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대학 16년도 3학기가 개강한 지도 벌써 2개월이 다되어간다. 이 시점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본부전공선택과목인 '기자학과'가 어제 개강했다. 마지막 특강까지 포함해서 총 5주 강좌로 구성되어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다고치면 5주라는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직접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마치 본격적인 바리스타 교육을 받기 전 취미과정인 홈바리스타 과정부터 먼저 시작했듯이, 이번 강좌 역시 기자라는 직업이 나의 가치관에 맞나 판단하기 위한 탐색과목 정도로 생각한다.


기자란 사실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


첫 강의는 경제전문지인 이데일리 산업부 소속의 신정은 기자가 연사로 나섰다. 오늘 강의의 주제는 '기사쓰기의 이해'.



신 기자는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란 사실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이다"라는 말로 강의의 서두를 열었다. 그녀가 준비해온 PPT에는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근거들이 통계 등으로 제시되어 있었는데, 여러 직업들 중 수명도 가장 짧아 단명하는 직업군에 속한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불규칙하고 과다한 근무시간, 치열한 보도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더욱이 요즘은 몰지각한 기자들로 인해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져 기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도 않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악플러들이 다는 악플 때문에 상처 받을 때도 많다는 것이다. 신 기자는 이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쓴 기사에 달린 악플들 몇 가지를 사례로 보여주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신 기자의 이름을 대놓고 언급하며, '기자 이름 기억해두겠다'는 악플이 보이던데... 이건 거의 협박 수준 아닌가. 기자들이 알게 모르게 겪어야 할 고충들에 대해 새삼 깨달았다.


기사쓰기의 단계


이어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신 기자는 기사를 쓰기 위한 단계를 2단계로 나누었다.


1) 아이템 발굴


기사쓰기의 가장 첫 번째 단계로, 기사를 쓰기 위한 소재를 발굴하는 단계다. 신 기자는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취재거리다"라며, 남들과 다른 관점과 호기심을 갖고 주위 사물을 바라보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실제 자신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한창 구제역으로 사회가 시끄러울 때,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 인근에 위치한 음료수 공장을 보고 "혹시, 구제역이 저 음료수 공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면 우리가 마시는 음료수도 구제역의 위험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고 취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공장의 거리가 멀어서 그런 의혹은 깔끔하게 풀렸지만, 신 기자는 해당 사례를 언급하며 "이처럼 주위 사물을 찬찬히 잘 살펴보고, 호기심을 갖고 남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캐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아이템을 발굴하기가 어렵다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나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고,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파악해서 기사 아이템으로 잡아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2) 야마 잡기


그렇게 아이템이 선정되었다면, 다음 단계는 '야마'를 잡는 것이다. 야마란 해당 기사의 주제, 핵심, 방향, 논조 등을 두루 포괄하는 용어로, 일본식 표현이다. 아직도 언론계에서 공공연하게 쓰이는 표현인 듯 싶었다. 사실 나부터도 군 복무 시절에, 일본의 잔재인 것을 알면서도 일본식 표현들을 적나라하게 사용했으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국내 언론계에서도 아직 이런 표현을 당연하다는듯이 쓰는 것이 의아하긴 했다.


여하간 신 기자는 "기사의 야마를 정했다면, 야마 외의 곁가지들은 버려야 한다"며 "아까운 건 알지만, 그래도 기사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고 독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한 기사에 두 개의 주제 이상은 담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야마를 드러내기 위한 제목을 잘 뽑는 것도 중요하다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도 기사의 내용을 대충 파악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목이 싱거우면(?) 기사를 읽지도 않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기자는 "그렇다고 일부 연예지처럼 일부러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는다던가, 본문에 없는 내용으로 낚시성 제목을 뽑으면 절대 안된다"고 못박았다.


제목 뽑기... 굳이 신문 기사가 아니어도 개인 블로그 포스팅을 할 때도 늘 어려워서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이다. 제목 뽑기만 따로 뽑아서 강좌 하나 해도 모자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내용은 앞으로, 곁가지는 뒤로


이어 그녀는 "한편을 유용하게 쓸 것'과 '문장은 무조건 짧고 간결하게 쓸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한편이란 글에 반전 혹은 부연설명을 주기 위한 부사다. 기자 본인이 전달하고자 했던 기사를 다 완성한 상태에서, 좀 아쉽거나 뭔가 더 설명하고 싶을 때 유용하게 쓰라는 것이다. 대신 이 내용은 잘려도 상관이 없어야만 한다. 어디까지나 '부연설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문기사는 '역피라미드'순으로 작성을 한다고 한다. 이것은 기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야마(핵심)가 담긴 중요한 내용은 모두 앞쪽에 서술하고, 뒤로 갈수록 쳐내도 무방한 부연설명 위주로 서술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작성하는 이유는 신문지면의 한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제로 편집을 하면서 지면 관계상 글을 줄이게 되면 뒤에서부터 쳐내기 때문에 이런 구조로 작성을 한다는 것이다. 이건 처음 듣는 팁이라 앞으로 글을 쓸 때도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기사의 종류]


1. 스트레이트


1)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하는, 기사의 전형적인 형태

2) 육하원칙에 따라 작성

3) 역피라미드 형태


2. 단신 기사


1) 짧은 스트레이트

2) 400자 이내로 짧게 쓰는 기사


3. 피처 기사 (박스 기사)


1) 스트레이트가 아닌 기사들을 주변에 선을 그어 구분하던 데서 비롯된 명칭

2) 특정 사안의 배경이나 전망을 추가 설명하는 해설, 사건이나 사건의 주인공 등의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흥미 있는 화제를 다루는 글

3)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닌 자료를 분석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 뒷이야기 등

4) 자유로움, 기자 개인의 문체가 드러나기도 함, 내러티브 기사 등


4. 기획기사


1) 시리즈 형식으로 제작

2) 1~2면을 바름

3) 기사 연재


5. 스케치 기사 (르포 기사)


1) 사건의 주변 분위기를 묘사한 기사

2) 주관을 배제하고 현장 분위기를 전달 (완전한 배제는 불가능)


6. 칼럼


1) 기자 경력 15년 이상

2) 평기자는 취재일기, 기자수첩, 기자의 눈 등으로 취재 뒷이야기를 쓰는 것

3) 주관적 글쓰기

4) 새로운 시각, 정보, 글맛을 갖춰야 함


디테일의 차이


기사의 전체적인 틀을 잡는 법에 이어 '디테일한 면'을 잡는 법을 언급하였다. 첫 번째로, 매 문장마다 끝을 맺는 '서술어'를 다르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본인이 쓴 기사를 화면에 띄웠는데, 서술어마다 블라인드 처리를 해놓고 수강생들이 직접 돌아가면서 하나씩 맞춰보았다. 신기하게도 모든 서술어가 다 달랐다. 같은 뜻이지만 반복해서 쓰는 게 아니라, 전부 색다른 단어를 쓴 것이었다. 이걸 보면서 기사 한 편을 쓰기 위해 참 많은 정성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나부터도 지금 이 후기를 작성하면서 서술어를 최대한 색다르게 끝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로는 '인포그래픽'을 강조하였다. 인포그래픽이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글 외적인 수단으로, 사진 및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요즘은 인터넷 신문 시대라 글보다는 이런 인포그래픽이 오히려 주를 이루고 있는데, 얼마 전부터 <스브스뉴스>를 비롯하여 주요 언론들까지도 도입한 '카드뉴스'가 대표적이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감정 표현을 금지하라'고 강조했다. 기자는 독자들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이지, 기자 개인의 신념을 주입시키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왜 기자가 되고 싶은가


그녀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기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그 세 가지란 다음과 같다.


