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중대장님의 허락을 받아, 부대 안으로 목검(木劍)을 반입하여 검 기본기 수련에 매진해오고 있다. 


1년 6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휴가 나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전혀 칼을 잡을 수 없는 처지였기에, 그동안은 오로지 맨손무예 권법 수련만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입대 전에 배웠던 검술을 모두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제대 후에 완전 쌩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는 건 아닐지 걱정스러웠다. 그동안 수련해왔던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검 수련에 대한 갈망은 심해졌다. (물론 덕분에 권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기본기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는 되었지만...


여하간 검 수련을 너무 하고 싶어, 이젠 아무 것도 무서울 게 없는 병장의 파워로, 중대장님께 '목검 반입'을 요청했고, 중대장님도 '절대 후임에게 장난치거나 때리는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으로 반입을 허락해주셔서, 이제 부대 안에서 검 수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목검 반입이 승인되니 너무 기뻤고, 매일 매일 전투체육(체력단련) 시간만 기다려졌다.


그래서 매일 전투체육 시간만 되면 목검을 들고 막사 옥상에 올라가 신나게 휘둘러댔고, 확실히 손에 무언가를 잡고 휘두르는 맛(?)이 있어, 권법 수련을 할 때보다 지루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수련하지 못했던 기본기(들어베기, 갈겨베기, 허리베기, 걸쳐베기)부터 해서, 각종 검법들(본국검, 제독검, 쌍수도, 왜검)을 열심히 땀 흘리며 수련했다.


그동안 수련을 하고 싶어도 못 해왔기에, 수련에 대한 욕구 불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입대 전보다도 더 열심히 수련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매일 매일 혼자서 수련하다보니 자연스레 '의문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부님으로부터 정기적인 교정을 받지 못하고, 매일 독련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의문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매일 매일 새로운 의문점들이 켜켜이 쌓여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게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당장 수련에 대한 욕구에 불타오르고 있는데, 이 의문점들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으니 오죽 답답하겠는가. 괜히 그릇된 자세로 수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그 의문점들은 휴가를 이용해 사부님께 여쭤볼 요량으로, 매일 매일 텍스트로 정리하고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현재 그 의문점들은 24개까지 늘어났다)


편으로, 뭔가 대달한 깨달음을 얻은 마냥 평소와 다른 느낌을 받는 기현상도 일어났다. 평소와 다름 없이 허공에 칼질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베기의 느낌이 달라진 것이다. 순간 뭔가 득도라도 한 느낌마저 들어 묘한 전율까지 일었다. 그래서 그날은 삘(?)이 붙어 계속 베기를 했다. 진짜 손바닥에 피물집이 잡히는 줄도 모르고 신나서 계속 휘둘러대다가 나중에서야 손을 들여다보니 피물집이 잡혀있었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던 것도 이때였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느낌을 사부님한테 보여드리고, 과연 제대로 하는 게 맞는 것인지 교정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길이 맞다면 몰라도, 틀린 길이라면 내 자세가 완전히 엉망으로 뒤틀려버릴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의문도 들긴 했지만, 그때의 나는 이미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에만 집착해서 이미 뭐라도 된 마냥 설레고 흥분한 상태였다. '어서 이걸 사부님께 보여드려서 사부님을 깜짝 놀래켜드려야겠다', '사부님으로부터 칭찬을 받고 싶다' 하는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 차 있었다. 그동안 나는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한 것이다. 그게 잘못된 길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때마침 평소 무술에 대해 좋은 격언을 자주 올려주시는 <한국형의권연구회> 형의권사님의 블로그에서 새로 올라온 글을 하나 읽다가, 그 글이 내게 해당되는 글이라 그러한 흥분을 잠시 가라앉히고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긴 했다. (해당 글 링크: http://blog.naver.com/k_rabbit/220618298924)


그리고 마침내 지난 휴가 때 설레는 마음으로 전수관을 찾아가 사부님 앞에서 베기를 했는데, 이게 웬걸... 오히려 칼 수련을 전혀 안 하다가 오래간만에 칼을 잡고 베기를 했던 한 달 전보다 자세가 더 이상해졌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래도 "오, 그래도 죽지는 않았네"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엔 사부님이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야"라며 아예 수련을 중단시켰다. 나로서는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것인지 감도 오질 않아 답답했다. 사부님께 그간의 경과를 설명드리니,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교정 받지 않고 혼자 판단하게 되면 그게 결국 사도(邪道: 그릇된 길)로 빠지는 것"이라며 주의를 주셨다. 나로서는 '설마...'했던 일이 진짜가 된 것이었다.


