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5년 11월 14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1. 어제부로 2015년도 후반기 발굴작전 종료. 내년 초 전역이기에 사실상 마지막 발굴작전이나 다름 없는 이번 작전 역시 이등병 당시 처음 탔던 강원도 철원의 광덕산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어느 한 고지에서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수습한 유해는 비록 중공군일 확률이 대단히 높은 유해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정성스럽게 수습했습니다. 군 생활 마지막 역작이라는 생각으로 말이지요.

2. 발굴작전을 마치고 서울 자대로 복귀하니 어느새 제 위치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이미 팀 분대장만으로도 벅차다고 생각했는데, 생활관 분대장으로까지 임명되어 당직근무도 서야하는 부담이 생겼습니다. 내내 야전부대에서 발굴만 하다 와서 아무 것도 모르는데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3. 내내 철원 촌구석에 있다가 서울에 오니 참 혼란스럽습니다. 9월 중순만 되도 반팔은 상상도 못하게 되는 강원도 철원에 있다가, 서울에 오니 후드티 한 장만 입어도 등이 땀범벅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체감상 서울은 초여름입니다. 더워서 땀 흘리며 걸어오는데 패딩 입은 사람들을 보니 참... 그리고 철원에서 외출 나갈 때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하지도 않은 PC방 2시간을 덤태기로 뒤집어쓰고도 울며 겨자먹기로 PC방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 신세인데, 서울로 오니 오히려 선택의 폭이 넓어져 뭘 해야할까 고민하다 시간이 가버리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네요.

4. 저야 발굴기에만 잠깐 고생하고, 이제 서울에서 군 생활의 마침표를 찍겠지만, 21개월 내내 문화생활도 못 누리고 날씨도 오지게 추운 전방에서 고생하는 야전의 전우들에게 대단히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만 듭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 발굴작전 내내 저희에게 정말 잘해준 3사단 백골부대 전우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여러분 잊지 않을게요.. ♡ 류기현 장찬희 이현수 이름을 다 몰라서 태그 못 걸었지만, 감사했어요~!

5. 끝으로 제 생일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리고, 일일이 답장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글구 군 생활 내내 사랑하고 존경했던 김종우 병장님.. 지금은 사랑하는 동생인 종우 ♡ 외박 나온 군인 만나서 같이 술 마셔줘서 고마워~!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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