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기획하고 시도했던 열정대학 학생선택과목 '함께 무예 배워볼과'가 조기 종강되었습니다. 아니 폐강되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지 싶습니다. 정해진 이수기간을 채우지 못했고, 종강조차 소리소문 없이 이루어졌으니까요.


원래는 7월 16일이 종강 예정일이었습니다. 종강일에는 수강생들과 다함께 모여 종강파티를 할 예정이었고, 제 구상으로는 사당 본부전수관에 가서 사부님께 최종 점검을 받는 형식으로 추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종강파티는커녕 공식적인 종강을 알리지도 못하고 그냥 흐지부지 끝나버렸습니다. 이미 종강예정일이 지났으니, 종강은 했다고 봐야하겠죠.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의사도 없으니까요.


사부님도 기대가 컸고, 저 역시 야심차게 준비했던 과목이었기에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초반엔 매끄럽게 잘 진행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등으로 워낙 사회가 뒤숭숭하다보니, 호신술을 지도하는 과목이 개설되었을 때 오히려 여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함께 무예 배워볼과'도 저 포함 총 7명이 수업에 함께 했는데, 저 빼고 6명 전원이 여학생이었습니다.


저 역시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습니다. 기본 틀은 무예24기의 권법을 지도하는 것이었지만, 그동안 제가 배운 무술들의 기법을 응용한 호신술도 조금씩 지도했고, 그 기법에 대한 무예24기만의 방어법도 고안해서 지도했습니다. 일단 무예에 대해 관심과 흥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죠. 과하게 수련하면 오히려 지치고 질려할까봐, 수강생 개개인의 신체 여건에 맞춰 꼼꼼히 지도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원래는 토요일 하루 수업이었지만, 주말에 시간이 안된다는 수강생들을 위해 평일 저녁 시간까지 할애해가면서 별도의 클래스를 추가 개설했고요. 수강생들에게 매 수업 후 수련일기를 블로그에 올리도록 과제를 부여했고, 꼼꼼히 읽으며 일일이 피드백해주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은 사부님께 대신 물어봐가면서까지 성실하게 답변을 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초반 몇 주 동안은 반응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다들 수련 시간에 열심히 나와주었고, 심지어 추가적으로 또 나와서 보강을 받는 수강생도 있었습니다. 수련일기도 다들 꼼꼼히 잘 써주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더군요. 갑자기 다들 바쁘다고 수련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해서 첫 번째 결강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열정대학 건물이 아닌 사당 전수관을 대관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다들 전수관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특별히 준비했는데, 당일 날 취소하려니 사부님께도 면이 안서더군요.


그런데 얼마 못 가서, 두 번째 결강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토요반 수강생들이 계속 나올 생각을 안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아예 토요반을 전격 폐지해버렸습니다. 평일에 꾸준히 나오는 수강생 대상으로만 하겠다고 선포했죠. 그렇게 2주 연속 결강 사태를 맞이한 제 심정도 우울했고, 수강생들에게 서운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한 편으로, 제 지도 방식에 문제가 있나 싶어 수강생들에게 기탄없이 의견을 제시하라고도 했는데, 오히려 자신들이 바빠서 그런거고 열심히 해주고 계신다고 위로를 해주더군요.


어쨌거나 2주 연속 결강으로 더 이상 초기의 커리큘럼(권법 28세 진도를 모두 나가는 것)대로 수업 진행하기는 틀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목검을 들고 가서 서로 격검을 시키거나 호신술 위주로 지도하는 등 좀 더 흥미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평일반 수강생들도 결석 혹은 잦은 지각으로 수련 시간을 제대로 맞춰주질 않더군요. 거기에 겹친 장마로 인해 하루 또 결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마무리도 없이 종강만 바라보게 됐네요. 그래도 유종의 미는 거두어야겠다는 생각에, 수강생들과 함께 종강파티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보려 했습니다. 가장 먼저 언제 하면 좋겠냐고 의견을 구했는데, 다들 묵묵부답입니다.


마지막이니만큼 가급적 다수의 사람들이 모였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평일, 주말 구분없이 다 열어놓고 가능한 날짜 투표하라고 했는데... 다들 제각각인데다가 심지어 투표 참여율이 반도 안되더군요.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하고, 너무 섭섭해서 "그럼 차라리 여러분이 의견을 제시해달라"고까지 호소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 아무도 대답을 안 하네요. 


제가 더 이상 매달려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매달릴 이유도 없기에 씁쓸하지만 그냥 단톡방을 나와버렸습니다. 이대로 종강인 거죠 뭐. 그 길로 사부님께 "가치를 모르는 이들에게 굳이 가르치려 매달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부님도 "이번 열정대학 사태가 네 잘못이건 네 잘못이 아니건, 뭐든지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반성해야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해주시더군요. 동감했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수강생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뭔가 말 못할 불만들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한 번 곰곰이 고민을 해봤는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열정대학 '함께 무예 배워볼과'는 유종의 미는 거두지 못했지만, 일종의 반면교사로 좋은 교훈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2학기부터 자유학기 강사로 중학생들에게 무예를 지도하게 되는데, 이번 실패의 경험은 반드시 되새겨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뭐 사람 일이 항상 잘되란 법은 없죠. 그냥 훌훌 털어버리렵니다.

Posted by 가베치
,

기자학과 4강은 요즘 유행하는 '카드뉴스'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이었다. 강의를 맡은 이는 서울경제신문 뉴미디어부 소속 정수현 기자.



카드뉴스란 무엇인가


카드뉴스란 모바일에 최적화된 뉴스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는 보도 형식이다. 흔히들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스토리가 있는 사진 기사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카드뉴스인데,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밀면 사진들이 넘어가면서 스토리가 이어지는 게 특징. 


이제는 전국민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 정도다. 바야흐로 모바일 시대에서, 종이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텍스트로만 구성된 온라인 뉴스조차 읽는 이가 많지 않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가져온 폐해일 수도 있고, 자극적이고 화려한 콘텐츠에만 길들여져서 텍스트를 읽을 가독력이 떨어졌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안타까운 현실인 것은 사실.


그러나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여,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기삿거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숙명일 터. 아무리 '종이신문의 중요성'과 'SNS의 폐해'에 대해 부르짖어봤자, 대중들은 관심도 없다. 종이신문이나 온라인 텍스트 뉴스의 효용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전자의 가치에 대해서도 꾸준히 환기를 시키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대중들에게 사회의 소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카드뉴스는 일종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지금은 온라인 뉴스 뿐만 아니라 조중동과 같은 거대 언론마저도 카드뉴스 제작에 힘쓰고 있는 실정이다.


정수현 기자 역시 "독자가 우선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언론사들도) 새로운 독자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인드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말인즉슨, 읽기 편하고 재미있고 실속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언론사들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 정 기자는 "대중들은 중요한 뉴스와 함께 보고 싶은 뉴스를 원한다"며 "중요하다고 느끼게끔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카드뉴스를 통해 화두를 던지고, 자연스레 텍스트 기사를 찾아보게끔 유도해야 한다는 것.


카드뉴스의 특징


1. 모바일에 최적화된 뉴스 콘텐츠

2. 텍스트의 최소화

3. 압축적인 디자인

4. 감성적 스토리텔링

5. 이미지 슬라이딩 패턴

6. 기존 뉴스 자원 재활용

7. SNS 최적화


카드뉴스 요약하는 법


1. 텍스트 바디를 만든다

2. 첫 번째 슬라이드에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내용을 넣어라

3. 기승전결로 이어가라


정 기자는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자질로 '콘텐츠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Designer' 혹은 '이미지를 충분히 이해하는 Editor'의 자질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이 말의 뜻은 무엇일까?


사실 지금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언론사들의 경우, 텍스트 취재 담당과 카드뉴스 디자인 담당이 분업하여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자 1인이 취재와 제작을 모두 담당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고, 또 언론사 역시 그런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인재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결국 콘텐츠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디자이너 혹은 감각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에디터 1인이 카드뉴스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녀는 이어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편집하는 기본적인 틀에 대해 설명했다.




표현하는 방법


1. Curation (큐레이션) : 사진 한 장에 아름다운 문장으로 주석(설명)을 달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2. Scale (강조) : 문자 없이 강렬한 이미지 한 장으로 강조하는 것

3. Blank (여백) : 잡다한 메뉴보다는 본연의 목적 하나 만을 강조하는 것 (ex. 구글 vs 네이버)

4. Unconventional (창의적) :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표현 (ex. 그림자로 비춰지는 맥도날드 광고)

5. Plot (스토리) : 사진에 스토리를 담아 의미를 부여하기


편집의 5가지 기초


1. 큰 그림 (반전의 효과. 멀리 있을 때는 안 보였지만 확대해보니 본질 등장)

2. 축약하라

3. 팩트의 임팩트

4. 전체적인 테마(인상)를 정하라

5. 질서를 갖춰라 (디자인의 규칙 준수)


카드뉴스의 한계


그런데 정 기자는 "카드뉴스는 더 이상 언론사에서 밀고 있는 콘텐츠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바야흐로 카드뉴스가 대세인데, 이게 무슨 말일까? 


