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읽고 있던 <김영삼 회고록> 2권 정독을 완료했다.


올해 초부터 읽은 책 리스트를 정리하고 있었더랬다. 마침 읽고 있던 <김영삼 회고록>이 거의 종반부에 이른 상태라 좀만 스피디하게 읽으면 리스트에 한 권이라도 더 올릴 수 있겠다 싶어 조금 급하게 읽었다. 사실 내일 읽어도 상관 없는 건데, 그냥 나의 결벽증적인 증상 때문이랄까.


덕분에 63권으로 마무리될 뻔 했던, 올해 읽은 책 리스트는 64권으로 결산됐다. 당초 100권 정도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고작 반 조금 넘은 수치다. 어디 갈 때면 항상 옆구리에 책 한 권 끼고서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도 100권 채우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런 거 보면 속독하는 양반들 참 대단하고 부럽다.


물론 많이 읽는 게 무작정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느리게 읽더라도 깊이 있게 읽을 수만 있다면 그게 더 낫지 싶다. 하지만 워낙 책 욕심이 많은 성격인지라, 책장에 쌓여만 가는 책들을 보면 서둘러 읽고 빨리 빨리 다른 책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래서 나는 속독을 지향하는 완독파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아래는 올해 읽은 책을 정리한 것.


1. 거짓말이다

2.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2017.1.8)

3. 남과 북의 오작교가 되어 (2017.1.12)

4. 서평 쓰는 법 (2017.1.15)

5. 박근혜의 권력 중독 (2017.1.19)

6. 커피가 죄가 되지 않는 101가지 이유 (2017.1.31)

7. 대통령님, 촬영하겠습니다 (2017.2.3)

8. 흐린 세상 맑은 말 (2017.2.6)

9. 정본소설 사임당 (2017.2.13)

10. 대한민국이 묻는다 (2017.2.20)

11. 밤이 선생이다 (2017.2.26)

12. 서른, 정치를 공부할 시간 (2017.3.6)

13. 이재명은 합니다 (2017.3.11)

14. 대통령 노무현은 왜 실패했는가 (2017.3.19)

15. 라면을 끓이며 (2017.3.24)

16. 채식주의자 (2017.3.26)

17.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2017.4.2)

18. 독립정신 (2017.4.6)

19. 82년생 김지영 (2017.4.12)

20.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2017.4.17)

21. 전두환 회고록 1 (2017.4.30)

22. 페미니스트 모먼트 (2017.5.4)

23. 이런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2017.5.10)

24. 보이차를 알면 건강이 보인다 (2017.5.10)

25. 위스키의 지구사 (2017.5.17)

26. 결혼불능세대 (2017.5.19)

27. 북한의 역사 1 (2017.5.21)

28. 대통령 없이 일하기 (2017.5.28)

29. 무예 인문학 (2017.6.1)

30. 쿨 레이디 (2017.6.2)

31. 북한의 역사 2 (2017.6.8)

32.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 (2017.6.14)

33.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2017.6.18)

34. 왕따의 정치학 (2017.6.24)

35.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2017.7.4)

36.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 역사학 (2017.7.11)

37. 괴물로 변해가는 일본 (2017.7.17)

38. 공터에서 (2017.7.20)

39. 너답게 살아갈 너에게 (2017.7.24)

40. 시골무사 이성계 (2017.7.28)

41. 지적 생활의 즐거움 (2017.8.3)

42. 덩케르크 (2017.8.15)

43. 서간도에 들꽃 피다 7 (2017.8.22)

44. 허형식 장군 (2017.8.30)

45. 정조와 정조 이후 (2017.9.13)

46. 프로불편러 일기 (2017.9.18)

47. 주진우의 이명박 추적기 (2017.9.22)

48. 조용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2017.9.23)

49. 상도동 그소설 (2017.9.26)

50. 송곳 1 (2017.10.2)

51. 송곳 2 (2017.10.3)