1) 저널리즘


'저널리즘'의 사전적 정의는, 신문과 잡지를 통하여 대중에게 시사적인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이런 사전적 정의를 넘어서 '사실을 끝까지 추적하여 보도하려는 정신', '사건을 균형있게 바라보려는 시각', '자신만의 줏대' 등 기자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들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저널리즘에 입각한 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가치관


신 기자는 바로 이 가치관을 제일 강조했다. 즉, 기자라는 직업이 내 가치관에 적합한지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기자란 '고단하고 외로운 직업'이다. 실제로 현직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업만족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과도한 근무시간에 비해 그렇게 높은 소득을 받는 직업도 아니고, 취재 및 보도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그녀는 본인이 기자를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장이 좋기 때문이다. 평생 살면서 만나보지 못할 유명인사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내가 기자였기에 가능한 일이고, 이슈 현장의 한복판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짜릿함을 느낀다"


3) 멀티플레이어


마지막으로 신 기자는 시대가 바뀌면서 종편이 등장하고, 독자(시청자)들의 의식 수준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으며, 언론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화(종이신문->인터넷 뉴스)하기 때문에, 이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다방면으로 프로페셔널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오늘 강의를 마무리하였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던 시간


그녀의 입담은 재치있었고, 강의 진행은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현직 기자로서 본인이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생생하기까지 했다. 어떻게 보면 본인에게 있어서는 큰 상처가 되었을 법한 에피소드들도 이제는 지나간 추억인 것마냥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그녀를 보면서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의 열기는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식을 줄을 몰랐다. 강의 초반에는 쭈뼛쭈뼛 어색해하던 수강생들이 너나할 것 없이 저마다 손을 들어 질문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수강생들의 질문 가운데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신 기자의 답변을 옮겨본다.


[신정은 기자와의 일문일답]


Q. 소속 언론사와 기사의 방향을 놓고 대립하게 될 경우 어떻게 하는가?


A. 당연히 싸운다. 데스크에 끊임없이 찾아가 요구한다.


Q. 인터뷰를 하러 다가가기가 어렵다. 조언을 해준다면?


A. 처음부터 일을 목적으로 다가간다는 인상을 주지 말라.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친근함을 형성하라. 그리고 나서 인터뷰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Q. 실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상처를 받는 일이 많았을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A. 정말 그런 일이 많다. 욕도 자주 먹고,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하는 거라 생각하고 털어버린다. 나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지 않은가?






무거운 발걸음


기자학과 1강 수업을 듣고 나오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사실 故 장준하 선생을 존경한다는 이유만으로 한때 언론인의 길을 꿈꾸었고, 실제로 다양한 정부기관 소속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나름 글솜씨를 인정받은 나였다. 그럼에도 스스로 늘 열등감에 시달렸다. 내가 쓴 글은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고, 내 글에는 줏대와 깊이가 없다는 강박관념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언론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낙인을 찍어버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정은 기자의 강의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기자라는 직업이 갖는 매력에 대해 끌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을 가려내고,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만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감추려고 하는 사회 이면의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 사회정의와 공익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나로서는, 여전히 기자만큼 매력적인 직업도 없다. 


다시금 이 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기에, 내 발걸음이 유독 무거웠던 것이 아닐까.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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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대학 2016년도 3학기 기자학과 사전과제


■ 책의 제목


정의를 부탁해/권석천 저/동아시아


■ 저자에 관하여(저자에 대한 자신의 견해 포함) (300자)


이 책을 쓴 저자 '권석천'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나, 법대 출신들이 가는 일반적인 코스(사법고시)를 걷지 않고, 언론계로 진출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법에 애착을 느낄 수 없었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하지만 막상 신문사에 들어가니 법의 울타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한다. 법학이라는 그의 전공이, 그의 기자 생활을 규정지어버린 것이다. 


그는 사실 문화부 기자를 꿈꾸었지만, 신문사에서는 그의 전공이 '법학'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조 기자'로 보내버린다. '개인의 사정은 조직의 필요 앞에 무력했다'는 그의 고백에서 무력감과 분노를 읽은 것은 나 뿐일까. 


여하간 그는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지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중앙일보에서 논설위원을 하며 '권석천의 시시각각'이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한 주마다 중앙일보 지면에 실리는 그의 칼럼은 독자들에게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때로는 분노를 제공한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라는 한국 사회를 가르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벗어나, 합리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사회의 현안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대중들에게 그가 '균형 있는 언론인'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나 역시도 이번에 그가 쓴 책을 읽으며, "아직까지도 이런 언론인이 남아있었다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인상 깊은 구절 (25개 이상/각 구절 당 번호와 쪽수를 넣어주세요)


1. '칼럼은 편견이다.' 언젠가 읽은 작가 김훈의 한마디가 위안이 돼주었습니다. 그래, 꼭 정답일 필요는 없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을 보여주면 돼. 텅 빈 모니터, 깜빡이는 커서 앞에 진실하면 되는 거야. (p.5)


2. 가장 큰 난관은 용기였습니다. 팩트와 팩트를 논리로 이어가다보면 이 선을 넘어도 되는 걸까. 고민되는 지점이 나타나곤 합니다. 자기검열의 경고등이 켜지는 순간이지요. 기자로서의 양심에 비춰 문제가 없다면, 단순히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면, 글을 완성하기 위해 피할 수 없다면 눈을 질끈 감고 그 선을 넘었습니다. (p.6)


3.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면 기자는 사건이 만드는 것입니다. (p.11)


4. 더 심각한 것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야, 자기기만쯤은 멋지게 해낼 수 있어야 먹이사슬의 위쪽에 설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데 있다. (p.23)


5. 2015년의 사건들은 세월호와 인과의 끈으로 묶여 있진 않더라도 최소한 겹쳐져 있다. 부끄러움의 자정 능력을 상실한 사회에서 항용 나타나는 현상이요, 징후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자기기만의 시스템을 더 높이 쌓아올리는 것인지 모른다. (p.24)


6. 시스템은 중요하다. 다만 시스템이 우릴 구조해줄 것이라 믿는 건 오산이다. 착각이다. 우리를, 우리 아이들을 위기에서 구해줄 수 있는 건 선장, 해경, 장관, 총리, 대통령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몸과 마음을 바쳐 움직여줘야 생명을 건질 수 있다. 스펙이 화려하다고, 신망이 높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진정성과 용기, 열정과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p.28)


7. 자연스러운 것이 바로 병균이기 때문입니다. 그 나머지 것들, 예를 들어 건강함, 성실함, 순수함 등은 이를테면 의지, 그러니까 결코 멈춰서는 안 되는 의지의 산물이죠. (p.32)


8.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선 희생하는 사람과 봉사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피고인)는 국가를 위해 희생했고, 나(검사)는 봉사했다. (p.36~37)


9. "사도세자의 칼에 죽어간 환관과 나인이 1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들의 죽음은 무시해도 되느냐"는 일갈이었다. 칼럼의 골격을 보면 사도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민초들은 돌아보지 않은 것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과연 우린 영조의 관점, 혜경궁 홍씨의 관점, 조선 사관의 관점에 묶여 있는 것일까. 뒤주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내버려진 환관과 나인들은 지금 이 시대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p.45)


10.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생각과 표현의 자유는 북한식 전체주의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가치다. 한 로스쿨 교수는 "종북이란 과장된 공포의 언어로 시민들을 위축시키는 일이야말로 북한의 유일사상 체제를 뒤따라가는 것, 즉 종북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p.60)


11. 우리가 할 일은 생경하고 철 없는 말들을 종북으로 뭉뚱그리는 게 아니다. 종북세력이 '무해한 광신도'가 되게끔 헌법 정신을 뿌리내리는 것이다. 항균 능력을 키워 '건강하게'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게 얻은 건강이 진정 우리의 삶을 지켜주고 민주주의를 꽃피우게 해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p.61)


12. 민주적 기본질서의 의미는 전체주의 정당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 의미를 자유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로 한정하는 경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 정당의 자유를 제한하여 오히려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p.62~63)


13. 하지만 그들을 해산시키더라도 그들의 생각가지 해산시킬 수는 없다. 그들의 생각은 정부가 아니라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평가되고 걸러져야 한다. (p.64~65)


14. 법치주의는 법 만능주의가 아니다. 권력자의 횡포를 막고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 못지않게 법을 제대로 만들고 공정하게, 신중하게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법질서가 힘 있는 자의 편에 서 있는 건 아닌지, '레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을 내모는 도구로 쓰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억압일 뿐이다. (p.71)


15. 나는 공권력이란 말이 되도록 쓰이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이 정부에 위임한 건 권력이 아니라 권한이다. 권한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공(公)이란 수식어도 부적절하다. 공이 무조건 사(私) 위에 있다는 발상은 권위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하다. (p.75)


16. 하지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 문장력은 학력 순이 아닙니다. 문장력을 뒷받침하는 생각의 질은 어떤 고등학교 나와 어떤 대학 갔느냐에 좌우되는 게 아닙니다. 얼마나 자신의 삶에 진지하고 솔직했느냐,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느냐에 따라 생각의 질이 달라진다고, 저는 믿습니다. (...) 진정한 글의 힘은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 아닐까요. (p.100~101)


