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7호선 남성역과 총신대학교 근방에 위치한 작은 카페 '달의 둥지'입니다.


얼마 전에 지인과 남성역 근처에서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괜찮은 카페가 있나 인터넷 서핑으로 알아보다가 찾게 된 카페입니다. 괜찮다고 해서 가봤는데, 일반 프렌차이즈 카페와는 달리 전문 바리스타들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라서 믿을 만한 것 같습니다. 트로피 같은 게 있는 걸 보니, 이곳을 운영하는 바리스타들의 내공이 만만찮은 것 같습니다. 총신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많이 났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굉장히 작은 카페입니다.


메뉴를 봐도 좀 더 다양하고 색다른 맛을 연구한 바리스타들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이곳의 커피 맛이 제 입맛에 꼭 맞는다고는 할 수 없고, 아직 커피 맛을 비교할 정도의 내공도 없지만 영혼 없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보다는 훨씬 정겨운 느낌이라 자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지갑에 여유가 좀 있으면 자주 가서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싶은데, 늘 적자라 참 힘드네요. 커피가 대중음료라고는 해도, 저같은 백수들에겐 여전히 '사치품'인 듯 합니다.



후임들 면회 가서 직접 커피 내려줄 요량으로, 이곳에서 가장 저렴한 원두 한 봉 샀습니다. 100g에 6,000원이니 엄청 저렴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렇게 소량으로 파는 곳이 많지 않기에 만족합니다. 보통 대형 프렌차이즈들은 원두를 팔아도 250g 기준으로만 팔아서... 게다가 스타벅스에서 취급하는 원두는 언제 로스팅했는지 날짜도 표기가 안 되어있더군요. 여기는 언제 로스팅했는지 날짜까지 표기해줘서 만족스럽습니다. 


원두에 기름기가 별로 돌지 않고, 색깔도 연한 갈색에 가까운 것을 보니 로스팅의 강도는 중간 정도인 듯 합니다. 오렌지향+카라멜향+묵직한 달콤함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사실 제 커피를 감별하는 능력이 그 정도 맛까지 캐치할 정도는 못되나 봅니다. 신 맛은 느껴지는데, 카라멜향이나 묵직한 달콤함은 그닥...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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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화 <덕혜옹주>를 보고, 용산까지 간 김에 근처 국립중앙박물관에 들렀습니다. 때마침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이라는 주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유료 입장이지만 지인으로부터 초대권을 받아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1323년(고려 충숙왕 10년) 원나라 경원항(현재의 절강성 영파)을 출발해 일본의 하카타로 가던 무역선이 제주도 인근에서 풍랑을 맞아 표류하던 끝에, 신안 앞 바다에 수장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975년 8월. 전남 신안에서 어업을 하던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 화병이 걸려 올라오면서, 본격적으로 정부 차원의 수중 발굴 조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는데요, 이를 통해 그 무역선의 존재가 650여년 만에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신안 앞 바다에서 발굴했다하여 '신안선' 혹은 '신안해저선'이라고 명명되었다고 하네요.


 

당시 정부는 1976년부터 1984년까지 9년 동안 무려 10차에 걸친 발굴 조사 끝에 2만 4천여 점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수중문화재를 발굴했다고 합니다. 14세기 당시 중국과 고려, 일본을 거쳐갔던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무역선이었기 때문에 신안선의 발굴은 당대 동아시아 교류의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하카타로 가는 이 배 안에는 주로 향로, 찻잔, 화병과 같은 값비싼 감상품들이 주로 실려있었다고 해요. 이를 통해 당대 일본 상류층이 어떤 취미를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인들은 복고풍이 유행하던 중국의 영향을 받아 방고동기(仿古銅器: 중국 고대 하, 은, 주 삼대(代)의 청동기를 본따 만든 도자기 및 금속기)를 수집했고, 고급 무사와 같은 상류층 사이에서는 화병에 꽃을 꽂아 감상하고, 향로에 향을 피우고, 차(茶)를 마시는 등의 호화스러운 취미생활이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취미생활 자체가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는 특권처럼 받아들여졌다는군요.



특별전시 규모가 그렇게 크진 않고, 대부분 비슷한 모양의 도자기와 금속기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봤습니다. 특히 신안선에서 발견된 동전은 무려 28톤 규모라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2전시실에 가면 도자기들을 대형 진열장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점이 이색적이었습니다. 마치 박물관이 아니라 창고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전시품들 중에는 저렇게 쓰러져있는 도자기도 있던데... 일부러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쓰러졌는데 바로 세우기는 번거로웠던 걸까요.



