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예전에 다른 카페에 업로드한 글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영상입니다.

3년 전에 만들어진 영상이다보니, 좀 철 지난 영상입니다만... 사실 이 영상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바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용기가 부족하여 의기 있는 학우들의 운동에 함께 동참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어쨌거나 제가 소속된 학교이니만큼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생각입니다. 

당장 내 집안의 일에는 침묵하면서, 사회와 국가의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것부터가 이미 모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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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랜만에 현충원엘 다녀왔더랬습니다. 제가 복무했던 부대에 들러 간부님들께 안부 인사도 드리고, 부대에 잔류하고 있는 후임들하고 얘기도 하고... 뭐 전역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서포터즈다 뭐다해서 자주 들렀더니 이젠 그닥 반가워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어제는, 군 복무 당시 직속상관으로 모셨던 前 중대장님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지금은 최전방인 경기도 연천에서 수색중대장으로 복무하고 계시는데, 얼마 전 소령 진급이 확정나면서 단으로 진급 인사차 오셨다고 하는군요. 안그래도 몇 달 전부터 따로 만날 약속을 잡고 있었는데, 중대장님이 먼저 서울 내려오는 김에 한 번 보자고 하셔서, 현충원에서 만나게 된 겁니다.


사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롤모델이나 멘토가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CEO 혹은 정치인처럼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사들을 롤모델로 삼죠. 저같은 경우는 현실 속에 그런 롤모델이 없다고 판단해서, 일찌감치 역사 속 위인들을 제 롤모델로 삼아왔더랬습니다. 


그런데 그런 롤모델들의 경우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인물인지라,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제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제 인생의 큰 줄기(삶의 가치관)를 형성하는 데는 그들의 영향이 컸지만, 소소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는 답을 얻기가 힘들었죠. 이미 죽은 이들은 말이 없는 법이니까요.


그런 제가 현실에서, 그것도 가장 가까이에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분을 만났습니다. 바로 어제 만난 옛 중대장님입니다. 저는 이분에게 개인적으로 큰 은혜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군 생활이 마냥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제가 일병 4호봉 때였던가요. 후임에게 폭언 및 욕설로 영창을 다녀온(그것도 만창 15일) 선임 한 명이 저희 팀(분대)으로 배속되는 바람에 제 맞선임이 되고 말았습니다. 안그래도 일병이 꺾이도록 후임이 들어오지 않아, 계속되는 막내 생활에 스트레스 받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선임이 늘어난 겁니다. 더욱이 사고 치고 온 선임이라니... 그때의 절망적인 심정이란... 오죽하면 제가 담당 간부한테 "후임들에게 욕하고 때리는 선임을 선임으로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라고까지 하면서 항명했으니까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군대란 까라면 까야하는 곳이죠. 사고치고 온 직후라, 본인 스스로도 조심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긴 했지만, 본성이 어딜 가겠습니까. 처음엔 좀 자제하더니, 가끔씩 욱하는 기질이 드러나더군요. 뭐 때리지 않았으니 그나마 개과천선했다고 봐야할까요? 그래도 욕설은 정말 많이 했죠. 특히 제 후임이 들어오면서부터 많이 심해졌습니다. 제 후임한테 뭐라고 할 때마다, 중간에 낀 제가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원래 맞후임 잘못은 맞선임이 욕 먹는게 군대 구조라...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거죠. 더욱이 성추행과 같은 짓궂은 행동들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제 맞후임은 나중에 저한테만 고백했는데, 이걸 상당히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밤에 남몰래 침낭 속에 들어가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하는군요. 그때 정말 선임으로서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여하간 이 당시 이야기를 글로 풀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겁니다. 중간에 참 많은 일이 있었죠. 어쨌거나 중간 과정 다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바로 옛 중대장님께서 이 선임의 부조리 행위를 적발해서 처벌해주셨던 겁니다. 최초 고발자였던 저조차도 '이걸 찌른다고 과연 해결이 될까'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었지만, 중대장님은 "넌 임마, 나중에 장관도 하고 대통령도 하고 싶다는 놈이 이런 걸로 겁을 먹어?"라고 하시면서 오히려 격려해주시더군요.