17. 사과는 반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왜 분노하는지 상대방 말을 듣는 데서 시작돼야 하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정해야 한다. 반드시 상대방 눈을 보면서 해야 하고, 때를 놓쳐서도 안 된다. 그래야 사과하는 사람도, 사과 받는 사람도 마음을 열고 변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p.138)


18. 국가의 명예란 국가가 스스로 그 명예를 주장하며 국가와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을 처벌하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다고 하여 지켜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비록 악의적이고 상당성을 잃은 비판이라 할지라도 국민에 대한 설명과 설득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어나가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p.150)


19. 감히 말씀드리건대 소통은 너(상대방)를 아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상대방을 자기 식대로 이해하고 해석한다고 공감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소통과 공감은 오히려 나 자신을 제대로 알려는 노력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p.171)


20. 시스템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것이다. (p.174)


21. 총구에선 권력이 나오지만 투표함에선 권한이 나올 뿐이다. 민주공화국이라면 대통령이라도 공식적으론 권한이라고 해야 맞다. 그럼에도 우리는 권력을 인격화하고 우상으로 받들며 그 앞에 대(大)라는 수식어까지 붙여주고 있다. (...) 권력엔 부패가 따르지만 권한엔 책임이 따른다. (p.178)


22. 한바탕 칼춤 뒤엔 억울한 혈점(피가 맺혀 살갗에 생긴 점들)들 부지기수요, 원(怨)과 한(恨)이 봄날 벚꽃처럼 구천에 흩날렸으니, 탓할 것은 칼이 아니요, 그 칼 쓰다 각자도생(各自圖生) 떠난 자들 아니던고. (p.214)


23. "검찰에 있을 땐 정의냐, 불의냐, 나쁜 사람이냐, 아니냐로만 봤습니다. 그런 이분법으로는 그 무엇도 재단할 수 없다는 것, 저 자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인간은 완전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존재라는 것을..." (p.235)


24. "민주주의가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과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이들이 선거에서 패하게 하는 것이다. 멀고 험하고 귀찮은 길을 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면역력을 강하게 만든다." (p.275)


25. 그들은 취재 대상이나 피사체이기 이전에 사람이었다.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름과 사연을 묻고 셔터를 누르는 것까지 '기자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장에 급파되는 기자들은 재난자들에 대한 취재 기법과... 취재, 보도 과정에서 지켜야 할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고백에서 <중앙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사가 자유롭지 못하다. (p.332)


26. 기자에게는 끝까지 믿음을 저버려선 안 된다는 '신뢰 의무'가 있다. 그 약속이 무너지면 언론도 무너진다. (p.333)


27. "언론이, 기자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해부할 만한 전문성과 집요함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옳다, 그르다, 당위론에 머무르는 것 아닙니까." (p.340)


28. 언론의 조폭성은 현장 상황을 사소하게 여기면서 내부의 생각을 강요하는 데서 나온다. 존경받는 성자도 모든 상황에서 옳을 순 없다. 보수든, 진보든 모든 언론이 듣기 싫은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반대쪽에 선 이들의 다른 면도 보려고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p.341)


29. 정의와 취향은 반대쪽에 있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 정의로운 사회는 다른 이의 취향을 철저히 존중해주는 곳일 것이다. (p.345)


30. 사실과 거짓을 가리지 않고 받아쓰는 행태가 신뢰를 저버린다는 문제 제기였다. 실제로 언론의 공신력이 낮아진 데는 이편저편으로 나뉘어 진영논리의 스피커 노릇을 해온 영향도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기자들은 같은 길을 가는 동료라는 의식을 잃은 채 특정 진영의 종군기자, 개별 언론사 샐러리맨이 돼왔다. (p.348)


31.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다. 이기는 게 정의다.' 이 지랄 같은 상식을 깨는 건 슈퍼히어로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같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어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우린 결국 서로에게 정의를 부탁해야 하는 존재다. (p.415)


■ 감상평 (600자 이상)


열정대학 기자학과를 수강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작성하는 것이 사전과제였다. 현재 R-POINT 수업 때문에 일주일에 책 한 권 읽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400쪽이 넘는 이 책의 두께를 보고 지레 겁을 먹었으나, 막상 책장을 펼쳐드니 도무지 책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일단 이 책을 쓴 저자는 현직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서, 이 책 역시 그가 중앙일보에 매주 기고하는 논설코너 '시시각각'의 글들을 묶은 것이다. 그래서 글들의 주제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있었으며, 신문사 칼럼의 형식에 맞춰 짤막하게 구성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신문사의 사설이나 논설에 대해 호의적이진 않은 편이다. 재미는 있지만, 스트레이트성 기사에 비해 개인이나 사측의 주관이 강하게 들어간 글이기 때문에, 아무리 균형 잡힌 시각으로 집필하려 신경썼다고 해도, 어느 정도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트레이트성 기사들은 기사를 쓴 기자보다는 기사의 소재가 되는 사건에 대해 독자들의 칼날이 향하는 경우가 많지만, 논설이나 사설은 사건보다는 집필한 기자에게 칼날이 향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나 보수 언론, 진보 언론의 이분법적 프레임에 따른 언론사별 색채가 뚜렷이 구분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논설의 성향 역시 매우 강한 색채를 띠고 있다. 나처럼 진보와 보수, 좌와 우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느 신문을 읽어도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라는 저자 소개만 보고서, '이 책도 어쨌든 조중동이라는 보수언론의 성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라는 편견을 가지고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그런 편견은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한꺼풀, 한꺼풀 벗겨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중앙일보> 칼럼이라는 타이틀만 없었다면, 이 논설이 어느 신문에 실렸을지 감도 잡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권석천 위원은 우리 사회와 언론을 지배하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벗어나, 최대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정말 이런 기자가 있긴 하는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 때 장준하 선생을 존경해 언론계로 진출하는 것을 꿈꾸었던 나로서, 롤모델까지는 아니어도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 역시 입대 전까지만 해도 통일부, 국가보훈처 등에서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기자라는 꿈을 잠깐이나마 꾼 적이 있었다. 하지만 군 생활 중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기자라는 꿈에 대해서는 회의를 느꼈더랬다.


일단 보수/진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언론에서 내가 설 자리는 없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나는 이승만도 존경하고 김구도 존경한다. 동시에 이승만도 비판하고, 김구도 비판한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어디 그런가. 보수 언론에서 김구는 빨갱이요, 이승만은 건국대통령이다. 진보 언론에서 김구는 민족지도자요, 이승만은 독재자다. 하지만 김구든 이승만이든 각 인물의 공은 공대로 인정하고, 과는 과대로 비판하고 넘어가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의 잣대로, 그 인물의 생애와 사상을 한마디로 재단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사고가 아닐까. 이런 양극화된 언론계에서 과연 내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나를 받아줄 곳은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 때문에 쉽사리 기자라는 직업을 꿈꾸지 못했다.


두 번째로, 자신이 없었다. 내게 사건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잣대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줏대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글쓰기 능력이나 취재 능력 등은 부수적인 문제였다. 여러모로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여겼고, 늘 열등감에 시달렸다. 글 한 편 쓸 때마다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나는 역시 글재주가 없어"라며 자신감이 위축되어 갔다.


하지만 권석천 위원의 글을 읽으며, 어느 정도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권 위원 역시 25년 이상 언론계에 몸을 담은 '베테랑 기자'이면서도, 아직까지도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매번 글을 쓰면서도, 색다른 문체와 시각으로 글을 구성하기 위해 '독백체', '편지글',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글쓰기를 시도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노력과 시도가 존경스러웠다. 나같은 경우도 글을 쓰는 스타일이 고정적인데 사실 나만의 색채를 갖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글이 담기는 매체나 형식에 따라 글의 스타일도 자유자재로 변용하는 능력이 늘 부러웠기 때문에, 권 위원의 다양한 글쓰기 스타일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가 분석한 현안 이슈에 대한 균형 잡힌 분석도 인상 깊었지만, 그가 강조하는 '기자 정신'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피해자를 취재할 때는, 그를 단순한 취재대상이나 피사체로 인식하지 말고, 피해자가 겪고 있을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감과 배려', 이분법적 프레임을 벗어나 사건을 합리적으로 보려 노력하는 '균형 잡힌 시각',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도자료만 보고 받아쓰는 수동적 보도가 아닌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쳐서, 사건의 근본을 인식하고 진실을 보도하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취재' 등등... 여러 글들을 통해 그가 강조하는 기자가 갖춰야 하는 자세들은, 수많은 글을 써왔던 내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하였거니와, 다시 한 번 '기자'라는 꿈을 꾸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먼 훗날, 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이 글을 다시 보게 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기자가 되어있든, 기자가 아닌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든... 어쨌든 글쟁이로서의 삶을 살아감에 있어, 아니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이 책을 통해 받은 자극이 언제까지고 유효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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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토요일, 불광동 서울시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열정Class' 강연이 열렸다(이하 열정클래스). 열정클래스는 열정대학에서 매 학기마다 1회씩 주최하는 강연으로, 사회 명사들을 강사로 초청하여 이루어진다. 학생필수과목이기 때문에 오티특강과 마찬가지로 열정대학 재학생이라면 무조건 참여해야하며, 불참하게 될 경우 그에 따른 제재를 받게 된다.


