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문화원에서 열심히 배우던 홈바리스타 강좌가 끝나고, 한동안 제 커피공부도 좀 시들해졌던 게 사실입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려고 문제집도 구매했지만, 제 체질이 오래 앉아서 뭔가를 공부하는 스타일이 원체 못돼서요. 더욱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다고 커피를 마스터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궁극적으로 걷고자 하는 노선과도 거리가 좀 있어보였습니다. 뭐 따두면 좋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바리스타 자격증보다는 차라리 '핸드드립' 하나에만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지인 따라 들어갔던 루소랩이라는 카페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커피 클래스'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더랬습니다. 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커핑 클래스부터 기본적인 커피 추출법을 익히는 브루잉 클래스 그리고 기타 다양한 강좌가 꽤 많더군요. 게다가 매우 저렴했습니다. 지난 번에 들었던 와인 클래스의 경우는 수강료가 1만원이었는데, 와인과 커피까지 제공되었으니 온전히 재료비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었고요. 며칠 전에 들었던 커핑 클래스나 어제 들었던 브루잉 클래스는 아예 무료강좌였습니다.



(사진: 몇 주전에 루소랩 정동점에서 수강했던 '커피와 와인' 클래스 당시)


알고보니 루소랩은 생두를 수입하는 대형 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라고 합니다. 서울 주요 도심 곳곳에 지점이 있고요, 저는 비교적 가까운 정동점과 삼청점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지난 번 와인 클래스는 정동점에서 수강했고, 이번 주에 열렸던 커핑 클래스와 브루잉 클래스는 모두 삼청점에서 수강했어요. 이곳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된 후로는 집에서 내려마시는 커피 원두도 가급적 여기서 구매합니다. 블렌딩하지 않은 '싱글 오리진' 커피들을 산지별로 구비해놓고 팔고 있어요. 할리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모두 이곳 루소랩으로부터 원두를 제공받는다고 하니, 원두는 이곳에서 구매해도 믿을 만하지 싶습니다.


루소랩 삼청점에 가다


아무튼 어제는 브루잉 초급 클래스가 삼청점에서 열려서 다녀왔습니다. 참고로 브루잉이란 커피를 내리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3층 카페인데, 삼청동 자체가 참 아담한데 건물도 아담하게 잘 자리잡았더라고요. 카페 1층에는 커핑 클래스를 위한 세미나실이 있고, 2층에는 브루잉바가 있습니다.



(사진: 루소랩 삼청점의 야경)


어제 수업은 이곳 삼청점의 엄소윤 바리스타님께서 맡아주셨는데요, 전 평소 집에서 칼리타(구멍이 세 개 뚫린 드리퍼를 의미함)를 이용해 드립커피를 마시지만, 어제는 하리오(구멍이 한 개 뚫린 드리퍼)를 이용해 드립을 해봤습니다. 늘 쓰던 도구가 아니었던지라 낯설긴 했지만, 재밌었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핸드드립 방식(나선형으로 돌려가며 물을 붓는 방식)과 달리 '푸어 오버(Pour Over)'라는 방식도 배웠습니다. 


바리스타님 설명에 따르면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는 물줄기를 천천히 붓거나, 점드립으로 점점이 찍어서 붓는 핸드드립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그건 일본의 전통적인 다도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반면에 미국과 같은 서구권 국가에서는 푸어 오버라는 방식으로 핸드드립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푸어 오버는 정말 규칙 없이 그냥 리드미컬하게 물을 붓는 방식입니다. 약간 리듬을 타면서 콧노래 흥얼거리며 기분 따라 물을 붓는 방식인데, 오로지 자신의 리듬에 맞춰서 붓는 방식이라 부담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기존의 드립방식에 너무 얽매여있던 터라, 푸어오버를 하면서도 의구심이 계속 들더라고요.



(사진: 하리오 드리퍼로 내리는 드립커피)


친절한 바리스타님 덕분에 즐거웠던 시간


평소에 핸드드립을 하면서 궁금했던 점들도 질문하고, 몰랐던 것도 새로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바리스타님하고 대화하면서 가볍게 커피 한 잔 하는 시간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만큼 부담도 없고 격식도 없었습니다. 소규모 인원으로 수업을 들었는데, 함께 수강한 세 분들도 모두 좋았고요. 전 개인적으로 바리스타님 성격이 너무 좋더라고요. 공짜로 수업 듣는 주제에 이거 저거 질문하면 귀찮을 법도 한데, 그런 내색 없이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먼저 분위기를 주도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주신 다음에 커피를 내려주시니까, 항상 마시는 커피였어도 어제 마신 커피는 유난히 향긋했습니다.



(사진: 드립 시범을 보여주시는 엄소윤 바리스타님)


커피에 정답은 없다


개인적으로 커피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자꾸만 원칙과 정답을 찾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했는데요. 바리스타님이 "커피에는 정답이 없다"면서 너무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말고, 정답을 찾으려고도 하지 말라고 강조하시더군요. 


그 말에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정말 유명한 전문가가 내려주는 커피도 내 입맛에 별로면 별로인 거다"라는 말도 공감했습니다. 정말로 커피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어제 수업을 들은 사람들과 다함께 각자가 내린 커피 맛을 공유했는데, 전부 맛이 제각각이었어요. 그렇지만 어떤 건 맛있고, 어떤 건 맛없다고 단정할 순 없었어요. 제각기 그 사람의 개성과 정성이 담긴 커피였으니까요.