사실 군대에서 이런 사건/사고가 터지는 건, 간부들에게 그닥 반가운 소식이 아닙니다. 진급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그래서 군대에서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감추고 쉬쉬한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오히려 중대장님은 '부조리는 발본색원해야 한다'면서 일찌감치 병영 부조리 혁파에 앞장 서오신 분이었습니다. 저 맞선임을 최초로 영창 보낸 분도 바로 중대장님이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쉬쉬하고 내부적으로 징계위원회 열어서 영창 보내고 끝냈을 법도 한데, 중대장님은 오히려 판을 키워서 국방부 조사본부까지 연락했더랬습니다. 덕분에 헌병 수사관들이 출동해서 저희들도 '마라톤 조사' 받고, 그 맞선임도 끝내 야전으로 전출을 가버렸죠. (후일담이지만 중대장님이 판을 키운 덕분에, 그 맞선임은 전역 후 민간 재판으로 넘어갔습니다. 빨간 줄 그어지게 생겼다며 저희에게 제발 합의해달라고 사정했을 정도로, 사안이 커졌더랬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주도한 게 바로 중대장님이었습니다.


개인적은 은혜도 은혜였지만, 이렇듯 중대장님은 병영부조리 혁파에 정말 많은 관심을 가지신 분이었습니다. 사실상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던 '마음의 편지'(예전으로 치면 소원수리) 제도를 활성화시킨 분도 이분이었는데, 부임 직후에 마편함을 화장실 칸마다 추가 개설해서 수시로 확인하시더군요. 덕분에 병사들도 끊임없이 마음의 편지를 썼고, 중대장님은 하나 하나 다 읽어보시고 최대한 저희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들어주려 노력하셨습니다. 심지어 중대장님에 대한 비판도 나왔는데, 그 편지 내용까지 공개적으로 읽으면서 "미안하다"며 전 병력이 보는 앞에서 쿨하게 사과까지 하셨죠.


이런 분이었으니, 어찌 존경심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개인적인 롤모델로 삼았던 것이고, 이분의 모습에 반해서 잠시 접어두었던 장교의 꿈을 다시 한 번 품어보기도 했었더랬습니다. 이분 같은 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말뚝을 고민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개똥밭에서 굴러도 사회가 낫다"며 주위에서 뜯어말리는 통에 결국 예비역 병장으로 전역하고 말았습니다. 말뚝 박을 용기가 없기도 했고요.


전역한 지 3개월째... 저는 지금 군문 안에서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실컷 누리는 중입니다. 군대에서 자유의 소중함을 깨달았기에, 지금도 하루 하루 의미 있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죠. 전역 전에 작성했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서, 해금이며 커피며, 무예며 이것 저것 새로 배우기 시작하고... 글도 쓰고 사람도 만나면서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조만간 중국어 학원도 등록할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가슴 한 구석이 공허할 때가 많습니다. 사회란 곳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사회가 좋긴 좋지만, 가끔은 서울 도심의 꽉 막힌 도로와 사람들로 붐벼 숨쉴 틈조차 없는 지옥철에 몸과 마음이 지치곤 합니다. 전역 후 백수 신세라 늘 비어있는 통장 잔고도 한숨을 불러일으키고 있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나중에 뭐 해서 먹고 살아야하나 막막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면 자꾸 '군대'가 생각납니다. 일종의 도피성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어릴 적부터 직업군인이 꿈이기도 했고, 전역 직전까지 말뚝을 고민했던 터라 평생 직업으로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됩니다.


어제 오랜만에 중대장님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여전히 군복만 보면 설레고, 내가 입고 있어야 할 옷은 군복인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까, 중대장님 역시 "너는 장교를 하는 게 맞다"면서 "남들 말에 휘둘리지 말고, 아직 젊으니까 한 번 도전해봐"라고 조언해주시더군요.


제 군 생활 중 롤모델이었던 중대장님으로부터 적극적인 권유를 받으니, 마음이 다시 흔들립니다. 남자에게 가장 큰 악몽은 '재입대하는 꿈'이라고들 하는데, 이러다가 저는 정말 꿈이 아닌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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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쯤이던가요, 갑자기 사부님으로부터 "중학교에서 무예를 가르쳐보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내용인즉슨, 서울 소재 한 중학교에서 자유학기 예·체능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예24기 중 권법(拳法)을 지도해달라며, 사부님께 강사 의뢰를 했다고 합니다. 사부님은 본인 일도 바쁘고 하셔서 저한테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많이 망설였을 것 같은데, 전역한 직후 백수 신세라 늘 비어있는 통장 잔고 탓에 한숨만 쉬고 있는 터에 좋은 기회다 싶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현실적인 문제가 가장 컸죠. 거기에 사부님께서 믿고 맡기시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고요. 또 자유학기 강사 경험이 훗날 전수관을 차린다거나 할 때 여러모로 좋은 경험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덥썩 한다고 수락했죠.