52. 송곳 3 (2017.10.3)

53. 문재인노믹스 (2017.10.5)

54. 아리랑 (2017.10.13)

55. 다행히 졸업 (2017.10.31)

56. 오래된 생각 (2017.11.2)

57. 문제는 검찰이다 (2017.11.5)

58.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 (2017.11.8)

59.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2017.11.30)

60. 굿바이 MB (2017.12.3)

61. 특종 1987 (2017.12.7)

62. 김영삼 회고록 1 (2017.12.17)

63. 조선과 중화 (2017.12.30)

64. 김영삼 회고록 2 (201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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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을 배우기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드디어 나만의 해금을 장만했습니다. 사전에 해금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는데 "직접 가서 하나씩 만져보고 곡도 연주해보면서 자기한테 맞는 악기를 골라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시더군요. 선생님께서 미리 악기사에 연락해서 제게 맞는 악기들을 몇 대 준비해놓으라고 부탁도 해놓으셨습니다.


오늘 악기사에 갔더니, 사장님께서 아마추어용 해금을 여러 대 내놓고 '2대만 고르라'고 하시더군요. 그 자리에 앉아서 일일이 조율 확인도 해보고, 스케일 확인도 하고 즉석에서 '오나라', '아리랑' 같은 곡들도 연주하면서 괜찮은 놈을 탐색해봤습니다. 솔직히 아직 초보라서 잘 모르겠더라고요. 꽤나 오랫동안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고 있으려니, 사장님께서 한 말씀 하시더군요.


"촉이 오는 걸로 잡으세요. 그게 본인한테 맞는 악기인 겁니다"


그 촉이란 게 뭔지 모르겠지만, 켜봤을 때 느낌이 좋은 놈으로다가 두 대 골랐습니다. 사장님이 하나씩 직접 테스트를 해보더니 한 놈을 골라 제게 건네시더군요. 그리고 또 한 마디 하십니다.


"해금은 가르치는 선생님의 스타일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쪽 선생님한테 배우려면 이 악기가 낫겠네요"


악기면 다 같은 악기지, 촉이 온다는 것도 신기하고 지도하는 선생님 성격에 맞는 악기가 따로 있다는 것도 얼핏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저야 초보고, 이분은 국악 전문가이니 그러려니 했지요. 내심 신기했습니다. 누가 보면 해리포터가 요술지팡이 사러온 줄 알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금을 샀습니다. 프로용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지만, 아마추어용도 무려 55만원이나 하네요.


그동안은 대여 방식으로 중고 해금을 빌려 연습을 해왔습니다. 큰 맘 먹고 시작했지만, 언제까지 배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선뜻 고가의 해금을 산다는 게 내키지 않았던 탓입니다.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연장을 해오다가 어느새 또 추가 연장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왔더군요. 고민하다가 이젠 그냥 한 대 사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변이 없는 한, 꽤나 오래도록 배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매주 해금을 배우러 서울-부천을 왔다갔다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시간도 투자해야 하고, 돈도 투자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별 불만 없이 꾸준히 다닐 수 있었던 건, 그 과정을 즐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해금을 배우는 건 여전히 녹록치 않습니다. 반 년 이상 배웠지만 아직도 기본기를 완벽하게 숙달하지 못해 고생 중입니다. 몇 개월 전에 배운 '오나라'와 '아리랑'을 아직도 반복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합니다. 그럼에도 지루함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부단히 연습해서 간신히 칭찬 받을 정도가 되면, 선생님은 여지없이 새로운 단계를 보여주십니다. 그럴 때면 또 한숨이 나오죠. 다시 그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합니다. 어느 정도 연습해서 이제 좀 된다 싶으면 얼른 선생님께 가서 검사를 받고 싶습니다. 마치 칭찬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처럼요. 


