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6년 2월 9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근황 겸 푸념>

중대장님의 배려로 지난 1월 외박 때 목검(木劍)을 반입하여 요즘은 검술 수련에 매진하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매일 같이 막사 옥상에 올라가 칼날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취해 신나게 검을 휘두르며 땀을 흘리고 있다. 입대한 이후로 얼마만에 칼을 잡아보는 건지,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것마냥 참 반갑다.

그러고보면 칼이란 참 정직한 벗인 것 같다. 내 심사가 혼란스러우면 칼의 길도 곧게 내려가지 않는다. 집중을 하면 비로소 길이 제대로 잡혀 내려간다. 하지만 요즘 휘두르는 내 칼은 늘 곧게 내려가질 않는다. 수련이 부족한 탓일까, 내 마음의 중심이 잡혀있지 않아서일까. 여하간 이 목검이 현재로썬 유일하게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벗이나 다름 없다.

요즘 들어 예전보다 더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이등병 때 잠깐 탔던 외로움보다 더 쓸쓸한 느낌이랄까. 분대장을 떼고 난 뒤로, '말년'이라는 이름 아래 아예 기존 팀 생활관을 떠나 다른 말년 병장들과 독립 생활관에서 지내다보니 내 스스로가 뭔가 '퇴물'이 되어버린 느낌이 종종 든다. 찾아오는 후임들도 없고, 내가 해야 할 일도 없다.

말년의 자유를 즐기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밖에 나가서 뭘 해야할지 막막함에 몸은 쉬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쓸쓸하고 불안하다. 특히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지인들의 취업, 합격 소식 등은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밖에 나가서도 맘 편히 칼이나 휘두르며 여유 있게 살고 싶은데, 가진 것도 없고, 뚜렷한 꿈도 없으니... 이젠 진짜 먹고 살 걱정을 해야할 때라 전역이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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