지원부터 계약 체결까지는 일사천리였습니다. 학교 측에서 먼저 강사 직을 제의한지라, 면접도 형식에 불과했습니다. 나름 면접이라고 자기소개서 한 번 쭉 검토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도 준비해서 갔는데, 교감 선생님께서 "바로 계약 체결합시다"하고 쿨하게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어제 해당 학교에 방문해서 계약 체결하고 왔습니다. 알바를 한 번도 안 해본지라, 계약서를 쓰는 경험 자체가 처음이었어요. 여긴 학교라서 계약 절차가 좀 더 복잡한 것 같았습니다. 신체검사 결과도 내야해서, 계약 맺기로 결정나자마자 곧장 보라매병원가서 부랴부랴 '공무원 채용신체검사'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학교라 그런지 '성범죄 및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 조회 동의서'란 것도 즉석에서 자필사인한 뒤에 제출했습니다. 경찰서에서 신원조회도 한다고 합니다. 세상이 흉흉하니 이런 절차는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진: 계약서 사진입니다)


아무튼 여름방학 끝나고 2학기부터 수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내년 2월까지가 계약 기간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이고, 6, 7교시 2시간 수업이라고 합니다. 한 반에 20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많은 수의 학생들에게 뭔가를 가르쳐보는 게 처음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교원자격증이 있는 강사의 경우, 혼자 지도할 수 있지만 없는 경우에는 학교 선생님과 Co-teaching 한다고 합니다. 애들을 가르쳐보기는커녕, 어울려 본 적도 없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노련한 선생님께서 옆에서 보조해주신다면 훨씬 수월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사진: 예시로 작성해 본 수업계획서입니다)


여하간 당분간은 금전 사정이 해결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취미 생활도 당분간은 맘 놓고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이상 집에서 논다고 눈치보지 않아도 되고요. 아무튼 열정대학에서의 무예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열심히 지도해 볼 생각입니다.


PS. 점점 아이들이 교육 받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제가 중학생, 고등학생 때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물론 제가 다녔던 성남고등학교에서는 검도와 유도가 필수과목이긴 했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종목을 선택할 자유가 없었습니다. 일부러 무예24기를 배우고 싶어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는데, 이제 일선 교육현장에서도 접할 수 있다니, 학생들은 복 받은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도 영춘권, 무예24기, 태껸 등 다양한 무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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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만에 국유단 전역자들을 만났다.


강남역 근처 횟집에서 소주로 1차를 달리고, 2차로는 맥주창고에서 가서 해외맥주로 달렸다. 그리고 시간이 늦어 먼저 갈 사람들은 가고, 남은 사람들끼리 다시 3차로 육회를 곁들여 소주 한 잔.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가 끊길 때까지 마셨다. 다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군 복무 시절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지칠 줄을 몰랐다. 군 생활 하며 함께 고생했던 얘기들, 그때 당시 서운했던 것들... 지금이야 전역했으니 맘 편하게 털어놓을 수가 있었다. 나 역시 막내일 때 서운했던 일들에 대해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다. 막내일 당시의 내가 훗날 전역하고 선임들과 만나 "그때 정말 힘들었다"고 소주 한 잔 하며 털어놓을 날이 올 거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어제 모인 멤버들은 딱 내가 전입왔을 당시, 즉 내가 막내일 때의 발굴4팀 인원들이다. 군 복무 당시 우리 팀을 이끌던 간부님을 필두로, 내 위로 줄줄이 다 모인 것. 물론 몇 명이 더 있어야 완전체지만, 이들은 대부분 지방에 살거나 해서 연락이 잘 안 되고, 모이면 항상 서울권에 거주하는 이들이 모인다. 


생각해보면 우스운 상황이다. 군 복무 당시에는 내가 여기서 제일 막내였는데, 전역한 지금은 내가 제일 맏형이다. 지금이야 선임들이 다 나한테 존댓말을 하는 등, 윗사람 대접을 받는데 술잔을 기울이다가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우습다. 군 생활 할 때는 하늘 같던 선임이었고 무서워서 말도 제대로 못 붙이던 이들이었는데... 이들 역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했던 게 버릇이었고. 전역하자마자 이렇게 상황이 역전되다니. 나이보다 계급이 우선이다보니 빚어지는 일이긴 한데, 재밌는 일이다.