해금은 정직합니다. 연습을 안 하면 남들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못 따라가 쩔쩔 매는 쪽팔림을 감수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노력을 해야합니다. 선생님 앞에서 검사를 받을 때, 적어도 내가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면 안도합니다. 혹여 칭찬이라도 받게 되면 날아갈 듯 기쁘고요. 그런 맛에 해금을 배우러 다니는 것 같습니다.


진도 욕심을 버린 것도 해금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일 듯 합니다. 스스로 둔재임을 인정한 탓에 오히려 기본기의 완벽한 숙달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오히려 지금 하고 있는 곡도 벅찬데, 선생님께서 새 곡을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마음 같아선 선생님께 기본기 교정만 집중적으로 부탁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제 와서 음대 입시를 준비할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 해금 공연으로 먹고 살 것도 아니고 그저 취미로 즐긴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니 배움이 그 자체로 즐겁습니다.


생각해보면 무예랑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네요. 예전엔 초식 하나라도 더 빨리 배우고 싶었습니다. 만약 사부님께서 안 가르쳐주시면 크게 실망스러워 하기도 했었죠. 지금은 그런 마음을 모두 버렸습니다. 그래서 형의권을 수련하면서도 지루함을 별로 못 느끼고 있습니다. 질보 한 걸음을 내딛더라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며 완벽하게 숙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올바른 길로만 걷자는 게 제 신조가 됐습니다. 스스로 둔재임을 인정하니까 마음도 저절로 비워지더라고요.


여하간 올해 전역하기 전에 이런 저런 버킷리스트를 적어봤는데, 해금 배우기는 바로 그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버킷리스트를 스스로 실천했고,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낍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형의권 배우기'라는 새로운 버킷리스트도 실천했네요. 둘 다 꾸준히 배워서 내년 이맘때쯤 스스로에게 또 한 번 대견함을 느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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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로에 관하여


사실 자나깨나 제일 근심걱정이 많은 부분은 바로 '진로' 문제입니다. 전역하기 전부터 계속 고민을 해왔던 문제지만, 확실히 군대를 갔다오니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내년에 정상적으로 복학하게 되면 1년을 더 다녀야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지금으로서는 학교를 더 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전공인 역사학에 대해서도 회의를 느끼고 있고, 대학원에 가려는 생각도 없습니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당장 취직할 자신이 없어서 대학원에 가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자퇴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일단 "그래도 졸업장은 따두는 게 낫다"고 주위에서 만류하는 통에, 이 부분은 저도 현실과 타협하기로 했습니다. 내키지 않는 학교를 1년 더 다녀야 한다는 게 상당히 고역입니다만, 지방대 4년제 졸업장조차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고 하니까요.


진로에 관해서는 제가 뚜렷하게 하고 싶은 일들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은 많지만 그 일들을 직업으로 삼았을 경우,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커피가 좋아 카페를 차리고 싶어도, 자본도 없거니와 대형 프렌차이즈가 장악하고 있는 정글 같은 카페시장에서 살아남기가 힘들고, 무예 전수관을 차리자니 무예 전수관이 잘 된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런데 요즘 고민이 생겼습니다. 재입대에 관한 고민입니다. 군필자들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사실 요즘은 취업난 탓에 대위로 전역한 사람이 하사로 재입대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하죠. 물론 저는 취업난 때문에 재입대를 꿈꾸는 건 아닙니다. 


원래부터 꿈이 직업군인이기도 했고, 실제로 군 생활을 해보니까 군대나 사회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거기나 여기나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건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생각없이 재입대하는 사람에 비하면 동기 자체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군복만 보면 마음이 많이 설레고, 제가 입고 있어야 할 옷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군대에서 워낙 훌륭하고 모범적인 지휘관들을 많이 봤는데, 그런 분들 영향도 있고요. 군 복무 시절, 직속상관으로 모셨던 중대장님 역시 "너는 군인 체질이야"라고 하시면서, 진지하게 재입대를 권하시더군요. 


