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선경도서관은 6월 7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인문독서아카데미를 연다.


도대체 왜?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전쟁’이라는 소재를 <칼날 위의 인문학>이라는 총괄 주제 하에 역사, 몸 철학, 문학, 사회과학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풀어간다. 제학문을 통섭하는 강좌인 만큼 무예전문가, 작가, 사학자가 공동 강사로 참여한다.


1주제는 <무예, 몸으로 생각하며 생존의 철학을 말하다>로 6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5회에 걸쳐 최형국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이 강사로 선다. 전통 무예 전문가이자 무예사(武藝史) 전문가인 최형국 강사는 무예에 담긴 인문학적 의미, 무예 수련과정과 연결지어 우리 전통의 몸 문화를 강의한다. ▲1강 무예의 탄생 ▲2강 군사의 탄생 ▲3강 무기의 탄생 ▲4강 치료의 탄생 ▲5강 무예 인문학의 탄생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석자에게는 교재가 무료로 제공되며, 총 5회차 강의 중 4회 이상 참석 시 수료증이 수여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선경도서관 홈페이지(http://sk.suwonlib.go.kr/)에 신청하면 된다. 


문의: 선경도서관 031 228-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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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무예24기 수련에 빠져있던 지난 가울, 이태원대학교라는 곳에서 <조자룡창술배워볼과>라는 과목을 개설해 무예24기 중 기창(창술) 과목을 지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7월에 이태원대학교 2학기 개강을 앞두고 고민 끝에 전혀 다른 성격의 과목을 개설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시민기자해볼과>라는 과목입니다. 기존의 무술 과목은 그닥 인기도 없거니와 사실 무예24기 수련을 관둔 이후로 전혀 수련을 하지 않고있다시피 하는 터라 어디 나가서 가르치기는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과목은 제가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경험을 한 번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개설을 결심했습니다. 저 역시 저널리즘을 말하기엔 매우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시민기자라는 플랫폼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시민기자 제도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이 세상의 프로불편러들을 모두 시민기자의 세계로 인도해보고 싶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시작합니다.


따라서 이번 과목은 정말 가볍게, 그리고 글쓰기나 저널리즘에 대한 기초가 전혀 없는 분들이 들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미 글쓰기 기초가 탄탄하신 분들은 오히려 제 과목을 들으면 우습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정말 글 한 번 써보고 싶고, 세상에 목소리 한 번 던져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시는 분들이 들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번 학기에도 좋은 강좌들이 많이 개설됐습니다. 이번엔 제 동기를 꼬드겨 '음식으로 본 세계문화사'라는 역사강좌도 하나 개설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좋은 과목들도 수강인원이 충족되지 않으면 모두 폐강이니 아무쪼록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태원대학 수강신청 링크: https://goo.gl/jZcqa7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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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omn.kr/ne12


"귀하께서는 2017.5.25.(목) 10:00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되는 전직 대통령 뇌물죄 등 관련 사건의 방청자로 당첨되셨습니다."


지난 19일 저녁 날아온 한 통의 문자메시지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19일 오전 서초동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방청권 추첨에 응모하고 돌아온 길이었다. 그러나 방청권 당첨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였다. 일말의 기대를 품고 찾아갔지만 법원 앞은 나와 같은 꿈(?)을 가진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주의 기운'을 받은 것인지 7.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재판 방청권을 따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카톡이며 페이스북에 당첨 소식을 공유했더니 많은 지인들로부터 "축하한다"는 덧글과 함께 '좋아요' 수가 쭉쭉 올라갔다. 언젠가 <오마이뉴스>에서 뉴스게릴라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올렸을 때보다 더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다. 이게 정말 축하받을 일이 맞긴 한 건지 씁쓸하긴 했지만 어쨌든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은 설레는 일이었다.