결국 사부님은 빠르게 베는 것도 중단시키고,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 천천히 베면서 '베려하지 말고 그림을 그리라'고 주문하셨다. 당분간은 절대 칼을 빠르게 휘두르지 말라고 해서, 체념하고 지금은 계속 천천히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오른 어깨가 계속 뚜둑거리는 것도, 이걸 통해 교정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다. 예전에는 그냥 어깨가 덜 풀려서 그런 거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막 휘둘렀는데, 잘못하면 어깨가 고장이 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다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교정을 하는 중이다.


아무튼 지난 번 휴가 때의 교정을 통해 또 한 번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뭔가 혼자서 득도한 마음으로 설레여 하다가 그게 잘못된 길이란 걸 깨닫게 되니 날개가 꺾인 새마냥 기운도 빠지고, 심지어 우울한 마음까지 들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 한다. 무려 1년 6개월이란 시간을 칼을 놓고 살았다. 그런데 단 2주란 시간 동안 혼자서 열심히 휘둘렀다고 무슨 고수의 경지에 오른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또한 무예란 사부님이 살아 계시는 동안이라면 평생 교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어차피 평생 무예 수련할 건데, 이런 일로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스스로 누누이 다짐해오지 않았던가.


이제 다시 휴가를 나왔고, 며칠 뒤에 전수관에 가서 사부님께 교정을 받으려고 하는데 얼마나 진전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딱히 한 것도 없어서 진전이랄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저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이번 일을 통해 '조급한 마음을 버리자', '일희일비하지 말자'라는 교훈을 되새겼다. 군 생활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한창 어리바리해서 힘들었던 이등병 때, "조급해하지 말라"던 간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군 생활이든, 무예든, 인생이든... 결국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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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편에서 이어집니다


이렇듯 기본기에 대한 관점이 바뀌니,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권법에 대한 시각도 차츰 바뀐다.


사실 지금까지 권법에 대한 내 생각은 그냥 몸풀이용에 불과했다. 어릴 적부터 중국무술에 심취해 각종 권법을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알음알음 접해본 나로서는 중국의 상급 권법에 비해 기술의 가짓수도 적고, 그나마 있는 기술들도 표면적으로 봤을 때 효용성이 그닥 있어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무예24기의 권법 자체가 초창기 형태의 중국 권법을 가져온 것이라, 이미 여러 중국 권법을 본 내 눈엔 성이 안 찬듯 싶다. 사실 무예24기 중 권법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고, 무예24기를 수련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권법의 가치를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기부터 다시 제대로 정립하자는 생각을 갖고, 권법에 접근하니 생각이 확 바뀐다. 생각해보면 기술이 적은 것은 그만큼 적은 기술을 더 많이 반복-숙달 수련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리고 태극권 역시 초창기 형태는 10가지도 채 안되는 초식들로 구성된 단순 권법이었으나, 후대에 갈수록 점점 동작들이 추가되어 오늘의 형태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기에, 어쩌면 초창기 형태의 권법이야말로 그 당시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용성 높은 동작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나는 권법에서 그나마 효용성 높다고 생각하는 동작들을 뽑아 단수 훈련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그냥 몸에 익을 때까지 계속 반복 연습하면서 동시에 앞에 가상의 적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것이다. 이 모양으로 한동안 계속 수련을 해오다가, 점차로 모든 권법의 동작들을 분석하고, 그 나름의 효용성을 찾아내야겠다는 생각이 싹 트기 시작했다.