아무튼 이들과는 두어 번 더 만난 적이 있긴 하다. 내가 전역하는 당일날도 한 번 만났고, 어제 만난 간부님 장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단체로 빈소를 찾았고. 또 이번에는 선임 한 명이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기에, 그걸 빌미로 또 한 번 만나 술잔을 기울인 것이다. 사실 처음에 이들과 만난다고 했을 때는, 다소 망설여졌던 것이 사실. 어쨌거나 그들은 내 기억 속에 항상 어려운 선임들이었기 때문이다. 후임 입장에서는 선임에 대해 항상 좋은 기억만 존재하지는 않는 법. 그래서 뭔가 그들을 다시 만난다는 게 껄끄럽기도 하고, 그들 역시 나를 대함에 있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 것이다 (전역한 후로는 내가 윗사람이니) 하지만 막상 몇 번 만나보니 그런 생각은 기우였고, 지금은 다들 좋은 형-동생 관계로 전환되어 즐겁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생각해보면 전역자라는 그룹에 내가 포함되어 함께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만약 정말 내가 군 생활을 막장으로 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후임이었다면 이 자리에 불러주기나 했을까. 그저 그룹에 끼지도 못하고, 그들의 술자리 안주가 되어 두고두고 씹혔겠지. 지금도 몇 명은 그런 신세다. 


아무튼 10월이면 내 맞후임도 전역을 하게 되고, 걔를 필두로 줄줄이 전역을 하게 된다면, 지금 내가 막내인 그룹처럼 전역자 모임이 활성화될까? 모임이 만들어지면 애들이 나를 불러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내가 아무리 애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했다지만, 어쨌거나 후임들 입장에서는 선임이었던 내게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을 수 있으니. 걔네들 역시 나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만남의 성사 자체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내가 군 생활을 그렇게 막장으로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애들이 전역자 모임에서 나를 소외시킨다면... 참 서운할 것 같다.



모임이 끝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흑석역 근처 '할매순대국'에 들러 뼈 해장국을 한 그릇했다. 


사실 여기도 내 군 생활의 추억이 어느 정도 깃든 곳이다. 현충원에서 복무했던 나는, 휴가나 외박/외출을 나올 때마다 동기 혹은 선/후임들과 아침을 같이 먹고서 각자 갈 길을 가곤 했다. 흑석역 '할매순대국'이 현충원 근처에서 아침식사하기에 제일 무난한 곳이어서, 대부분 여기서 해장국 한 그릇을 함께 먹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전역자들을 만나 추억에 젖은 겸, 집에 오는 길에 이곳에 들러, 혼자 앉아 해장국 한 그릇 했다. 전역한 지 겨우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의 군 생활은 늘 아쉽고 그리운 추억이다. 추억은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그리운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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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가끔은 본 영화를 또 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특히 이상하게 토요일 밤만 되면, 특히 한 철 지난 홍콩무협영화를 자꾸만 보고 싶어집니다. 어제도 그래서 견자단 영화를 볼까, 성룡 영화를 볼까.. 아니면 유가휘 영화를 볼까... 계속 고민하다가, <취권>을 보기로 결심하고 DVD를 꺼내 들었습니다.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열심히 집중해서 봤습니다. 확실히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보는데도 세세한 부분까지 다 기억이 납니다. 근데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취권>은 제가 본격적으로 무술에 흥미를 느끼고 그 세계에 입문하게 해준 영화라, 제겐 더할 나위 없이 애틋하게까지 다가오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어쩌다 무술에 흥미를 갖게 되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항상 레퍼토리가 똑같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케이블 TV에서 본 영화 <취권> 때문이다"


실제로 저는 이 영화를 보고서, 곧장 교보문고 강남점으로 달려가 '현대쿵후교본'이라는 책을 산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도장 갈 용기가 없어서 교본으로나마 독학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 흑백으로 된 아주 조잡한 그 교본은 도저히 독학이 불가능한 수준의 책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YouTube도 있었는데, 왜 21세기에 그런 전근대적인 시도를 하려고 했는지 우스운 노릇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 책은 지금도 제 서가에 꽂혀있습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동네 태극권 도장에 등록하게 되었고, 그게 바로 제 무술세계로의 첫 발걸음이었습니다. (초딩 때 배운 태권도는 논외로...) 도장에 나가니 책만 봐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던 동작들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흔히들 무술 독학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독학하면 몸 망가진다' 이런 말을 많이 하며 말리는데, 저는 제 스스로 책이나 영상을 보고 따라할 정도의 재능이 없음을 알기에, 애시당초 독학을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옛날에 그냥 동작들 몇 개나 따라했을 뿐. 진지하게 독학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죠.



