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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사공이신 최형국 수원시립공연단 상임연출님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경영학도 출신으로 좋아하는 무예와 생업 사이에서 갈등하셨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고민과도 잇닿아 있기 때문에...


나의 욕망을 확인할 수 있는 버킷리스트는 '무예'로 점철되어 있지만, 과연 무예로, 무예24기로 내가 대성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지도자가 되어 전수관을 차릴 수 있을지, 문파를 세우고 발양광대하여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할 수는 있을지... 앞이 캄캄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취미와 직업, 이상과 현실


요즘 나를 괴롭히고 있는 화두라면 화두겠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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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예24기 뮤지컬 '관무재' 공연포스터 - 출처: http://www.muye24ki.com/)


2016년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오는 29일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무예24기 뮤지컬인 '관무재(觀武才)'를 공연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관무재란 무엇일까요? 한자를 풀어보면, '볼 관(觀)+무재(武才: 무예 재주)'가 되는데 말그대로 '무예 재주를 본다'라는 뜻이 됩니다. 즉, 관무재란 조선시대에 최고 통수권자였던 임금이 친림한 가운데 시행했던 무과시험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관무재는 임금의 명령으로 열리는 특별한 무과시험이었으며, 이때는 전국 팔도에서 날고 기는 한량이나 이미 관직에 있는 무관들까지도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참여했다고 합니다. 평소 얼굴도 보기 힘든 임금님 앞에서 열리는 시험이었으니, 이번 참에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어 임금님 눈에 들어, 좋은 자리 한 번 꿰차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았을까요?



(사진: 2013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무예24기 시범 공연 당시 촬영한 사진)


하여간 조선시대 무과시험인 관무재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번 뮤지컬 공연은 수원시립공연단 소속 무예24기시범단이 직접 준비한 공연으로,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관무재라는 소재로 스토리텔링을 하여 개최되는 공연이기에, 실제 배우들이 정조 임금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열연하고, 꾸준한 무예24기 시범으로 실력을 쌓은 무예24기 시범단 소속 단원들이 장용영 군사로 분하여, 다채로운 무예 솜씨를 뽐내게 될 예정이라는군요.


수원시립공연단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인 만큼, 평소 열리던 무예24기 시범공연보다 더 재밌고 알찬 공연이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저 역시 캐나다에서 잠깐 휴가차 한국에 놀러 온 오랜 친구와 이날 공연을 보러 갈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무예24기 시범공연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그동안 열리는 시범공연은 말그대로 무예만 보여주고 끝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스토리도 있고, 무엇보다 뮤지컬 형식이라고 하니 재미도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아 참,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사전에 신청할 필요도 없이, 그냥 시간 맞춰 신풍루 앞으로 가면 된다고 합니다.


PS. 공연이 열리는 이날 4월 29일은, 음력으로 정조대왕께서 <무예도보통지>를 반포하신 날이라고 합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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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무예 수련의 화두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목표 설정'이다.


사실, 무예를 수련하는 목적 내지는 목표를 물어본다면 몇 가지 댈 수는 있겠으나 근본적인 최상위 목표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옛날에는 막연하게 '고수가 되기 위해', '내가 수련하는 문파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라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무예를 수련해왔는데, 사실 요즘 들어서는 그런 목표에 대해 많은 회의가 든다. 


과연 고수, 최고라는 호칭은 누가 부여하는 것이며, 그 호칭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 실체를 결정하는 기준(잣대)은 또 무엇인가. 그리고 설사 누군가로부터 고수, 최고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하더라도, 그게 나에게 있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고수가 되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가, 밥이 떨어지는가. 그리고 비상 시 5분이면 경찰이 출동하는 철저한 치안국가에서, 검술을 배우지 않고서는 내 한 몸을 지킬 수 없는 그런 위험한 상황을 겪는다면 또 얼마나 겪겠는가.


이런 생각이 깊어지면 자칫 아예 무예 수련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져 무예 수련을 관둘 위험도 있겠지만, 다행히도 나는 오히려 무예 수련을 옛날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천하제일 초절정 고수가 되겠다는 유치하고 판타지적인 목표 자체에 대해서는 회의를 느끼지만, 목표를 떠나서 일단 무예가 좋기 때문이다. 그저 검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무예 수련으로 땀을 흘리는 것이 나이 든 어르신들이 사우나로 땀 빼고서 개운하다고 하는 것마냥 개운하기 때문에 무예 수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다만, 그래도 무예 수련을 함에 있어 보다 근본적이고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이 마음 속 잡념을 지우는 데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고민 중이다. 목표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수련의 양과 질을 결정한다. 만약 내가 초절정 고수가 되어 모든 검술 유파를 다 깨고 다니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치자. 그럼 죽기 살기로 수련을 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 목표가 있기에, 다른 유파에서 2시간 수련할 때 나는 3시간을 수련하고, 다른 유파에서 머리치기 100회를 할 때, 나는 200회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수련은 불가능에 가깝다. 먹고 살 걱정이 해결되어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이나 가능하지, 당장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예비 취준생인 나로서는 수련에만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간 알거지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는 '왜 수련을 하는가', '내 수련의 근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에 따라 어떻게 수련을 해야할 지도 깔끔하게 정리가 될 것 같기 때에, 계속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고민 자체가 이미 내가 현실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기도 하다. 현실보다는 이상에 젖어서 기분 내키는대로 살아왔던 군 입대 전과는 달리, 이제 전역을 앞둔 시점에서 이상보다는 점점 현실과 타협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다소 슬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게 잘못된 건 아니라고 본다. 당장 먹고 살 길이 해결되어야 여가가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이든, 공부든, 무예든... 목표 설정이 참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는 '현실'이라는 엄혹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 현재 나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하는 중이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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