그래서 권법 수련을 하면서 '과연 이 동작은 어디에 쓰일까' 고민을 하며 나름의 용법들을 생각해 노트에 필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런 동작들이 과연 실전에서 쓰일까 의문이었지만, 그동안 알음알음 배웠던 중국 권법의 기술들을 생각하니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용법을 만드는 데 큰 참고가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수련을 하다보니 무예를 바라보는 시각 전체가 확 바뀐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전역하면 어떤 무술을 배울까', '어떤 무술이 가장 강할까' 고민하며, 배우고 싶은 무술들의 목록을 정리하고, 사지방(군 PC방)에서 여러 무술들을 검색해보았는데, 이제 그런 생각은 모두 헛된 망상이요, 부질 없는 욕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무예24기에서 가장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주먹지르기'조차 제대로 하질 못해 끙끙 앓는 놈이 뭘 더 배우겠다고 이 기술, 저 기술을 탐낸단 말인가. 무엇보다 무술에 하급 기술, 상급 기술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단순 기술도 내가 반복 숙달하여 실전에서 써먹으면 그게 나에겐 필살기이고 실전무예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굳어지면서 차츰 기본기를 수련하는 재미가 생기고, 권법의 용법을 분석하고 반복 수련하는 맛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더 수련 내용을 강화하고 보충해 아래와 같이 수련하고 있다.


<현재 수련 커리큘럼>


- 주먹지르기

- 끄집어치기

- 발차기(앞차기/현각허이세/순란주세)

- 단수 훈련(탐마세-요란주세)

- 권법

- 죔죔이

- 무릎 들어올리기

- 팔굽혀펴기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련을 할 수 없다는 것. 혼자 가상으로 용법 연습을 해봐야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 하여 용법 연습에는 나와 공방을 주고 받을 상대방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상대방과 공방을 주고받으며 용법을 테스트해봐야, 내가 생각한 용법의 효용성을 검증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중에 전역하면 수련터에 가서 수련생들과 함께 내가 연구한 용법들을 함께 머리 맞대고 실험해보고 싶지만, 어리석은 초짜가 설치는 꼴은 아닐까 심히 두렵다.


요즘 다시 고민하는 부분은 '전역 후 어떻게 수련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기본기의 중요성을 깨닫고나니 그동안 수련해온 바가 '모래 위의 성'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부분은 차후 사부님과의 상담을 통해 답을 구할 생각이다.


<후기>


아무튼 엊그제부터 장마로 인해 수련을 못 하고 있어 몸이 매우 근지럽던 차에, 그동안 수련했던 바를 정리해 수련생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장문의 글을 3편으로 나누어 올려보았다.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보니 나의 무예관(武藝觀)은 군 입대 전/후로 나뉘지 싶다. 군 입대 전까지만 해도 강한 무술, 강한 기술에 대한 헛된 망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군 입대 후 꾸준한 기본기 수련 덕분에 헛된 욕심을 버리고, 무예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정립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평생 수련할 무예를 찾은 느낌이다. 별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어찌보면 군 입대 덕분에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어 고마운(?) 점도 없지 않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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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수련을 할 차례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었다. 바로 '장비'가 없다는 것. 사실 무예24기 기예의 대부분은 병기술인데 병기를 구할 방도가 전혀 없질 않은가. 이건 뭐... 스키 타려고 스키장에 갔는데 스키가 없고, 볼링 치러 볼링장에 갔는데 볼링공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우리 선조들께서 무기가 없을 때 적과의 백병전에서 대항할 수 있도록 '권법'을 무예도보통지에 수록해주신 덕분에, 병기 없이도 수련할 수 있는 종목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24가지의 기예 중 그래도 검술이 제일 재밌고, 멋있다고 생각했기에(또 매우 어렵기에 꾸준히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검술 수련을 못 한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지만, 아쉬운대로 맨손무예나 열심히 수련하자는 생각으로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했다. 처음 수련은 아래와 같이 지극히 간단한 기본기들로 시작했다.