동전하고 금속기도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문화재들이 600여년 동안 바닷 속에서 잘 보존되어온 것도 신기한 것 같아요. 당시 공예품들의 수준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후추와 같은 향신료나 열매씨도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신석기시대 탄화된 쌀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후추와 같은 향신료가 바닷 속에서 발굴되었다는 건 처음 들어봤어요. 이렇게까지 잘 보존되어온 게 참 미스터리한 일이죠.



개인적으로 전시품들보다는 신안선에 타고 있었을 사람들의 생사가 참 궁금하더군요. 물론 거의 다 수장되었겠지만,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이 전시품의 화려함에만 주목할 게 아니라, 신안선에 타고 있었을 이들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 중에는 신안선에서 발굴된 문화재들로 당시 신안선에 타고 있었을 사람들의 선상생활을 재구성한 코너도 있었습니다. 배고플 때는 밥을 해먹고, 심심할 때는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면서 무료함을 달랬을 그들의 손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전시품들이었습니다. 개중에는 얼른 고향 땅으로 돌아가 그리운 가족의 품에 안기고 싶은 이들도 있었을 것이고, 값비싼 무역품을 팔아 큰 이윤을 남길 생각에 부풀어있는 이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신안선에 탔건, 그 사람들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차가운 바닷 속에 잠들어야만 했던 그들의 최후가 안타까운 건 매한가지입니다. 



이번 전시를 주관하는 박물관 측도 신안선에 타고 있었을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전시개요와 에필로그를 꾸며놓았더군요. 참으로 명문장입니다. 누가 이 문구를 기획하고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박물관 전시개요와 에필로그 문구를 보고서 감동을 받은 건 처음입니다. 이런 '인간적인' 전시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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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2주 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동작문화학교 홈바리스타 강좌가 끝났다. 취미반이긴 했지만 커피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조차 없었던 나로서는 충분히 유익한 강좌였고, 그래서인지 강좌를 끝까지 들었다는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크다. 매주 화요일만 되면 커피 강의를 들으러 갈 생각에 설레곤 했는데... 강의 끝나고 받아오는 원두로 아침마다 드립 커피를 내려마시는 재미도 여간 쏠쏠한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당분간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


12주 강좌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강의는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커피공방 멜란지'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번 수업에 이어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카페라떼'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일단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지난 번에 배운 것을 복습하는 차원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았더니, 강사 선생님이 달달한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만들어주셨다. 일주일 동안 복습하지 않아 까먹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막상 혼자서 해보니까, 과정이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두 잔의 에스프레소를 뽑아낼 수 있었다.



카페라떼를 만들다


카페라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야 했는데, 에스프레소 전용잔이 아니라 '라떼잔'이라고 하여 별도의 커피잔에 에스프레소를 받아냈다. 에스프레소 추출이 완료되면 스팀 피처(커피 포트와 비슷하게 생긴 물통)에 코선까지 우유를 따른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에 달린 스팀 파이프를 이용해 우유를 데워야 하는데, 이때 스팀 파이프에서 스팀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매우 뜨거우므로 행주로 입구를 가리고 스팀을 빼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로 파이프를 맨손으로 잡았다가 '앗 뜨거!'를 내뱉고 말았다. 스팀 파이프를 다룰 때는 절대 맨손으로 파이프를 잡아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스팀 파이프에서 스팀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스팀 피처에 파이프를 살짝 꽂아 스팀을 빼준다. 이때 손바닥을 피처에 대고서 적당한 온도까지 데워지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뜨거워지기 전에 스팀 파이프 작동을 멈추고, 파이프를 행주로 닦아주어야 한다. (닦지 않으면 우유 찌꺼기가 파이프 안에 남아 위생적으로도 안 좋고, 우유가 굳어 스팀의 기압이 낮아질 우려가 높다고 함)


우유를 데운 뒤에는 피처를 테이블 위에 '땅땅' 치면서 옆으로 계속 흔들어 거품을 내준다. (스티핑) 그리고 다른 피처에 나누어 담은 다음(3분의 1까지만 담으라고 함), 에스프레소 잔에 부으면 되는데 (푸어링) 이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깊이 붓다가, 피처를 들어올리며 점점 물줄기를 약하게 부어야 한다. 잔이 거의 가득 찰 정도가 되면, 우유를 붓는 줄기를 조절하면서 커피 표면에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이를 '라떼아트'라고 한다. 