나로서는 열정대학 입학 후 처음 듣는 열정클래스라서, 은근히 기대도 해보았다. 다만 강사진의 이력이나 강연 주제 자체가 처음 들었을 때, 바로 흥미가 생기는 주제가 아니어서, 듣다가 졸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긴 했다.


강연은 2명의 연사를 초청해 이루어졌는데, 한 강연 당 1시간 30분씩 이루어졌다. 순수한 강의시간만 3시간이라 과연 끝까지 집중해서 들을 수 있을까 처음부터 걱정이었다.


청년이 최우선이다


첫 번째 순서로 교육평론가 이범 씨가 '청년이 최우선이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강연에서 다루고자 하는 담론의 무게가 너무 묵직했기 때문일까? 30분 정도 지나니까 솔직히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청년이 최우선이다'라는 대주제 아래 여러 소주제를 나열하며 열강을 했지만,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그것은 내용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었지만 가슴으로 와닿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강의의 성공여부는 연사의 스피치 능력이나 잘 만들어진 PPT에 달려있지만, 핵심은 '듣는 이의 공감 여부'라고 본다. 아무리 훌륭한 언변과 잘 만들어진 PPT로 열변을 토할지언정, 그 강의를 듣는 사람이 공감할 수 없다면... 물론 그렇기에 함부로 그 강의를 평가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내 결론은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이다.


그래도 강연 막바지에 언급했던 스펙에 대한 이야기는 새겨들을 만 했다. 


"스펙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물론 그것이 굉장히 위험하고 또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자기의 사과를 찾아야 한다. 자기의 사과를 얻기 위해서는, 손에 붙들고 있는 것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며 '스펙'과 '전문성' 내지는 '꿈'의 차이를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 많은 젊은 이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무작정 토익공부와 각종 자격증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데, 진정 그 스펙이 전문성과 직결되는가? 그것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주위 친구들이 취직을 준비하며 각종 스펙을 쌓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심란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가 꾸는 꿈을 이루는 데 있어서, 토익 점수와 컴퓨터 자격증은 전연 쓸모가 없다. 그럼에도 내가 꿈을 이룰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에, '보험'격으로 남들따라 기본 스펙 정도는 마련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같이 해야 가치있다


두 번째 강연은 문화기획가 류재현 대표(가치기업 류스 대표)의 강연이었는데, '같이해야 가치있다'라는 주제였다. 제목만 봐도 대강 어떤 느낌일 거라 예상은 됐는데, 사실 저 주제는 후반부에야 결론격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고, 초반에는 '창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류 대표는 원래 상상이라는 콘텐츠에 주목을 했지만, 상상이 지루해 '가치'라는 콘텐츠로 이동했다고 한다. (참고로 그가 세운 가치기업 류스는 그의 성을 따서 만들어졌는데, 아버지가 직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어 '두 명의 류'라는 뜻으로 '류스'가 되었다고 한다)


창의란 무엇인가


류 대표는 창의를 '뒤집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곧, 창의란 실패를 성공으로 읽히게 만드는 것이다. 이 구절을 설명하면서 PPT를 띄웠는데, PPT에는 무수히 많은 '실패'로 구성된 '성공'이라는 큰 글자가 나타났다. 류 대표는 학생들에게 "이 글자를 어떻게 읽는 것이냐?"고 질문을 던지면서,


1) 실패가 쌓여서 성공을 이룬다

2) 어떠한 성공도 그 속을 자세히 보면 무수한 실패로 이루어져 있다

3) 실패라는 단어 속에는 무수한 성공이라는 단어가 가득하다


라고 힘주어 설명하였다.


그리고 "진정한 크리에이티브는 새로운 것을 발명하거나 발견하는 것이 아닌, 같은 것을 다르게 볼 줄 아는 능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때 필요한 덕목은 '다르게 생각하기', '다르게 실행하기', '다르게 활용하기' 라고 덧붙였다.


관점


류 대표는 이어 '점'을 강조했다. 점이란 '관점', '궁금한 점', '다른 점' 등 정말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관점'에 대해 류 대표 본인이 겪은 몇 개의 에피소드를 나열하면서, 설명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류 대표의 군 복무시절 이야기였다.


군 복무 당시 류 대표는 '더덕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대 인근의 더덕이란 더덕은 기가 막히게 잘 찾아서 캐는 재주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역하던 날, 늘 지나던 개울에서 상체를 숙여 세수를 하려는데,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내밀자, 엄청나게 큰 더덕이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더덕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에 다시 고개를 숙여서 거꾸로 뒤집어보니 땅에서 자라고 있는 큰 더덕이 보였다고 한다. 자기가 지금까지 본 더덕 중에서 그렇게 큰 더덕은 처음 본다고 했다.


류 대표는 이때 처음 '관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고했다. 곧 얼마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 만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관점이 탄생하고, 그곳에서 창의가 자라난다는 것이었다.


점이 모이면 선이 되고, 선이 모이면 면이 된다


강연 후반부에서 류 대표는 드디어 오늘의 주제인 '같이 해야 가치있다'를 역설했다. 우리가 가진 점들은 비록 작지만, 그 점들이 모이면 선이 되고, 다시 선이 모이면 면이 되는 것처럼 서로 협동을 해야 더 큰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자가 가지고 있는 큰 점들이 모이면 그만큼 점들 사이의 '빈 공간'이 커지지만, 크기가 제각각인 다양한 점들이 모이면 그만큼 빈 공간도 줄어든다고 역설하였는데, 이것은 결국 사회의 다양한 관점들이 모여 협동할 때 소외되는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류 대표는 대학생 시절 클럽을 좋아해서, 홍대 클럽 죽돌이였는데, '클럽데이'란 것도 본인이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클럽데이는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한 장의 티켓을 구입해, 홍대에 있는 모든 클럽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즐기는 이벤트를 의미한다고 한다) 하지만 큰 클럽들에 밀려 작은 클럽들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던 류 대표는 공동의 지분을 가진 대형클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추진하였지만, 큰 클럽들의 이기심 때문에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이때의 실패가 쓰라리게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류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협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그가 추진했던 '협업공간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경기청년협업마을'이라는 성과로 드러났다. 그 내용은 이렇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큰 돈을 들여 놀고 있는 부지를 매입해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야심차게 만든 공간이, 밤만 되면 죽은 공간이 되는 것을 안타까워한 시흥시장이 류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이에 류 대표는 자신이 꿈꾸었던 '협업공간'으로 가치를 살려보자고 하여,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해 이곳에서 협업을 통해 함께 꾸려가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렇게 오늘날의 '경기청년협업마을'이 탄생하게 되었단다. 


지금 이 공간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주말만 되면 서울로 몰려가는 젊은이들이 이제 시흥으로 몰려와 홍대 거리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어울려 공동체의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을 보면서, 류 대표가 지향하는 '협업'이라는 가치에 대해 매료되었다. 류 대표가 지향하는 가치야말로 단결과 협동이 부족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류 대표의 최종 꿈은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주민 또는 마을의 소유인 특허(저작권)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나 역시 그의 꿈에 동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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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열정대학에 야심차게 개설한 무예24기 과목 '함께 무예 배워볼과' 1강이 열렸다.


마침 그날은 불광동 근처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열정Class'가 열리는 날이라, 클래스 강연이 끝난 뒤에 바로 모여서 수련하기로 했다.