일단 아무리 요즘 군대가 편해졌다고는 해도, 재입대라는 게 엄청난 각오와 결심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인지라, 계속 고민은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마냥 고민만 하다가는 시간만 어영부영 보내고 이도저도 안될 것 같아서, 일단 간부사관 시험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미리 시험공부는 하고 있다가, 원서접수할 때 되어서도 이 길을 가야겠다는 판단이 서면, 뒤돌아보지 않고 전진하려고 합니다.


2. 요즘 하고 있는 일들


뚜렷하게 뭘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젊으니까 이것 저것 부딪쳐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군대에 있을 때 했던 생각들이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1년 9개월 동안 지내다보니, 자유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바깥에 나가면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거든요. 그래서 말년 병장 시절, 밖에 나가서 하고 싶은 것들을 '버킷리스트'로 작성했고, 전역하자마자 실제로 실천에 옮기고 있는 중입니다.


커피가 좋아 커피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은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남자라면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해금'을 배우고 있고요. 군대 있을 때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막상 나오니까 이런 저런 유혹들이 많아 책을 들여다보질 않게 되더군요. 얼마 전부터는 작정하고 독서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전역하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에 듣게 된 '열정대학' 같은 경우, 결과적으로 안 좋게 끝맺음을 하고 말았지만, 어찌되었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또 '기자학과' 수업 같은 경우는 매우 유익했어요. 하지만 다음 학기 등록은 안 할 생각입니다.


글쓰기는 제 평생의 또다른 취미 중 하나라, 이렇게 개인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려 노력합니다. 소통도 소통이지만, 블로그에 글을 매일 써주는 것만으로도 필력이 많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사람들이 반응하건 안 하건 간에 거의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오마이뉴스>에 가끔씩 기사를 쓰면서, 원고료로 용돈을 충당하는 등 제법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원고료가 36만원 정도 들어오는 덕분에, 보고 싶었던 책도 사고 스타벅스 원두도 샀더랬지요)


저는 주로 서평 기사를 쓰거나, 제가 활동하던 역사단체에서 개최하는 행사의 홍보기사를 써주곤 합니다. 얼마 전부터는, 동작문화원에서 수강했던 홈바리스타 강좌를 바탕으로 '어느 청년의 좌충우돌 홈바리스타 도전기'라는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8월 말부터는 서울 소재 모 중학교에서 자유학기 체육프로그램 강사로 선발되어, 당분간 제 앞가림은 충분히 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무예 수련


무예24기를 수련하면서 권술적 한계를 느낀 뒤로는, 이를 보완해줄 만한 무술을 찾고 있습니다. 어떤 무술이 제게 맞을지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레 여러 도장을 참관하게 되었죠. 지금까지 형의권, 영춘권, 위대태껸 등 평소 관심 있던 무술 도장을 찾아가 참관도 하고, 지인들로부터 정보도 계속 수집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에 드는 무술을 아직까진 찾지 못했습니다. 일단 금전적 여유도 부족하고, 이래저래 벌려놓은 일들도 감당하기 버거워서 당분간은 무예24기 수련에만 전념할까 합니다.


사실 제가 정말 배우고 싶은 무술은 홍가권입니다. 홍가권을 배우러 홍콩 쪽으로 무술 유학을 갈까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이 역시 젊으니까 할 수 있는 고민인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고 직장이 생기고, 부양해야 할 가정이 생긴다면 실천에 옮기기 힘든 꿈이죠. 그래서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정말 무술로 업을 삼을 수 있을지, 홍콩에 가면 제대로 홍가권을 배워올 수 있을지... 계속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면서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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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해금학원에 등록하고서 첫 수업을 듣고 왔다.


부천에 위치한 '해금소리'라는 작은 교습소인데, 원장님이 퓨전국악걸그룹 '연리지'의 리더로, 실력이 있는 분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학원이 집과 거리가 좀 있어서 망설여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일반 국악학원보다는 해금 전문 학원에서 배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고르게 되었다. 또 원장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니, 믿고 배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이곳을 선택했던 것이다.