내가 당첨된 건 5월 25일에 열리는 두 번째 재판 방청권이었다. 공교롭게도 온종일 수업이 몰려있는 날이었다. 평소 결석은커녕 지각조차 절대 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으나 이번 일만큼은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교수님들께 이메일로 사정을 설명하며 부득이하게 결석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러자 교수님들 모두 "역사적인 현장에 가기로 한 결정을 존중한다"라면서 흔쾌히 이해해주셨다. 덕분에 법정으로 가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포인트①] 재판 전 법정 안팎 풍경


마침내 5월 25일 아침이 밝았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방청권 배부에 참여하기 위해 일찌감치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로 향했다. 청사 입구에는 돌발 사태를 대비해 경찰 병력들이 배치돼 있었다. 지난 23일 재판 당시 박사모 회원들이 진을 치고 앉아 방청객들에게 시비를 건다는 말을 듣고 나름 긴장했으나 법원 앞은 조용했다. 


재판정이 위치한 서관 입구에서 "재판을 방청하게 해달라"는 한 할머니와 "사전에 당첨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며 막아서는 법원 직원들 간의 사소한 실랑이 정도가 고작이었다.


줄을 선 방청객들은 '5번 법정 출입구' 앞에서 신분증 검사와 몸 수색을 거쳐야만 했다. 한 차례 엄격한 심사를 받고 난 뒤에도 재판정이 있는 4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계단마다 직원들이 대기하며 방청권을 재차, 삼차 검사했다. 


치열한 전투(?) 끝에 재판이 열리는 417호 대법정에 들어섰다. 150석 규모의 법정은 생각보다 아담한 편이었다. 내가 배정받은 좌석은 72번. 좌석 배치는 무작위로 이뤄졌다. 앞에서 다섯 번째 줄이라 결코 좋은 자리라고는 할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앉아서 난생 처음 구경하는 법정 안 풍경을 열심히 눈에 담기 시작했다.


법정은 방청객들을 인터뷰하기 위한 기자들의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한 언론사의 기자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인터뷰 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윽고 나를 타깃으로 삼은 그 기자가 질문을 던져왔다. 조용히 지갑에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을 꺼내 건네니 그는 "사방에 기자들뿐이네요"라면서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인 유영하, 채명성, 이상철, 김상률 변호사 등 4명이 입장했다. 뒤이어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등 검찰 측 검사 8명이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각자 준비한 서류를 읽으며 쑥덕쑥덕 끊임없이 말을 주고받았으나 거리가 멀어 알아들을 순 없었다.


[포인트②] 다소 여유로워진 박근혜


"피고인은 들어와서 피고인석에 앉기 바랍니다."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법관 3명이 입장하고 피고인의 입장을 주문하는 재판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방청객들의 시선은 일제히 법정 서쪽 출입구에 쏠렸다. 경위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제히 방청석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방청객들의 행동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꼴깍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정적만이 법정에 짙게 깔렸다.


무거운 정적을 깬 것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또각또각' 소리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명확하게 들려오는 구둣발 소리와 함께 마침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한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자신의 자리인 '피고인석'으로 향했다. 성큼성큼 거침없는 발걸음이었다. 변호인들과 가벼운 웃음으로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은 그는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는 재판관의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허공과 정면 그리고 자신의 변호인들에게만 향했다. 어쩌다 슬쩍 곁눈질을 할 법도 한데 그는 결코 우리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말수도 적었다. 공식적으로 그가 내뱉은 말은 오전 재판과 오후 재판 종료 당시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관의 물음에 대한 대답뿐이었다. 그마저도 "자세한 건 추후에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3일 첫 재판과는 달리 그는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검찰 측의 서증조사(검찰이 제시한 증거들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측의 동의를 얻어 채택된 증거들을 검찰 측이 법정에서 다시 설명하는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유 변호사와 간간이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모니터 속 증인들의 신문조서를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펜을 들고 무언가를 적기도 했고, 고개를 가로젓거나 끄덕이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물론 그의 소통은 변호인들에게만 국한됐다.


[포인트③] 검찰과 변호인의 팽팽한 기싸움


재판은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23일 첫 재판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 홀로 참석한 두 번째 재판은 검찰 측의 서증조사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10만 쪽이 넘는 방대한 수사기록을 모두 검토하기도 전에 조사를 강행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재판을 끌 여유가 없다"며 재판부가 기각을 했음에도 변호인들의 태클(?)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주신문을 특검이 먼저 하는지 검찰이 먼저 하는지"의 절차 문제를 두고 또다시 딴죽을 걸었다. 보다 못한 검찰 측도 칼을 빼들었다. 검찰 측은 "절차 문제로 45분 이상을 끌어 실체를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변호인단에 일침을 날렸다.