그렇지만 커피에 정답은 없어도, 커피 맛을 구분할 정도는 되어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필터(여과지)에 물을 적시는 린싱 작업의 필요유무를 잘 모르고 있던 차였습니다. 어떤 곳에선 안 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선 하기도 하고... 솔직히 종이필터의 맛을 알아챈다는 것도 신기할 노릇이었죠. 


그런데 바리스타님 말씀이 "나도 미각이 둔감한 편이어서 처음엔 몰랐다. 그 종이필터맛을 구분해보기 위해 일부러 린싱한 물만 마셔보기도 했다"고 하시네요. 또 커피공부를 한창 하던 때에는 하루에 에스프레소를 20잔 가까이 마시고 저녁에 토하기도 하셨다고... 


확실히 대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일의 대가가 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듯 커피 좀 내린다고 하는 바리스타들도, 그 위치에 서기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을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커피 좋아한다고 하는 저도 노력이 부족하구나 스스로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진: 푸어오버로 내린 커피)


아무튼 어제는 모처럼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교훈도 많이 얻었고요. 다시 한 번 어제 강의를 해주신 엄소윤 바리스타님과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루소랩 측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중급 클래스도 꼭 들어야겠어요. 


PS.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던 커피 이야기도 밑천이 다 떨어졌네요. 몇 편 더 쓸 요량이었는데... 루소랩에서 수강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좀 더 추가해볼까도 고민이 되네요. 아무튼 이 글을 쓰다보니 또 향긋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워지는군요. 얼른 가서 드립 커피 한 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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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봅니다.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면서, 도저히 가만히 앉아서 글을 쓸 기운이 나질 않더군요. 컴퓨터 앞에 잠깐 앉아 블로그 포스팅하는 것도 귀찮을 정도로... 뭔가 온 몸의 기운이 쑥 빠진 느낌입니다. 집에 있는 에어컨은 무용지물에 가깝습니다. 누진세니 뭐니해서 에어컨 키는 문제로 가족들과도 자주 싸웁니다. 저는 더위는 정말 못 참는 주의라 가능하면 하루 종일 빵빵하게 에어컨을 틀고 싶은데... 더우니까 사소한 일로도 자꾸 짜증이 나서 더 신경질을 부리게 되는 것 같네요. 더우니까 무예 수련도 게을러지는군요. 여러모로 여름은 괴로운 계절입니다. 진심으로 여름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


집에 있어봐야 에어컨도 못 키고... 답답한 마음에 오늘은 점심 먹자마자 책 한 권 들고 무작정 집 밖으로 나섰습니다. 더위를 피해 어딘가로 도망치듯 나온 건데... 막상 나오니까 밖에 돌아다니는 게 더 고통스럽네요. 주말이라 지하철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일단은 고궁박물관 가서 전시 좀 보다가, 광화문의 한 카페에 들러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죽치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래도 시원한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으려니, 잠시나마 더위는 잊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 있어봐야 더워서 책도 눈에 잘 안 들어오죠. 돈도 없고, 딱히 갈 데도 없는 저한테는 그래도 이 방법이 가장 경제적이면서 간편한 피서법인 것 같네요. 당분간 더위가 풀릴 때까지는, 이렇게 카페나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더위를 피해야겠습니다.


참고로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이명박 前 대통령의 자서전인 '대통령의 시간'입니다. 8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꺼운 양장이라 들고 다니면서 읽기 버겁네요. 그래도 꽤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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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후임들을 보러 현충원 부대로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군 생활 하던 당시만 해도 '전역하고 후임들 면회하는 날이 올까' 싶었는데, 정말 왔군요. 전역하던 날만큼이나 싱숭생숭한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대학생 서포터즈다 뭐다해서 전역하고도 부대를 내 집 안방처럼 들락날락하긴 했습니다만, 정작 저와 군 생활을 함께 했던 후임들은 발굴작전을 나가 부대를 가도 만날 수 없었더랬습니다. 그래서 텅 빈 생활관만을 바라보다가, 공허한 발걸음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후임들이 엊그제 전반기 작전을 마치고 모두 자대로 복귀했다고 해서 부랴부랴 면회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부대로 가는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고 마음도 많이 설렜습니다.


오랜만에 애들 얼굴 보니 정말 반갑더군요. 꽤 오랜 시간 서로의 얼굴을 못 보긴 했지만, 다들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얼굴 표정이 어두운 애들도 없고... 전반기 작전 출동 당시 애들 보내놓고서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는데, 안심이 됩니다. 무엇보다 군대는 건강이 최고인데, 어디 다친 데 없이 다들 건강해보여서 그게 제일 다행스러웠습니다.


