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하나가 파문을 일으켰다. 

(관련 기사: http://www.insight.co.kr/newsRead.php?ArtNo=60165)


3분 28초 가량의 영상 속에서, 군용 트럭 하나가 주민들 사이에 가로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영상 속에서 마을주민들은 군인들에게 폰카를 들이밀고 사진을 찍어대면서, "여기서 왜 훈련을 하느냐"고 소리를 질러대고, 트럭 뒤에 앉은 병사들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28일 오후 3시 경에 제주 지역에 주둔 중인 해병대 병력 일부가 훈련의 일환으로 강정마을에 들어왔다고 한다. 훈련을 하다가 철수를 하는 와중에 '사주경계'를 위해 트럭 전후좌우로 병사들이 총을 겨누는 자세를 취했는데, 이게 사건의 도화선이 된 것. 군인들의 총부리가 자신들에게 향하는 것에 공포를 느낀 주민들이 철수를 위해 이동하는 군용 트럭을 가로막고, 지휘관에게 항의한 것이다.


영상 속 강정마을 주민들의 주장을 정리해보자면, "상생을 위해 강정마을에 들어왔으면, 그런 모습을 보여야지 주민들에게 왜 총을 겨누냐", "초등학교 앞에서 왜 이런 훈련을 해서 위협을 주느냐", "훈련을 할 거면 기지 안에서나 하지 왜 마을까지 들어와서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느냐"는 등의 말로 정리가 된다.


영상 속에서 병력들을 인솔하던 지휘관은 지역주민들의 항의에, "실탄은 없으며, 훈련 후에 철수하는 중이다"라고 해명했지만, 주민들은 막무가내다. 군인들의 얼굴에 폰카를 들이밀면서 사진을 찍어대고, "누가 지시했냐", "장난하냐"며 아우성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민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다. 마을에서 훈련을 한 것도 아니고, 훈련을 하다가 철수하는 과정이었다. 설사 훈련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저렇게까지 욕을 먹어야 할 행동인가? 해병대 측은 분명히 사전에 주민센터에 훈련을 통보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거니와, 전쟁 나면 북한이 어디 싸울 장소를 가려 싸운다던가? 오히려 민간인들이 대거 몰려있는 마을이야말로 우리 軍이 가장 먼저 지켜내야 할 장소로서, 당신들을 지켜주겠다고 들어와서 훈련하고 있는 것을, 저렇게 박대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군인들은 뭐 훈련하고 싶어서 하나? 나라 지켜야하니까, 당신들 지켜내야 하니까... 그래서 밤에도 잠 못자고, 여름엔 더위 먹고 겨울엔 동상 걸려가며 훈련하는 것이다. 그런 장병들의 노고를 이해해주지는 못할 망정, 죄 없는 일선 장병들에게 이 무슨 무례한 행동인가 묻고 싶다. 주민들을 보면 자꾸 '평화, '평화' 하는데, 진정한 평화는 굳건한 안보 위에 이루어짐을 왜 모르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 영상의 전말을 보도하는 기사들은 대부분 軍이 명백하게 잘못하고 있다며 대놓고 주민 편을 들고 있는데, 물론 대부분 제주 지역 언론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매우 편파적인 보도에 염증이 생기는 것만 같다. 한 언론사는 "군이 마을에 들어왔으면, 귤이나 마늘을 따는 등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하략)"이라고 하는 한 마을 주민의 인터뷰를 인용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軍의 존재가 마을에 들어와 귤이나 마늘 따라고 있는 존재들인가? 