그녀는 "이미지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오히려 많은 독자들이 카드뉴스에 질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짤막한 카드뉴스만 보던 독자들이, 그 얇은 깊이 탓에 오히려 텍스트 뉴스를 찾아본다는 것이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점이라고 여겨졌던 부분이, 오히려 함정이 되어 발목을 붙잡은 것.


카드뉴스의 한계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회 이슈들 중에서는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이 많다. 이처럼 디지털의 대안이 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언론사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그 한계를 지적했다.


새로운 대안, 인터랙티브 뉴스


그녀는 카드뉴스 대신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오늘 강의가 있던 날, 언론의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국제세미나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곧장 강의를 하러 열정대학으로 온 것인데, 카드뉴스보다는 그런 언론의 새로운 동향에 대해 더 알려주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발빠른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언론의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트렌드 변화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 기자학과 3강 김관 기자가 강조한 'VR 미디어' 혹은 '드론 미디어'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였다.


그녀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 언론 트렌드는 '인터랙티브 뉴스(interactive news)'였다. 인터랙티브 뉴스란 텍스트는 물론, 인포그래픽과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합 편집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말한다. 기존 온라인 뉴스와 달리 독자가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으며, 그 반응에 맞춰 움직이는 웹페이지를 구현한다고 한다. 즉, 읽는 뉴스가 아니라 시청하고 체험하는 뉴스인 것이다. 이 뉴스의 형식은 자유롭다. 하지만 기존의 1차원적인 형식에서 벗어나있다. 3D 그래픽과 모션 캡쳐 등을 활용하여 보다 생생하게 콘텐츠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결국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언론이 살아남으려면(그리고 언론계에 들어가려면) 더 이상 전통적인 능력(이를테면 문장력 등)만 강조해서는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능력은 당연히 갖춰야할 소양이며, 여기에 더해 시대의 변화에 맞춘 새로운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 바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능력을 의미한다. 드론이나 VR에 대한 조예도 될 수 있고, 인터랙티브 뉴스를 제작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인 능력이 될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발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를 파악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강의를 마무리하며...


정수현 기자는 입사 1년 차의 새내기 기자라고 한다. 새내기다운 풋풋함이 많이 느껴졌다. 전달력이나 강의 진행이 앞선 기자들보다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기존 강의를 맡아준 기자들보다 풋풋함이 많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이 아는 모든 바를 가감없이 솔직하게 전달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수업 내내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바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싶다"며 계속 질문을 요구했다. 그리고 받은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기자로서 힘든 점에 대해서도 거의 넋두리하다시피 풀어놓길래, 안쓰럽기도 했다.


강의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간 그녀는 "데스크에서 또 다시 취재 명령이 떨어졌다"며 즉석에서 우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때 시각이 무려 밤 10시 30분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밤 늦은 시간까지도 일해야 하는 그녀가 안쓰러웠던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모두 그녀에게 동정을 표시했다. 그래서 나 역시 예상치 못한 인터뷰를 하게 되었지만, 적극적으로 응해주었다.


아무튼 다시 한 번 언론의 트렌드 변화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더 이상 카드뉴스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새겨두어야 할 것 같다.

Posted by 가베치
,

기자학과 두 번째 수업의 주제는 '언론사 논작쓰기'. 연사는 MBN의 윤범기 기자였다.


사실 '언론사 논작쓰기'라고 해서, 다소 딱딱하고 지루한 수업이 될까봐 처음부터 긴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 기자는 처음부터 언론사 논작쓰기라는 주제로 접근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언론고시의 개념과 시험 합격 Tip'을 소개했는데, 이를 소개하면서 어느 순간 '언론사 논작쓰기'로 접근했다. 수업 진행은 어찌나 매끄럽고 깔끔하던지. 일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강의를 이끌어나가는 그의 언변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1시간 30분이 훌쩍 흘러가버렸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해왔지, 정작 기자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할 '언론고시'에 대해서는 그 개념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있었던 차였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강의가 무척 유용하게 느껴져서 좋았던 것 같다.


언론고시란?


엄밀히 따져서 '언론고시'라는 시험은 없다.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한 테스트가 사법고시, 행정고시만큼이나 어렵다는 뜻에서 '언론고시'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것일 뿐, 다른 고시들처럼 중앙부처에서 주관하는 시험이 있는 게 아니다. 언론사별로 시험을 보는 시기나 절차가 제각각이며, 본인이 지망하는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그걸로 해당 언론사에 입사하면 그만인 것이다.



언론고시의 단계


언론사별로 조금씩 시험 형식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기본적인 틀은 다 비슷하다고 한다. 그 틀은 아래와 같이 이루어져있다.


■ 1차 - 서류전형


: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영어 점수(토익)를 본다. 여기에 '한국어능력시험'이 들어간다. 일부 언론사의 경우 자체적인 테스트를 추가하기도 한다. 1차에서 보통 1,000명 정도 선발한다고 함 (경쟁률은 2:1)


■ 2차 - 필기시험


: 언론고시 중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시험. 1차에서 뽑은 1,000명 중 100명만을 선발한다. (경쟁률이 무려 10:1) 필기라고 해서 단순히 대학 입시와 같은 논술 평가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무려 4단계에 걸쳐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한다. 그 단계는 아래와 같다.


(1) 1교시 - 상식

(2) 2교시 - 논술

(3) 3교시 - 작문

(4) 4교시 - 실무평가


윤범기 기자는 각 단계별 특징을 자세하게 소개하였는데, 1교시 상식과 같은 경우 "지원자의 상식을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이기도 하나, 본질적으로는 불성실한 이들을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며 "보통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지망생들끼리 모여서 시사상식 문제집을 풀며 스터디를 하는데, 이 스터디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무조건 낙방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스터디를 해도 다 맞힐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따라서 1~2문제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것인데, 스터디를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여기서 판가름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언론사 논술/작문 작성하기


윤 기자가 가장 강조한 것은 2, 3교시 논술/작문 테스트였다. 논술하면 누구나 대학 입시 때 한 번쯤은 준비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도 경기도 소재 모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논술시험을 봤다가 낙방의 고배를 마신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러나 윤 기자는 "대학 입시 때 준비했던 논술을 생각하면 안된다"고 못박았다.


보통 언론고시에서 이야기하는 논술/작문이란 단어 하나를 제시어로 내면, 그 제시어 하나만으로 응시자가 자유롭게 한 편의 글을 써내는 것이란다. 결국 정답이 없는 시험이란 것이다. 




윤 기자는 사례로 2003년 조선일보에서 출제한 '격(格)'이라는 단어가 제시어로 출제된 시험 문제를 보여주었다. 다들 이 제시어만 보고서는 어떻게 글을 써나가야할지 막막해보였다.


윤 기자는 "이 문제가 출제된 연도와 출제 언론사를 잘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딱 떠오르는 게 있었다. '노무현'. 그렇다. 2003년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였다. 당시 노 대통령은 각종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라있었고, 그런 노 대통령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던 언론이 바로 조선일보였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누구나 조금만 고민하면 생각할 수 있는 문제다. 대놓고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로 시작하면 차별성이 없다. 왜?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고, 쓰기 때문이다. 


윤 기자는 실제로 이 시험에서 1등으로 통과한 기자의 답안을 공개하였는데, 그 기자는 자신이 대학 수업 때 교양으로 배운 라틴어를 사례로 들어, 글을 써냈다고 한다. 대충 내용을 요약하자면, 라틴어의 격이 다양하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라틴어의 다양한 격이 라틴어의 아름다운 풍격을 만들어내듯, 대통령은 대통령의 격에 맞게, 언론은 언론의 격에 맞게, 국민은 국민의 격에 맞게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사회가 된다"는 식으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살짝 '대통령의 격'을 언급함으로써, 조선일보 심사위원의 의도를 충족시키면서도 주제를 참신하게 풀어내어 장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언론사 논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창의적인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다. 윤 기자는 "글을 봤을 때 떠오르는 첫 번째 소재를 무조건 배제하라"고 강조했다. 내가 처음 떠올리는 소재는 누구나 생각하는 흔한 소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둘째, "결론을 먼저 내리고, 그 결론을 잘 나타낼 소재를 찾는 것"이다. 이는 결국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 기자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경험이 많아야 다른 사람과 다른 소재를 떠올릴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마지막 4교시 실무평가의 경우는 방송기사를 직접 써보거나 기사 기획안을 작성하는 시험인데, 어차피 응시자들 중에 실제로 써본 이들이 매우 드물기에, 크게 변별력이 있는 시험은 아니라고. 결국 필기시험은 2, 3교시 논작 시험에서 모든 승부로 판가름난다는 것이다.


필기시험 후에는?