어제는 특별히 커피를 좀 챙겨갔습니다. 전역하고 커피 공부를 하면서, 후임들에게 직접 내린 커피 한 잔씩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습니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상, 아무리 잘해주려고 노력했어도 제 폭정(?)에 크고 작은 상처들을 많이 받았을 겁니다. 분대장을 내려놓을 때도, 말년에 애들 보내기 전에도 그동안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그럼에도 늘 미안한 마음이 가슴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으로 퉁치자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을 담아 커피 한 잔씩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가뜩이나 팍팍한 군 생활, 전역한 선임이 타주는 커피 한 잔으로 다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그래서 커피 추출 도구들을 가방에 담아갔습니다. 원두 역시 면회 전 날, 남성역 근처 '달의 둥지'라는 유명한 커피집에서 품질 좋은 원두를 공수해왔습니다. 아침 일찍 미리 갈아둔 원두를 가지고, 후임들 보는 앞에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한 잔씩 대접했습니다. 대용량으로 추출하는 건 처음이라 대충 눈대중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챙겨갔는데, 생각보다 추출되는 양이 적더라고요. 넉넉하게 돌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래도 다들 '맛있다'며 잘 마셔주어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무튼 커피 한 잔씩 마시면서, 군 생활 힘들다는 후임들 하소연도 받아주고, 예전에 함께 군 생활하던 추억도 공유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습니다. 그러고있자니 문득 제 자신이 다시 '병장 김경준'으로 돌아간 느낌이더군요. 병사로 다시 군 생활을 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지만, 문득 그 시절이 그립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말년에는 특별히 하는 일도 없었고, 애들이랑 노가리나 까면서 놀던 재미가 있었는데... 그 시절로 돌아가 딱 일주일만 더 말년 병장으로 군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헤어지기 전에 본청 앞에서 다같이 기념사진도 찍고, 돌아가는데 모두 손 흔들어 배웅해주는 것을 보면서 콧날이 시큰했습니다. 전역하던 날에는, 후임들 모두 작전 출동하고 없던 터라 제대로 된 배웅 한 번 받지 못했는데... 이렇게라도 배웅을 받으니, 전역하던 날보다 더 뿌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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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7호선 남성역과 총신대학교 근방에 위치한 작은 카페 '달의 둥지'입니다.


얼마 전에 지인과 남성역 근처에서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괜찮은 카페가 있나 인터넷 서핑으로 알아보다가 찾게 된 카페입니다. 괜찮다고 해서 가봤는데, 일반 프렌차이즈 카페와는 달리 전문 바리스타들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라서 믿을 만한 것 같습니다. 트로피 같은 게 있는 걸 보니, 이곳을 운영하는 바리스타들의 내공이 만만찮은 것 같습니다. 총신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많이 났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굉장히 작은 카페입니다.


메뉴를 봐도 좀 더 다양하고 색다른 맛을 연구한 바리스타들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이곳의 커피 맛이 제 입맛에 꼭 맞는다고는 할 수 없고, 아직 커피 맛을 비교할 정도의 내공도 없지만 영혼 없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보다는 훨씬 정겨운 느낌이라 자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지갑에 여유가 좀 있으면 자주 가서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싶은데, 늘 적자라 참 힘드네요. 커피가 대중음료라고는 해도, 저같은 백수들에겐 여전히 '사치품'인 듯 합니다.



후임들 면회 가서 직접 커피 내려줄 요량으로, 이곳에서 가장 저렴한 원두 한 봉 샀습니다. 100g에 6,000원이니 엄청 저렴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렇게 소량으로 파는 곳이 많지 않기에 만족합니다. 보통 대형 프렌차이즈들은 원두를 팔아도 250g 기준으로만 팔아서... 게다가 스타벅스에서 취급하는 원두는 언제 로스팅했는지 날짜도 표기가 안 되어있더군요. 여기는 언제 로스팅했는지 날짜까지 표기해줘서 만족스럽습니다. 


원두에 기름기가 별로 돌지 않고, 색깔도 연한 갈색에 가까운 것을 보니 로스팅의 강도는 중간 정도인 듯 합니다. 오렌지향+카라멜향+묵직한 달콤함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사실 제 커피를 감별하는 능력이 그 정도 맛까지 캐치할 정도는 못되나 봅니다. 신 맛은 느껴지는데, 카라멜향이나 묵직한 달콤함은 그닥...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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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2주 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동작문화학교 홈바리스타 강좌가 끝났다. 취미반이긴 했지만 커피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조차 없었던 나로서는 충분히 유익한 강좌였고, 그래서인지 강좌를 끝까지 들었다는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크다. 매주 화요일만 되면 커피 강의를 들으러 갈 생각에 설레곤 했는데... 강의 끝나고 받아오는 원두로 아침마다 드립 커피를 내려마시는 재미도 여간 쏠쏠한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당분간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12주 강좌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강의는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커피공방 멜란지'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번 수업에 이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카페라떼'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일단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지난 번에 배운 것을 복습하는 차원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았더니, 강사 선생님이 달달한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만들어주셨다. 일주일 동안 복습하지 않아 까먹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막상 혼자서 해보니까, 과정이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두 잔의 에스프레소를 뽑아낼 수 있었다.



카페라떼를 만들다


카페라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야 했는데, 에스프레소 전용잔이 아니라 '라떼잔'이라고 하여 별도의 커피잔에 에스프레소를 받아냈다. 에스프레소 추출이 완료되면 스팀 피처(커피 포트와 비슷하게 생긴 물통)에 코선까지 우유를 따른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에 달린 스팀 파이프를 이용해 우유를 데워야 하는데, 이때 스팀 파이프에서 스팀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매우 뜨거우므로 행주로 입구를 가리고 스팀을 빼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로 파이프를 맨손으로 잡았다가 '앗 뜨거!'를 내뱉고 말았다. 스팀 파이프를 다룰 때는 절대 맨손으로 파이프를 잡아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스팀 파이프에서 스팀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스팀 피처에 파이프를 살짝 꽂아 스팀을 빼준다. 이때 손바닥을 피처에 대고서 적당한 온도까지 데워지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뜨거워지기 전에 스팀 파이프 작동을 멈추고, 파이프를 행주로 닦아주어야 한다. (닦지 않으면 우유 찌꺼기가 파이프 안에 남아 위생적으로도 안 좋고, 우유가 굳어 스팀의 기압이 낮아질 우려가 높다고 함)


우유를 데운 뒤에는 피처를 테이블 위에 '땅땅' 치면서 옆으로 계속 흔들어 거품을 내준다. (스티핑) 그리고 다른 피처에 나누어 담은 다음(3분의 1까지만 담으라고 함), 에스프레소 잔에 부으면 되는데 (푸어링) 이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깊이 붓다가, 피처를 들어올리며 점점 물줄기를 약하게 부어야 한다. 잔이 거의 가득 찰 정도가 되면, 우유를 붓는 줄기를 조절하면서 커피 표면에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이를 '라떼아트'라고 한다. 