'국방의 의무'라는 미명 아래 끌려와서 2년 가까이 고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아들들에게, "귤이나 마늘을 따주지는 못할 망정"이라는 말을 한다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軍이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농번기에 농사도 도와주고, 수해 입으면 복구도 해주고,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무료로 과외도 시켜주고 하다보니 무슨 군인들을 자기네들의 필요에 따라 불러 써먹는 노예 정도로나 생각하는 모양이다. 잘 생각해보라. 그 병사들도 결국 당신네들의 아들이요, 조카요, 형제들이다. 당신네들 자식들이 군대 끌려가서, 최저임금만도 못한, 쥐꼬리만한 월급 받아가면서 개처럼 고생하는데, 누가 나와서 저런 식으로 말하면 가슴이 찢어지겠나, 안 찢어지겠나? 그런 사병들의 노고를 이해하고 어루만져줄 생각은 하지도 못 하고, 뭐가 어째?


그래서 내가 영상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트럭 뒤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병사들이었다. 간부도 잘못한 건 아니지만, 병사들은 더더욱 잘못한 게 없다. 병사들은 정말 위에서 '까라니까 깐 것' 뿐이다. 그런데 폰카를 들이밀면서 사진을 찍어대는 주민들 때문에 죄 지은 것마냥 고개도 못 들고 수그리고 있다. 저 병사들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군대 억지로 끌려온 것도 힘든데, 자기들이 지켜주는 주민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못받을 망정, 오히려 저런 대접을 받으니 정말 서럽지는 않았을까 안쓰럽기만 하다.


요새 <태양의 후예>가 인기를 끌면서, 군인들이 인기라고 하는데, 이런 걸 보면 또 '전혀 아니올시다!'인 것 같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군인은 홍어X이며, 개호구일 뿐. 2년 동안 뺑이쳐봐야 남는 것도 없고, 대접도 못 받는다. 


정말 우리나라의 군인은 모두 불쌍하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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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국방부 직할기관인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단훈을 공모한다는 소식입니다.


사실 저희 부대에는 '비례삼불 귀가국선(非禮三不 歸家國宣)'이라는 단훈이 존재하긴 합니다. 2대 유차영 단장이 직접 만든 이 단훈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비례삼불의 경우 '비례불사(非禮不思)', '비례불촉(非禮不觸)', '비례부동(非禮不動)'으로 '예를 갖추어 모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유해를 발굴할 생각도 하지 말고, 만지지도 말고, 옮기지도 말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뒤의 귀가국선은 '유해를 발굴해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것이, 바로 국가가 앞장서서 선양해야 할 의무'라는 뜻입니다.


나름대로 괜찮은 뜻이긴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 단훈이 한자어라서 너무 딱딱하고 어렵다는 여론에 따라 새 단훈을 제정하자는 공론이 일었고, 병사와 간부들을 대상으로 단훈 공모전을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저도 단훈 공모전에 참여했었고, 全 간부/병사 투표를 통해 최종 단훈 심사까지 진행한 걸로 알고 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끝내 결정되지 못했나 봅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대국민 공모전으로 전환해서 더 기발하고 의미 있는 단훈을 찾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공모요강>


- 이해하고 기억하기 쉬운 간명화된 문장, 문구, 단어로 단훈을 표현 (30자 이내)

ex. 국가를 위한 고귀한 희생 / 조국, 희생, 선양 /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


- 단훈의 선정 이유와 의미에 대하여 자유 형식으로 기술


<참여방법>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공식 홈페이지(http://www.withcountry.mil.kr/)에 접속하여, '참여마당' - '단훈공모' 게시판에 '비밀글'로 등록


<유의사항>


- 소속, 이름, 연락처를 반드시 작성


<포상 및 혜택>


- 단훈 채택자에게는 소정의 포상품 지급

- 모든 참가자 중 추첨을 통해 기념품 지급


포상도 포상이지만, 내가 직접 기안한 단훈이 6.25 전사자 유해발굴이라는 국가적 사업을 수행하는 국직기관의 단훈으로 쓰인다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일까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오래간만에 머리 한 번 굴려봐야겠네요.. ^^;;;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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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역했지만 그래도 나의 청춘을 바쳤고, 나의 추억이 깃든 부대라 애틋하다.

16년에도 다들 안 다치고 무사히 발굴 임무 수행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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