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0월 1일에 신도림 디큐브시티에서 열린 '무예24기 공연' 당시 촬영한 영상입니다.

시연자는 저희 '무예24기 한양류'의 장원주 사부님이십니다. 저도 이 공연에 참가하긴 했는데, 당시에는 배운 게 별로 없어 권법 공연에만 참여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부님 혼자서 기창, 본국검, 월도 등 나머지 모든 공연을 다 하셨죠. 

오랜만에 외장하드를 뒤적이다가 당시 촬영한 '본국검'과 '기창'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만, 나머지 공연 영상을 찾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사실 이날 사부님이 보여주신 월도 시범이야말로 하이라이트였거든요.

사부님께서는 "당시 장소가 너무 좁아서 제대로 못 보여줬다"며 옛날 영상을 다 지워버리라고 하셨지만... 제가 볼 때는 이 정도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장소가 비좁다보니 약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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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련하는 <무예24기 한양류>는 매주 일요일 오전에 정기수련을 진행합니다.


오늘도(자정이 지났으니 어제가 되는군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오전수련에 참여했습니다. 다함께 몸을 풀고 서로 팔씨름을 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팔씨름이 아닙니다. 하체를 고정한 상태에서 온 몸의 힘을 끌어올려 상체에 집중한 뒤 상대방을 쓰러트리는 경기입니다. 아무튼 이 팔씨름을 하는데 예전과 달리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저희 수련터에서 '힘캐'라 유명한 형님과 맞붙었는데, 아직은 그 형님께 질 수밖에 없었지만 바로 일주일 전보다도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 형님도 저를 쓰러트리면서 '어', '어' 하시더군요. 옆에서 지켜보던 사부님도 살짝 감탄했습니다. 함께 한 형님께서 "예전보다 힘이 붙은 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저도 생각보다 그 형님 상대로 오래 버틴 걸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워낙 체급도 크고 힘도 남달라서 아무도 힘으로는 이기지 못하는 상대였거든요.


오늘은 사부님께서 진검을 빌려주셔서 진검으로 베기 수련도 해봤습니다. 확실히 다릅니다. 


예전에는 진검의 무게가 버거워 도저히 들 수가 없었습니다. 목검조차도 버거운 상황에서 진검으로 베기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죠. 사부님께서 진검을 휙휙 휘두르며 공기를 가를 때 나는 바람소리가 경이롭게 들리기까지 했습니다. 힘이 딸렸던 저로서는 아무리 힘껏 휘둘러도 바람소리가 나질 않았더랬습니다. 물론 바람소리가 실력을 가늠하는 절대기준은 아닙니다만...


그런데 오늘은 베기 수련을 하는데 진검이 예전처럼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바람소리도 자연스럽게 나더군요. 사부님도 옆에서 보시더니 "진검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평가해주셨습니다. 사부님께서 오늘 제 수련을 보시면서 "요즘 나날이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해주셔서 황송했습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로 빠른 성취가 있을 수 있었던 건, 역시 꾸준한 수련 덕택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30분 정도는 꼭 수련을 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을 갈고 닦는 것보다 기본기와 몸의 체형을 바로잡는 수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내 몸을 돌아보고 힘의 원리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힘도 따라붙은 게 아닐까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바른 길을 제시해주시는 사부님이 계시니 저 역시 그를 복이라 생각하고 착실히 따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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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기/베기용 대나무가 몇 개 생겨서, 베기다이에 꽂아놓고 찌르기와 베기 연습을 좀 했습니다. 


창 찌르기는 표적 없이 허공에다 찌르는 식으로만 연습하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우선 정확하게 찌르는 연습을 할 수가 없지요. 실제로 대나무 세워놓고 찔러보면, 정확하게 표적을 뚫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날 세우지 않은 창끝으로 두꺼운 대나무를 뚫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힘도 있어야 하고, 정확성도 있어야 합니다. 저도 몇 번의 실패 끝에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정확하게 대나무 중앙에 박혀서, 창날이 반대쪽으로 꿰뚫었을 때의 쾌감은 말할 수 없더군요.