화요일반 멤버 제외하고, 또 오늘 갑자기 사정이 생긴 한 명이 결석하니, 수강생은 두 명밖에 없었다. 단촐하니 오히려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우선 몸풀이와 입선(참장)을 복습하고, 이번에는 둘이서 짝지어 함께 푸는 몸풀이도 새로 지도하였다. 이어 주먹을 쥐는 법부터 주먹을 지르는 법, 발차기(단퇴), 발차기 막기, 보법(진/퇴보)을 지도하였다. 하나 하나 배울 때마다 계속 반복 연습하고, 어느 정도 잡혔다 싶으면 다시 새 진도를 나가다보니 1시간 30분이 훌쩍 흘러버렸다. 쉬는 시간 없이 1시간 30분 동안 계속 떠들면서, 수강생들의 자세를 봐주다보니 끝나고나면 나도 진이 쭉 빠진다.



사실 야심차게 과목을 개설했고, 스타트가 좋아서 아직은 순항 중이지만, 그럼에도 개설자 입장에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진도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권법 자체가 일반적인 중국권법에 비해 초식의 수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7주 안에 이것을 다 지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바로 투로를 들어갈 수도 없다. 무예를 수련하기 위한 기본공을 확실히 떼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지도하는 데만도 몇 주가 걸릴 것이다. (아니 사실 몇 주 안에 뗀다는 것도 불가능하지)


가르쳐주려면 하루에도 다 가르쳐 줄 수 있지만, 그건 굉장히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까. 어느 무술이든 기본이 잡힌 후에야 다음 기술을 배우는 것인데, 아무리 취미반이라고 해도 기본공을 대충 지도하고, 바로 진도를 빼버리면... 기본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수련하다가 몸까지 망칠까 저어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온전히 지도자의 책임이다.


그렇다고 기본기만 주구장창 지도하자니, 수강생들 입장에서 맥이 빠져서 무예 자체에 흥미를 잃을까봐 그것도 걱정이 된다. 지금 당장은 기본기도 새로 배우는 동작이기에, 다들 재밌다고 하지만... 7주 동안 이것만 시키면 아마 중간에 다 '과목포기'하고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일단은 '취미반'으로 개설했기 때문에, 기본기를 중점적으로 수련하면서도 적당히 진도를 나가는 쪽으로 절충하긴 해야할텐데, 그 절충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커리큘럼 상으로는 권법 진도를 다 나가자고 했지만, 그건 욕심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권법에서 간단한 기술들만 뽑아서 지도할까? 


아무튼 개인수련하기도 정신 없는데,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한 요즘이다. 


그래도 수강생들이 열의를 갖고 수업에 임해주니, 그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오늘은 수련 마치고 함께 집에 가는데, 한 학생이 가방에서 「조선무사」 책을 읽고 있다며 보여준다. 일전에 내가 열정대학 커뮤니티에 '무예 수련하면서 참고하면 좋을 서적 리스트'에 올려둔 책인데, 잊지 않고 책을 빌려서 읽는 것이었다. 



요새 열정대학 커뮤니티에 '수련하면서 참고할 서적'을 비롯해 매 수업이 끝난 뒤에 '수련일지'도 작성해서 올리고, 이런 저런 유용한 정보들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수강생들이 하나 같이 나에게 "개설자님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개설자는 못 봤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면서 "여러분이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주니까 저도 덩달아 열심히 하게 되는거죠"하고 대답한다.


실제로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을 때마다 절로 힘이 난다. 특히 나는 수강생들에게 매 수업이 끝난 뒤에 '수련일기'를 써서 각자의 블로그에 올릴 것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하나같이 열심히 써주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그들의 수련일기를 읽으면서, 나는 행간에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수강생들이 이토록 열의를 보여주니, 개설자 입장에서 어찌 열심히 하지 않으리오한 편으로, 나 역시 열심히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우리 사부님도 또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PS. 이미 지난 화요일 첫 강의를 지도한 바 있지만, 그때는 인증샷을 찍지 않은 관계로... 벼르고 벼르다가 이번에서야 수강생들의 양해를 구하고 수련하는 사진을 찍어 짤막한 후기와 함께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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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에 이어 계속 -


그렇게 나까지 총 7명으로 시작하게 된 '함께 무예 배워볼과'.


참 신기하게도... 나 빼고 전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남자들이야 당연히 지원할 거라 생각했고, 여자 분들도 한두 분 있으면 수련 분위기가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남자는 한 명도 없고 오로지 여성들만 지원해서 솔직히 지금도 어안이 벙벙하다. (노린 것 절대 아님!)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과목 개설이 확정되고, 수강생들과 단톡방까지 만들어서 O.T 모임 날짜까지 잡았음에도, 마음 한 구석은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그때 내 마음 속을 지배하고 있던 단 한 가지 생각.


'내가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두려움 반, 설렘 반이 함께 했던 첫 만남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마침내 지난 5월 28일 토요일 오후 7시, 남영동 열정대학 건물 3층 '즐거움'에서 '함께 무예 배워볼과' O.T 모임이 있었다.


사전에 미리 준비해 간 프린트물을 통해 먼저 과목 개설 배경과, 목표, 커리큘럼 그리고 과목에 대한 규정을 설명하고, 우리가 한 학기 동안 배워야 할 '무예24기', '권법', '무예도보통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열정대학 홈페이지 내에 개설한 커뮤니티)


수강생들이 자기소개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다들 지원동기가 제각각이었다. 실제로 태권도 검은띠까지 딸 정도로 무술 자체에 관심이 많은 분도 있었고, 뭔가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남들과는 다른 색다른 운동을 해보고 싶어서 지원한 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다들 얼마 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인해 '내 몸은 내가 지켜야한다'고 생각하고 호신술을 배우고 싶어 지원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실 과목소개 때 이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소개했는데, 적절한 마케팅 효과였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달았던 시간


그러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 옥상에 올라가 간단하게 몸풀이와 입선(참장)을 지도했는데, 다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서 내심 안도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 내 자신이 여전히 많이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간단한 몸풀이와 입선 하나 가르쳤음에도, 내가 혼자 수련할 때와 달리 그 이론과 자세를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니 계속 버벅거리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수강생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계속 입이 턱 막혔다. '내가 그동안 열심히 수련해왔는데, 따로 수업준비를 할 필요가 있나'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내 자신의 무지함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수업을 통해 절실하게 느낀 것은,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새삼 사부님을 비롯해 '스승'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이리도 진이 빠지는 일일 줄이야... 수업 내내 정말 사부님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티가 끝난 뒤, 근처 맥줏집에서 뒤풀이를 하며 "저를 사부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도 지금 배우고 있는 학생의 입장이고, 모르는 것도 많기 때문에 감히 사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순 없어요", "미리 양해를 구하자면,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는 저도 사부님께 여쭤보고 대신 가르쳐드릴게요. 제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부로 언급하는 게 아닌 거 같아요. 대신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해 지도할게요"라고 미리 못을 박아두었다.



(사진: 함께 무예배워볼과 수강생들의 뜨거운 반응. 흐뭇하다)


교학상장의 의미


오티 모임을 통해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정말 나부터 철저하게 수련을 하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며칠은 평소와는 달리 더 긴장한 상태에서 수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동작 하나 하나를 수련하더라도, 입으로는 계속 누군가에게 설명하듯 말하는 연습을 했다. 그러면서 내 자세를 돌아보게 되고, 의문 나는 점은 즉각 사부님께 여쭤봐서 나부터 이해하려 노력하게 된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 정말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화요일 수련반 1주차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평소 내가 무예를 연마하던 보라매공원에서 다른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무예를 수련하고 있으려니, 감개가 무량했다. 그리고 오티 모임 때의 각성을 계기로 나름 철저하게 준비하고 수업에 임했던지라, 지난 번보다는 더 술술 설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스스로가 여전히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수강생들이 언제 어디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지 모르기 때문에, 매 시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더욱이 다들 수련의지가 대단해서, 그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그래서인지 지도자의 입장이 되고보니, 수련생일 때보다 더 열심히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각성도 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수업을 마친 뒤에도 혼자 남아서, 보충 수련을 하다가 왔다.


과목 개강을 하게 되면서...


앞으로 한 학기 동안 이 과목을 이끌어가게 될텐데, 일단 초기 반응이 좋아서 개설자 입장에서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설자이자 무예를 지도하는 입장에서 제일 바라는 것은 역시 '초심을 잃지 않는 것'과 '화목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은 다들 화기애애하게 수련에 임하고 있는데, 앞으로 종강까지 다들 이렇게 열심히 해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무예 지도자'라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 것 같아 뿌듯하고, 더 열심히 수련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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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남영동 열정대학에서 '함께 무예 배워볼과' 첫 O.T 모임을 가진 후, 오늘 정식으로 1주차 첫 수업을 진행했다. 


