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2년 2월 16일 새벽 3시에 쓴 글이다.


옛날부터 정치인들이 툭하면 위인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자신들을 화려하게 포장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인습이다. 최고 지도자에서 말단 의원들까지 선거철만 되면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위인들을 이용한 자기 미화를 하는데, 그런 미화에 이용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충무공 이순신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이순신이란 인물이 차지하는 위상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많은 정치인들은 툭하면 이순신의 이름과 그의 업적을 들먹이며 국민들에게 자신을 이순신과 동일한 이미지로 봐달라고 선전을 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툭하면 이순신의 사당인 아산 현충사를 찾아 참배하는 것도, 공개 석상에서 툭하면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와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죽고자 하면 살 것이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를 들먹이는 것도 모두 그러한 행보의 일환이다. 정치적 색깔과 어떠한 이념에 구애됨 없이 오로지 순결한 마음으로 이순신을 앙모하는 나로서는 눈에 뻔히 보이는 정치인들의 이러한 행보가 참으로 불쾌하게만 느껴진다.

 

요새는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순신과 같은 위인들의 이름을 들먹이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데, 그 도가 지나쳐서 황당하기까지 하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시위를 하거나 집회를 벌이고선 이순신 동상 앞에서 했으니 이순신 역시 자신들의 목적을 지지한다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망상에 시달리는 중증 환자가 아닐까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특히나 정치적 선동에 이순신을 끌어들이는 이들도 있는데, 이순신은 오로지 국가와 백성만을 생각한 군인이었다. 군인에게 정치적인 색깔과 이념이 있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특히나 이순신의 경우 지기인 류성룡이 동인이었다는 것 때문에 동인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동인도 아니고 서인도 아닌 오로지 왜적을 맞아 싸울 생각에만 전념했던 참 군인이었다. 그런 그를 현대 정치판에 끌어들이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위인들의 이름을 걸어 자신들의 행동을 미화하는 것이 어디 하루 이틀 일이겠느냐마는 죽은 위인들의 이름을 함부로 들먹이며 여기저기 갖다붙이는 행동은 그 위인들을 두 번 죽이는 행동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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