결국 재판 시작 1시간 만에 검찰 측의 서증조사가 시작됐다. 검찰 측 검사들은 두툼한 서류뭉치들을 꺼내 카메라에 비춰가며 증인들의 신문조서 중 요지만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 모든 과정은 법정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방청객들에도 공개됐다.


이날 검찰 측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혐의 사건의 공판 기록을 중심으로 관련 증인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고영태, 차은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등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 주요 혐의자들 뿐만 아니라 전경련, 청와대, 대기업 관계자 등 증인 수십여 명의 법정 진술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그러나 서증조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호인들이 제2차 공세를 시작했다. "검찰이 검찰 측 신문만 공개하고 반대 신문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유 변호사는 "방청객에 기자들이 많은데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검찰 측 의견만 언론 보도로 나갈 것 아니냐"라면서 "검찰 수사도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 그에 맞춰 따라가는 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런 식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에도 "기록이 너무 방대해서 전부 낭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기각했다. 이에 변호인 측이 "재판을 진행하는 데 시간에 쫓겨서 한다는 건 어폐가 있다"라면서 여전히 굴복할 수 없다는 태도로 맞서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검사들은 꿋꿋하게 신문조서를 읽어 내려갔다. 검사들과 변호인들의 팽팽한 기 싸움 사이에서 재판관은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며 "양 측이 서로 잘 합의하라"고 다독였다.


[포인트④] 졸고, 깨우고... 다이내믹했던 재판정 풍경


이날 검찰 측 책상에는 서류로 만들어진 탑이 많이 쌓여 있었다. 서증조사 때 낭독하기 위한 증인 신문조서들이었다. 오전 재판 당시 조서를 낭독하던 검사가 세 번째 서류뭉치를 꺼내들자 방청석에서는 '어휴' 하는 한숨이 터져나왔다.


점심식사 후 오후 2시 10분부터 재개된 오후 재판에서는 '황금빛 보따리'가 등장했다. 주섬주섬 풀어헤친 보따리 속에서는 새로운 서류뭉치들이 쏟아져 나왔다. 휴정한 사이 그새 보충해온 자료들인 듯했다. 내심 '검찰이 단단히 벼르고 왔구나' 혀를 내둘렀다. 


오후 재판은 변호인 측의 요청에 의해 15분 휴정한 것을 제외하면 검찰 측의 '마라톤 조서 낭독'으로 진행됐다. 목소리톤의 변화 없이 나긋나긋 읊어대는 조서들은 자장가나 다름없었다. 어렵고 낯선 법률용어들로 점철된 데다가 점심을 배불리 먹고 난 직후였던지라 쏟아지는 졸음과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많은 방청객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러나 자고 싶다고 마음대로 잘 수도 없는 게 법정이다. 매의 눈초리로 방청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던 경위들은 졸고 있는 방청객들을 흔들어 깨웠다. 졸음을 깨기 위해 다리를 꼬아보기도 하고, 휴대전화를 열어 뉴스를 보기도 했지만, 한 번 쏟아진 졸음을 극복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견디다 못해 중간에 퇴정하는 방청객들도 있었다. 재판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군데군데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오후 5시 20분. 마침내 검사가 설명을 마치자 방청석에서 안도의 한숨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설명이 길어지며 잦아들었던 기자들의 타자 소리도 변호인 측의 '간이의견' 발언과 함께 다시 활기를 찾았다. 유 변호사는 검찰 측 설명에 대해 차분히 반박하며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정의롭게 수사했다고 믿지만 증거를 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라며 의견을 갈무리했다.


이에 김 부장판사가 "기록을 다 파악하고 계신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자 방청객들은 소리내어 웃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재판부의 종료 선언과 함께 '7시간 50분'만인 오후 5시 50분에 마무리됐다.


[포인트 ⑤] 당당했던 표정에서 굳은 표정으로


이날 나는 법정을 떠나는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화장기 하나 없는 그의 얼굴은 몹시 초췌해 보였고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두 눈은 여전히 날카롭게 빛났다.