'함께 무예 배워볼과'는 열정대학 2016년도 3학기 학생선택과목으로 처음 개설된 과목이다. 바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무예24기'를 수련하는 과목인데, 이 과목을 개설한 이가 누구냐... 바로 나다.


내가 배우고 싶은 과목을 만드는 열정대학


참고로 열정대학은 기존의 대학교육이 해결해주지 못한 '진로 문제'에 대한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공존학교'로, 다양한 개성과 취미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뭔지, 또 잘하는 일이 뭔지 파악하고,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다. 그러다보니 열정대학 본부 차원에서 다양한 전문가를 초빙해 전공 과목을 개설하기도 하고, 일반 학생들끼리도 자기가 해보고 싶은 분야를 과목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전문가를 초빙해 수업을 듣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 열정대학의 교육방향)


나 역시도 진로 문제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전역하고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마냥 노느니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에 덜컥 등록금 20만원을 지불하고 23기 신입생으로 입학했었더랬다. 하지만 막상 수강신청 기간이 되고보니, 내 구미를 당기는 과목들은 별로 없었다. 몇 개 전공 과목이 있었지만, 그것도 선발되지 못해 줄줄이 탈락... 그러다보니 나중엔 짜증까지 나더라.


그런데, 열정대학 측에선 나에게 "직접 선택과목을 만들어보라"며 권유하는 것이 아닌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음... 그럼 무슨 주제로 과목을 만들지? 고민하다가 국궁(활쏘기) 과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도 전역하고 국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고, 기왕이면 열정대학에서 초보자들을 줄줄이 모아다가 사부님 밑에서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정대학 측에서는 "직접 국궁을 배워 지도하는 건 가능하지만, 외부인을 초빙해 강의하는 건 안된다"고 못 박았다. 타 단체에 대한 홍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무예24기 과목 개설을 결심하다


하지만 열정대학에서 뭔가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기에, 그럼 아예 '무예24기'를 과목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권법 정도는 지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레 사부님께 의견을 타진해봤는데, 사부님도 흔쾌히 허락하셨다. 


사실 열정대학 입학 후 첫 O.T 시간에 작성했던 버킷리스트 중에는 '문파를 세워 제자 양성하기'라는 것도 있었다. 그 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고 전수관을 열어 무예24기를 후학들에게 지도하는 것이 꿈이기 때문이다.



(사진: 열정대학 홈페이지에 올린 내 버킷리스트)


처음엔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던진 말이라, 막상 허락을 받았음에도 자신이 없었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쳐본 적도 없거니와, 내가 권법을 지도할 정도로 실력은 있는가, 아무리 자문해봐도 자신이 없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사부님께 "제가 정말 권법 지도할 능력이 됩니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봤는데, 사부님은 "너 정도면 훌륭하지.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해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자,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풀렸다.


'함께 무예 배워볼과'의 시작!


과목명은 '함께 무예 배워볼과'로 정했고, 과목소개를 위해 20장이 넘는 PPT를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과목 개설 버튼 클릭...!


(사진: 열정대학 과목소개에 올린 PPT 중 일부)


첫 과목 개설이다보니 너무 떨리고 궁금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열정대학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리며, 누가 수강신청을 했는지 확인했다. 과목 개설 초기에는 계속 지원자가 0명이길래, '역시 안되는 건가...' 싶어 자조의 한숨도 쉬었지만, 어느 날 들어가보니 누군가 수강신청을 했다! 그때의 감격이란... 그리고 수강신청 기간 종료를 하루 앞두고, 총 6명이 지원했다. 애초에 5명 모집이었는데, 6명이 지원했으니 초과 지원이라는 대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래서 기존 모집인원보다 1명을 더 선발해서, 나까지 총 7명이 이번 학기 동안 수업을 함께 하게 되었다.


- 2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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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영역 인근 열정대학 4층 열정스투디움에서 열정대학 O.T 특강 마지막 차수가 열렸다.


아침부터 한의원 가서 침 맞으랴, 오후에는 수원에 가서 유가족 송환 행사 취재하랴... 저녁에는 열정대학 O.T 특강 들으랴... 전역하고 이렇게 정신 없이 보낸 하루는 처음인 것 같았다. 가끔은 정신 없이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는 생각하는데, 정말 가끔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체질적으로 바쁘게 사는 게 안 맞는 사람인 것 같다. 딱 굶어 죽기 좋은 타입 ㅎ


아무튼 평일 저녁 특강은 처음이었는데, 주말 특강보다 오히려 사람이 더 많았다. 그리고 분위기도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주말 특강 때는 모인 사람들이 서로 얘기도 잘 안 하고, 인사도 잘 안 해서 덕수쌤이 억지로 인사를 시키는데 그때도 형식적인 인삿말만 오갈 뿐... 대화가 진지하게 이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보니 이미 많이 친해진 듯,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나도 옆에 앉아 있던 여성 분하고 인사를 나누었는데, 먼저 인사를 해주어서 대화의 물꼬가 트였지, 내가 먼저 인사할 생각은 하지도 못 했다. 이놈의 무뚝뚝한 성격... 정말 언제나 고쳐질까!


진로란 무엇인가


오늘 특강은 '열정대학으로 진로찾기'라는 주제로 열렸다. 덕수쌤은 가장 먼저 '진로란 무엇인가' 하고 학생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덕수쌤은 네이버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진로란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고 설명하며, 그렇다면 진로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육하원칙에 따라 정리했다.


1. 인생이란

2. 나는 누구인가

3. 왜 사는가

4. 어떤 사회(언제/어디서)에 사는가

5.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6. 어떻게 살 것인가


결국 올바른 진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위의 6가지 명제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하고, 누군가 물어봤을 때 지체 없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핵심은 고민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하며, 누군가의 질문에 대해 명확한 논리를 가지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만약 저 질문들에 대해 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것이 뚜렷한 증거나 논리에 따르지 않고 '직관'과 '권위'에 의존한 답이라면, 진정한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복은 즐거움과 의미가 합쳐질 때만 느낄 수 있다


덕수쌤은 "즐겁기만 해서는 행복이 완성되지 않는다"며 "여러분이 정말 즐거운 일을 한다고 해서 항상 행복할 것 같냐? 결코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행복은 즐거운 일도 일이지만, 여러분이 그 일을 하며 의미를 느낄 때만이 느낄 수 있다"며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치)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했고, 또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지라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나는 '무예'나 '역사'를 좋아하지만, 한 편으로 정말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그쪽에서 찾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일들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최종 가치... 즉, 군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어하는 이성적 가치를 더 우선순위로 상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이 좋아하는 길이라고는 자신할 수 없기에... 고민이 큰 것이다.


덕수쌤은 또 "이제는 알파고와 같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며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을 진로로 설정해야 한다.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지식'이란 무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러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의 중간세대인 우리들이야말로 지금의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주역"이라고 강조하였는데, 이것 역시 장기적인 안목에 있어서 내가 설정한 진로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지 생각해 볼 부분인 것 같았다.


대가가 되는 길


덕수쌤은 "본질을 이해하지 않으면 현실을 추구할 수 없다", "깊이보다 넓이를 중시하면 안된다", "끊임없이 정답을 의심하라"며 진로 설정에 있어서든, 세상 만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서든, 그 본질의 깊이를 이해할 것을 주문하였다. 굉장히 철학적인 이야기여서, 이 부분은 다소 어렵게 느껴졌는데, 하여간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얕고 넓게 아는 게 아니라, 한 분야만 파더라도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었던 것 같다.


덕수쌤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보수집'을 열심히 해야한다고 입이 아프도록 강조했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쌤, 저 이거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요", "쌤, 저는 이게 저한테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쌤, 저는 뭐를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는데, 그 말들은 곧 "쌤, 저 정보수집해본 적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라는 말처럼 들린다고 한다.