손재주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한두 번 수업으로 아트를 해낼 수 없었다. 강사 선생님이 옆에서 붙잡고 도와주는데도 쉽지 않았다. 결국 이상한 그림이 나왔는데, 보조하던 강사 선생님이 "한 번 살려보자"며 얇은 바늘 같은 것을 가져와 커피 표면의 거품을 이리저리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포켓몬 캐릭터인 '라이츄'가 탄생했다. 내가 부은 거품의 모양이 라이츄 꼬리와 같은 모양이었던 데서 착안해 급조한 것이었다. 설사 망친 작품일지라도 이렇게 되살려낼 수 있다니... 역시 바리스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사진: 위의 왼쪽 잔이 내가 만든 초기 아트, 아래 왼쪽 잔은 강사 선생님이 '보정'해준 라이츄 아트... 오른쪽 잔은 강사 선생님이 만든 아트다)


커피 공부에 대한 고민


강의가 끝나고, 아쉬워하는 수강생들에게 강사 선생님은 자격증반이나 중급반처럼 커피 공부를 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동작구 관내 다른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중급반 클래스에 들어갈 수도 있고, 동작문화학교 수강생들 중에서 커피를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만 따로 모아서 별도의 클래스를 개설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나같은 경우는 자격증반 수강을 원했는데, 자격증반과 중급반의 수업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중급반은 기초반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로스팅하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자격증반은 말그대로 자격증을 따기 위한 필기&실기 준비반이란다. 실제로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커피에 대해 모든 것을 마스터하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 실기테스트의 내용도 에스프레소를 얼마나 빨리 깔끔하게 뽑아내느냐, 라떼아트를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느냐가 중점이 되는 것 같아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내용들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격증을 빨리 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어차피 나는 커피 그 자체가 좋아서 이 강좌를 듣게 된 것이고, 평생 커피 공부를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격증이야 언제든 따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일단 중급반 수강을 희망한다고 신청하긴 했다. 나까지 총 3명이서 수강희망의사를 밝혔는데, 수업 내용과 비용은 추후 문자로 공지해준다고. 


강사 선생님은 "자격증을 따고 싶으면 우선 필기시험만 혼자 독학으로 따고, 실기 수업만 듣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해주셨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필기시험을 먼저 합격해야 실기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데, 필기시험은 혼자 문제집 풀면서 독학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며칠 전에 '바리스타 2급 시험 기본서'를 구매하긴 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막연한 커피의 세계


여하간 커피의 세계는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무궁무진하다. 커피에 정답이 없다고 말하는 바리스타들처럼, 결국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추구하는 철학과 노하우에 따라 커피의 맛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취미반 수업을 처음 들을 때보다, 강좌를 모두 수료한 지금에 와서 커피가 더욱 생소하고 막연하게 느껴진다. 커피에 관심을 갖고 관련 지식이 쌓일 때마다, 오히려 '나만의 커피'를 찾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예전엔 그저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식대로 드립을 해서 커피를 마셨고, 그게 정답인 줄로만 알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핸드드립조차도 사람마다 내리는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안 뒤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내가 마시고 있는 드립 방식보다 더 내 입맛에 맞는 방식이 있지 않을까', '도대체 드립의 방식은 몇 가지나 되는 것일까', '각 드립 방식마다 맛의 차이는 어떨까' 등등... 


정말 커피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거니와 어렵기만 하다. 하긴 그러니 평생 커피에만 매달린 전문 바리스타들도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매일 고민한다지 않는가. 어쩌면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부터가 '아마추어'의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뜻 아닐까 싶어 홀로 우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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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부제: 오늘의 커피를 만드는 열아홉 카페의 바리스타와 로스터가 들려주는 커피와 인생

저자: 조원진

출판사: 따비

출판년도: 2016


<책 소개>


카페의 이름이 다헌이든 커피집이든 다방이든 어떠리.

그들에게 카페는 커피라는 종교를 섬기는 사원이며, 커피는 지옥 같은 세상살이를 견디게 하는 자유다.


커피 그 자체가 삶인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이 털어놓는 커피 인생


누군가에게 카페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우아한 돈벌이를 위한 밑천이다. 누군가에게 커피는 습관적으로 들이켜는 음료거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카페인이고, 누군가에게는 별다른 기술 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러나 여기, 커피가 인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술을 마시거나 농담을 나누다가도 주제는 언제나 커피로 돌아오고, 카페의 생존을 걱정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한 잔의 커피를 더 맛있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한다.