<초기 수련 커리큘럼>

- 주먹지르기
- 끄집어치기
- 발차기
- 죔죔이
- 무릎 들어올리기
- 권법

그런데 기본기 수련을 며칠 꾸준히 하다보니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냥 뭐라도 수련을 해야겠다는 강박관념 내지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군대 있을 동안 기본기를 완벽하게 마스터하자"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이런 목표를 가지게 된 데에는 무예24기연구소장 최형국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느낀 바가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기본기가 필살기이고, 一法이 萬法이라는 문구에 느끼는 바가 컸다)

사실 밖에 있을 때는 각종 검법과 병기술(월도, 기창 등)을 수련하느라 맨손무예 기본기를 제대로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짬이 없었다. 기본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성도 못 느꼈고, 그냥 대충 횟수만 맞추자는 생각으로 100회씩만 하고 화려하고 멋진 검법 수련에 매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병기가 없는 지금, 온전히 기본기에만 충실해서 수련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기본기에 힘과 속도가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장 단순하고 밋밋하다고 생각했던 동작들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가 지금 기본기를 제대로 하고 있긴 한 것인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장 단순해서 별 거 없다고 생각한 주먹지르기조차 수련을 하면 할수록 떠오르는 의문으로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호흡부터 시작해서, 주먹을 지를 때 골반을 틀어줘야하나, 팔은 얼마나 뻗어야하나 등등) 그런 의문이 들 때마다 내가 제대로 된 수련을 하고 있긴 한 것인지 몰라서 수련의욕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수련터 카페를 통해 사부님께 답을 구했고, 내가 잘못된 방식으로 수련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마다 '왜 진작에 기본기 수련에 충실하지 않았을까'하며 가슴을 치게 된다.

- 3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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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날짜 : 2015년 6월 6일(토), 7(일), 8(월), 9(화), 11(목), 12(금)

 

수련 장소 : 군대

 

수련 내용 :

- 몸 풀이

- 주먹지르기

- 끄집어치기

- 단수훈련(일삽보, 당두포)

- 발차기

- 권법 3회씩

- 잼잼이 100회씩

- 무릎들어올리기 200회씩


정말 오랜만에 수련일기를 써보는 것 같다. 사실 군 입대 이후 여건 상(장소, 시간 등등...) 제대로 된 무예수련을 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밖에 있을 때도 남의 이목을 피해서 수련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 늘 고민이었는데, 군 부대의 특성상 보는 눈이 없는 곳이 없기 때문에 정말 수련하기 어려운 여건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어쩌다 기회를 봐서 수련을 한다 치더라도 수련도구(검이나 창 등...)가 없었기에 맨손무예로만 만족해야했기에 늘 불만이 많았다.


그러다 우연히 읽게 된 최형국 선생님의 기사를 보고서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목표를 군대에 있는 동안에는 초학입예지문(初學入藝之門: 본격적인 무예에 입문하기 전 배워야 할 기본기)의 기반을 확실히 다지자는 것으로 삼고 지난 주 토요일부터 무예수련을 시작했다.


다행히 현재 주둔 중인 숙영부대에 남의 이목을 피해 수련하기 적당한 장소를 알아냈기에, 저녁 식사 후 짬을 내어 4~50분 정도 수련을 하고 있다. 일주일 정도 수련을 했는데(수요일은 몸이 무거워서 휴식) 지난 주말에는 칼 없이 무형검(無形劍)으로 보법(진보, 체보) 수련과 병행하여 기본기(들어베기, 갈겨베기, 허리베기, 걸쳐베기, 타법, 격법)까지 연습해보았으나, 평일에는 일과와 일과 종료 후 행정 작업 등으로 수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곤란하므로 오로지 맨손무예에만 충실했다.