아울러 사부님께서 진검을 빌려주셔서, 대나무를 갈겨베기 해봤는데. 몇 번의 시도에도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검술 하시는 분들 시범하는 거 보면 대나무나 짚단을 뭉텅뭉텅 쉽게 베시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기술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정말 안 베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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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력을 키운다는 것은 굳이 누군가와의 대결을 상정하며 풀어내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담력은 자신을 이기는 법을 깨우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모든 두려움은 상대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첫째,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꼭 수련 뿐만 아니라 독서나 명상 등을 혼자 풀어가봐도 좋다. 가능하면 산이나 바다 등과 같은 자연 속이 좋다. 나도 20대 때에는 텐트 하나 둘러메고 온 산천을 헤맸다.


둘째, 누군가와 싸우려 하지 마라. 무예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과 바른 마음을 키우는 것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쌓인다.


셋째, 만약 싸워야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상대가 나보다 최소 배이상 전투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라. 그럼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공포나 두려움은 인간이면 누구나 있다. 단지 그것을 표현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와 그것에 빠지느냐 벗어나느냐의 선택이다. 그 또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출처: 한국전통무예연구소 홈페이지 內 최형국 소장님의 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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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예 수련과 더불어 기초 체력 단련을 위해 하고 있는 운동법입니다.

힌두 푸시업(Hindu-Push up)이라고 하는 운동법인데, 우리말로 '배밀기'라고도 하죠. 유도에서 주로 이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도 푸시업'이라는 별칭도 있다고 하는군요.

상체만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일반적인 푸시업과는 달리, 하체에서부터 상체까지 끌어올리며 전신을 이용해 푸시업을 하기 때문에 전신 근육 운동으로 아주 좋다고 합니다. 특히 부하가 전신에 걸쳐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근육을 키우는 효과보다는 근지구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상대방에게 계속 잡기와 기술 걸기를 시도하는 등 근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유도 선수들에게 특히 필수적인 운동법이라고 합니다.

평소대로 푸시업을 하다가, 왠지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시도해 본 방법인데, 생각보다 효과적이어서 이제는 힌두 푸시업으로 기초 체력 단련을 합니다. 전신을 이용하니까 상체 뿐만 아니라 하체와 복근운동도 되는 것 같고, 일반적인 푸시업보다 훨씬 효과도 좋은 것 같습니다. 

처음엔 10개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가뿐하네요. 1회 10번씩 3세트로 나누어서 30번 할 때도 있고, 컨디션이 좋으면 5세트로 나누어 50회까지 하기도 합니다. 

이 운동과 플랭크, 허공의자는 꾸준히 하면 할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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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이어 이번 편도 참 흥미롭네요. 전통적인 일본도는 매우 강력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또 그런 것도 아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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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서핑 중에 발견한 영상인데, 참 재밌게 잘 만들었네요. 저도 몰랐던 사실들이 있는데, 웬만한 역사전공자보다도 자료수집을 열심히 한 흔적이 느껴집니다. (성우 분의 목소리도 좋고요)

여하간 일본도와 그것을 활용하는 일본의 검술에 대한 조선의 관심은 지대한 것이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검술에 호되게 당하면서, 그들의 검술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죠. 영상에서도 나오지만 조선군은 활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애용했던 탓에, 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천시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조선 문종 때는 환도의 길이가 11cm까지 짧아져서, 문종이 직접 한탄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11cm면 30cm 자의 반도 안되는 길이인데... 단도 수준의 칼로 일본도를 상대한다는 건 목숨 내놓고 싸우는 거죠.

조선 숙종 때는 일본의 검술인 왜검(倭劍)을 수입해오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습니다. 드라마 <대박>으로 유명해진 김체건이라는 인물이 이때 등장하는데요, 숙종의 밀명을 받고 부산 왜관에 잠입해 몰래 왜검술을 훔쳐배웠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예 일본으로 건너가 검술을 훔쳐배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훔쳐배운 왜검술을 숙종 앞에서 시연하니 왕을 비롯한 신하들이 모두 놀랐다고 하죠. 이 김체건이라는 인물은 왜검을 좀 더 실용적으로 수련하기 위해 교전(交戰: 일종의 약속대련) 체계를 창립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사부님 말씀으로는 "그런 건 사실 후대에 뻥튀기된 속설일 가능성이 높고, 실은 조선통신사가 교류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기예를 보여주는 일이 흔했는데, 아마 그 과정에서 일본의 검술을 보고 배워왔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하시더군요. 제일 현실적이고 납득하기 쉬운 유래인 듯 합니다.