나는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을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가 자주 있었다. 그가 18대 대통령에 취임하던 해, 나는 통일부와 국가보훈처에서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의 취임식부터 시작해서 각종 정부 기념식에 참석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고 글로 풀어내야만 했던 나는 그의 당당했던 표정을 여전히 기억한다. 먼 발치에서나마 바라본 그는 늘 당당했고 목소리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몇 년 만에 법정에서 다시 마주한 그의 표정에선 예의 그 당당함은 사라진 채 초췌함과 한 서린 눈빛만이 남아있는 듯했다. '쫓겨난 독재자들이 모두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착잡한 마음도 들었다. 그는 그렇게 마치 오욕으로 얼룩진 자신의 삶을 표정을 통해 말해주겠다는 듯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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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 후기 기사 링크: http://omn.kr/nca0


오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재판이 예정된 가운데, 지난 19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서초동 서울회생법원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방청권 추첨이 이뤄졌습니다.


마침 공강이기도 하고 저 역시 해당 재판에 무척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법원으로 갔습니다. 처음 가는 법원이었는데 참 넓더군요. 추첨장소가 있는 회생법원까지 걷는 동안 길이 한산하기에 생각보다 사람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막상 추첨장 앞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취재하러 온 각 언론사 취재진들과 전국 방방곡곡에서 응모하러 온 시민들로 복도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더군요. 인원을 세보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언론 보도를 보니 525명이 응모했다고 합니다. 150석 중 취재진 등을 비롯한 고정석을 제외하고 추첨으로 시민들에게 배부한 좌석 68석인데 7.7대 1의 경쟁률이었다고 합니다.



긴 줄을 보고 슬슬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더운데 몇 시간 동안 대기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생각보다 줄이 금방 금방 줄어듭니다. 응모 절차가 복잡하지도 않고 직원들도 일처리가 빨라서 줄은 쭉쭉 빠져서 응모를 마치기까지 40분 정도밖에 안 걸린 것 같습니다. 


23일 재판 방청권과 25일 재판 방청권이 있는데 두 장을 동시에 응모할 수 있었습니다. 신분증 확인 후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응모함에 넣기만 하면 됩니다. 추첨은 11시 15분에 시작되는데 응모하고 귀가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당첨되면 홈페이지에도 공고하고 문자메시지로도 통보하거든요. 그렇지만 끝까지 현장에 남아 추첨 결과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많더군요.


저는 뭐 나중에 통보받아도 될텐데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싶어서 응모하자마자 오마이뉴스에 현장 기사 하나 송고하고 곧바로 법원을 나왔습니다. 긴 줄을 보고 이미 마음을 비우고 있던 터라, 그닥 신경을 안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늦게쯤 문자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25일 두 번째 재판 방청에 당첨됐다는 겁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바라 더 놀랍고 기뻤던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지인들이 엄청 부러워하고 또 축하해주더군요. 사실 뭐 대단한 경사도 아니고... 뇌물수수죄로 잡혀들어간 전직 대통령 재판 보러가는 것 뿐인데... 이걸 기뻐해야하는 건지 슬퍼해야하는 건지.. 영 씁쓸합니다.



아무튼 첫 번째 재판이 열리는 날이 공강이라, 이날 되기를 바랐는데 두 번째 재판 방청권에 당첨됐습니다. 이날은 학교에서 하루 종일 강의가 있는 날이라 조금 걸리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건 고민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미리 교수님들께 메일로 양해구하고 재판을 보러 갈 생각입니다. 


촬영도 녹취도 안된다고 하니 아쉬운데 (설마 필기도 안되는 건 아니겠죠?)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기록해서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의 박근혜 재판 방청기' 라는 생생한 후일담을 한 번 남겨볼까 합니다.


PS. 그러고보니 통일부, 국가보훈처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도 가고, 정부기념식에서 박 대통령 연설하는 것도 열심히 취재하러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수의를 입은 그녀의 모습을 볼 생각하니 참 착잡한 심정일 따름입니다.


PS. 사람이 태어나서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곳이 경찰서, 병원, 법원이라고 하는데 박근혜 덕분에 난생 처음 법원도 가보게 되는군요. 이참에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부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은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그러나 이런 가르침, 한 번이면 족할 것 같습니다.