■ 3차 - 1차 면접


: 1차 면접은 평기자들이 면접관이 되어 보는 시험이라고 한다. 이 시험에서 100명 중 35명 정도가 합격을 하는데, 여기에는 나름 법칙이 있다고 한다. 4차 합숙평가 때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합숙장소로 이동하게 되는데, 버스 탑승인원이 총 45인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자들까지 포함해서 버스 한 대에 탑승할 인원들로만 선발해야 하기 때문에 35명 정도 선발한다고. 얼핏 들으면 우스개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진짜라고 한다.


■ 4차 - 합숙 평가


: 4차까지 왔다면 다들 긴장이 많이 풀렸을 것이다. 나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여기까지 온 자원들인데다가, 합숙이라고 하니 MT를 온 것마냥 설레기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어쨌든 합숙 평가도 엄연한 테스트. 합숙 평가에서는 응시자들에게 제한시간을 준 뒤에, 나가서 아무 거나 붙잡고 취재를 해오라고 시킨단다. 그렇게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를 응시자들이 직접 발표하게 되고, 심사위원들이 테스트한다. 그리고 밤에는 다함께 술을 마시며 그 사람의 술 취한 뒤 드러나는 본심을 테스트하는 '취중테스트'까지. 여기서 다시 20명이 떨어져나간다.


■ 5차 - 최종 면접


: 최종 면접에서는 총 5명 정도 선발이 된다고 한다. 마지막 면접에서 최종 선발을 하는 이는 해당 언론사의 회장 혹은 사장이라고 한다. 데스크 부장들도 동석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사람들은 질문만 하고 실제로 선발하는 것은 결국 최고 권력자인 회장이나 사장이 낙점하게 된다고. 결국 언론사 사주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듣고보니, 언론고시란 게 왜 '고시'인지 알 것만 같았다. 그동안은 막연하게 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왔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냥 쉽게 될 수 있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수업을 듣고보니 이건 보통 어려운 시험이 아니다. 기자가 되기 위해 삼수, 사수 이상 투자하는 수험생들도 많고, 한 해 평균 2,000명 정도가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웬만한 의지와 노력 없이는 붙을 수가 없는 시험인 것이다. 오히려 이 시험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지원한다면, 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밤새 불을 켜고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를 많이 하라


마지막으로 윤 기자는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강조했다. 앞서도 언급하였다시피, 논작의 핵심은 '참신한 소재'다. 그리고 이런 소재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만 한다. 윤 기자는 "경험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이 있는데, 직접 경험은 어차피 모든 사람이 초중고 12년 정규교육과정을 밟아왔다면 거의 다 비슷할 것이다"라며 "그렇다면 간접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는데, 간접 경험을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독서'다"라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서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읽어야 할까? 


윤 기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고전 혹은 역사를 읽어야 한다". 많은 언론들이 고전 혹은 역사서의 구절이나 고사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무엇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윤 기자는 "고전과 역사를 많이 읽어두어야 논작을 쓸 때도 더 다양한 고사를 인용하며 멋진 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방대한 고전과 역사서를 다 읽을 수는 없는 노릇. 윤 기자는 "요즘은 만화로 된 고전이나 역사서가 많다. 조선왕조실록도 만화로 된 책이 있다"며 "우선은 만화로 가볍게 읽으며, 대강의 역사적 얼개만 기억하면 된다. 그러다가 더 관심이 있는 분야는 활자로 된 책을 찾아서 읽으면 되지 않느냐"고 조언했다.


[Tip] 윤범기 기자가 조언하는 '책 읽기 위한 습관'


1. 핸드폰을 끊어라

2. 지하철을 타라

3. 항상 손에 책을 들어라

4. 독서일기를 써라

5. 카톡 프로필을 바꿔라 (프로필에 현재 읽고 있는 책을 적음으로써 동기부여)

6. 독서모임을 해라

7. 저자를 불러라


수업이 끝난 뒤에는 윤범기 기자와 수강생들 사이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윤범기 기자와 기자학과 수강생과의 일문일답


Q. 기자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A. 현직 기자들에게 기자 준비한다고 하면 '기자 힘들다', '그거 왜 하려고 하냐'며 부정적으로 대답하곤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기자란 직업은 매우 좋은 직업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기자라고 하면 어딜 가도 존중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쓰는 일을 업으로 하면, 훗날 다른 일을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Q. 조중동을 읽으면 보수적으로 생각이 변하고, 한겨레를 읽으면 진보적으로 생각이 변한다. 어떤 신문을 어떻게 읽어야 균형 있게 신문을 읽을 수 있을까


A.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신문 하나와 진보언론을 대표하는 신문 하나를 같이 읽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 읽기 힘들다면 차라리 '한국일보'를 추천한다. 한국일보라고 하면 어떤 성향인지 딱 떠오르는가? 아마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대중들에게 '무성향'으로 각인되어 있는 신문일수록 가장 당파성이 없어 읽기 좋다


뒤풀이를 빙자해 열린 2부 강의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윤범기 기자 曰 "우리 가볍게 맥주나 한 잔씩들 합시다!" 이렇게 적극적인 강연자는 처음 보았다. 대개 강연자라고 하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서 시간 맞춰 강연하다가 끝나기가 무섭게 퇴장하는 경우가 다반사. 하지만 윤 기자는 오히려 뒤풀이를 먼저 제안한 것이다.


나 역시 집에 가려다말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맥줏집 뒤풀이에 합석했다. 사실 뒤풀이라고는 하지만, 내 생각엔 뒤풀이를 빙자해 열린 2부 강의였다고 본다. 윤 기자는 이 자리에서 본인의 생각과 고민을 털어놓고,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바람을 피력했던 것이다.


그는 기성 대학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면서, 젊은이들이 '대학자퇴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사람의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기면서, 서구권에서는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직업을 3~4개 이상 갖는다"며 "우리는 젊은 시절 선택한 직업 하나를 천직으로 알고 평생 동안 그 직업에만 매달리다가, 퇴직하면 남은 인생을 허무하게 보낸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다시 "인생 이모작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3모작, 4모작이다. 남은 인생이 길기 때문에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직업도 여러 직업을 가져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결국 본인이 하기 싫은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고 산다는 건 불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외에도 정치, 경제를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윤 기자는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본인이 직접 '신촌대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설립했다고 한다. 신촌대학교는 열정대학과 비슷한 설립목적을 가지고 출범한 단체인데, 현재 열정대학 유덕수 총장과도 서로 교류하면서 이 땅의 젊은이들이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나 역시 평소 내가 품고 있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내가 "기자가 되고 싶지만, 내가 쓴 기사들이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잘려나가는 것을 견디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하자, 그는 "우리나라 언론이 아직까지 당파성이 심하다. 그게 싫으면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면서도 "그래서 대안 언론이 존재하지 않느냐. 정 기자가 되고 싶다면, 대안 언론쪽으로 기자가 되는 것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다보니, 어느새 밤 11시가 넘어버렸다. 너무 시간이 늦은 탓에, 아쉽게 파해야했지만 정말 흥미진진하고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오늘 취중토크를 마치며 각자 소감 한 마디씩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열정대학 입학 후에, 솔직히 열정대학이 나와 잘 맞는지 안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오늘 기자학과 수업을 듣고나서 열정대학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한 심정이었다. 열정대학이 아니었다면 언제 이렇게 현직 기자와 취중토크를 하며, 내 진솔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겠는가. 이런 기회를 제공해준 열정대학 측에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다.






Posted by 가베치
,


오늘로써 열정대학 학생선택과목 '함께 무예 배워볼과'도 5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2주 뒤면 종강이고, 마지막 수업은 사당 전수관에 가서 '종강파티'를 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으니, 실질적인 수업은 다음 주가 마지막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다들 열심히 잘 따라와주긴 했는데... 얼마 전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네요. 


지난 주 토요일은, 과목 개설 후 사상 처음으로 '결강'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단 한 분도 참석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뭐 사유를 밝혀주신 분들도 있고, 그냥 아무 연락 없이 잠수타신 분들도 있고... 심적으로 좀 울적했네요. 다들 재밌다고 잘 따라와주다가 갑자기 안 나오는 바람에... 제 수련 지도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혼자 고민도 해봤고, 학생들에게 물어도 봤지만... 다들 '바빠서 어쩔 수 없었다. 죄송하다'고 합니다. 뭐 정말 바빠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야죠.


어쨌거나 이 상태로는 애시당초 정했던 커리큘럼(종강까지 권법을 떼는 것)대로 가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수업을 지도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집에 있는 목검 두 자루를 챙겨서 수련터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수련은 기존에 배웠던 거 가볍게 복습하고, 바로 검을 잡게 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목검 쥐는 법부터 간단한 타법까지만 지도하고 서로 툭탁거리며 때리고 막는 연습을 시켰습니다. 확실히 만날 허공에만 주먹과 발을 날리다가, 뭔가를 들고 투닥거리니 다들 재밌어하는군요.