손재주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한두 번 수업으로 아트를 해낼 수 없었다. 강사 선생님이 옆에서 붙잡고 도와주는데도 쉽지 않았다. 결국 이상한 그림이 나왔는데, 보조하던 강사 선생님이 "한 번 살려보자"며 얇은 바늘 같은 것을 가져와 커피 표면의 거품을 이리저리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포켓몬 캐릭터인 '라이츄'가 탄생했다. 내가 부은 거품의 모양이 라이츄 꼬리와 같은 모양이었던 데서 착안해 급조한 것이었다. 설사 망친 작품일지라도 이렇게 되살려낼 수 있다니... 역시 바리스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사진: 위의 왼쪽 잔이 내가 만든 초기 아트, 아래 왼쪽 잔은 강사 선생님이 '보정'해준 라이츄 아트... 오른쪽 잔은 강사 선생님이 만든 아트다)


커피 공부에 대한 고민


강의가 끝나고, 아쉬워하는 수강생들에게 강사 선생님은 자격증반이나 중급반처럼 커피 공부를 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동작구 관내 다른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중급반 클래스에 들어갈 수도 있고, 동작문화학교 수강생들 중에서 커피를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만 따로 모아서 별도의 클래스를 개설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나같은 경우는 자격증반 수강을 원했는데, 자격증반과 중급반의 수업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중급반은 기초반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로스팅하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자격증반은 말그대로 자격증을 따기 위한 필기&실기 준비반이란다. 실제로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커피에 대해 모든 것을 마스터하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 실기테스트의 내용도 에스프레소를 얼마나 빨리 깔끔하게 뽑아내느냐, 라떼아트를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느냐가 중점이 되는 것 같아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내용들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격증을 빨리 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어차피 나는 커피 그 자체가 좋아서 이 강좌를 듣게 된 것이고, 평생 커피 공부를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격증이야 언제든 따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일단 중급반 수강을 희망한다고 신청하긴 했다. 나까지 총 3명이서 수강희망의사를 밝혔는데, 수업 내용과 비용은 추후 문자로 공지해준다고. 


강사 선생님은 "자격증을 따고 싶으면 우선 필기시험만 혼자 독학으로 따고, 실기 수업만 듣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해주셨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필기시험을 먼저 합격해야 실기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데, 필기시험은 혼자 문제집 풀면서 독학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며칠 전에 '바리스타 2급 시험 기본서'를 구매하긴 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막연한 커피의 세계


여하간 커피의 세계는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무궁무진하다. 커피에 정답이 없다고 말하는 바리스타들처럼, 결국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추구하는 철학과 노하우에 따라 커피의 맛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취미반 수업을 처음 들을 때보다, 강좌를 모두 수료한 지금에 와서 커피가 더욱 생소하고 막연하게 느껴진다. 커피에 관심을 갖고 관련 지식이 쌓일 때마다, 오히려 '나만의 커피'를 찾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예전엔 그저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식대로 드립을 해서 커피를 마셨고, 그게 정답인 줄로만 알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핸드드립조차도 사람마다 내리는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안 뒤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내가 마시고 있는 드립 방식보다 더 내 입맛에 맞는 방식이 있지 않을까', '도대체 드립의 방식은 몇 가지나 되는 것일까', '각 드립 방식마다 맛의 차이는 어떨까' 등등... 


정말 커피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거니와 어렵기만 하다. 하긴 그러니 평생 커피에만 매달린 전문 바리스타들도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매일 고민한다지 않는가. 어쩌면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부터가 '아마추어'의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뜻 아닐까 싶어 홀로 우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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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스타벅스에서 하우스 블렌드 원두를 샀었더랬지요. 그런데 매일 커피를 마시다보니까, 뭔가 단조로운 것 같아서 새로운 마실 것을 찾게 되더군요. 집에는 용정차밖에 없어서 가끔 용정차만 마시곤 했는데, 차도 한 종류만 마시니까 심심하더라고요.


마침 국유단 서포터즈 6월 활동비도 입금되었겠다, 또다시 차(茶) 구매욕구가 발동하여 신촌의 라오상하이를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는 보이차를 구매할 생각으로 방문했지요. 


사실 제게 무예를 가르쳐주시는 사부님이 차에도 조예가 깊어서, 전수관에 가면 종종 보이차를 손수 끓여주시곤 하셨는데, 사부님의 '보이차 예찬론'을 듣다보면, 진짜 차가 아니라 약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차의 깊은 세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지라 차를 마신 후 몸의 반응을 딱히 느끼지 못하겠는데, 하여간 좋은 보이차를 꾸준히 음용하면 약만큼이나 몸에 좋은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군요. 그래서 이번에 큰 맘 먹고 보이차를 사러 간 것입니다.


