 비웠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제가 이마트에서 사온 국산 증류식 소주 '제왕'으로 달렸습니다. 그러다 안주도 다 떨어지고 해서 2차로 근처 치킨집에 가서 옛날통닭 한 마리 시켜놓고 맥주 500cc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1차 중국집은 제가 계산했습니다. 사실 멋지게 한 턱 내는 게 꿈이었거든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직장도 없고 그렇다고 알바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수중에 땡전 한 푼 없는 알거지 신세였더랬습니다. 그때도 이 친구와 종종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곤 했는데, 한 번은 제가 사기로 해놓고선 카드에 잔액이 없어서 이 친구가 대신 긁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괜히 쪽팔리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었습니다. 사람이 돈이 없으니까 비참해지더라고요.


근데 사람 일이란 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제가 부러워했던 그 친구는 정작 여행 다녀오느라 수중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거지가 됐고, 저는 운 좋게 취직해서 비록 쥐꼬리만한 월급일지언정 다소 여유가 생겼으니까요. 


그래서 어제는 제가 1차를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한 달 전에 쪽팔리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친구는 기억도 안 하고 있었다는군요 ㅎㅎ 그러면서 "우리끼린 그런 걸로 미안해 하지말자"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앞으로도 니가 어려울 땐 이렇게 내가 술 사주고, 만약 내가 또 너보다 힘든 상황이 오면 니가 한 잔 사주고 그러자"고 약속했습니다. 그 친구도 흔쾌히 동의하더군요. 오래오래 좋은 술친구로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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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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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열심히 글을 썼더니, '이 달의 게릴라'로 선정되어 부상으로 원고료 20만원을 받았습니다.


꽁돈이 생겨서 기분이 매우 좋더군요. 충동적으로 양주 한 병 질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최후의 만찬 당시 즐겼던 술로 유명한 '시바스 리갈' 12년산이었습니다. 양주는 확실히 비싸더군요. 500ml 한 병이 3만원을 호가하다니... 중국 바이주나 우리 전통주가 정말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사실 양주랑 저랑은 잘 맞지도 않는 터라... 어쩌다 한 번 기분 내려고 산 거지, 앞으로는 잘 안 먹을 것 같습니다.


원래는 혼술로 마시려고 했습니다만, 혹시 몰라 군 복무 당시 선임들과 함께 만든 단톡방에 "같이 시바스 리갈 깔 사람?" 하니 덥썩 미끼를 물어오는 친구가 있더군요. 덕분에 술 친구도 생기고 해서 좋긴 했습니다만... 술이란 게 끝도 없이 들어가는 게 함정이었습니다. 3만원짜리 양주 한 병을 앉은 자리에서 다 마셔버리고, 그도 모자라 "중국 백주가 먹고 싶다"는 그 친구를 중국집으로 데려가 연태 고량주까지 두 병 마시고... 3차로 술국 하나 시켜놓고 소주를 4병이나 깠습니다.


덕분에 그 친구나 나나 완전 꽐라됐습니다. 어떻게 집에 오긴 왔는데, 집에 온 이후로 기억이 없네요. 원래 아무리 취해도 집에 오면 무조건 씻고 자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고대로 뻗었더라고요. 나중에 카드 내역 확인해보니까 이날만 10만원 가까이 썼습니다. 아휴...  그 친구가 만취하는 바람에 제가 돈을 또 다 냈거든요.


꽁돈 생겼다고 너무 좋아했나봐요. 가난한 휴학생이 기분 탓에 내지른 돈 치고는 후유증이 너무 큰 듯 합니다. 차라리 이 돈으로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사면 좋았을텐데, 이제와서 후회해봐야 뭔 소용인지... 당분간은 돈도 아낄 겸, 스스로에게 금주령을 내려야겠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살 것도 많으니, 앞으로는 돈이 들어와도 절약해야겠어요.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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