브런치 주소: https://brunch.co.kr/@hei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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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브런치'의 작가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브런치는 다음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오픈형 글쓰기 플랫폼입니다. 사실 블로그와 뭐가 다른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누구나 만들고 쓸 수 있는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는 내부 심사를 통해 선발된 '작가'들에게만 글쓰기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원고료를 주는 건 아닙니다. 매체의 권위와 신뢰를 높이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인 것 같습니다.


최대한 제 글을 널리 알리는 게 커리어를 쌓는 데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심사를 위해 글 한 편을 써서 보내라고 하는데 기존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해왔던 서평을 하나 골라 신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자료가 부족하다'며 떨어뜨리더군요. 오기가 생겨서 기존에 쓴 글들을 몽땅 모아 보냈더니 그제야 선발됐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글 쓰는 지적노동도 육체적 노동 못지않게 무척 힘든 일이라,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쓰고 <브런치>에도 또 따로 글을 쓰고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원고료를 주는 <오마이뉴스>에 계속 서평을 기고하면서 그 글을 브런치에 중복 게재하는 식으로 운영해볼까 합니다. 브런치는 제 글을 홍보하는 부가 수단으로 삼는 셈이죠. 


부족하지만 제 글을 함께 읽고 서로 소통하고 싶은 분들은 브런치를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브런치 링크: https://brunch.co.kr/@hei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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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명물 '통인동 커피공방' 커피를 드디어 맛보게 됐습니다.


이곳 커피가 그렇게 유명하고 맛있다고 하는데, 그쪽에 갈 일이 없어 커피 원두는 항상 동네 근처에서 사먹곤 했습니다. 삼청동의 유명한 단골 커피가게도 있었고요. 게다가 요새는 보이차에 빠져서 커피 자체를 잘 안 마시게 되면서 통인동 커피공방에 갈 일이 더더욱 없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블로그에서 '경복궁의 봄'이라는 블렌딩 원두를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미가 당겨 주문했습니다. 직접 갈 필요 없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해도 보내줍니다. 더욱이 최초 가입시에는 배송비 면제 쿠폰을 주기 때문에 배송비도 들지 않습니다.


지난 주 내내 징검다리 연휴였던지라 주문한 지 한참만인 엊그제 드디어 왔습니다. 포장지를 까보니 정성스러운 포장이 눈에 띕니다. 핸드드립 맛있게 추출하는 가이드 팜플렛도 들어가 있고, 서비스 원두(케냐 AA)도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은근히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죠 ^^ 경복궁의 봄이라는 컨셉답게 일러스트와 문구도 아기자기합니다. 얼른 커피를 마셔보고 싶게 만드는군요.




그런데 이날 시간이 너무 늦어 커피를 마시지 못했습니다.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므로...


고로 오늘 마셨습니다.


두둥...!



음...


너무 오랜만에 커피를 마셨나봅니다.


핸드드립 솜씨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물 조절도 실패했고, 감이 잘 안 오는군요. 하긴 드립도구에 먼지가 얹힐 지경이었으니.. 앞으로는 커피를 자주 마셔야겠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열심히 커피 클래스 찾아다니면서 커피를 찬양했던 저였는데 말이죠.


어쨌거나 드립은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원두 본연의 향마저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당히 좋은 향이 나더군요. 테이스팅 노트를 찾아봤습니다. 아래와 같답니다.



솔직히 아직은 코튼캔디니 벌꿀, 커피 블로썸 이런 맛을 느낄 정도의 미각은 못되서리.. 그래도 '경복궁의 봄'이라는 컨셉에 맞게 향긋한 꽃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통인동 커피공방 커피는 워낙 유명하고 커피맛에 대한 신뢰도도 높은 곳이니 커피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 주문해서 드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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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에서 선발하는 '2017 나라사랑 역사탐방단'에 최종 선발됐습니다.