오랜만에 <취권>을 보니 어릴 적 로망(지금도 있습니다만)이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다시 한 번 홍가권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요즘 몸 풀이 정도로 생각하고, 밤마다 홍가권의 권법들을 한 차례씩 연무하곤 하는데, 정말 매력적인 권법인 것 같아요. 진지하게 홍콩 쪽에 가서 정통 홍가권을 제대로 배워볼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됩니다. 내친 김에 '취팔선'까지...


영화를 보고 감상에 푹 빠져버려서, 어제는 밤잠을 좀 설쳤네요.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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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국유단에서 선/후임 관계로 만난 동생과 29초짜리 단편 영화 하나를 찍었더랬습니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원을 주제로 한 '현충원 29초 영화제'란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바로 여기에 출품할 목적으로 찍었습니다.

영화를 촬영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지만, 한창 촬영을 해야 할 시기에 '장마'가 오는 바람에 다소 난항을 겪긴 했습니다. 그래도 비 그치면 바로 찍을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으로 열심히 기획회의를 하고, 음원 사용 허가를 받기 위해 국가보훈처에 수시로 전화를 하는 등, 나름 만반의 준비를 했더랬습니다. 덕분에 장마가 끝나자마자 곧장 촬영에 돌입할 수 있었고, 마침내 오늘 아침 공식 홈페이지에 영화가 올라갔습니다.


영화 스토리는 저희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출신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돌아오지 못한 유해'에 촛점을 맞춰보았습니다. 실제로 6.25 전쟁 당시 싸우다 전사하여 돌아오지 못한 호국영령의 유해가 12만 5천여 위라고 하고, 그 전에 일제 강점 당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해외로 망명간 독립투사들의 유해 역시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너무나 많죠. 이분들은 아예 통계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현충원에는 '위패봉안관'과 '무후선열제단'이 있는데, 바로 여기가 돌아오지 못한 분들을 위패로나마 모신 곳입니다. 지금도 이곳에만 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그들을 기다리며 유족들이 남기고 간 편지와 사진들이 눈시울을 붉히곤 합니다. 그래서 이 장소를 현장 답사한 뒤에, 바로 이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어서 주제 선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 모시는 것은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의무이고, 그들을 잊지 않는 것은 국민 모두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현충원에조차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그분들이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며, 그분들을 잊지 않겠다는 뜻을 담아 영화를 만들어보았습니다.

■ 영화 보러가기: http://www.29sfilm.com/1606970


[영화 정보]

제목: 현충원은 대한민국의 기다림이다

시놉시스

현충원은 단순히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안장하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 역사의 굵직한 사건 속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많은 이들을 기다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였으며, 누군가의 연인이고, 누군가의 자식이기도 했습니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들을 위해, 또한 우리가 그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그들을 기다립니다. 

스탭 (STAFF)

감독: 유지호
촬영: 유지호, 박하은
기획: 김경준, 유지호
자료지원 및 검토: 김경준
배우: 함형민, 박하은, 유지호, 이현수, 설은환

솔직히 이번 영화 제작은, 감독을 맡은 친구가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는 영상 편집 기술이 없어서, 이 친구가 밤새도록 열심히 만들었죠. 이 친구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왠지 제 스스로 무임승차하는 느낌이라 기획회의에서 나름 열심히 스토리를 짜내고, BGM 제공을 위해 백방으로 뛰는 등 신경을 좀 썼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의 빚이 남은 것 같아서, 남은 공모기간 동안 이렇게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이 영화제는 네티즌들의 추천과 덧글을 많이 받아야 수상에 유리하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저희가 수상을 목적으로 영화를 만든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감독을 맡은 친구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작은 상이라도 하나 타면 그 흘린 땀방울에 보답이 되지 않을까 싶어, 염치불고하고 여기저기 추천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추천을 하려면 가입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좋은 의미로 만든 영화이니만큼 적극적인 추천과 공유를 부탁드립니다.