칼을 이용한 공방 연습을 끝내고는 기초 호신술 몇 가지를 지도했습니다. 뭐 전부 여기저기 무술도장을 다니며 알음알음 익혀두었던 것들이죠. 위급 상황에서 여자들도 쓸 수 있는 기술들 몇 개를 소개하니, 다들 또 신기해하고 재밌어합니다. 둘이서 짝 지어서 열심히 연습하네요.


어차피 다음 주 수업이 마지막이니, 마지막 수업 역시도 그냥 이렇게 서로 손이나 칼을 맞대고, 재밌게 수련을 하다가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뭔가 용두사미가 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만... 애시당초 처음 개설한 과목이고, '기초 호신술 지도+무예에 대한 흥미 유발'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였으니, 그닥 후회는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나오면서 제게 응원해주는 수련생들도 있고요. 다들 퇴근하고 쉬고 싶을텐데, 멀리서 와서 열심히 운동하는 거 보면, 저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마지막 종강파티 때까지 꾸준히 나와줘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군요.

Posted by 가베치
,

지난 23일 목요일 저녁, 불광동 서울시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열정Talks가 열렸다. 이번 토크의 주제는 '황 싸부의 인생 다이어트 멘토링'. 


국내 굴지의 뮤지션 기획사인 'YG 엔터테인먼트'의 전속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황상찬 코치(일명 황 싸부)의 강연이었다. 


참고로 황 코치의 별명이 황 싸부인 이유는, 그가 우연히 극장에서 본 영화 <황비홍 3>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극중의 황비홍은 '황 사부'란 뜻의 '황 시푸'로 더 많이 불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마음에 들어서 그때부터 '황 싸부'라고 스스로를 부르기 시작했단다.


YG 전속 트레이너 황 싸부를 만나다


처음에 이 과목 개설 소식을 듣고서는, 별 생각 없이 신청했다. 과목을 신청한 가장 큰 이유는 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여유 있을 때 더 많은 과목을 듣고 최대한 경험을 쌓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YG 전속 트레이너의 운동법이 어떤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분이 처음에 자기소개를 할 때, MMA쪽 용어를 계속 쓰시길래 혹시나 싶어 "마샬아츠(무술)도 같이 지도하시는 거냐"고 여쭤봤다. 그랬더니 "나는 원래 브루스리(이소룡)를 존경해서 홍콩도 자주 갔었다. 그래서 무술에도 관심이 많았고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연예인들을 지도할 때는 헬스만 지도하면 다들 지루해서 못 견뎌한다. 그래서 타격기 계열의 마샬아츠를 결합한 운동을 지도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무술을 수련하는 입장에서 반갑기도 하고, 오늘 2부 시간에 어떤 운동을 지도해줄 것인가 이때부터 흥미가 생겼던 것 같다.


황 싸부의 '인생 & 다이어트 멘토링' 


1부 강의는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지금의 위치에까지 오른 황 싸부 자신의 인생역정을 소개하며, '성공'과 '목표', '습관' 등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조언하는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되었다.



황 싸부는 "성공한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라는 말로 강연의 첫머리를 열었다. 그는 성공의 기준은 결국 내 자신에게 달렸으며, 그 기준을 충족시켰을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또한 다소 난해한 질문을 던졌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want'와 'must' 중에 무엇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었다. 나는 처음에 'want'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수강생들 다수가 'must'라고 답했다. 아무래도 내 가치관은 다른 수강생들과 달랐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부터 먼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길을 먼저 찾아야, 그 길 위에서 내가 반드시 해야 할 'must'를 또한 찾게 되는 것 아닐까? 황 싸부 역시 "보통 must를 먼저 하는 게 맞다고 하지만, 꼭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어떤 길을 가야 시간이 단축되고 효율적일지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면 된다"고 충고했다.


산을 오르는 방법


이어 황 싸부가 화면에 띄운 PPT 내용이 참 인상 깊었다. '산을 오르는 방법'이라며 묘사된 그림에서는, 산을 올라가는 몇 개의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 헬기를 타고 바로 정상으로 가는 것이다. 이 길은 매우 쉽고 빠르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두 번째, 직선코스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 길은 매우 빠르지만, 또한 매우 힘들다. 세 번째, 등산로로 우회하여 가는 것이다. 이 길은 매우 느리지만 그만큼 다양한 길로 갈 수 있다.


이 셋 중에도 역시 정답은 없다. 결국 산을 올라가는 방법이라는 것도, 본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였다. 개인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역시 첫 번째 방법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욕심의 존재이니) 현실적으로는 세 번째 방법이 맞다고 본다. 이 길도 가보고, 저 길도 가보면서 느리지만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좌충우돌 부딪쳐본 끝에 정상에 올라야만, 후회 없는 등산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의 나도 이미 세 번째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수상을 보고 울부짖던 사내


황 싸부는 곧이어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체대를 지망했던 황 싸부는 실제로 기계체조를 전공했고, 나중에는 단돈 600만원을 들고서 미국 필라델피아로 건너가 요가와 필라테스 그리고 가라데 등 각종 무술과 운동을 두루 섭렵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투병 소식에 귀국해 병원비를 대느라 고시원 쪽방 생활을 전전해야 했고, 3일에 한 번씩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얼음을 나르는 알바를 했는데, 이 당시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황 싸부가 머물던 고시원 바로 옆에 큰 예수상이 있었는데, 밤마다 이 예수상을 보며 원망을 담아 울부짖기도 했다는데, 이에 지나가던 사람이 경찰에 신고해 취객으로 몰린 적도 있다고. 


황 싸부는 이때를 회고하면서 "살면서 한 번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러기엔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아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이때 내가 정말 더 힘들었더라면... 그런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정말 힘들었던 무명 시절이었던 것이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이종격투기'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게 된 계기 역시 흥미로웠다. 


당시의 황 싸부는 워낙 고된 알바로 인한 육체적 스트레스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만성적인 '두통'을 앓았다고 한다. 병원에 가자 의사가 "이대로 계속 살면 죽을지도 모른다"며 경고했다고 할 정도였다. 게다가 스트레스로 인해 누군가를 자꾸 때리고 싶을 정도로 폭력적인 성격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단다. 


바로 이때, 황 싸부는 '이종격투기'를 알게 되었다. "차라리 격투기를 통해 합법적으로 사람을 때리며 스트레스도 풀고 돈도 벌자"고 생각하며, 이종격투기 체육관에 입관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황 싸부가 본격적으로 운동 코치로 나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때부터 황 싸부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게 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황 싸부는 "지금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헤매고 있는 것이다"라며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에 마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즉,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내가 원하는 인생, 목적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알쏭달쏭한 말이지만 이해가 가는 것도 같았다.



그러면서 황 싸부는 '머그잔의 법칙'을 강조했다. 머그잔을 옆에서 보면 물을 아무리 부어도, 얼마만큼 차올랐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계속 들이붓다보면 어느 순간 차올라서 옆으로 줄줄 흘러넘치게 되는데, 결국 인생이란 것도 그런 거라고.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나의 실력을 알 수가 없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력을 쌓으면(물을 부으면) 결국 내 스스로도 알고, 남들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물이 흘러넘치는 것)


성공하는 삶=좋은 습관


마지막으로 황 싸부는 '성공하는 삶=좋은 습관'이라는 원칙을 제시하며, 성공하는 삶을 만들기 위한 좋은 습관 4가지를 제시했다.


1. 긍정마인드


-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모든 일에 임하라


2. 인사


- 누구에게나 적극적으로 인사하라. 필요 이상의 적을 만들지 마라.


3. 운동(health)


-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우선 본인의 체력부터 길러라. 모든 일도 건강이 우선이다.


4. 칭찬


- 스스로에게 칭찬하라. 주위에서 내 편을 찾지마라.


황 싸부는 위의 4가지 습관을 잘 기억하고 실천한다면, 성공하는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장담하였다. 


또한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문드러질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을 주문하였다. 정말 미친듯이 몰두했을 때에도 안되는 일은 내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일 중에 안 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일에 그렇게까지 미쳐본 적이 얼마나 되는가 반문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달까.


황 싸부는 "습관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비결의 하나는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다"라고 역설하면서,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사례를 들려주었다. 


주짓수를 배울 당시에, 자기가 쉽게 넘길 수 있는 상대가 있었던 반면에, 자기가 아무리 해도 넘기지 못했던 상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존심이 상해서 자꾸만 자기가 쉽게 넘길 수 있는 상대하고만 붙으려고 했었는데, 결국 그렇게 하니 실력이 좋아질 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들이 흔히들 겪고 깨닫는 현상 중 하나이기도 해서, 또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무술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싶어 무척 반가웠다.


여름맞이 운동법을 배우다


1부 강연이 끝난 뒤, 곧이어 이어진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황 싸부로부터 여름맞이 운동법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의자를 모두 치우고 다들 간단하게 몸을 푼 뒤에, 황 싸부의 지도를 받아 스쿼트와 같은 기본 체력단련법을 먼저 배웠다. 