해금과의 첫 인연


사실 옛날부터 해금은 국악기 중에서도 나에게 매우 매력적인 악기였다. 


해금의 매력을 알게 된 건,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던 때였다. 노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해금연주가 강은일 씨가, 생전에 노 대통령이 즐겨 불렀다는 '아침이슬'을 해금으로 독주했는데, 그 소리가 그렇게 구슬프게 들릴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해금의 소리에 반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아마 은연 중에 해금을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었나보다. 오늘 친구에게 해금을 배운다고 얘기했더니, 그때 그 이야기를 꺼내면서 드디어 꿈을 이루는 모습이 멋지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기억 못하는 걸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신통방통하다만...)


전역 전 작성한 버킷리스트


하지만 본격적으로 해금을 배우겠다는 생각은 못 하고 있었는데, 전역하기 직전에 해금을 배워야겠다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생겼다.


말년 휴가 때, 우연히 유튜브에서 해금연주가 조혜령 씨의 '이등병의 편지' 해금 연주를 듣고서, 큰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나가서 뭐 먹고 살아야할지에 대한 고민이나, 좀 있으면 떠나야 되는 부대에 대한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인해 한동안 싱숭생숭하던 때였는데, 안그래도 구슬픈 '이등병의 편지'를 구슬픈 소리를 내는 해금으로 들으니 마음이 크게 동했더랬다.



그래서 부대 복귀하자마자, '전역 후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목록에 '해금 배우기'를 넣었는데, 전역하고 딱 한 달 조금 넘어서 해금 배우기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사실 제일 걱정되는 건, 내가 음치에 박치라는 것. 어느 악기가 안그러겠느냐마는 특히나 해금은 연주자의 섬세한 손길과 절대음감이 요구되는 매우 어려운 악기라고 해서, 지레 겁부터 먹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내가 음악에 대해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쪽으로는 완전 둔재에 가까우니... 


하지만 '재능이 없더라도 꾸준히 즐기면서 열심히 하면 대성할 수 있다'는 무예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얻은 교훈이, 해금에도 적용되리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수업에 참여했다. 


내가 등록한 취미반은 원래 4명의 소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명이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세 명으로 줄어서 더 단촐하게 수업을 받게 되었다. 인원이 적어서 원장님의 세심한 지도를 받기에는 적합하나, 덕분에 비용이 예상치 못하게 1만원이나 늘어 부담이 좀... 정말 뭔가 배우려면 투자를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역시 돈이 많이 드는 것 같다. 이래서 사람은 돈을 많이 벌고 봐야 하는 건가.



강의 시간이 1시간으로 짧기도 하거니와, 멀리서 와서 어렵게 배우는 악기이니만큼, 원장님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경청하고, 또 열심히 줄 당기기 삼매경에 빠져있다보니 어느새 '수고하셨습니다'하고 수업이 끝나버렸다. 이제서야 조금 감이 잡히기 시작한 것 같은데, 이대로 가버리면 다음 주에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릴 것 같아, 수업이 끝나고도 혼자서 20분을 더 연습하다가 문을 나섰다.


진도를 나가려면 평소에도 열심히 연습을 해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악기가 없으니... 아무 때나 와서 연습해도 된다고는 하는데, 거리가 거리인만큼 자주 오는 건 힘들 것 같고... 가끔 바람 쐴 겸 들러서 연습을 해야겠다. 재능이 없으면 열심히라도 해야지... 무예나 악기나.. 결국 모든 건 일맥상통하는 법이다.