PS. 수상 여부를 떠나,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은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직접 편집까지 배우면서 함께 했더라면 더 의미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현충원의 의미를 널리 알리는 작업에 함께 동참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보람찼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며 새로운 인연들과 만났던 것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다들 땡볕에 고생 많았는데, 모두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에 남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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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 내면서 사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서울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심각한 더위 탓에, 집 안에 가만히 있기조차 고통스러운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듯 푹푹 찌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는 어제 보라매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무예 수련을 하러 자주 가는 곳이었지만, 어제는 다른 일 때문에 간 건데요, 바로 영화 촬영을 하러 다녀왔습니다. '갑자기 웬 영화 촬영?' 하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저도 제가 영화를 촬영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영화 촬영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원 29초 영화제'란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부대 선임이기도 했던 동생이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저야 뭐 영상 편집 기술 능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관계로, 대부분 그 친구가 고생을 했죠. 저는 옆에서 멘트나 좀 봐주고, 소품 지원해주고, 촬영하러 갈 때 말동무나 해주는 정도였죠. 그래서 좋은 경험 삼아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혹여라도 상금을 받게 되면 나눠 먹기가 미안할 것 같아요.


아무튼 어제는 마지막 씬을 촬영하는 날이었는데요, 군에 간 남자친구와 곰신 여자친구가 재회하는 씬이었습니다. 보라매공원 분수광장에서 분수를 배경으로 한 컷 찍고, 잔디광장을 배경으로도 한 컷 찍고... 날이 많이 덥다보니까 1시간 만에 급하게 촬영을 끝냈습니다. 사실 영화 러닝타임이 29초라서, 길게 찍을 필요도 없더라고요.


오늘 촬영 현장의 모습을 폰카로 담아봤습니다.



밤 늦게 완성된 영상을 봤는데, 제법 잘 만들었더군요. 영상 편집에 있어 아무런 도움을 못 준 게 내내 마음에 걸립니다만, 이 영화제 자체가 네티즌들의 추천을 많이 받아야 수상에 유리한 구조라서, 열심히 홍보하는 걸로 마음의 빚을 좀 덜어보려 합니다.


영상의 내용은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게재가 되면, 그때 공개하겠습니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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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비도 추적추적 오고 하는데, 오랜만에 '혼술' 한 번 즐겨보고 싶더군요.


그래서 활쏘기 특강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망고바나나 막걸리' 한 통 사서 밤새 홀짝 홀짝 마셨더랬습니다.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과일주가 그렇게까지 대중화되지는 않았던 걸로 아는데, 어느 날부터 '순하리' 시리즈가 나오더니 이젠 막걸리까지 외연을 넓혀 '망고바나나 막걸리'라는 것도 나왔네요. 망고바나나라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망고맛은 별로 안 나고 바나나맛이 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이 막걸리도 성분표시를 보니 역시나 '아스파탐'이 들어가있군요. 아스파탐만 들어간 게 아니라 합성감미료까지 들어갔습니다. 지난 번 '막걸리 유랑단' 행사 때 마셨던 막걸리들도 거진 '아스파탐'이 안 들어간 게 없더라고요. 우리가 흔히 막걸리로 알고 있는 막걸리는 오리지널 순수 막걸리가 아니란 것. 저는 막걸리 유랑단 행사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게, 아스파탐 덩어리 막걸리를 해외에 홍보할 게 아니라, 순수 막걸리를 홍보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흔히들 막걸리 마시면 다음 날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이 '아스파탐' 때문이랍디다. 설탕보다 100배 이상의 단맛을 내게 한다고 하여, 막걸리에는 꼭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이게 진짜 막걸리의 맛을 망치는 것 같아서 전 싫습니다. 


아스파탐 막걸리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진짜 막걸리를 못 먹는다고 하는데, 여하간 저는 양평에 갔다가 술도가에서 직접 내린 순수 지평막걸리 맛을 보고 홀딱 반한 뒤로는, 이런 가공막걸리는 그저 그래요. 딱히 대안이 없으니 마시긴 하지만, 늘 아쉽죠. 사실 주위에서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예전에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집에서 직접 막걸리를 빚어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저도 한때나마 막걸리를 직접 빚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른 취미 활동에 바빠 까먹고 있었네요. 여유가 생긴다면 저도 아스파탐 첨가하지 않은 오리지널 순수 막걸리를 제 손으로 빚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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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충무로 '한국의집'에서 '막걸리 유랑단' 행사가 있어서 참석했습니다.


막걸리 유랑단이란?