본격적인 수련을 하기 전에 고민을 한 부분은, 수련을 처음 시작할 때는 독한 마음 먹고 열심히 하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의지가 흐트러져서 언제부턴가는 "오늘은 피곤해서 못 하겠다", "오늘은 하루 종일 산 탔으니 수련은 좀 건너뛰자", "제대 후에 본격적으로 하지 뭐.."라는 식으로 변명거리를 만들어 수련을 게을리 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 문제의 원인을 곰곰이 되씹어보자면, 천성적으로 게으른 탓이 주 원인이겠지만서도 너무 숫자에 연연하는 수련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주먹지르기는 100회씩, 권법은 5회씩 해야한다는 이상한 강박관념) 숫자에 얽매이다보니 몸은 힘든데도 횟수를 맞추려고 억지로 주먹을 내지르다보니 점점 수련에 대한 부담도 늘어가고, 나중엔 자세마저 흐트러져 하나마나한 수련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잼잼이나 무릎들어올리기 같은 기초체력을 단련하는 운동에 대해서는 기존 방식처럼 100회, 200회씩 하는 것으로 하되 주먹지르기나 발차기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내키는대로 수련하기로 마음 먹고 그렇게 수련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10번 내지르고 끝내는 식으로 대충 하지는 않는다..) 특히 권법만큼은 완벽하게 마스터해서 나가겠다는 생각으로, 그나마 실전에서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기술(일삽보, 당두포)들을 뽑아서 단수 훈련을 하고 있다.


PS. 무엇보다 현재 부대에서 온수를 안 틀어줘서 빡시게 수련해 땀을 흘려 몸을 덥히지 않으면, 도저히 찬물샤워를 못할 지경이다. 억지로라도 수련을 하게 해주니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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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년 7월 12일 토요일

장소: 중앙대학교 야외수련장

수련내용:

- 몸풀이

- 수벽

- 입선

- 권법

- 기본타 (들어베기, 갈겨베기, 허리베기, 걸쳐베기)

- 왜검 (토유류, 운광류)

- 본국검

 

군 입대 전 마지막 수련. 300일을 채우지 못하고 가는 것이 아쉽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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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년 6월 28일 토요일

장소: 중앙대학교 야외수련장

수련내용:

- 몸풀이

- 주먹지르기

- 끄집어치기

- 발차기

- 입선

- 수벽

- 단전단련

- 들어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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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년 6월 22일 일요일

장소: 중앙대학교 야외수련장

수련내용:

- 몸풀이

- 권법

- 음양수

- 입선(참장)

- 기본타 단발베기 (들어베기, 갈겨베기, 허리베기, 걸쳐베기)

- 왜검 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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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년 6월 21일 토요일

장소: 중앙대학교 야외수련장

수련내용:

- 몸풀이

- 수벽

- 입선(참장)

- 기본타 단발베기 (들어베기, 갈겨베기, 허리베기, 걸쳐베기)

- 타법(체보)/격법(진,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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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년 6월 19일 목요일

장소: 성남고등학교 운동장

수련내용:

- 몸풀이

- 입선(참장)

- 권법

- 기본타 단발베기 (들어베기, 갈겨베기, 허리베기, 걸쳐베기)

- 타법(체보)/격법(진,퇴보)

- 왜검 4류 (토유류, 운광류, 류피류, 천유류)

- 본국검

- 제독검

- 쌍수도

- 팔굽혀펴기

 

오전 수련을 걸러서 저녁에 수련하였다. 확실히 저녁에 수련하니 몸이 가벼운 것이 평소보다도 덜 힘들었다. 체력적으로 왕성해지는 저녁에 수련하는 것이 컨디션으로는 최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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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4년 6월 18일 수요일

장소: 보라매공원

수련내용:

- 몸풀이

- 입선(참장)

- 권법

- 기본타 단발베기 (들어베기, 갈겨베기, 허리베기, 걸쳐베기)

- 타법(체보)/격법(진,퇴보)

- 왜검 4류 (토유류, 운광류, 류피류, 천유류)

- 본국검

- 제독검

- 쌍수도

- 팔굽혀펴기

 

어제보다 날이 더워서 힘들었으나 그래도 정해진 수련량을 다 채웠다. 오늘도 자세와 호흡에 주안점을 두었다. 참장을 하니 오늘은 어제보다 자세가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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