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엑스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국제차문화대전' 참관을 위해 갔었는데, 작년보다 별로 볼 게 없더군요. 원래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인도 등 해외 각국의 차를 시음하고 판매하는 부스가 많았는데, 어째 올해는 국산차와 중국차 부스만 가득합니다. 그런 차들이야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여기까지 온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돌아다니며 시음만 하다가 금방 나왔습니다.


이대로 가기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C홀에서 '2018 대한민국 라면박람회'란 걸 하고 있더군요. 라면박람회라는 건 처음 들어봤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여기까지 온 김에 한 번 구경이나 하자는 심산으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갔습니다.





박람회장에서는 한국 라면, 일본 라멘, 태국 라면 등등 전세계 라면을 팔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라면 한 잔'이라는 브랜드의 티백도 팔고 있더군요. 라면국물을 먹고는 싶은데 면은 먹기 싫은 사람들을 위해 국물만 우려주는 티백이라고 합니다. (아니 잠깐, 그러면 그냥 스프만 따로 빼서 팔면 되는 거 아냐...?)





입구에서부터 라면 티백 같은 기상천외한 상품을 보니 뭔가 대단한 라면들이 있지 않을까 크게 기대를 하고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웠습니다. 일단 라면박람회라는 타이틀에 맞지 않게 정체성이 모호한 박람회였습니다. 


라면이 아닌 메밀국수 같은 국수류도 판매하고 있더군요. 뭐 거기까진 같은 '면'이니만큼 이해할 수 있는데, 뜬금없는 북한 화폐 판매 코너는 왜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아이스크림 코너, 맥주 코너, 된장/고추장 코너까지... 라면박람회가 아니라 그냥 잡화점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남북정상회담 특수 탓인지 북한 문화 체험 부스가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그런데 라면박람회라면 북한 라면을 팔던지 그도 아니면 평양냉면이라도 팔던지 해야하는데 전혀 상관 없는 주먹밥과 떡만 팔고 있더군요. 참 이 박람회의 정체성이 뭘까... 누가 기획한 걸까... 심경이 복잡해졌습니다. 





아무튼 점심을 안 먹은 터라 '북한 간이식당' 부스에서 즉석음식을 사먹었습니다. 


두부밥, 인조고기밥, 속도전 떡 이렇게 세 가지 메뉴를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두부밥은 예전에 동국대 북한학과 축제 때 먹어본 적이 있었습니다만, 별 거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조고기밥과 속도전 떡을 사먹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 분들이 직접 만들어서 팔고 있더군요. "탈북한 재료를 쓴다"는 홍보 멘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인조고기는 콩고기를 의미합니다. 그냥 콩고기를 얇게 저며서 그 안에 밥을 싸고 양념장을 발라 먹는 주먹밥입니다. 맛은 그닥 별로였습니다. 두부밥이랑 그닥 맛 차이도 없더군요. 그래도 속도전 떡은 먹을 만 했습니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떡인데 일명 '퐁퐁이 떡'이라고 한답니다. 달달하니 괜찮더군요.





배를 채우고서 다른 부스들도 둘러봤는데... 그닥 볼 게 없었습니다. 차라리 무료시식코너라도 많으면 좋겠는데, 여기 깔린 푸드트럭들은 대부분 돈 내고 사먹어야 합니다. 메뉴도 마라탕, 돈코츠라멘, 메밀소바 등등 길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이어서 굳이 여기서 돈을 내고 사 먹을 이유를 못 찾겠더군요. 


박람회장을 나서기 전에,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 아쉬워서 랍스터 라면인 '랍면' 두 봉지를 사들고 나왔습니다. 내년에도 이런 식으로 기획된다면, 그닥 또 오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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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코엑스(COEX)에서 '서울 카페쇼'란 행사를 개최합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커피박람회라고 합니다.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카페쇼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커피축제 참석하러 강릉도 다녀왔는데,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 제가 빠질 수가 없죠. 티켓값이 비싼 편인데, 다행히 사전등록을 한 덕분에 무료로 관람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코엑스 자체가 워낙 규모가 커서요. 건물 도착해서도 전시장 찾아가는 데 한참을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출입증 발부받아 들어가니, 사람 정말 많더군요. 게다가 주말이었던 관계로 사람이 아주 바글바글... 당연히 부스마다 커피 무료 시음 행사도 하고 있었는데요,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좀 인기 있는 부스들은 줄이 길어서 체념해야만 했습니다. 저처럼 성격이 급한 사람은 줄 서는 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죠.


알고 봤더니 1, 2, 3층을 통째로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더군요. 방대한 규모를 보니 왜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불리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저는 강릉에서 열리는 커피축제가 최대 규모인 줄 알았는데, 서울카페쇼에 와보니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더군요. 앞으로는 굳이 커피축제 즐기러 강릉까지 갈 필요도 없을 듯해요. 코앞에서 이렇게 대규모 행사를 하니.



아무튼 공짜커피나 좀 얻어마실 요량으로 가볍게 들렀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진 커피용품들을 보니 또다시 지름신이 강림해버렸습니다. "전시회라서 반짝 할인하는 거다. 끝나면 이렇게 싸게 못 산다"는 호객행위에 그만 넘어갔습니다. 커피란 게 하나를 사면 둘을 사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집에 있는 서버가 금이 간 관계로, 서버나 하나 살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드립퍼가 탐나서 하리오 드립퍼를 사고... 내려마실 커피 원두도 사야하고. 


그래도 원두는 정말 저렴하더군요. 브라질 커피원두를 100g에 1,000원에 판다고 하길래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진짜 천 원이예요?", 


"네, 맞아요!" 


"아니... 왜 이렇게 싸요?"


전시회 막바지라서 떨이로 싸게 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한 봉지도 구입해왔습니다. 아무튼 커피용품으로 두툼한 봉투를 들고오니 뿌듯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돈도 없는데 자꾸 충동구매 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는 게 후회스러웠던 거죠. 그러면서도 새로 산 하리오 드립퍼로 커피 내려볼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그저 오래도록 잘 썼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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