중학생 때부터 커피를 마셔온 저자가 꼽은 열아홉 카페의 바리스타와 로스터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카페를 운영하며 커피를 내어준다. 그들의 카페는 서로 개성도 다르고 그들이 내어주는 커피의 맛도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갖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커피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그저 즐기면 된다고. 다만, 그러기 위해 그들은 자신들의 카페를 음악과 커피의 맛과 향으로, 그리고 정성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리 뷰>


요새 커피에 관심이 많아 구입하게 된 책. 출간된 지 2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책 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커피에 대한 이론을 다룬 책은 아니다. 카페를 운영하며 커피를 만드는 이들, 즉 '바리스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고, 직업으로서의 바리스타들의 삶은 어떨까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된 책이다. 커피에 관심이 많은 저자가 다양한 바리스타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결코 어렵지 않다.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을 커피의 세계로 인도해 준 바리스타부터 시작해서, 전국 방방곡곡에 숨은 커피 명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스페셜티로 대표되는 커피 리브레의 대표 서필훈부터, 올드스쿨의 대명사이자 한국 카페의 원조 격인 학림다방의 이충렬 사장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곧 한국 커피의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커피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대중들은 커피를 어떻게 받아들여왔는지 생생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인터뷰하는 바리스타들에게 공통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커피를 내리는 데 영감을 주는 도구가 무엇이냐'고. 정말 신기하게도 커피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도구들은 별로 없다. 연필, 레코드판, 낡은 책상 등... 언뜻 봐서는 대체 커피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관해보이는 것들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된다. 


한국 커피의 대부인 바리스타 이정기는 '인문학'을 도구로 든다. 그는 젊은 시절 중국문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였다. 평생을 송사(宋詞) 연구에 매진했던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전공에 회의를 느끼고 커피의 세계에 뛰어들게 된다. 하지만 젊은 시절 매달렸던 인문학은 오히려 그의 강점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언어로 사유하는 인문학적 사고방식은 커피의 세계에 접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바리스타들이 추구하는 커피의 맛이나, 커피를 대하는 관점이나 철학 등 모든 부분에 있어 공통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각양각색의 철학을 가지고 커피를 내리는 그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철학을 관통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것. 


여기서 맛있는 커피란, 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보편타당의 맛을 의미한다. 아무리 케냐 AA의 고품질 원두로 내린 최상급 커피라고 할 지라도, 사람들이 거부한다면 맛있는 커피라고 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바리스타들에게 넘어야 할 목표는 '믹스커피'란다. 믹스커피야말로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커피시장을 독점해왔는데, 그 이야기는 곧 믹스커피의 맛이 사람들의 입맛에 보편타당한 맛으로 자리잡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리스타들은 믹스커피만큼이나 보편타당한 맛을 창출하기 위해, 오늘도 보이지 않는 카페의 주방 뒤에서 열심히 콩을 볶고 끊임없이 새로운 커피에 도전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자 하는 이유는, 자신의 커피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 위한 목적이 클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당연히 '카페의 생존' 문제도 걸려있다. '커피는 소통의 도구'라는 말이 맞긴 하지만, 몇몇 바리스타들은 "그 말은 대형 프렌차이즈 업계가 독점하고 있는 정글 같은 커피시장에서 살아남은 뒤에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씁쓸하게 말한다. 직업으로서 바리스타를 선택한 이들에게 '커피는 소통의 도구'라는 말은 사실 배부른 소리일 터. 그래서 이 책에서는 카페의 생존을 고민하며 현실과 부분적으로 타협하해야하는 바리스타들의 고민과 삶의 애환도 주목한다.


그들의 공통점을 또 하나 들자면, 바리스타가 되기 전부터 이미 열정과 고집이 남달랐다는 점이다. 여기 열아홉 바리스타들은 대학 교수 자리를 제의받을 정도로 인문학을 오래 전공했거나, 그림 혹은 음악에 미친듯이 매달렸던 시절이 있었다. 결국 그 길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바리스타로 전환하긴 했지만, 바리스타가 되기 이전에도 이미 삶의 목표와 철학을 뚜렷하게 가지고 '열정적인 삶'을 살던 이들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언가에 미친 듯이 홀릴 정도로 고집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바리스타라는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어서도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리라. 결국 자신의 삶에 열정이 있고, 고집이 있는 사람은 어딜 가도 성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리스타에 관심이 없고, 심지어 커피에조차 관심이 없는 이들일지라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들의 커피를 대하는 철학이나 자세 혹은 그들의 삶 그 자체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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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포스팅한 바와 같이 요즘 해금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링크: http://gabeci.tistory.com/169)


배우기 시작한 지 2개월 정도 되었는데, 실력 있는 선생님의 친절한 지도 덕분에 꽤나 진도가 빠른 편이다. 내가 느끼기에도 진도가 참 빠르다고 느꼈는데, 우리를 지도하시는 선생님도 다른 수강생들에 비해 우리 반이 진도가 빠른 편이라고 하신다. 다들 잘 따라와서 그런거라고 하니 내심 다행이다.


참고로 내가 수강하는 반은 취미반으로, 나를 포함해서 총 3명이 1주일에 1회, 1시간씩 교습을 받아왔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같이 교습 받던 한 분이 '진도를 따라가기 벅차다'는 이유로, 1:1 개인레슨으로 갈아타는 바람에 지금은 2명이서 교습을 받는 상황이다. (그래서 비용은 고정이지만, 교습시간이 40분으로 줄었다)


아무튼 해금을 배우러 부천까지 왔다갔다 하느라 생각보다 오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데, 워낙 선생님의 실력도 믿을 만하고, 친절하게 지도를 해주셔서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는 중이다. 나날이 배우는 재미가 있어서 4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질 정도다. (사실 오가는 시간에 비해 40분은 정말 짧긴 짧다)


아무튼 요즘 해금을 배우면서 느끼는 게 많다.