유래가 어찌되었건 간에 '적의 강점을 취해 적을 무찌른다'는 선조의 지혜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무예도보통지>에서 왜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예도보통지>를 복원하는 일부 유파에서는 "왜색이 짙다"면서 왜검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아예 수련조차 안 한다고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건 <무예도보통지>의 편찬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군요.

PS. 여담이지만 수련터에서 제 별명이 '왜장'일 정도로, 전 왜검을 조선검보다도 좋아합니다. 단순한 동작의 반복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저돌적이고 직선적이어서 그 강렬한 기세가 마음에 듭니다. 사부님도 "왜검의 4개 유파만 제대로 마스터해도 웬만한 검객들 다 쓰러트리고 다닐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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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련하고 있는 무예24기는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24가지의 기예를 의미합니다. 이 책에는 당대 중국(명나라)과 일본의 기예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떻게 보면 '국제무술'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요.

오늘은 무예 수련을 하다가 심심해서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고 수련을 했습니다. 우연히 틀게 된 음악이 중국의 전통민요인 장군령(將軍令)이었습니다. 이연걸의 영화 <황비홍>의 OST인 '남아당자강'의 모티브가 된 곡이기도 하고, 전통적으로 황비홍을 소재로 한 영화들에서 자주 배경음악으로 쓰인 곡입니다.

이 곡을 들으며 창을 휘두르다보니 뭔가 평소보다 창을 휘두르는 맛이 남다르더군요. 기창의 기원은 고려라고 하지만, 어쨌든 중국무술의 기본도 봉과 창인지라 장군령을 틀어놓고 해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아 휘두르는 맛이 나더군요. 

이어서 왜검(倭劍) 수련을 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음악을 들으면서 왜검 수련을 하면 기분이 더 나지 않을까. 호기심에 유튜브에서 'Japanese Traditional Music'을 검색했는데 마침 사무라이(Samurai)를 주제로 한 음악이 떡 하니 나오더군요. 그래서 그 음악을 틀고 왜검 수련을 했습니다.

흠뻑 땀을 흘리고 나서 드는 생각이, 왜검 수련할 때는 일본 음악까지 틀어놓고 완전히 젖어보는 것도 괜찮은 수련방식이지 싶습니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일본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죠. 얼핏 보면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는 남다르다고 봅니다. 왜검을 수련할 때는 완전히 일본의 음악을 들으며 왜색에 젖어보는 것도 그 무술의 특색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가 됐든 이런 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수련하는 게 오래 꾸준히 수련할 수 있는 비결이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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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에서 무예24기를 지도하고 계시는 최형국 선생님의 '환도 베기(Sword Cutting)' 영상 몇 개를 간추려봤습니다. 

무예24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후로, 최 선생님의 현란한 베기 시범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무거운 환도를 마치 신체의 일부인마냥 자유자재로 현란하게 휘두르는 모습도 그렇고, 칼을 쓰는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포스가 있습니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렵군요. 여하간 실제로 시범을 보면 그 카리스마에 입을 절로 벌어지곤 합니다.

저 정도 경지에까지 오르기 위해서 얼마나 고된 수련을 거치셨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합니다. 정말 고수가 된다는 건 험난한 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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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조선 군사의 하루'라는 주제의 특강이 있었습니다. 연사는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저자이자 수원에서 한국전통무예연구소를 운영하고 계시는 최형국 박사님이었고요.


책 출간 기념으로 기획한 북콘서트 형식이라고 하길래, 책 내용을 그대로 풀어 설명하는 강의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 아는 뻔한 내용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봤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 박사님의 강의를 직접적으로 듣는 건 처음이었는데, 책 속에 없는 내용까지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하면서 재미있게 강의를 이끌어주셨습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더라고요. 안그래도 오늘 낮부터 계속 쏘다닌데다가 몸도 안 좋아서 강의 시간에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강의가 너무 재밌어서 딴 생각 들 틈이 없더군요.