나같은 경우 워낙 무술 수련을 통해 하체단련 하나는 잘 되어 있다고 자부하고 있던 터여서,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진 않았다. 여하간 황 싸부는 "운동을 제대로 한 사람은 엉덩이가 크지 않다"며 "이 동작만 제대로 하루에 1분씩만 해줘도 골반 라인이 이뻐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1. 두 발을 마보처럼 넓게 벌리되, 양 발의 끝이 바깥쪽을 향하게 하여 180도로 만든다.

2. 양 손바닥을 엉덩이에 살짝 짚는다

3. 앉으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일어서면서 숨을 내쉰다. (일어설 때 엉덩이를 꽉 조여주는 것이 포인트)


하체단련법을 배운 뒤에는 복싱을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야 고딩 때 복싱을 몇 개월 정도 배워본 적이 있어서 따라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잽, 스트레이트'를 먼저 배우고, 나중에는 스텝을 이용해 '잽-잽-잽-잽-원/투'를 반복하였는데, 오랜만에 복싱을 하려니 생각보다 재밌었다. 확실히 복싱이 운동량도 대단히 많고, 기술들도 간단명료하면서 위력적이어서 단기간에 실전에 써먹기엔 아주 좋은 운동인 것 같다. 어느 순간 황 싸부의 구령에 맞춰 비지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원투를 날리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과 마주하면서 원투를 날리고, 받아치는 연습을 했다. 보통 미트로 받아치면서 연습하곤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투를 날리면 상대방이 손바닥으로 타탁 쳐내며 반격하는 공방 연습이었다. 나와 함께 손을 섞고 연습을 하던 열정대학 조교 근우씨와 원투를 주고받다보니 단조로움에 질리기도 하고, 또 무술가적 본성이 주체하지 못하고 튀어나오고 말았다.


"저는 영춘권을 배워서 이렇게 말고, 다른 식으로도 할 수 있어요"라며, 근우씨를 상대로 영춘권 스타일로 공격을 막고 반격해봤다. 어설프게 알면 모르니만 못한 법이고,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가는 법이다. 그럼에도 자꾸만 배운 기술을 이래저래 써먹어보고 싶은 것이 또한 무술 수련생의 욕구 중 하나다.


원투 주고받기 기술 외에도 몇 가지 호신술을 익혔다. 사실 무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도장에서 배운 호신술 중 일부 기술들은 실제로 써먹기 어려운 '죽은 기술'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근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 쓸 수 있는 기술이라던가... 고도로 연습하지 않으면 쓰기 힘든 기술이라던가... 황 싸부는 그런 점을 지적하면서 힘이 약한 여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지도해주었다. '손목 잡혔을 때 대처법', '상대방이 껴안았을 때 대처법' 등이다.


그렇게 한창 복싱 연습을 하다가, 바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어갔다. 


명상 중간에 갑자기 황 싸부가 "아!"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 소리에 놀라는 사람도 있었고, 놀라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명상에 집중하느라 그 소리에 놀라지 않는 게 더 제대로 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황 싸부는 의외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낸 소리에 크게 놀랄수록 제대로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명상에 집중하면 내가 내는 소리에도 반응을 하게 된다. 그리고 거친 운동을 한 뒤에는 꼭 이 명상을 바로 해주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 미심쩍기도 하고, 애매하기도 해서 나중에 사부님께 다시 한 번 여쭤볼 생각이다.



강의를 마치고


명상을 끝으로 오늘의 강의도 모두 끝났다. 


무려 2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된 강연이었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몸으로 직접 운동을 배워볼 수 있었던 2부 시간은 재밌는 경험이었다. 오랜만에 잽을 날리는 맛도 괜찮았고, 새로운 운동법을 배울 수도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사실 무엇보다 황 싸부의 인생역정을 들으면서, '역시 성공한 사람들에게도 시련은 있었구나'하는 점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YG 전속 트레이너로 유명 연예인들을 지도하고, 하루에도 80통 이상의 메일을 받는다는 그 황 싸부도, 젊은 시절 동네 예수상을 보며 울부짖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공이 더욱 값진 것이 아닐까. 나 역시 그 정도까지 좌절한 적은 없지만, 그리고 그런 좌절을 일부러 겪고 싶진 않지만... 남은 인생에 있어 어떤 좌절과 실패가 닥치더라도, 마땅히 극복하겠노라 다짐해본다.



PS. 끝나고 나가는 길에 황 싸부가 협찬받은 건강보조식품을 나눠주었는데, 운동 전/후로 먹으면 운동효과가 배가 된다고 한다. 뭔가 되게 좋아 보여서 많이 챙겨왔다.



Posted by 가베치
,

열정대학 16년도 3학기가 개강한 지도 벌써 2개월이 다되어간다. 이 시점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본부전공선택과목인 '기자학과'가 어제 개강했다. 마지막 특강까지 포함해서 총 5주 강좌로 구성되어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다고치면 5주라는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직접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마치 본격적인 바리스타 교육을 받기 전 취미과정인 홈바리스타 과정부터 먼저 시작했듯이, 이번 강좌 역시 기자라는 직업이 나의 가치관에 맞나 판단하기 위한 탐색과목 정도로 생각한다.


기자란 사실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


첫 강의는 경제전문지인 이데일리 산업부 소속의 신정은 기자가 연사로 나섰다. 오늘 강의의 주제는 '기사쓰기의 이해'.



신 기자는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란 사실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이다"라는 말로 강의의 서두를 열었다. 그녀가 준비해온 PPT에는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근거들이 통계 등으로 제시되어 있었는데, 여러 직업들 중 수명도 가장 짧아 단명하는 직업군에 속한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불규칙하고 과다한 근무시간, 치열한 보도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더욱이 요즘은 몰지각한 기자들로 인해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져 기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도 않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악플러들이 다는 악플 때문에 상처 받을 때도 많다는 것이다. 신 기자는 이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쓴 기사에 달린 악플들 몇 가지를 사례로 보여주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신 기자의 이름을 대놓고 언급하며, '기자 이름 기억해두겠다'는 악플이 보이던데... 이건 거의 협박 수준 아닌가. 기자들이 알게 모르게 겪어야 할 고충들에 대해 새삼 깨달았다.


기사쓰기의 단계


이어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신 기자는 기사를 쓰기 위한 단계를 2단계로 나누었다.


1) 아이템 발굴


기사쓰기의 가장 첫 번째 단계로, 기사를 쓰기 위한 소재를 발굴하는 단계다. 신 기자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취재거리다"라며, 남들과 다른 관점과 호기심을 갖고 주위 사물을 바라보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실제 자신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한창 구제역으로 사회가 시끄러울 때,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 인근에 위치한 음료수 공장을 보고 "혹시, 구제역이 저 음료수 공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면 우리가 마시는 음료수도 구제역의 위험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고 취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공장의 거리가 멀어서 그런 의혹은 깔끔하게 풀렸지만, 신 기자는 해당 사례를 언급하며 "이처럼 주위 사물을 찬찬히 잘 살펴보고, 호기심을 갖고 남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캐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아이템을 발굴하기가 어렵다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나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고,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파악해서 기사 아이템으로 잡아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2) 야마 잡기


그렇게 아이템이 선정되었다면, 다음 단계는 '야마'를 잡는 것이다. 야마란 해당 기사의 주제, 핵심, 방향, 논조 등을 두루 포괄하는 용어로, 일본식 표현이다. 아직도 언론계에서 공공연하게 쓰이는 표현인 듯 싶었다. 사실 나부터도 군 복무 시절에, 일본의 잔재인 것을 알면서도 일본식 표현들을 적나라하게 사용했으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국내 언론계에서도 아직 이런 표현을 당연하다는듯이 쓰는 것이 의아하긴 했다.


여하간 신 기자는 "기사의 야마를 정했다면, 야마 외의 곁가지들은 버려야 한다"며 "아까운 건 알지만, 그래도 기사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고 독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한 기사에 두 개의 주제 이상은 담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야마를 드러내기 위한 제목을 잘 뽑는 것도 중요하다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도 기사의 내용을 대충 파악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목이 싱거우면(?) 기사를 읽지도 않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기자는 "그렇다고 일부 연예지처럼 일부러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는다던가, 본문에 없는 내용으로 낚시성 제목을 뽑으면 절대 안된다"고 못박았다.