첫째,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우리 반이 유독 진도가 빠르다보니 벌써 '오나라'와 같은 간단한 곡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곡을 따라가는 것에만 집착하다보니, 기본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른 수강생의 속도에 맞춰 곡 연주하는 것에만 계속 신경쓰다보니, 결국 제일 중요한 자세에서부터 잘못된 버릇이 들어버렸다. 


해금은 왼손으로 입죽(해금의 몸체)의 중현(안줄), 유현(바깥줄)을 잡은 상태로 연주해야한다. 이때 손가락 사이는 절대 벌어져서는 안된다. 음이탈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목이 계속 떨어지고, 손가락이 벌어지는 잘못된 버릇이 계속 나왔던 것. 자세가 잘못되었다보니 제대로 된 음이 나올 리가 없었고, 결국 나는 집에 가서 다음 수업 전까지 계속 손가락을 붙이며 줄을 잡는 연습만 했다. 그렇게 기본을 다시 잡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했다.


둘째, 일희일비하지 말 것.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 자세가 제대로 안 잡힌 상태에서 수업을 듣다보니 당연히 다른 수강생의 속도에 맞춰갈 수가 없었다. 결국 교습 시간 내내 지적을 받았고, 자격지심까지 느꼈더랬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우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약간 부아가 치밀기도 해서, 앞서 말한 것처럼 계속 연습을 해갔더니, 일주일 만에 "손모양이 훨씬 좋아졌다", "손모양이 예쁘게 잡혔다"고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우울한 마음은 가셨지만, 다시 한 번 일희일비 해서는 안되겠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무예를 수련할 때도 슬럼프가 올 때마다 늘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생각이었음에도, 어쩌다 한 번씩은 꼭 이런 감정을 느끼곤 한다. 결국 이런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도 자기 자신과의 부단한 싸움인 것 같다.


셋째,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교습은 일주일에 하루 뿐이지만, 다른 날에도 언제든지 와서 학원의 공용 해금을 가지고 개인 연습을 해도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개인 연습을 위해 주말쯤에 한 번 더 학원을 방문하곤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보니 계속 가기가 힘든 것이 사실. 처음에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더 가서 연습할 수도 있었지만, 진도를 나가면 나갈수록 일주일에 하루 더 연습한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걸 느꼈다. 


결국 집에서 꾸준히 연습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해금을 사자니, 비용도 만만찮고, 솔직히 해금을 계속 배울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어서 일단은 악기사에서 2개월 기간 약정으로 대여했다. 덕분에 지금은 학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매일 매일 개인 연습을 할 수 있다.


처음 몇 번은 오히려 악기를 빌려놓고도 내팽개쳐두고 연습을 게을리했는데, 연습을 안 하면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뒤로는, 가급적 하루에 30분 이상은 연습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 30분 정도 쉬지 않고 계속 연습하다보면, 줄을 잡고 있는 왼손가락 첫째마디가 끊어질 듯 아프다. 줄이 워낙 팽팽한 데다가, 높은 '도' 음을 내기 위해서는 줄을 있는 힘껏 쥐어야해서 손가락이 아플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하질 않았나. 아파도 참고 계속 연습하다보니, 엊그제 수업 때는 "집에서 정말 열심히 연습한 티가 난다"는 칭찬까지 받았다. 이제는 오히려 왼손가락에 느껴지는 고통이 '그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져서 즐겁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꼭 해금 뿐만이 아니라 세상 어떤 일에건 해당되는 말이다. 무예든, 커피든, 공부든... 위에서 열거한 교훈들은 이미 무예를 수련하면서 깨달은 바들이기도 하다. 


아마 무예를 수련하지 않았더라면, 해금을 비롯해 어떤 일을 하건 간에, 슬럼프나 위기가 왔을 때 극복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건 나랑 안 맞아" 하고 일찌감치 때려쳤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이미 무예 수련을 통해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것',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중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있어 무예 수련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큰 지혜를 주는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배운 대장금 OST '오나라'를 연주해보았다. 아직은 실력이 부족해서 음이 삐걱거리고, 음이탈 현상도 잘 일어난다. 해금은 '절대음감'을 요구하는 쉽지 않은 악기라고 하는데, 원체 음악적 소양이 없는 관계로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개인 점검 차원에서 찍은 영상이니, 무단 불펌 금지!!!)


PS. 참고로 내가 배우고 있는 곳은 부천시청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해금소리'라는 학원으로, 원장 선생님이 퓨전국악그룹 연리지의 멤버이기도 하다. 실력도 있고, 꽤나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만족하며 다니는 중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상담 받아보시길... (부천 해금소리 블로그 링크: http://blog.naver.com/dibr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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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공부를 시작한 뒤로, 매일 아침마다 직접 원두를 갈아 드립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원두 자체는 어딜 가나  비싼 편입니다. 그렇다고 오래 두고 마실 수도 없습니다. 로스팅한 지 2주 이상 지나면 아무리 밀폐용기에 보관한다고 해도 커피 본연의 향미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래오래 마시겠다고 원두를 오래 보관하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하네요. 아까워도 빨리 마시고 신선한 원두를 사는 게 정답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홈바리스타 강의를 들으러 가면, 강사 선생님이 매주 새로운 원두를 한 웅큼씩 맛보기로 담아주셨기 때문에, 그동안 이 원두로 연명해왔더랬습니다. 거기에 얼마 전 핸드드립 대회에서 1등한 덕분에 사은품으로 받은 원두 200g 두 봉이 있어서 꽤 오래도록 원두를 구매하지 않고 커피를 즐길 수 있었죠.