막걸리 유랑단은 2014년에 처음 시작한 행사인데, 전국을 돌면서 우리 민속주인 막걸리를 홍보하는 행사라고 합니다. 한국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처음 기획했고, 지금까지 배우 송일국, 조재현, 개그맨 정준하, 가수 하하 등등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을 집중적으로 섭외하여 함께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얼마 전에 SNS를 통해 이번 행사 소식을 접하고, 호기심에 한 번 신청해봤습니다. 원래 막걸리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이번 행사에 참석하면 막걸리와 안주가 무료 제공된다고 해서요. 그리고 이번에는 영화 <명량>의 감독인 김한민 감독과 배우 안성기씨도 온다길래 재밌을 것 같아서 신청했습니다.


어제가 행사였는데, 마침 어제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죠. 거의 폭우 수준으로 비가 많이 오길래,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오히려 비가 와서 막걸리 마시기엔 더 좋은 날씨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집에서 출발할 때쯤 되니까 비도 이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요. 그래서 집을 나서서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충무로역 한국의집 3층 취선관에 가니 행사의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놀랐습니다. 드넓은 연회장에 거의 뷔페 수준으로 음식(안주)들이 쫙 깔려있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8개 브랜드의 막걸리가 테이블마다 놓여있습니다. (이 술과 안주는 무제한으로 계속 제공되었답니다!)



저같은 경우 혼자 신청했는데, 어떻게 앉아야할지 몰라서 어느 젊은 여성 두 분이 있는 테이블에 양해를 구하고 동석했습니다. 이쪽 테이블이 맨 앞이라 토크쇼가 시작되면 카메라로 찍었을 때 사진도 잘 나오겠다 싶더라고요. 어쨌거나 그 두 분하고 어색해서 처음에는 저 혼자 막걸리 따라 마시다가, 이대로 가면 너무 뻘쭘하겠다 싶어서 먼저 말도 걸고, 서로 막걸리도 따라주고 함께 건배도 하면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술이 들어가니 분위기가 많이 고조되더군요. 그 여성 분들과의 뻘쭘했던 분위기도 어느새 취흥에 날아가버리고, 저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계속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습니다. 내심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코앞에서 본 '배우 안성기'


저희가 막걸리 한두 잔으로 입가심을 하고 있을 즈음에, 드디어 행사를 기획한 서경덕 교수가 입장했습니다. 서경덕 교수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대사이기도 하고, 저 역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출신 예비역 병장에, 지금은 대학생 서포터즈 1기로 활동하고 있죠. 뭐 더 멀리 들어가면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SNS를 통해 교류를 많이 해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척을 했더니, 서 교수님도 무척이나 반겨주시네요.



뒤이어 안성기 배우와 김한민 감독도 함께 입장했습니다. 저도 연예인들 많이 보긴 했지만, 안성기씨를 보는 건 처음이라 참 신기했습니다. 게다가 전 맨 앞 테이블이라서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어요.


오늘 토크쇼의 주제는 '영화'. 서경덕 교수가 질문을 하면, 김한민 감독과 안성기 배우가 대답을 하는 문답 형식으로 토크쇼가 진행이 되더군요. 특히나 이번에 김한민 감독이 제작을 맡고, 안성기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사냥>이 엊그제 개봉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홍보도 이루어졌습니다.



영화 관련 토크 뿐만 아니라 막걸리에 얽힌 사연들도 나왔습니다. 특히 안성기 배우는 "우리는 옛날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서 막걸리도 이런 막걸리가 아니라, 정말 저렴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막걸리를 마셨다"면서 "안주 역시 별 게 있었겠나. 김치가 전부였다"고 회고하네요. 


그리고 막걸리에 얽힌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소개했는데요, 술 먹고 돌아다니다가 학교 벽에 토하는 바람에 아침에 수위 아저씨가 박박 닦는 모습을 보며 모른 척 했다는 사연부터, 술 먹다가 오바이트를 했는데 나중에 코가 가려워 보니까 콧구멍에서 고사리가 나왔다는 이야기까지... 진솔하고 소탈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보고 참 인상 좋은 동네 아저씨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국민배우는 달라요.


일방향적 소통이 아쉬웠던


그럼에도 행사 자체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취중토크쇼'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취중토크라서 그런지 너무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연예인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다는 신기함도 잠시, 점점 술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다들 취해서 앞에서 진행을 하건 말건 관심도 안 가지게 되더라고요. 결국 테이블별로 열심히 술 마시고 떠드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버렸네요. 맨 앞에 앉은 저조차도 그 소란함 때문에 앞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잘 안 들릴 정도였어요.