제목 뽑기... 굳이 신문 기사가 아니어도 개인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도 늘 어려워서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이다. 제목 뽑기만 따로 뽑아서 강좌 하나 해도 모자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내용은 앞으로, 곁가지는 뒤로


이어 그녀는 "한편을 유용하게 쓸 것'과 '문장은 무조건 짧고 간결하게 쓸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한편이란 글에 반전 혹은 부연설명을 주기 위한 부사다. 기자 본인이 전달하고자 했던 기사를 다 완성한 상태에서, 좀 아쉽거나 뭔가 더 설명하고 싶을 때 유용하게 쓰라는 것이다. 대신 이 내용은 잘려도 상관이 없어야만 한다. 어디까지나 '부연설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문기사는 '역피라미드'순으로 작성을 한다고 한다. 이것은 기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야마(핵심)가 담긴 중요한 내용은 모두 앞쪽에 서술하고, 뒤로 갈수록 쳐내도 무방한 부연설명 위주로 서술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작성하는 이유는 신문지면의 한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제로 편집을 하면서 지면 관계상 글을 줄이게 되면 뒤에서부터 쳐내기 때문에 이런 구조로 작성을 한다는 것이다. 이건 처음 듣는 팁이라 앞으로 글을 쓸 때도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기사의 종류]


1. 스트레이트


1)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하는, 기사의 전형적인 형태

2) 육하원칙에 따라 작성

3) 역피라미드 형태


2. 단신 기사


1) 짧은 스트레이트

2) 400자 이내로 짧게 쓰는 기사


3. 피처 기사 (박스 기사)


1) 스트레이트가 아닌 기사들을 주변에 선을 그어 구분하던 데서 비롯된 명칭

2) 특정 사안의 배경이나 전망을 추가 설명하는 해설, 사건이나 사건의 주인공 등의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흥미 있는 화제를 다루는 글

3)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닌 자료를 분석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뒷이야기 등

4) 자유로움, 기자 개인의 문체가 드러나기도 함, 내러티브 기사 등


4. 기획기사


1) 시리즈 형식으로 제작

2) 1~2면을 바름

3) 기사 연재


5. 스케치 기사 (르포 기사)


1) 사건의 주변 분위기를 묘사한 기사

2) 주관을 배제하고 현장 분위기를 전달 (완전한 배제는 불가능)


6. 칼럼


1) 기자 경력 15년 이상

2) 평기자는 취재일기, 기자수첩, 기자의 눈 등으로 취재 뒷이야기를 쓰는 것

3) 주관적 글쓰기

4) 새로운 시각, 정보, 글맛을 갖춰야 함


디테일의 차이


기사의 전체적인 틀을 잡는 법에 이어 '디테일한 면'을 잡는 법을 언급하였다. 첫 번째로, 매 문장마다 끝을 맺는 '서술어'를 다르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본인이 쓴 기사를 화면에 띄웠는데, 서술어마다 블라인드 처리를 해놓고 수강생들이 직접 돌아가면서 하나씩 맞춰보았다. 신기하게도 모든 서술어가 다 달랐다. 같은 뜻이지만 반복해서 쓰는 게 아니라, 전부 색다른 단어를 쓴 것이었다. 이걸 보면서 기사 한 편을 쓰기 위해 참 많은 정성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나부터도 지금 이 후기를 작성하면서 서술어를 최대한 색다르게 끝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로는 '인포그래픽'을 강조하였다. 인포그래픽이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글 외적인 수단으로, 사진 및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요즘은 인터넷 신문 시대라 글보다는 이런 인포그래픽이 오히려 주를 이루고 있는데, 얼마 전부터 <스브스뉴스>를 비롯하여 주요 언론들까지도 도입한 '카드뉴스'가 대표적이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감정 표현을 금지하라'고 강조했다. 기자는 독자들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이지, 기자 개인의 신념을 주입시키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왜 기자가 되고 싶은가


그녀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기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그 세 가지란 다음과 같다.


1) 저널리즘


'저널리즘'의 사전적 정의는, 신문과 잡지를 통하여 대중에게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이런 사전적 정의를 넘어서 '사실을 끝까지 추적하여 보도하려는 정신', '사건을 균형있게 바라보려는 시각', '자신만의 줏대' 등 기자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들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저널리즘에 입각한 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가치관


신 기자는 바로 이 가치관을 제일 강조했다. 즉, 기자라는 직업이 내 가치관에 적합한지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기자란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이다. 실제로 현직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업만족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과도한 근무시간에 비해 그렇게 높은 소득을 받는 직업도 아니고, 취재 및 보도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그녀는 본인이 기자를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장이 좋기 때문이다. 평생 살면서 만나보지 못할 유명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내가 기자였기에 가능한 일이고, 이슈 현장의 한복판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짜릿함을 느낀다"


3) 멀티플레이어


마지막으로 신 기자는 시대가 바뀌면서 종편이 등장하고, 독자(시청자)들의 의식 수준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으며, 언론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화(종이신문->인터넷 뉴스)하기 때문에, 이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다방면으로 프로페셔널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오늘 강의를 마무리하였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던 시간


그녀의 입담은 재치있었고, 강의 진행은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현직 기자로서 본인이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생생하기까지 했다. 어떻게 보면 본인에게 있어서는 큰 상처가 되었을 법한 에피소드들도 이제는 지나간 추억인 것마냥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그녀를 보면서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의 열기는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식을 줄을 몰랐다. 강의 초반에는 쭈뼛쭈뼛 어색해하던 수강생들이 너나할 것 없이 저마다 손을 들어 질문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수강생들의 질문 가운데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신 기자의 답변을 옮겨본다.


[신정은 기자와의 일문일답]


Q. 소속 언론사와 기사의 방향을 놓고 대립하게 될 경우 어떻게 하는가?


A. 당연히 싸운다. 데스크에 끊임없이 찾아가 요구한다.


Q. 인터뷰를 하러 다가가기가 어렵다. 조언을 해준다면?


A. 처음부터 일을 목적으로 다가간다는 인상을 주지 말라.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친근함을 형성하라. 그리고 나서 인터뷰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Q. 실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상처를 받는 일이 많았을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A. 정말 그런 일이 많다. 욕도 자주 먹고,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하는 거라 생각하고 털어버린다. 나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지 않은가?






무거운 발걸음


기자학과 1강 수업을 듣고 나오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사실 故 장준하 선생을 존경한다는 이유만으로 한때 언론인의 길을 꿈꾸었고, 실제로 다양한 정부기관 소속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나름 글솜씨를 인정받은 나였다. 그럼에도 스스로 늘 열등감에 시달렸다. 내가 쓴 글은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고, 내 글에는 줏대와 깊이가 없다는 강박관념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언론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낙인을 찍어버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정은 기자의 강의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기자라는 직업이 갖는 매력에 대해 끌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을 가려내고,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만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감추려고 하는 사회 이면의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 사회정의와 공익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나로서는, 여전히 기자만큼 매력적인 직업도 없다. 


다시금 이 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기에, 내 발걸음이 유독 무거웠던 것이 아닐까.

Posted by 가베치
,

지난 4일 토요일, 불광동 서울시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열정Class' 강연이 열렸다(이하 열정클래스). 열정클래스는 열정대학에서 매 학기마다 1회씩 주최하는 강연으로, 사회 명사들을 강사로 초청하여 이루어진다. 학생필수과목이기 때문에 오티특강과 마찬가지로 열정대학 재학생이라면 무조건 참여해야하며, 불참하게 될 경우 그에 따른 제재를 받게 된다.


나로서는 열정대학 입학 후 처음 듣는 열정클래스라서, 은근히 기대도 해보았다. 다만 강사진의 이력이나 강연 주제 자체가 처음 들었을 때, 바로 흥미가 생기는 주제가 아니어서, 듣다가 졸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긴 했다.


강연은 2명의 연사를 초청해 이루어졌는데, 한 강연 당 1시간 30분씩 이루어졌다. 순수한 강의시간만 3시간이라 과연 끝까지 집중해서 들을 수 있을까 처음부터 걱정이었다.


청년이 최우선이다


첫 번째 순서로 교육평론가 이범 씨가 '청년이 최우선이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강연에서 다루고자 하는 담론의 무게가 너무 묵직했기 때문일까? 30분 정도 지나니까 솔직히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청년이 최우선이다'라는 대주제 아래 여러 소주제를 나열하며 열강을 했지만,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그것은 내용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었지만 가슴으로 와닿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강의의 성공여부는 연사의 스피치 능력이나 잘 만들어진 PPT에 달려있지만, 핵심은 '듣는 이의 공감 여부'라고 본다. 아무리 훌륭한 언변과 잘 만들어진 PPT로 열변을 토할지언정, 그 강의를 듣는 사람이 공감할 수 없다면... 물론 그렇기에 함부로 그 강의를 평가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내 결론은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이다.


그래도 강연 막바지에 언급했던 스펙에 대한 이야기는 새겨들을 만 했다. 