아무튼 아직은 '끼긱끼긱' 거리며 칠판 긁는 소리나 내는 형국이지만, 어찌 첫 술에 배부르랴. 꾸준한 연마로 나 홀로 멋진 곡 한 곡을 독주할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해본다. 어쨌든 이렇게 버킷리스트를 실천했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며,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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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2. 운전면허 취득

3. 워드 자격증 취득

4. 차예사 자격증 취득

5. 서예 배우기

6. 위대태껸 배우기

7. 국궁 배우기

8. 마상무예 배우기

9. 책 쓰기

10. 서울 5대궁 답사

11. 국악 악기 배우기


이상은 군 복무 시절 전역을 앞두고 심심해서 끄적여본 버킷리스트 초기 버전이고...


12.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인증서 취득

13. 서고에 있는 책 전부 독파하기


두 개가 추가되었다. 올해 안에 시도해 볼 만한 것들이 많다. 시간이 없다. 더 이상 여유부릴 생각 말고, 뭐 하나라도 진득하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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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열정대학' 23기 신입생 입학신청을 완료했다.


열정대학이란 기존의 대학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젊은 청년 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소셜벤처기업으로, 일종의 '공존학교'를 표방하고 있다. 기존 학교의 커리큘럼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를 대안학교라고 하는데, 열정대학은 기존 대학의 교육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학의 교육에서 부족한 '진로교육'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설립하였기에, '서로 도와 함께 존재한다는 뜻'으로 공존(共存)학교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열정대학에서는 전문 교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 누구나가 강사가 되어 원하는 과목을 개설하는 구조라고 한다. 내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 그 버킷리스트를 토대로 과목을 개설하고, 그 과목을 듣기를 희망하는 다른 수강생들과 한 팀을 이루어, 함께 공부하는 시스템인데, '기존 대학에서 배울 수 없었던, 내가 하고픈 모든 일들이 과목이 되는 학교'라는 슬로건이 참 마음에 들었다.



(사진: 열정대학 소개 - 출처: 열정대학(http://passioncollege.com/))


여하간 열정대학을 처음 알게 된 건, 전역하기 얼마 전의 일이다. 당시 말년 병장이었던 나는, 전역을 앞두고 한창 나가서 무슨 일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틈만 나면 사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군 PC방)에서 일자리나 대외활동 정보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열정대학'이라는 이름을 보고, 흥미가 생겨 홈페이지에 들어가 관련 정보들을 읽다보니 전역하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차 때 아예 열정대학 입학설명회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입학설명회를 다녀온 직후에 오히려 고민이 더 깊어졌다. 20만원이라는 등록금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대외활동들은 대부분, 나의 재능(글쓰기)을 기부하고 그 댓가로 원고료를 받아 챙기는 활동들이었다. 그런데 이건 내가 오히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비용이 말년 병장이었던 내게는 참 부담스러운 금액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더욱이 등록금 뿐만 아니라 세부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추가 비용이 또 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부대 복귀해서도 동기들에게까지 상담을 구할 정도로 계속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결심을 굳혔다. 그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큰 영향을 끼쳤다.


1. 기존 열정대학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

2. 내가 여기서 뭐 하나라도 건진다면(사람, 일, 취미, 적성 등) 이 정도 비용은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 거라는 생각

3. 전역하고서 마냥 노느니 뭐라도 해야한다는 압박감

4. '할까 말까 고민할 땐 해라'라는 열정대학의 슬로건



(사진: 열정대학 교육방향 - 출처: 열정대학(http://passioncollege.com/))


결국 전역하자마자 바로 다음 날, 열정대학 측에 등록금을 지불하고 입학신청을 완료했다. 내가 등록한 학기는 16년도 3학기인데, 5월 2일부터 7월 26일까지 3개월 가까이 학기가 진행된다고 한다. 한 학기만으로 나의 적성을 찾고, 내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다음 학기 신청 시즌이 되었을 때, 망설임 없이 등록금을 지불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열정대학은 나에게 큰 가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나 역시, 고민 끝에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 입학한 것이니만큼, 뭐라도 건져가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열심히 활동에 임할 것이다. 아직 개강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개강일이 하루 하루 손꼽아 기다려진다. 전역하고 당장 할 것도 없는데...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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