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 2018. 3. 30. 00:02


난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술부터 산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고 들어온 원고료로 꼬박꼬박 술을 사서 마셨다. 언제 한 번 뉴스게릴라 상을 타는 바람에 상금으로 20만 원인가를 받은 적이 있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시바스 리갈'을 샀다. 그리고 그날 친구와 한강에서 홀라당 다 까먹었다.


가끔씩 주머니가 좀 풍족하다 싶으면 양주를 사고, 궁핍하다 싶으면 저렴한 술(싸구려 고량주, 전통주, 사케류...)을 산다. 밤에 홀짝 홀짝 마시면 운치도 있고 좋다.


내 소원은 집 안에 나만의 바(Bar)를 차리는 것이다. 가끔씩 연속극을 보면 부잣집 회장님들이 집안에 바를 차려놓고 비싼 술들을 홀짝 홀짝 즐기시던데. 나도 그런 바 하나 집안에 차리는 게 소원이다.


영화 <특별시민>을 보면 곽도원이 구두 페티쉬가 있어서 신지도 않는 구두를 잔뜩 모아놓고 그걸 보며 희열을 느끼는데, 나는 술에 그런 페티쉬가 있는 모양이다. 저렇게 진열해놓고 있으면 흡족하다.


아무튼 이번 달엔 첫 월급을 탄 기념으로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조니워커 블랙라벨'을 질렀다. 가장 낮은 등급인 레드라벨조차 가난한 학생이었던 내겐 사치였는데... 만날 마트에 갈 때마다 블랙라벨 병을 들었다 놨다 만지작 거리며 못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야 했는데... 꿈에 그리던 술을 사게 되어 감개무량.


첫 월급의 상징성 때문일까. 아니면 꿈에 그리던 술을 샀다는 감격 때문일까. 한 달이 지나도록 개봉할 엄두를 못 낸다. 저 술을 마시긴 마셔야 하는데... 그냥 까야 하나 아니면 기념으로 보관을 해야 하나... 고민이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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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드디어 역사적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우리 대한민국 가수들로 구성된 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보도된 선곡 리스트를 보니 대부분 남한 가요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남한의 최신 가요들을 부르는 것도 좋지만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좀 더 회담의 성격에 맞는 의미 있는 노래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남북한은 그동안 군사적 대치와 문화적 단절로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 주민들의 동질성 회복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한때 한민족이었음을 상기시켜주는 노래를 이번 공연에서 부를 것을 제안합니다.


대표적으로 독립군가가 있습니다.


독립군가는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독립군들이 만주 벌판에서 일제와 맞서 싸울 때 부르던 노래입니다. 그 당시에는 남도 북도 없었습니다. 그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 하에 똘똘 뭉쳐 한 목소리로 군가를 부른 '한민족'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러한 독립군가를 우리 예술단이 부른다면 서로의 역사적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했을 때, 북측 영접단도 독립군가의 일종인 '용진가'를 연주한 바 있습니다. 이는 남과 북이 함께 일제와 맞서 싸웠던 역사를 되새기며 다시 하나로 나아가자는 뜻이었습니다.



아울러 이번 공연에서 독립군가가 공연된다면, 독립군가를 점점 잊어가는 우리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도 의미 있는 역사교육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러한 뜻을 청와대에 전달코자 국민청원을 올렸으니 동의하시는 분들은 적극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주변에도 널리 퍼뜨려주세요!


▶ 청원하기: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75311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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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한약을 복용하느라 근 한 달 간 알코올을 입에도 대지 않았더랬습니다.

사실 한두 잔 정도는 먹어도 된다고 하는데, 비싼 약 먹으면서 괜히 부정탈까봐 열심히 자제해왔습니다.


그러다 어제 드디어 약이 다 떨어졌습니다.

약이 다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는데.. 마침 불금이기도 하고 잘 됐다 싶어 바로 친구와 술 약속을 잡았지요.

이 친구, 얼마 전에 중국여행 가서 바이주 한 병을 사왔답니다. 그날 들고 온대서 기대가 컸지요.


5시 30분부터 계속 시계만 들여다보다가, 6시 땡치자마자 바로 칼퇴근 스킬 시전!


사전에 미리 콜키지 프리가 가능한 식당을 알아보다가, 내방역에 괜찮은 중국요릿집이 있다고 해서 거기로 향했습니다. 콜키지 프리라는 걸 알고 들어갔는데, 친구는 영 불안한 지 굳이 사장님한테 "저희 밖에서 술 가지고 왔는데 먹어도 되나요?"하고 조심스레 물어보더군요. 


그러자 인심 좋은 사장님 "먹지 말라고 하면 안 먹을 거예요?" 농을 던지더니 마음껏 먹으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고량주 잔까지 챙겨주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잔은 됐다고 했습니다. 콜키지 프리인 곳은 원래 잔을 본인이 챙겨오는 게 예의라서, 저도 집에서 술잔을 따로 챙겨왔거든요. 특별히 독일에서 사온 미니어처 맥주잔으로 골라왔습니다. 사장님이 "술은 중국술인데 잔은 독일 잔이면 어떡하냐"고 또 농을 던지십니다 ㅎ (유쾌한 사장님)


게살스프, 탕수육, 팔보채를 안주로 그 친구가 사온 술부터 마셨습니다. 향이 참 죽이는데 목넘김도 정말 깔끔하더군요. 그 친구가 북경의 한 도가에 방문해서 직접 내리는 술을 담아왔다고 합니다. 바이주에 대해서는 지식이 일천하지만, 그런 저조차도 '이 술 정말 좋은 술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습니다. 워낙 술술 들어가다보니 금세 한 병을 비웠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제가 이마트에서 사온 국산 증류식 소주 '제왕'으로 달렸습니다. 그러다 안주도 다 떨어지고 해서 2차로 근처 치킨집에 가서 옛날통닭 한 마리 시켜놓고 맥주 500cc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1차 중국집은 제가 계산했습니다. 사실 멋지게 한 턱 내는 게 꿈이었거든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직장도 없고 그렇다고 알바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수중에 땡전 한 푼 없는 알거지 신세였더랬습니다. 그때도 이 친구와 종종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곤 했는데, 한 번은 제가 사기로 해놓고선 카드에 잔액이 없어서 이 친구가 대신 긁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괜히 쪽팔리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었습니다. 사람이 돈이 없으니까 비참해지더라고요.


근데 사람 일이란 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제가 부러워했던 그 친구는 정작 여행 다녀오느라 수중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거지가 됐고, 저는 운 좋게 취직해서 비록 쥐꼬리만한 월급일지언정 다소 여유가 생겼으니까요. 


그래서 어제는 제가 1차를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한 달 전에 쪽팔리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친구는 기억도 안 하고 있었다는군요 ㅎㅎ 그러면서 "우리끼린 그런 걸로 미안해 하지말자"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앞으로도 니가 어려울 땐 이렇게 내가 술 사주고, 만약 내가 또 너보다 힘든 상황이 오면 니가 한 잔 사주고 그러자"고 약속했습니다. 그 친구도 흔쾌히 동의하더군요. 오래오래 좋은 술친구로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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