"스펙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물론 그것이 굉장히 위험하고 또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자기의 사과를 찾아야 한다. 자기의 사과를 얻기 위해서는, 손에 붙들고 있는 것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며 '스펙'과 '전문성' 내지는 '꿈'의 차이를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 많은 젊은 이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무작정 토익공부와 각종 자격증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데, 진정 그 스펙이 전문성과 직결되는가? 그것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주위 친구들이 취직을 준비하며 각종 스펙을 쌓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심란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가 꾸는 꿈을 이루는 데 있어서, 토익 점수와 컴퓨터 자격증은 전연 쓸모가 없다. 그럼에도 내가 꿈을 이룰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에, '보험'격으로 남들따라 기본 스펙 정도는 마련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같이 해야 가치있다


두 번째 강연은 문화기획가 류재현 대표(가치기업 류스 대표)의 강연이었는데, '같이해야 가치있다'라는 주제였다. 제목만 봐도 대강 어떤 느낌일 거라 예상은 됐는데, 사실 저 주제는 후반부에야 결론격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고, 초반에는 '창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류 대표는 원래 상상이라는 콘텐츠에 주목을 했지만, 상상이 지루해 '가치'라는 콘텐츠로 이동했다고 한다. (참고로 그가 세운 가치기업 류스는 그의 성을 따서 만들어졌는데, 아버지가 직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어 '두 명의 류'라는 뜻으로 '류스'가 되었다고 한다)


창의란 무엇인가


류 대표는 창의를 '뒤집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곧, 창의란 실패를 성공으로 읽히게 만드는 것이다. 이 구절을 설명하면서 PPT를 띄웠는데, PPT에는 무수히 많은 '실패'로 구성된 '성공'이라는 큰 글자가 나타났다. 류 대표는 학생들에게 "이 글자를 어떻게 읽는 것이냐?"고 질문을 던지면서,


1) 실패가 쌓여서 성공을 이룬다

2) 어떠한 성공도 그 속을 자세히 보면 무수한 실패로 이루어져 있다

3) 실패라는 단어 속에는 무수한 성공이라는 단어가 가득하다


라고 힘주어 설명하였다.


그리고 "진정한 크리에이티브는 새로운 것을 발명하거나 발견하는 것이 아닌, 같은 것을 다르게 볼 줄 아는 능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때 필요한 덕목은 '다르게 생각하기', '다르게 실행하기', '다르게 활용하기' 라고 덧붙였다.


관점


류 대표는 이어 '점'을 강조했다. 점이란 '관점', '궁금한 점', '다른 점' 등 정말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관점'에 대해 류 대표 본인이 겪은 몇 개의 에피소드를 나열하면서, 설명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류 대표의 군 복무시절 이야기였다.


군 복무 당시 류 대표는 '더덕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대 인근의 더덕이란 더덕은 기가 막히게 잘 찾아서 캐는 재주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역하던 날, 늘 지나던 개울에서 상체를 숙여 세수를 하려는데,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내밀자, 엄청나게 큰 더덕이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더덕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에 다시 고개를 숙여서 거꾸로 뒤집어보니 땅에서 자라고 있는 큰 더덕이 보였다고 한다. 자기가 지금까지 본 더덕 중에서 그렇게 큰 더덕은 처음 본다고 했다.


류 대표는 이때 처음 '관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고했다. 곧 얼마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 만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관점이 탄생하고, 그곳에서 창의가 자라난다는 것이었다.


점이 모이면 선이 되고, 선이 모이면 면이 된다


강연 후반부에서 류 대표는 드디어 오늘의 주제인 '같이 해야 가치있다'를 역설했다. 우리가 가진 점들은 비록 작지만, 그 점들이 모이면 선이 되고, 다시 선이 모이면 면이 되는 것처럼 서로 협동을 해야 더 큰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자가 가지고 있는 큰 점들이 모이면 그만큼 점들 사이의 '빈 공간'이 커지지만, 크기가 제각각인 다양한 점들이 모이면 그만큼 빈 공간도 줄어든다고 역설하였는데, 이것은 결국 사회의 다양한 관점들이 모여 협동할 때 소외되는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류 대표는 대학생 시절 클럽을 좋아해서, 홍대 클럽 죽돌이였는데, '클럽데이'란 것도 본인이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클럽데이는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한 장의 티켓을 구입해, 홍대에 있는 모든 클럽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즐기는 이벤트를 의미한다고 한다) 하지만 큰 클럽들에 밀려 작은 클럽들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던 류 대표는 공동의 지분을 가진 대형클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추진하였지만, 큰 클럽들의 이기심 때문에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이때의 실패가 쓰라리게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류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협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그가 추진했던 '협업공간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경기청년협업마을'이라는 성과로 드러났다. 그 내용은 이렇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큰 돈을 들여 놀고 있는 부지를 매입해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야심차게 만든 공간이, 밤만 되면 죽은 공간이 되는 것을 안타까워한 시흥시장이 류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이에 류 대표는 자신이 꿈꾸었던 '협업공간'으로 가치를 살려보자고 하여,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해 이곳에서 협업을 통해 함께 꾸려가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렇게 오늘날의 '경기청년협업마을'이 탄생하게 되었단다. 


지금 이 공간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주말만 되면 서울로 몰려가는 젊은이들이 이제 시흥으로 몰려와 홍대 거리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어울려 공동체의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을 보면서, 류 대표가 지향하는 '협업'이라는 가치에 대해 매료되었다. 류 대표가 지향하는 가치야말로 단결과 협동이 부족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류 대표의 최종 꿈은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주민 또는 마을의 소유인 특허(저작권)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나 역시 그의 꿈에 동참하고 싶다.

Posted by 가베치
,

지난 토요일, 열정대학에 야심차게 개설한 무예24기 과목 '함께 무예 배워볼과' 1강이 열렸다.


마침 그날은 불광동 근처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열정Class'가 열리는 날이라, 클래스 강연이 끝난 뒤에 바로 모여서 수련하기로 했다.


화요일반 멤버 제외하고, 또 오늘 갑자기 사정이 생긴 한 명이 결석하니, 수강생은 두 명밖에 없었다. 단촐하니 오히려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우선 몸풀이와 입선(참장)을 복습하고, 이번에는 둘이서 짝지어 함께 푸는 몸풀이도 새로 지도하였다. 이어 주먹을 쥐는 법부터 주먹을 지르는 법, 발차기(단퇴), 발차기 막기, 보법(진/퇴보)을 지도하였다. 하나 하나 배울 때마다 계속 반복 연습하고, 어느 정도 잡혔다 싶으면 다시 새 진도를 나가다보니 1시간 30분이 훌쩍 흘러버렸다. 쉬는 시간 없이 1시간 30분 동안 계속 떠들면서, 수강생들의 자세를 봐주다보니 끝나고나면 나도 진이 쭉 빠진다.



사실 야심차게 과목을 개설했고, 스타트가 좋아서 아직은 순항 중이지만, 그럼에도 개설자 입장에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진도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권법 자체가 일반적인 중국권법에 비해 초식의 수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7주 안에 이것을 다 지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바로 투로를 들어갈 수도 없다. 무예를 수련하기 위한 기본공을 확실히 떼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지도하는 데만도 몇 주가 걸릴 것이다. (아니 사실 몇 주 안에 뗀다는 것도 불가능하지)


가르쳐주려면 하루에도 다 가르쳐 줄 수 있지만, 그건 굉장히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까. 어느 무술이든 기본이 잡힌 후에야 다음 기술을 배우는 것인데, 아무리 취미반이라고 해도 기본공을 대충 지도하고, 바로 진도를 빼버리면... 기본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수련하다가 몸까지 망칠까 저어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온전히 지도자의 책임이다.


그렇다고 기본기만 주구장창 지도하자니, 수강생들 입장에서 맥이 빠져서 무예 자체에 흥미를 잃을까봐 그것도 걱정이 된다. 지금 당장은 기본기도 새로 배우는 동작이기에, 다들 재밌다고 하지만... 7주 동안 이것만 시키면 아마 중간에 다 '과목포기'하고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일단은 '취미반'으로 개설했기 때문에, 기본기를 중점적으로 수련하면서도 적당히 진도를 나가는 쪽으로 절충하긴 해야할텐데, 그 절충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커리큘럼 상으로는 권법 진도를 다 나가자고 했지만, 그건 욕심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권법에서 간단한 기술들만 뽑아서 지도할까? 


아무튼 개인수련하기도 정신 없는데,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한 요즘이다. 


그래도 수강생들이 열의를 갖고 수업에 임해주니, 그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오늘은 수련 마치고 함께 집에 가는데, 한 학생이 가방에서 「조선무사」 책을 읽고 있다며 보여준다. 일전에 내가 열정대학 커뮤니티에 '무예 수련하면서 참고하면 좋을 서적 리스트'에 올려둔 책인데, 잊지 않고 책을 빌려서 읽는 것이었다. 



요새 열정대학 커뮤니티에 '수련하면서 참고할 서적'을 비롯해 매 수업이 끝난 뒤에 '수련일지'도 작성해서 올리고, 이런 저런 유용한 정보들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수강생들이 하나 같이 나에게 "개설자님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개설자는 못 봤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면서 "여러분이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주니까 저도 덩달아 열심히 하게 되는거죠"하고 대답한다.


실제로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을 때마다 절로 힘이 난다. 특히 나는 수강생들에게 매 수업이 끝난 뒤에 '수련일기'를 써서 각자의 블로그에 올릴 것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하나같이 열심히 써주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그들의 수련일기를 읽으면서, 나는 행간에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수강생들이 이토록 열의를 보여주니, 개설자 입장에서 어찌 열심히 하지 않으리오한 편으로, 나 역시 열심히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우리 사부님도 또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PS. 이미 지난 화요일 첫 강의를 지도한 바 있지만, 그때는 인증샷을 찍지 않은 관계로... 벼르고 벼르다가 이번에서야 수강생들의 양해를 구하고 수련하는 사진을 찍어 짤막한 후기와 함께 첨부한다.