정말 무언가를 하고 싶고, 또 찾고 싶다면 방대한 정보가 쏟아져나오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정보수집으로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읽어도 좋고, 그것도 귀찮으면 네이버나 구글에서 키보드만 두드리면 홍수처럼 정보가 쏟아져나오는데, 왜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정보수집을 한 뒤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뒤,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렇기에 덕수쌤은 '독서'를 많이 할 것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덕수쌤은 우리에게 갑자기 질문 하나를 던졌다. "만약 지금 당장 오바마나 스티브 잡스가 와서 딱 3시간 동안만 대화를 하자고 하면, 거절할 사람이 있을까" 모두들 다른 일정을 다 빼서라도 그들과의 만남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덕수쌤은 "지금 서점에 가면, 그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바마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인생 역정,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은 책을 출판해서 기다리고 있다. 그 책을 읽으면 곧 그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하게 되고, 그 사람과 대화를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여러분은 그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다면서 그 사람들의 책을 읽을 생각은 하지 않는가"하고 반문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덕수쌤은 인생에 대해 '거인의 무등을 타고 달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거인의 무등이란 곧 글과 말을 통해 겪을 수 있는 간접경험을 일컬음이고, 달리기는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들을 의미한다. 덕수쌤은 "여러분의 성장 정도는 경험의 질과 양에 따라 결정된다"며 "직접경험도 많이 해봐야하고, 독서를 통해 간접경험도 많이 해봐야만 한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했다. 


그리고 책 중에서도 다른 사람의 전기, 즉 에세이를 많이 읽을 것을 특히 강조하였는데, 에세이야말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접경험함으로써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먼저 간 사람의 흔적을 읽으며,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덕수쌤은 에세이를 읽을 때 "내가 이 사람이다. 내가 곧 이 사람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덕수쌤은 인생을 바꾸는 목표설정에 대해 제시하였다.


1. 구체적으로 세워라

2. 측정가능해야 한다 (명확해야 한다)

3. 달성 가능해야 한다

4. 결과지향적이어야 한다

5. 마감시간이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당장 거창한 목표를 세울 필요도 없다. 비현실적인 목표는 세우지도 마라.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라는 것이다. 정말 사소한 목표 하나일지라도, 내가 세운 목표를 실행한다면 목표를 실행하기 전보다 성장한 사람이 되는 것이며, 그것들이 켜켜이 쌓이다보면 결국 인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


이로써 3주에 걸친 열정대학 O.T 특강이 모두 끝났다. 솔직히 한 번 강의하는 데 3시간씩이라, 집중력이 젬병인 나로서는 엉덩이도 아프고, 가끔은 졸음도 쏟아지고, 딴 생각도 하게 되고...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온전하게 다 집중해서 들은 것 같지도 않아, 반성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노트 필기만큼은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매번 수강후기를 정리하면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다보니 현장에서 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느껴지는 것 같다. 또 재정리를 통해 온전히 나의 것으로 습득이 된다고나 할까. 그러고보면 덕수쌤이 한 말들은 모두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하고, 내가 이미 생각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다만! 문제는 생각만 하고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게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일 것이다.


O.T 특강은 끝났지만, O.T 특강을 통해 배웠던 팁을 이용해 내가 진정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깊이 있는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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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O.T 특강에 이어 두 번째 특강 시간이 왔다.

오늘은 '열정대학 이야기 & 열정대학으로 찾는 진로'라는 주제로 3시간 동안 덕수쌤의 강의를 들었다.



(사진: 따뜻한 토요일 오후... 열정대학 강의를 들으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사실 오늘 강의는 열정대학 대표인 '유.덕.수'라는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나 다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열정대학을 생각하고, 창립한 장본인이기에, 유덕수의 삶이 곧 열정대학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 이제부터 두 번째 O.T 특강, 곧 유덕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대 청년 CEO는 왜 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까


덕수쌤은 어릴 적부터 청년 CEO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도 벤쳐중소기업학과로 진학하고, 기업에서 세미나를 연다는 소식이 들리기만 하면, 어디든 달려가 참석하곤 했단다. 하지만 아직 자신을 드러낼 아무런 스펙이 없었던 덕수쌤은,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이 서로 명함을 교환하는 것을 보고, 마냥 부러워하기만 했단다. 그리고 "명함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몇 번 세미나 강사들의 명함을 받아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끊이지 않는 법. 이제는 명함을 받기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도 당당한 명함을 하나 파서 서로 교환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단다.


당시는 한글 도메인이 뜨기 직전이었는데, 덕수쌤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명함을 만들어보고자, 자기 이름으로 된 한글 도메인을 사서 명함에 새겼다고 한다. (ex. 유덕수.com) 그리고 기업 세미나에 참석해서 그곳의 고위 인사들과 명함 교환을 했는데, 그의 독특한 명함을 들여다본 사람들 중에는 종종 관심을 갖고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덕수쌤은 당시 가장 잘 나가는 CEO였던 안철수 V3연구소장을 만나고 싶었지만, 당시의 안 소장은 너무나 바쁜 사람이라 10분에 하나씩 약속이 잡혀있을 정도로 스케쥴이 빡빡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덕수쌤은 안 소장만큼은 꼭 만나고야 말겠다는 일념 아래, 안철수 연구소의 한글 도메인을 먼저 사버린 뒤에, 배짱 좋게 안철수 소장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 내용인즉슨,


"안철수 연구소의 한글 도메인을 내가 갖고 있다. 나는 돈을 받고 당신에게 이걸 되팔려는 목적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당신을 만나고 싶은 CEO 지망생이다. 딱 1시간만 만나게 해달라. 3주 뒤에 군대를 가니 3주 안에 제발 1시간만 시간을 내준다면, 한글 도메인은 무상으로 드리겠다"


굉장히 당돌하지 않은가? 결과는 어땠을까?


안철수 소장의 답장이 왔는데, 안타깝게도 안 소장은 정말 바빠서 만나줄 시간이 없다고 했단다. 할 수 없이 만나지는 못 했지만, 덕수쌤이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해서 우연히 안 소장을 만난 자리에서, 안 소장은 덕수쌤의 이름을 보고 "벌써 전역했어요?"라며 자신을 기억해주더라는 것이다. 덕수쌤은 이 때를 회고하며 "역시 최고의 CEO는 이런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는구나", "또라이처럼 튀어야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구나"라는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안철수는 만나지 못했지만, 덕수쌤은 이처럼 적극적인 노력으로 다른 CEO들을 만나는 데는 성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 복무 시절 옥션 CEO와의 만남이었다.


군 복무를 하고 있던 당시, 덕수쌤은 휴가 기간을 이용해 유명한 CEO들을 만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몸이 부대에 있다보니 아버지를 통해 대신 편지를 부치도록 했고, 며칠이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자, 직접 옥션에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이렇게 행동했던 이유에 대해, 덕수쌤은 "답장이 안 왔다는 것은 안 만나준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거절했다는 뜻도 아니지 않느냐. 보다 명확하게 답을 듣기 위해 한 번 더 전화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회고했다. 그리고 다시 전화를 건 자리에서, 덕수쌤은 옥션 CEO와의 만남 약속을 잡을 수 있었고, 휴가를 이용해 직접 만나기까지 했단다.


덕수쌤은 CEO들을 만나기 위한 자신의 이런 노력들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깨달은 두 가지 교훈을 소개했다.


(1) 내가 처한 상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다.

(2) 모든 것은 결국 내 마음(의지)에 달렸다.


사실, 덕수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가는 바가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비슷한 일을 얼마 전에 겪었기 때문이다.


딱 2개월 전의 이야기다. 당시 전역을 한 달 앞둔 말년 병장이었던 내게 가장 중요했던 일은 밖에 나가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 <엽문 3 - 최후의 대결>을 보는 것이었다. 입대 전부터 영화 <엽문>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부대 안에서도 개봉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국내개봉소식이 전해졌는데, 개봉일이 내 휴가기간 안에 포함되어 있어 만세를 부르고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휴가 나가기 직전에, 개봉일이 뒤로 미뤄지면서 개봉하기 며칠 전에 부대 복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너무 속상한 나머지,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다. 다른 영화 같으면 다음 휴가를 노렸겠지만, 비주류 중국영화는 보통 일주일~열흘 사이에 모든 영화가 내려가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만큼은 꼭 대형 스크린으로 보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했던 나는, 결국 영화 수입/배급사의 주소를 찾아내어 열심히 손편지를 써서 보냈다.


