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와 인사동에서 1차로 보이차를 마시고, 2차로 술 한 잔 하기 위해 종각역 술집골목을 찾았습니다. 하도 맛집이 많다 보니,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4층까지 화려한 일본식 간판으로 도배된 이자카야가 눈에 띄길래 들어갔습니다. '토리고야'라는 곳입니다. (6시 반 이전에 들어오면 서비스 안주가 제공된다는 점이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처음엔 층별로 각각 다른 업장인 줄 알았는데, 한 업장이더군요. 저희는 1층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늘따라 소주가 당겨서 그냥 소주로만 달릴 생각이었는데, 친구가 계속 사케를 먹고 싶어하는 눈치길래 제일 저렴한 도쿠리(8,000원)를 일단 시키고 안주로 '나가사키짬뽕탕'을 시켰습니다. 여기에 6시 반 전에 들어왔다고 서비스 안주로 꼬치구이 세트가 나오더군요.



차를 마신 직후에 술을 마셔서 그런가, 오늘따라 알콜이 잘 들어가는 느낌이... 안주로 나온 나가사키짬뽕탕도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푸짐한 해산물에 진한 국물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추가로 소주 한 병에 '삼겹야채계란말이'를 시켰습니다. 오늘은 정말 소주도 잘 받네. 술은 별로 안 취했는데 이상하게 배가 불러서 안주를 남겼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처음부터 부어라 마셔라 달리고픈 생각도 없었고, 친구 역시 내일 아침 일찍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고 해서 정말 기분 좋을 때 끝냈습니다. 이렇게 적당히 마시는 것도 좋네요.


PS. 참, 여긴 기본 안주도 맛있습니다. 특히 단무지가 일반적으로 시중에 파는 단무지보다 훨씬 달달한 게 맛났습니다. 단무지도 아마 재요리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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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 블로그를 자주 구독하는 분들이라면, 군 시절 전우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올라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저는 원체 대인관계가 넓지 않은 터라,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친구들은 매우 한정적인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군 시절 만났던 전우들과는 이상하리만치 끈끈하게 연결이 되어 있어서, 초중고대학 학창시절을 통틀어 만나는 친구들 한 명 없어도 이 친구들과는 굉장히 자주 만납니다.


그리고 이 친구들과 엊그제 또 뭉쳤습니다. 경주 여행 때 자신의 자취방을 내주었던 친구 하나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보겠다며 주말에 서울로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평생 술벗인 JH와 이 친구 그리고 군 시절 제가 유독 아꼈던 후임 한 명이 뭉쳤습니다. 이 후임 친구는 전역한 뒤로 처음 만났습니다. 중간 중간에 계속 얼굴 한 번 보자고 했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빼다가 이제서야 나타났네요. 처음엔 좀 서운했는데 이렇게라도 잊지 않고 나와주니 서운한 마음도 스르륵 녹습니다.



1차는 종각역 근처에 위치한 '백세주마을'이란 전통술집에서 시작했습니다. 국순당 직영 브랜드인 듯 합니다. 백세주가 기본 술이고 다양한 전통주가 있습니다. 


가격이 좀 세서 비싼 술은 먹지 못했습니다만, 분위기도 좋고 가볍게 한 잔 하기에 적당한 곳이었습니다. 1차에서 6만 원 정도가 나왔는데, 제가 맏형이기도 하고 취직해서 그나마 월급이 들어오는 입장이라 기분 좋게 한 턱 냈습니다.



2차는 '오사카 부루스'라는 이름의 이자카야로 갔습니다. 오늘따라 '사케'가 먹고 싶었거든요. 


분위기가 다소 시끄럽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3,900원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안주가 무척 흡족스러웠습니다. 사진에 나온 안주들은 '와사비 문어회', '칠리새우', '가라아게', '닭똥집튀김'입니다. 저렴한 만큼, 퀄리티 역시 별로였지만 이 가격에 저렇게 먹을 수 있는 게 어디인가요.



마지막 3차는 가볍게 생맥주로 달렸습니다.


호객하는 아주머니 손에 이끌려 들어왔는데, 다트 던지기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서비스를 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도전해봤습니다만... 술에 취하니 영...  냥 막 던지다가 끝났습니다. 


드라마 <주몽>을 보면 주몽이 술에 잔뜩 취한 상태에서도 활로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추는데, 저는 아직 무공의 경지가 바닥을 기는 모양입니다.. 껄껄...