특히 조선군의 하루라는 미시사적인 관점을 통해 전통시대 군사사와 무예사의 특징을 재밌게 설명해주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무예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도 강의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무(武)라는 글자의 함의와, 일담이력삼정사쾌(一膽二力三精四快)와 같은 무예의 요체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요, 사실 무(武)라고 하면 보통 지(止: 그칠 지)와 과(戈: 창 과)가 결합되어 파생된 단어로 많이들 알려져 있습니다. 정조 역시 지과위무(止戈爲武)라고 하여 '창을 그치게 하는 것이 무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죠. 이를 두고 "전쟁을 멈추게 하는 것이 무예의 본질이다"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많은데, 최 박사님 말로는 "대단히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단어다. 힘이 있는 자가 다른 이들이 힘을 갖지 못하도록 창을 그친다는 뜻이다. 즉 절대권력을 쟁취한 이들이 자신의 권력을 넘보지 못하도록 힘을 장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시더군요. 처음 듣는 해석에 신기했습니다. 역시 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무예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일담이력삼정사쾌(一膽二力三精四快)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제 몸으로 체득하지 못했기에 너무 어려운 개념이기도 합니다. 담력과 힘이 실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그걸 갖추기가 어렵다는 거죠. 아무리 정교한 기술과 빠른 스피드, 강력한 힘이 있어도 결국 담력이 없으면 상대방 안면에 주먹을 꽂지도 못하고 다리가 풀려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소위 깡다구라고 하는 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죠. 새삼 담력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담력부터 길러야겠어요.


아무튼 강의를 듣는 내내 여러모로 깨닫는 바가 많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당대 군사들의 움직임을 생각할 때 지극히 '상식적으로' 생각해야한다는 겁니다. 최 선생님도 강의 내내 "역사란 상상이 어느 정도 결합이 되어야 한다"며 "사료를 볼 때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려 노력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상상하라"고 강조하시더군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람들 사이에서는 전통시대 군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극도로 미화되었거나, 폄하되는 등 상식 밖의 이미지로 구축되어버렸습니다. 상식을 빼고 그저 상상만 한 결과겠지요.


그리고 그 헛된 망상을 널리 퍼트리는 데 일조한 매체가 바로 사극이 아닐까요. 지휘관이 칼 뽑아들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꼴이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오늘날 육군참모총장이 권총 하나 뽑아들고 북한군 진영에 뛰어드는 꼴이라고 생각하면 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 연출인 줄 금세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시청자들도 이런 장면을 보면서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 한 편을 보더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서 보면 문제점이 하나둘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최 박사님은 이를 두고 "개그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우리가 비싼 시청료 내고 보는 드라마인데, 그런 식으로 밖에 연출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강의를 통해 접했던 조선군의 모습은 정말 오늘날 현대 군인들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점호 받고, 행군도 하고, 비상식량(오늘날의 전투식량)도 가지고 다니고, 숙영할 때는 A텐트를 치고, 밥 먹을 때는 군가도 부르고 구령에 맞춰 식사하는 습관도 있었습니다. 이 모두가 신호체계에 숙달되어 비상시에도 전투에 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여하간 정말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실제 사료와 유물(환도, 활, 화살 등)들을 가지고 오셔서 직접 보여주시면서 수업을 진행하니까 수강생들의 집중도도 높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워낙 말재주가 좋으셔서요. 겉모습만 보면 과묵한 무인의 이미지인데, 화술이 상당하시더군요. 그런 뛰어난 화술도 내심 부러웠습니다. 청중들도 꽤 많이 왔는데 다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끝나고도 질문 공세가 계속 이어지는 바람에 예상 시간을 뛰어넘어 무려 2시간 30분 가까운 시간 동안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아무튼 무예24기를 수련하기 시작하면서, 참 많은 인연을 만나고 또 좋은 기회를 많이 얻는 것 같습니다. 제가 무예24기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아마 죽을 때까지 이런 강의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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