하지만 그 원두들도 며칠 전에 다 떨어져버렸네요. 새로 원두를 사기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별 수 없이 집에 보관 중이던 인스턴트 아메리카노 커피로 며칠 버텨볼 요량이었습니다만... 커피를 배우고나니 입만 고급스러워진 게 함정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맛있다고 생각했던 커피였는데, 이젠 맛 없어서 먹지를 못하겠더군요.


하루 빨리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결국 원두를 새로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어디서 살까 고민하다가 '스타벅스'가 떠올랐습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스타벅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고급 카페의 대명사라고 한다면 다들 스타벅스를 떠올리곤 하죠. 그런데 저는 스타벅스 커피가 맛있는지 맛없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커피 공부를 한 이후로는 마셔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번 참에 스타벅스에서 직접 원두를 사다가 갈아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스타벅스의 원두를 드립해서 마시면 어떤 맛일까 무척이나 궁금하더라고요. 


어제 스타벅스 매장에 가보니 원두가 무척 많더군요. 그중에서도 '하우스 블렌드' 원두 250g짜리 한 봉을 구매했습니다. 가격은 15,000원이네요. 참고로 하우스 블렌드란, 각 커피 브랜드별로 독자적인 레시피를 가지고 블렌딩한 원두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 하우스 블렌딩 레시피야말로 그 커피 브랜드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죠. 브랜드의 생명 그 자체라, 대부분 영업비밀로 공개하지 않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집에 오자마자, 바로 개봉해서 원두부터 요리조리 살펴봤습니다. 설명으로는 미디엄 로스팅(중배전: 중간 정도 볶은 원두로, 너무 쓰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균형 잡힌 맛)이라고 하는데, 겉만 봐서는 기름기가 좔좔 도는 게, 처음에 강배전인 줄 알았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굉장히 진해보였거든요. 그만큼 향미도 강렬했고요.



바로 핸드밀에 넣고 갈아서 드립해봤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지만, 커피의 특징을 이해해보고자 커핑 테스트하듯이 계속 밀착해서 향도 맡고, 아예 원두가루를 뜨거운 물에 풀어서 살짝 맛도 봤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꼬랑내(?)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 같더니... 약간 탄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했습니다. 가장 특징을 잡기 어려운 원두였던 것 같습니다.


마셔보니 향과는 달리 그렇게 강한 맛이 아니었습니다. 왜 미디엄 로스팅인지 알 것 같더군요. 신 맛도 없고, 쓴 맛도 없고... 약간 정체성이 없는 듯한 맛. 개인적으로는 이런 균형잡힌 맛보다는 신 맛이나 쓴 맛 등 어느 한 가지 맛이 도드라지는 커피가 요즘 땡겨서... 그닥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특징이 가장 도드라지는 커피가 매우 높은 등급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위의 평가는 철저히 제 주관적인 평가이고... 저는 사실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는 초보 중의 왕초보일 뿐이라... 잘 모르면서 그냥 주저리주저리 언급해봤습니다. 혹여라도 전문가 분들께서 지나가다 제 글을 보신다면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즘 커피 공부에 푹 빠져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심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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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다음 주 종강까지는 공방 실습이었다.


오늘 수업 내용은,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수업이었는데, 공방이 비좁고 머신도 두 대밖에 없다보니까 모든 수강생이 한 번에 수업을 받는 게 아니라, 시간대별로 조를 나누어 자기가 속한 조 시간대에 와서 수업을 듣고 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맨 마지막 타임인 오후 4시 타임을 선택해서 여유가 있었다. 3시 40분쯤에 미리 공방에 가서 먼저 조의 실습 과정을 눈으로 지켜보고, 4시 정각부터 머신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머신으로 에스프레소 추출하기


1. 포터필터 분리 후 린넨으로 닦은 뒤, 커피가루 받기

2. 손으로 레벨링(고르기) 후 탬핑/태핑

3. 가장자리 털고 물 흘리기 3초

4. 부드러운 장착과 신속한 추출 (20초~30초)

5. 포터필터 청소 및 그라인더 잔량 체크


사실 그렇게 복잡한 과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밀한 손놀림이 요구되는 작업인 것은 분명했다. 과정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까다로운 감각적 손재주가 필요한 것이었다. 


까다로운 레벨링과 탬핑/태핑


특히 2번 레벨링과 탬핑/태핑 과정이 제일 까다롭다고 할 수 있겠다. 레벨링이란 포터필터에 받은 원두가루를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절대 압력을 주어 커피가루를 눌러서는 안된단다. 그렇게 되면 탬핑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자격증 시험에서는 결격사유가 된다고. (왜 그래서는 안되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물어볼 것이다) 오로지 슬슬 밀어주면서 고르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탬핑과 태핑이란 것을 해야하는데, 탬핑이란 탬퍼(도장 같이 생긴 압력기)를 이용해 포터필터 속 원두가루를 '꾹' 눌러주는 과정을 말한다. 강한 압력으로 커피가루를 단단히 다짐으로써, 입자를 고르게해, 커피를 더 진하게 추출해낼 수 있다고 한다. 이 탬핑이란 것도 결국 누르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엄지와 검지손가락의 균형과 적절한 누르기가 커피 맛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태핑은 탬퍼의 끝으로 포터필터의 측면을 '톡톡' 쳐서 가장자리에 붙어있는 커피찌꺼기들을 털어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남은 커피가루가 없이, 모든 커피가루를 2차 탬핑으로 단단히 다짐으로써 온전하게 커피를 내릴 수 있다.