사실 해당 행사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는데요, 과 선배가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하셔서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바빠서 계속 미루다가 신청 마감날 급하게 써서 냈는데 운 좋게도 선발됐군요. 30명 뽑는데 86명 지원했더군요. 최종 선발된 덕분에 올 여름 일본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 참 억세게 운이 좋은 놈인 것 같습니다.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는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도 많이 못 다녀봤는데 입학 후 1학년 때부터 안중근의사기념관, 백야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장준하기념사업회, 청년백범에 이르기까지... 매년 여름마다 지역을 달리해 중국 내 항일독립운동사적지를 탐방하고 돌아왔으니 말입니다. 그때 사진을 보면 정말 중국에 다녀왔던 기억들이 꿈같기도 합니다.


다만 졸업하기 전까지 일본을 한 번 다녀오지 못한 게 내내 아쉬움으로 남아있던 차였습니다. 실제로 전 태어나서 일본에 가본 적이 없거든요. 어쩌면 제 전공과도 가장 밀접한, 만악(萬惡)의 근원인 일본에 가보지 못했다는 게 모순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운 좋게도 졸업하기 전에 이렇게 대학생의 특권을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일본 답사를 다녀오게 됐습니다.


이봉창, 윤봉길 의사 그리고 의열단원들의 흔적을 좇아갑니다.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도 간다고 합니다. 과연 그곳에 가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벌써부터 감정이 조금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일본 열도에 남아있는 선열들의 흔적과 여전히 살아숨쉬는 극우정치의 망령을 가슴 속 깊이 새기고 돌아오겠습니다.


참가비는 40만원이라고 하는군요. 요새 재정적으로 쪼들려서 난감한 상황입니다만, 미친듯이 글을 기고해서 원고료를 벌어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여권도 만들고 분주하고 보내겠군요. 가서 사진도 많이 찍고, 돌아와서 <오마이뉴스>에 기행문을 기고해서 여러분과 경험담을 나누고 싶습니다. 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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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변은 없었다. '어대문'은 사실이 됐다. 아직 최종 확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개표 상황만 놓고 보면 그는 내일 무사히 청와대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대선에서 나는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그에게 표를 선사했고, 결국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크게 낙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나는 그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나의 뜻이 있어 내 소신대로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다. 물론 그 전략도 기본적으로 어대문이 될 거라 확신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를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홍준표와 같은 자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다. 그리고 어차피 될 거라 생각했던 그가 대통령이 됐으니 안심이 된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는 게 과연 옳은 걸까 회의적이지만 적어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 바뀌면 많은 게 바뀌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근 10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는 고무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치러진 보궐선거로 당선된만큼 그에게는 당선의 기쁨보다는 앞으로의 과제 수행을 위한 막중함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지난 정권의 적폐를 모두 청산하고 광장을 반으로 갈라놓은 촛불과 태극기의 민심을 하나로 봉합하는 일이 시급하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있다.


그의 당선을 축하하며 그가 성공적인 대통령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의미에서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낙선했을 당시 시민들이 그에게 헌정했던 광고영상을 그에게 다시 헌정한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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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http://omn.kr/n724


대선 주자들의 동성애 반대 발언으로 인한 논란이 한창이던 와중,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던 성소수자 지인 한 분에게 조심스레 인터뷰를 요청했다. 당신의 목소리를 그들에게 들려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인터뷰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인터뷰를 마치는 순간까지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나의 생각없는 질문 한 마디가 그에게 또다른 상처가 되진 않을까 두려웠던 탓이다. "불편하시면 언제든 말씀해달라"는 말을 하며 가르침을 청하는 자세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와 대화하는 2시간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함께 분노했다. 군이 그의 성 정체성까지 파악해 신상정보에 기록하고 있었던 점, 그로 인해 일부 몰지각한 간부들에 의해 아웃팅(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성 정체성이 밝혀지는 행위)이 이뤄지는 바람에 성희롱을 당해야만 했던 경험들을 들으며 함께 욕하고 함께 화를 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사를 쓰기 위해, 그와 인터뷰한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비로소 성소수자들이 대선 주자들의 한 마디에 그렇게까지 분개할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가 인터뷰를 통해 주장한 내용들은 여전히 사회적 논쟁거리다.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나 역시 그의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군 내 동성 간 연애행위 허용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동성애라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감정마저 억압하고 차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 역시 강하게 반대한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그의 삶 그리고 성소수자들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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