이날 술자리는 막차 시간 직전까지 이어졌습니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더 부어라 마셔라 놀았을텐데, 다들 저녁 늦게 만나는 바람에 오래 놀지 못한 게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겹도록 자주 보는 얼굴들인데, 매번 만날 때마다 반갑고 하는 얘기 또 하고 듣던 얘기 또 들어도 질리지 않고, 헤어질 때면 늘 아쉽고... 참 신기합니다. 저희도 이젠 만날 때마다 농담처럼 "먼저 죽으면 남는 사람들이 장례식장에서 관이나 들어주자"면서 껄껄 웃곤 합니다. 이래서 남자들이 만나면 군대 얘기 한다고 하는 걸까요? 그만큼 동고동락을 함께 하며 뜨거운 청춘을 보냈기 때문이겠죠? 어쩌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청춘의 흔적을 마주하니 반가움을 느끼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 '꽃보다 국유단' 모임이 언제까지고 서로의 삶에 안식처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쁜 일, 슬픈 일 함께 나누며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 우정 이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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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하니 제일 좋은 건 뭐니뭐니해도 '월급'이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학생 시절,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주머니 사정이 곤궁하다는 이유로 한참 망설이다 뒤돌아서야만 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습니다.


제 취미 생활 중 하나인 차 생활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마음 같아서야 늘 값 비싸고 좋은 보이차를 마시고 싶었지만, 찻잎 한 봉지 사는 것도 손이 떨릴 지경이더군요. 


그나마 저렴한 차 위주로 마셨는데,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지요. 만날 똑같은 차만 마시니 물리고, 더 좋은 차 한 번 마셔보고 싶고... '나는 언제쯤 남들처럼 값비싼 차를 한 번 마셔볼 수 있을까' 늘 한숨만 내쉬었더랬지요. 


아무튼 월급이 들어오니 차 생활에 있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물론 쥐꼬리만한 월급이라, 여전히 비싼 차에 도전하기는 엄두가 안 납니다. 그래도 신상품이 출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망설임 없이 지를 정도의 여유는 생겼습니다. 


새로 출시된 진년소타를 맛보다


이번에 데려온 '진년소타(陳年小沱)' 역시 첫 월급으로 지른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을 보던 중, 지유명차에서 진년소타를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질렀습니다. 가격도 45,0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한 편에 속하더군요. 


진년소타는 이번에 처음 출시된 차라고 합니다. 소타는 보이차의 형태를 말함이고 (작은 원형으로 긴압된 찻잎을 말합니다) 진년이란 단어는 '오래 묵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지유명차 측에 따르면 소타차는 오래 묵힌 차를 찾기가 어려운데, 이 차는 20년 가까이 된 차라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차라고 하는군요.


실제로 98년 맹해지구 차엽과 99년 혜민지구 산차를 7:3 비율로 섞어서 만든 반생반숙 찻잎으로, 기존의 소타차들은 대체로 차찌꺼기들로 만든 반면에 진년소타는 100% 원찻잎으로 제작되어 소타차 중에서도 최고급에 속한다고 합니다. (이상 지유명차 반포점의 소개문구 인용)


지유명차 반포점에 택배주문을 했는데, 엊그제 입고됐다며 우체국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퇴근하자마자 책상 위에 찻잎이 담긴 택배상자가 와 있길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얼른 뜯어봤습니다. 점장님께서 친절하게도 시음용으로 찻잎 샘플을 두 봉지나 서비스로 주셨네요. 택배비도 무료인데 서비스까지...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사실 그 감사한 마음에 대한 보답으로 지금 이렇게 리뷰를 남기고 있습니다)



개봉해보니 이렇게 한 알(6g)씩 개별 포장되어 있습니다. 소타차의 가장 큰 장점인데요, 낱개 포장되어 있어 휴대하기에도 편합니다. 그냥 포장지만 벗겨서 차구에 풍덩 집어넣고 우리면 끝~



탕색이 참 이쁘죠?


비슷한 차로 그동안 원미소타와 98년 소타차를 마셔봤는데, 이 차 역시 맛과 향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전문적으로 드시는 분들은 그 차이를 구분하면서 드시지만, 저는 이제 막 차 생활을 시작한 데다가 막입이라 그런지 차이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푸근한 맛과 향을 즐길 뿐입니다. 자다 일어나서 마셔서 그런가 처음 몇 잔은 잘 모르겠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몸과 정신이 깨어나는 느낌이 듭니다. 


좋은 보이차, 나쁜 보이차를 판단하는 기준은 많지만 대표적으로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뜨끈한 열감이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이 차 역시 마시다 보면 열감이 올라서 좋은 차라는 느낌을 줍니다.


보이차 입문용으로 좋은 차라고 하니, 진년소타의 맛이 궁금하신 분들은 전국 지유명차 지점을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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