보이차는 그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저야 어떤 차가 좋은지도 잘 모르겠고, 비싼 차를 구매할 형편도 안되다보니, 제일 저렴한 차를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구매한 차가 바로 '2012년 해만차창 노동지 7578'이라는 차입니다. 357g에 18,000원 밖에 안 하네요. 저렴하긴 하지만, 노동지라는 브랜드 자체가 꽤나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라오상하이에서 파는 곳이니 의심할 여지 없이 구매했습니다.



어떤 차인지 알고는 마셔야 할 것 같아서 인터넷 서핑으로 알아보니 중국 운남성 안녕시에 위치한 '해만차창'이라는 차 공장에서 2012년에 생산한 보이차라고 하는군요. 노동지(老同志)가 무슨 뜻인가 했는데, 이 차의 고유 브랜드라고 합니다. 해만차창의 주인인 추병량이란 분이 마오쩌둥(모택동)을 존경하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역시 알고 마시니 재밌네요.


그렇다면 '7578'은 무슨 뜻일까요? 제일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검색해보니 <오마이뉴스>에 관련 기사가 있네요. 그런데 이 기사에서는 뒤의 숫자 '7578'의 75를 생산년도, 7과 8을 각각 차의 등급과 생산공장 일련번호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http://omn.kr/brrs)


그런데 75가 생산년도라면, 2012년에 만들었다는 설명과 상충됩니다. 더욱이 40년이나 된 차가 이렇게 저렴할 리도 없고요. 하여 역시 제일 믿을 수 있는 우리 라오상하이 쥔장이신 라오반장님께 여쭤봤습니다. 라오반장님께서 달아주신 답변을 아래 박스에 그대로 옮겨봅니다.


[Tip] 보이차 뒤에 붙는 숫자의 비밀


7578의 75가 연도를 말하는 것은 맞지만 그 차의 생산년도가 아니라 그 차를 제일 처음 생산했을 때의 연도를 말한다. 그리고 중간의 7은 찻잎의 등급을 말한다. 숙차는 특급 1급 3급~~9급으로 내려가는데, 그 중 7급(이나 그 이상) 차청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마지막 8은 차창 고유번호로 해만차창을 말한다. (맹해차창은 2번)


그리고 75라는 숫자 속에는 그 차를 만드는 레시피가 숨어있다고 보면 된다. 과거 75년도에 만든 방식대로 매년 만들기 때문에 최초의 레시피를 계속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맹해차창의 7542와 8542는 각각 75년, 85년 처음 만든 이래 매년 만드는 차인데 서로 맛이 다르다. 75와 85 속에 특유의 맛에 대한 레시피가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출처: 라오상하이 (http://cafe.naver.com/chinateacafe)


이제서야 숫자의 비밀이 풀렸네요.


그동안 보이차를 마셔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소포장 되어있는 상태로 구매를 해왔던지라 이렇게 긴압차인 병차(餠茶) 형태로 구매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병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보이차칼이 별도로 필요한데 5,000원에 저렴하게 팔길래 차칼도 하나 같이 구매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보이차칼로 차를 쪼갠 뒤에, 시음을 해봤습니다.



솔직히 보이차를 많이 마셔보지도 않았고, 차의 깊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저였지만 그동안 마셔본 보이차에 비해 그 맛이 많이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차에 비해 향이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맛 자체는 약간 밍밍했습니다. 보이차 고유의 향과 맛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던데, 오히려 그런 사람들에게 입문용으로 적합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ip] 보이차의 단위가 357g인 이유


수개월에 걸쳐 오랜 동안 티 로드를 따라가는 카라반의 말에는 찻잎이 60Kg이나 실려 있었다. 당시 병차는 7매를 한 묶음으로 하여, 말 등의 좌우에 각각 12묶음씩, 합하여 총 24묶음을 매달았다. 60Kg을 24묶음으로 나누고, 또 7매로 나누면 1매는 곧 357g이 된다. 


보이차의 무게 단위로 1매를 357g으로 정한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보이차에 '치쯔빙차七子餠茶(칠자병차)'문구가 흔히 적혀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출처: 『중국차 바이블』, 곤마 도모코,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2015.