2차 탬핑까지 끝낸 포터필터를 머신에 장착한 뒤에, 추출구 아래로 두 개의 잔을 놓고 1온스(30ml)까지 에스프레소를 받아낸다. 에스프레소를 1온스 추출하는 데에는 최대 30초 정도 걸리는데, 앞서 본 탬핑/태핑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오히려 커피는 안 나오고 기름 성분만 잔뜩 나오기도 한단다. 역시 커피는 쉽지 않다.



흥미로웠던 머신 다루기


처음 다뤄보는 머신이라 긴장했지만, 옆에서 강사 선생님이 계속 설명을 해주다보니 금세 따라할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머신을 이용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해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과정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다. 


총 두 번의 실습을 했는데, 첫 번째 실습에서 내린 에스프레소는 강사 선생님이 직접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만들어줘서 즉석에서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실습을 통해 내린 에스프레소는 텀블러에 담아왔다. 덕분에 이틀 동안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바리스타는 위생이 생명이다


강사 선생님은 머신을 다루는 내내 "바리스타는 위생이 생명이다"라고 강조하셨는데, 실제로 린넨(행주)을 가운 앞주머니에 항상 꽂아두고, 모든 과정에 앞서 포터필터를 닦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추출이 끝난 뒤에도 행주로 머신과 테이블을 닦는 게 마지막 순서였는데, 테이블을 닦는 행주와 머신을 닦는 행주도 따로 있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머신 닦는 행주로 테이블을 닦았는데, 바로 그 순간 강사 선생님이 "머신 닦는 행주로 테이블을 닦으면, 머신이 더러워지지 않겠느냐"며 지적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요즘 카페가 워낙 많다보니까, 이런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고 비위생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참 많은데, 바리스타는 청결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위생을 강조했다.



커피의 세계로 또 한 걸음


10주 동안 계속 커피 수업을 들었고, 집에서는 이제 매일 드립 커피를 직접 내려마실 정도로 커피를 애호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11주차에 직접 머신을 접해보니 또 다른 커피의 신세계를 접한 느낌이다. 


사실 이 과정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막연하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격증은 그저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고, 좀 더 깊은 커피의 세계를 느껴보고 싶다는 지적 욕구가 솟아오르고 있다. 


마침 종강이 다가오면서 강사 선생님도 자격증반과 같은 심화반 수강에 대해 안내를 해주셨는데, 망설임 없이 그 반을 수강할 생각이다. 취미로 시작했던 홈바리스타 강좌지만, 이제 정말 나만의 블렌딩도 해보고 싶고, 커피에 대해 아마추어를 넘어 전문가 수준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 


언젠가 나만의 카페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만의 커피를 대접할 날이 온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짜릿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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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에서 기르는 보리(강아지 이름) 미용을 맡겨놓고 나니, 찾으러 갈 때까지 할 게 없더군요. 무려 2시간 동안 텀이 생겼는데, 다시 집에 가자니 더운 날씨에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일인지라... 커피나 마시면서 신문 읽을 요량으로, 근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더운 날씨라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막상 카페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니 '에스프레소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핸드드립, 아메리카노 커피는 자주 마셔봤지만, 에스프레소는 많이 마실 기회가 없었습니다. 일단 양이 적기 때문에 Take-Out이 안 되서 주문할 일도 별로 없었고, 양이 적다는 점 때문에 뭔가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커피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에스프레소의 맛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은 에스프레소를 마셨습니다.


확실히 핸드드립보다도 훨씬 진한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커피의 매력에 푹 빠진 뒤라서, 막상 몇 모금 마시고나니 그렇게 쓰다는 느낌도 안 들더군요. 금세 적응했습니다. 오히려 핸드드립보다 진한 맛에 왜 이탈리아인들이 에스프레소를 자신들의 자부심으로까지 여기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에스프레소 위에 낀 이 황금색 거품이 바로 '크레마'입니다. 크레마는 커피의 향과 맛을 더욱 돋구어주는 거품으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에만 존재하는 거품입니다. 크레마에 커피의 좋은 성분이 다 들어가 있다고 하죠. 질 나쁜 원두를 쓰면 크레마가 안 나온다고 합니다.


실제로 커피 공부를 하며 크레마라는 개념을 배운 뒤에, 이 거품을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어서, 카페 주인장님한테 "이게 크레마가 맞냐"고 물어봤습니다. 크레마가 맞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커피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니, 카페에서 그냥 생각 없이 마실 때와는 달리 커피 한 모금을 마셔도 계속 맛을 분석하게 되고, 커피 표면에 생기는 거품 하나 하나에 호기심을 갖고 궁금증을 품게 됩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게 되고요. 무언가에 꽂혀서 적극적으로 배우는 자세를 견지한다는 건, 참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열정이 식지 않고 끝까지 가야 진국일텐데요.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 설사를 했습니다. 사실 저는 커피랑 몸이 잘 안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원래 선천적으로 장이 좋지 않은데, 커피가 장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오늘 설사를 한 것도 에스프레소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제 막 커피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는데... 커피가 내 체질에 안 맞는다니 참 끔찍하네요. 오늘 설사가 에스프레소 탓이 아니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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