내용인즉슨,


"나는 군 복무 중인 현역 군인이다. 나는 원래 열렬한 <엽문> 매니아이기에, 이번에 <엽문 3> 개봉 소식을 접하고 일부러 휴가까지 개봉일에 맞춰서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개봉일이 미뤄지는 바람에 못 보고 들어가게 됐다. 그러므로 내 휴가 기간 중에 시사회가 열린다면 티켓 한 장만 달라. 그건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만약 영화사에서 이런 배려를 베풀어준다면 감동한 내가 주위에 입소문을 내서 영화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니, 서로 윈윈이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휴가 나가서 영화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병장님의 휴가 기간 중에 시사회가 없어 초대하고 싶어도 초대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열정에 감동을 받아서, 개봉 전에라도 우리 사무실에 놀러오시면 부족하지만 빔프로젝터로라도 영화를 틀어줄테니, 놀러와서 보라"는 것이었다. 사실 대형 스크린이 아니면 나에겐 큰 의미가 없었기에 거절했지만, 일단 그렇게까지 신경써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러자 영화사 측은 "정 그러시면 다음 휴가 때 나와서 연락달라. 그때도 영화가 상영되고 있으면 티켓을 구해드리겠다"고까지 했다.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직접 쓴 손편지 한 통이 이토록 큰 호의로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덕수쌤이 말하는 CEO와의 만남만큼이나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에겐 따뜻한 경험이었다.


아무튼 전역 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창업 동아리를 만들어 이끄는 등, CEO가 되기 위한 발판을 차근차근 밟아갔던 덕수쌤은 결국 원하던 꿈을 이루게 되었다. 남들이 쉽게 만져보지도 못하는 거금을 하루가 멀다하고 만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덕수쌤의 이러한 입지전적인 삶은 언론의 주목까지 받아, 덕수쌤은 성공한 청년 CEO로 각종 매스컴에도 나왔다.


하지만 막상 큰 돈을 쥐고서, 자기가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다 누리며 살아가는 와중에도 삶에 만족할 수가 없었던 덕수쌤은 마음에 큰 공허함을 느끼고, 결국 다른 길을 찾아나서게 된다. 지금은 별세하신 故 구본형 선생(덕수쌤은 사부님이라고 불렀다)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동행을 하게 되고, 그 여행을 통해 CEO라는 직업을 버리고 자기계발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나이 서른에 쉽지 않은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열정대학의 탄생 비화를 듣다


이때 덕수쌤은 책을 읽다가 우연히 "좋은 스승은 좋은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고, 위대한 스승은 존재 자체로 가르침이다"라는 구절을 발견하게 되고, 그 구절에 큰 감명을 받아 많은 이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열정대학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초창기 50명으로 탄생한 열정대학은, 정말 황무지나 다름 없었다. 지금처럼 수많은 수강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홈페이지가 없어 싸이클럽에서 활동해야했고, 강사료를 지급할 자본도 없어 '재능기부'를 조건으로 강사들을 섭외해야만 했단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덕수쌤의 노력과 의지에 감동받아 흔쾌히 재능기부를 해주었고, 덕수쌤과 열정대학 멤버들은 꿋꿋하게 커리큘럼을 발전시켜나갔다고 한다.


덕수쌤은 열정대학의 의의에 대해서도 길게 설명했다.


덕수쌤은 열정대학의 열정을 '어떤 일에 열렬히 애정을 갖고 대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여기서 강조하는 부분은 '모든 일'이 아니라 '어떤 일'이라는 것이다. 덕수쌤은 모든 일을 다 잘하고 열심히 할 필요가 없고, 자기가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일 하나만을 찾아서 그 길을 걷는다면 열정대학의 교육 목표는 달성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인 열정대학의 성격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은 '특정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며 지속가능성을 이어가는 기업'이다. 덕수쌤은 "열정대학은 여러분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않는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여러분이 서 있는 저수지를 통째로 바꿔서 여러분 뿐만 아니라 모두가 물고기를 먹으며 잘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덕수쌤은 "열정대학이 사라지는 것이 목표다. 이 사회가 열정대학을 필요로 한다는 건, 그만큼 사회가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아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길을 모두 걷게 된다면, 더 이상 열정대학이 필요하지 않을테고, 열정대학은 사라질 것이다."라며 열정대학이 사라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덕수쌤은 "여러분 각자가 열정대학에서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직업으로 삼는 것이 곧 사회적 공헌활동이다."라며,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면, 여러분 주위의 사람들도 여러분의 삶을 보고 변할 것이고, 그런 식으로 점점 사회 전체가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열정대학의 의의를 설명하며, "누구나 쉽게 들어오고, 누구나 자랑스러워하는 학교가 되길 바란다"는 작은 소망을 이야기했다.


중요한 건 환경이 아니라,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


3시간이라는 긴 특강 시간 동안 덕수쌤이 강조한 키워드들은 '환경'과 '노력'이었다. 여기서 환경이란, 환경에 안주하고 만족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환경을 노력으로 극복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앞서 설명한 CEO와의 만남에서도 알 수 있거니와, 덕수쌤은 몇 가지 사례를 더 들었다. 


"인간은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가 약하다고 탓하지 말고, 환경을 바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덕수쌤은 소설가 이외수 이야기를 했다. 이외수도 가만히 책상에만 있으면 글을 못 쓰고, 자꾸 트위터 등 딴짓만 하게 될 것 같아, 스스로 철창에 들어가 글을 다 쓸 때까지 가족들에게 문을 열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가 처한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 역시 내가 처한 환경에 안주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환경의 벽에 가로막혀 스스로 벽을 넘어설 수 없다고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스스로의 시선보다 타인의 시선에 더 신경쓰면서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일부러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곧 진정한 나를 찾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덕수쌤이 들려준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인용하며 두 번째 O.T 특강 후기를 끝맺음한다.


"나도 세상을 바꾸지 못하지만, 세상 또한 날 바꾸지 못한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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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열정대학' 23기 신입생 입학신청을 완료했다.


열정대학이란 기존의 대학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젊은 청년 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소셜벤처기업으로, 일종의 '공존학교'를 표방하고 있다. 기존 학교의 커리큘럼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를 대안학교라고 하는데, 열정대학은 기존 대학의 교육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학의 교육에서 부족한 '진로교육'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설립하였기에, '서로 도와 함께 존재한다는 뜻'으로 공존(共存)학교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열정대학에서는 전문 교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 누구나가 강사가 되어 원하는 과목을 개설하는 구조라고 한다. 내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 그 버킷리스트를 토대로 과목을 개설하고, 그 과목을 듣기를 희망하는 다른 수강생들과 한 팀을 이루어, 함께 공부하는 시스템인데, '기존 대학에서 배울 수 없었던, 내가 하고픈 모든 일들이 과목이 되는 학교'라는 슬로건이 참 마음에 들었다.



(사진: 열정대학 소개 - 출처: 열정대학(http://passioncollege.com/))


여하간 열정대학을 처음 알게 된 건, 전역하기 얼마 전의 일이다. 당시 말년 병장이었던 나는, 전역을 앞두고 한창 나가서 무슨 일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틈만 나면 사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군 PC방)에서 일자리나 대외활동 정보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열정대학'이라는 이름을 보고, 흥미가 생겨 홈페이지에 들어가 관련 정보들을 읽다보니 전역하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차 때 아예 열정대학 입학설명회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입학설명회를 다녀온 직후에 오히려 고민이 더 깊어졌다. 20만원이라는 등록금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대외활동들은 대부분, 나의 재능(글쓰기)을 기부하고 그 댓가로 원고료를 받아 챙기는 활동들이었다. 그런데 이건 내가 오히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비용이 말년 병장이었던 내게는 참 부담스러운 금액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더욱이 등록금 뿐만 아니라 세부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추가 비용이 또 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부대 복귀해서도 동기들에게까지 상담을 구할 정도로 계속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결심을 굳혔다. 그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큰 영향을 끼쳤다.


1. 기존 열정대학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

2. 내가 여기서 뭐 하나라도 건진다면(사람, 일, 취미, 적성 등) 이 정도 비용은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 거라는 생각

3. 전역하고서 마냥 노느니 뭐라도 해야한다는 압박감

4. '할까 말까 고민할 땐 해라'라는 열정대학의 슬로건



(사진: 열정대학 교육방향 - 출처: 열정대학(http://passioncollege.com/))


결국 전역하자마자 바로 다음 날, 열정대학 측에 등록금을 지불하고 입학신청을 완료했다. 내가 등록한 학기는 16년도 3학기인데, 5월 2일부터 7월 26일까지 3개월 가까이 학기가 진행된다고 한다. 한 학기만으로 나의 적성을 찾고, 내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다음 학기 신청 시즌이 되었을 때, 망설임 없이 등록금을 지불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열정대학은 나에게 큰 가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나 역시, 고민 끝에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 입학한 것이니만큼, 뭐라도 건져가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열심히 활동에 임할 것이다. 아직 개강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개강일이 하루 하루 손꼽아 기다려진다. 전역하고 당장 할 것도 없는데...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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