어차피 다들 집중도 안하고 있고, 앞에서는 일방향적으로만 대화를 하고 있어서, 이럴 바에야 중간에 관객들이 직접 질문을 던지면서 쌍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려고 했는데, 관계자 분이 "나중에 질문 타임이 있으니까 지금은 하지 말아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꾹 참고 기다렸는데, 결국 행사가 끝나고 그냥 가버렸습니다. 나중에 그 관계자가 저한테 "미안하다"고 한 걸 보면, 원래 질문타임이 있는데 출연진이 바빠서 생략한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그럴 거였으면 차라리 30분 정도는 미리 빼서 '관객들과의 대화' 코너를 마련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와 동석했던 일행들도 제 생각에 다들 동의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하니까 뭔가 앞에서는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뒤의 관객석에서는 자기들끼리 술 마시면서 떠들고... 너무 어수선한 것이 행사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진행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질문할 기회를 기다리면서, 계속 뭘 질문해야하나 머릿 속으로 고민하고 질문 내용을 다듬고 했는데... 허망하게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너무 아쉬웠습니다.



벌써 13회째라고 하는데, 전의 행사들도 항상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처음 참석한 행사인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개인적으로 서경덕 교수의 한국홍보활동을 늘 지지하고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행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행사의 진행 방식에 대해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막걸리 한 잔으로 시작된 인연


행사에 아쉬움을 느낀 것과는 별도로, 테이블에 동석했던 여성 두 분과 친해져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화여대 다니는 여대생이라고 하는데, 취기 탓인지 서로 친해져서,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2차 가자"고 서로 합의하고, 근처 호프집에 가서 생맥주 한 잔씩 더 했네요. 


초면의 여성 분들과 2차까지 가게 될 줄도 몰랐지만, 오가는 대화 속에 생각보다 저와 생각이나 관심사가 비슷해서 더욱 놀랐습니다. 결국 밤 늦은 시간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떠들다가, 이러다간 차 놓치겠다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났습니다. 비록 딱 한 번 본 사이지만, 이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서로 좋은 인연으로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철저한 준비와 함께 더 훌륭한 행사로 거듭나길


어쨌거나 '막걸리 유랑단' 행사의 취지 자체는 굉장히 훌륭하고, 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행사는 중국, 일본 등 해외로 나가서 진행한다고 합니다. 국내 행사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해외 관객들의 많은 성원을 끌어낼 수 있게끔 좀 더 확실하게 준비를 해서 행사를 열었으면 좋겠군요. 우리 술과 우리 문화를 홍보하는 행사이기에, 철저한 준비를 해서 뒷말이 없기를 바라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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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라인 서점을 통해 책을 주문했습니다.


사실 군대 있을 때까지만 해도 할 게 없으니 책을 참 많이 읽었는데, 막상 전역하고나니 군 시절만큼 책이 손에 잡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스스로 너무 게으르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하간에 항상 지르고 싶은 책은 많아서,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한가득입니다만... 책값이 보통 만만찮은 게 아니라서요. 요즘은 동네 도서관을 활용한다던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질러놓고 읽지 않은 채 책장에 모셔져 있는 책들도 많네요. 그 책들을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들은 절대 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던 차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몇 권 생겨서... 게다가 소장 가치도 있겠다 싶어서, 큰 맘 먹고 질렀습니다. 뭐... 밥값 좀 아끼면 되는 일이니까요. 일단은 <오마이뉴스> 같은 곳에 부단히 글을 올려서 책값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이번에 산 책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주문한 이유를 설명드리자면,


첫 번째로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라는 책은, 제가 요즘 커피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이 계속 생겨서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커피 이야기보다는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들의 이야기인 듯한데,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어떤 직업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두 번째는 '마지막 무관생도들'이라는 책입니다. 대한제국 무관학교 생도 출신 인물들의 명암을 그려낸 팩션 소설이라고 합니다. 대한제국 무관학교 출신으로 무장독립전쟁에 참여한 인물과, 반대로 친일로 돌아선 인물의 대조되는 삶을 그려내고 있다 하여 관심이 생겼습니다.


마지막은 '나음보다 다름'이라는 책인데, 마케팅 관련 서적입니다. 이건 요즘 제가 듣고 있는 열정대학 R-POINT라는 독서스터디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책입니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역사도 역사지만 마케팅, 홍보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결국 '역사를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도 마케팅과 밀접한 내용이니까요. 전공을 마케팅으로 바꿔볼까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중인데, 우선은 책을 통해 한 번 공부해 볼 요량으로 주문했습니다.


오늘 배송 온다고 하는데, 택배가 오는 날은 으레 그렇듯이 벌써부터 설레는군요.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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