Posted by 가베치
,

- 1부에 이어 계속 -


그렇게 나까지 총 7명으로 시작하게 된 '함께 무예 배워볼과'.


참 신기하게도... 나 빼고 전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남자들이야 당연히 지원할 거라 생각했고, 여자 분들도 한두 분 있으면 수련 분위기가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남자는 한 명도 없고 오로지 여성들만 지원해서 솔직히 지금도 어안이 벙벙하다. (노린 것 절대 아님!)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과목 개설이 확정되고, 수강생들과 단톡방까지 만들어서 O.T 모임 날짜까지 잡았음에도, 마음 한 구석은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그때 내 마음 속을 지배하고 있던 단 한 가지 생각.


'내가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두려움 반, 설렘 반이 함께 했던 첫 만남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마침내 지난 5월 28일 토요일 오후 7시, 남영동 열정대학 건물 3층 '즐거움'에서 '함께 무예 배워볼과' O.T 모임이 있었다.


사전에 미리 준비해 간 프린트물을 통해 먼저 과목 개설 배경과, 목표, 커리큘럼 그리고 과목에 대한 규정을 설명하고, 우리가 한 학기 동안 배워야 할 '무예24기', '권법', '무예도보통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열정대학 홈페이지 내에 개설한 커뮤니티)


수강생들이 자기소개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다들 지원동기가 제각각이었다. 실제로 태권도 검은띠까지 딸 정도로 무술 자체에 관심이 많은 분도 있었고, 뭔가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남들과는 다른 색다른 운동을 해보고 싶어서 지원한 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다들 얼마 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인해 '내 몸은 내가 지켜야한다'고 생각하고 호신술을 배우고 싶어 지원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실 과목소개 때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소개했는데, 적절한 마케팅 효과였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달았던 시간


그러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 옥상에 올라가 간단하게 몸풀이와 입선(참장)을 지도했는데, 다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서 내심 안도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 내 자신이 여전히 많이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간단한 몸풀이와 입선 하나 가르쳤음에도, 내가 혼자 수련할 때와 달리 그 이론과 자세를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니 계속 버벅거리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수강생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계속 입이 턱 막혔다. '내가 그동안 열심히 수련해왔는데, 따로 수업준비를 할 필요가 있나'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내 자신의 무지함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수업을 통해 절실하게 느낀 것은,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새삼 사부님을 비롯해 '스승'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이리도 진이 빠지는 일일 줄이야... 수업 내내 정말 사부님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티가 끝난 뒤, 근처 맥줏집에서 뒤풀이를 하며 "저를 사부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도 지금 배우고 있는 학생의 입장이고, 모르는 것도 많기 때문에 감히 사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순 없어요", "미리 양해를 구하자면,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는 저도 사부님께 여쭤보고 대신 가르쳐드릴게요. 제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부로 언급하는 게 아닌 거 같아요. 대신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해 지도할게요"라고 미리 못을 박아두었다.



(사진: 함께 무예배워볼과 수강생들의 뜨거운 반응. 흐뭇하다)


교학상장의 의미


오티 모임을 통해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정말 나부터 철저하게 수련을 하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며칠은 평소와는 달리 더 긴장한 상태에서 수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동작 하나 하나를 수련하더라도, 입으로는 계속 누군가에게 설명하듯 말하는 연습을 했다. 그러면서 내 자세를 돌아보게 되고, 의문 나는 점은 즉각 사부님께 여쭤봐서 나부터 이해하려 노력하게 된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 정말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화요일 수련반 1주차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평소 내가 무예를 연마하던 보라매공원에서 다른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무예를 수련하고 있으려니, 감개가 무량했다. 그리고 오티 모임 때의 각성을 계기로 나름 철저하게 준비하고 수업에 임했던지라, 지난 번보다는 더 술술 설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스스로가 여전히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수강생들이 언제 어디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지 모르기 때문에, 매 시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더욱이 다들 수련의지가 대단해서, 그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그래서인지 지도자의 입장이 되고보니, 수련생일 때보다 더 열심히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각성도 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수업을 마친 뒤에도 혼자 남아서, 보충 수련을 하다가 왔다.


과목 개강을 하게 되면서...


앞으로 한 학기 동안 이 과목을 이끌어가게 될텐데, 일단 초기 반응이 좋아서 개설자 입장에서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설자이자 무예를 지도하는 입장에서 제일 바라는 것은 역시 '초심을 잃지 않는 것'과 '화목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은 다들 화기애애하게 수련에 임하고 있는데, 앞으로 종강까지 다들 이렇게 열심히 해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무예 지도자'라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 것 같아 뿌듯하고, 더 열심히 수련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끝)


Posted by 가베치
,

지난 주 토요일, 남영동 열정대학에서 '함께 무예 배워볼과' 첫 O.T 모임을 가진 후, 오늘 정식으로 1주차 첫 수업을 진행했다. 


'함께 무예 배워볼과'는 열정대학 2016년도 3학기 학생선택과목으로 처음 개설된 과목이다. 바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무예24기'를 수련하는 과목인데, 이 과목을 개설한 이가 누구냐... 바로 나다.


내가 배우고 싶은 과목을 만드는 열정대학


참고로 열정대학은 기존의 대학교육이 해결해주지 못한 '진로 문제'에 대한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공존학교'로, 다양한 개성과 취미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뭔지, 또 잘하는 일이 뭔지 파악하고,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다. 그러다보니 열정대학 본부 차원에서 다양한 전문가를 초빙해 전공 과목을 개설하기도 하고, 일반 학생들끼리도 자기가 해보고 싶은 분야를 과목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전문가를 초빙해 수업을 듣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 열정대학의 교육방향)


나 역시도 진로 문제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전역하고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마냥 노느니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에 덜컥 등록금 20만원을 지불하고 23기 신입생으로 입학했었더랬다. 하지만 막상 수강신청 기간이 되고보니, 내 구미를 당기는 과목들은 별로 없었다. 몇 개 전공 과목이 있었지만, 그것도 선발되지 못해 줄줄이 탈락... 그러다보니 나중엔 짜증까지 나더라.


그런데, 열정대학 측에선 나에게 "직접 선택과목을 만들어보라"며 권유하는 것이 아닌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음... 그럼 무슨 주제로 과목을 만들지? 고민하다가 국궁(활쏘기) 과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도 전역하고 국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고, 기왕이면 열정대학에서 초보자들을 줄줄이 모아다가 사부님 밑에서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정대학 측에서는 "직접 국궁을 배워 지도하는 건 가능하지만, 외부인을 초빙해 강의하는 건 안된다"고 못 박았다. 타 단체에 대한 홍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무예24기 과목 개설을 결심하다


하지만 열정대학에서 뭔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기에, 그럼 아예 '무예24기'를 과목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권법 정도는 지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레 사부님께 의견을 타진해봤는데, 사부님도 흔쾌히 허락하셨다. 


사실 열정대학 입학 후 첫 O.T 시간에 작성했던 버킷리스트 중에는 '문파를 세워 제자 양성하기'라는 것도 있었다. 그 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고 전수관을 열어 무예24기를 후학들에게 지도하는 것이 꿈이기 때문이다.



(사진: 열정대학 홈페이지에 올린 내 버킷리스트)


처음엔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던진 말이라, 막상 허락을 받았음에도 자신이 없었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쳐본 적도 없거니와, 내가 권법을 지도할 정도로 실력은 있는가, 아무리 자문해봐도 자신이 없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사부님께 "제가 정말 권법 지도할 능력이 됩니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봤는데, 사부님은 "너 정도면 훌륭하지.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해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자,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풀렸다.


'함께 무예 배워볼과'의 시작!


과목명은 '함께 무예 배워볼과'로 정했고, 과목소개를 위해 20장이 넘는 PPT를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과목 개설 버튼 클릭...!


(사진: 열정대학 과목소개에 올린 PPT 중 일부)


첫 과목 개설이다보니 너무 떨리고 궁금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열정대학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리며, 누가 수강신청을 했는지 확인했다. 과목 개설 초기에는 계속 지원자가 0명이길래, '역시 안되는 건가...' 싶어 자조의 한숨도 쉬었지만, 어느 날 들어가보니 누군가 수강신청을 했다! 그때의 감격이란... 그리고 수강신청 기간 종료를 하루 앞두고, 총 6명이 지원했다. 애초에 5명 모집이었는데, 6명이 지원했으니 초과 지원이라는 대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래서 기존 모집인원보다 1명을 더 선발해서, 나까지 총 7명이 이번 학기 동안 수업을 함께 하게 되었다.


- 2부에서 계속 -


Posted by 가베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