아무튼 당분간은 스타벅스 하우스 블렌드 원두와 노동지 보이차로 즐거운 티 생활을 할 수 있겠군요. 요새 한창 커피 공부에 빠져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는 중인데,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하고 나면 바로 보이차에 대해서도 전문적으로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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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포스팅한 바와 같이 요즘 해금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링크: http://gabeci.tistory.com/169)


배우기 시작한 지 2개월 정도 되었는데, 실력 있는 선생님의 친절한 지도 덕분에 꽤나 진도가 빠른 편이다. 내가 느끼기에도 진도가 참 빠르다고 느꼈는데, 우리를 지도하시는 선생님도 다른 수강생들에 비해 우리 반이 진도가 빠른 편이라고 하신다. 다들 잘 따라와서 그런거라고 하니 내심 다행이다.


참고로 내가 수강하는 반은 취미반으로, 나를 포함해서 총 3명이 1주일에 1회, 1시간씩 교습을 받아왔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같이 교습 받던 한 분이 '진도를 따라가기 벅차다'는 이유로, 1:1 개인레슨으로 갈아타는 바람에 지금은 2명이서 교습을 받는 상황이다. (그래서 비용은 고정이지만, 교습시간이 40분으로 줄었다)


아무튼 해금을 배우러 부천까지 왔다갔다 하느라 생각보다 오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데, 워낙 선생님의 실력도 믿을 만하고, 친절하게 지도를 해주셔서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는 중이다. 나날이 배우는 재미가 있어서 4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짧게 느껴질 정도다. (사실 오가는 시간에 비해 40분은 정말 짧긴 짧다)


아무튼 요즘 해금을 배우면서 느끼는 게 많다.


첫째,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우리 반이 유독 진도가 빠르다보니 벌써 '오나라'와 같은 간단한 곡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곡을 따라가는 것에만 집착하다보니, 기본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른 수강생의 속도에 맞춰 곡 연주하는 것에만 계속 신경쓰다보니, 결국 제일 중요한 자세에서부터 잘못된 버릇이 들어버렸다. 


해금은 왼손으로 입죽(해금의 몸체)의 중현(안줄), 유현(바깥줄)을 잡은 상태로 연주해야한다. 이때 손가락 사이는 절대 벌어져서는 안된다. 음이탈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목이 계속 떨어지고, 손가락이 벌어지는 잘못된 버릇이 계속 나왔던 것. 자세가 잘못되었다보니 제대로 된 음이 나올 리가 없었고, 결국 나는 집에 가서 다음 수업 전까지 계속 손가락을 붙이며 줄을 잡는 연습만 했다. 그렇게 기본을 다시 잡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했다.


둘째, 일희일비하지 말 것.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 자세가 제대로 안 잡힌 상태에서 수업을 듣다보니 당연히 다른 수강생의 속도에 맞춰갈 수가 없었다. 결국 교습 시간 내내 지적을 받았고, 자격지심까지 느꼈더랬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우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약간 부아가 치밀기도 해서, 앞서 말한 것처럼 계속 연습을 해갔더니, 일주일 만에 "손모양이 훨씬 좋아졌다", "손모양이 예쁘게 잡혔다"고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우울한 마음은 가셨지만, 다시 한 번 일희일비 해서는 안되겠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무예를 수련할 때도 슬럼프가 올 때마다 늘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생각이었음에도, 어쩌다 한 번씩은 꼭 이런 감정을 느끼곤 한다. 결국 이런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도 자기 자신과의 부단한 싸움인 것 같다.


셋째,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교습은 일주일에 하루 뿐이지만, 다른 날에도 언제든지 와서 학원의 공용 해금을 가지고 개인 연습을 해도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개인 연습을 위해 주말쯤에 한 번 더 학원을 방문하곤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보니 계속 가기가 힘든 것이 사실. 처음에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더 가서 연습할 수도 있었지만, 진도를 나가면 나갈수록 일주일에 하루 더 연습한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걸 느꼈다. 


결국 집에서 꾸준히 연습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해금을 사자니, 비용도 만만찮고, 솔직히 해금을 계속 배울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어서 일단은 악기사에서 2개월 기간 약정으로 대여했다. 덕분에 지금은 학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매일 매일 개인 연습을 할 수 있다.


처음 몇 번은 오히려 악기를 빌려놓고도 내팽개쳐두고 연습을 게을리했는데, 연습을 안 하면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뒤로는, 가급적 하루에 30분 이상은 연습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 30분 정도 쉬지 않고 계속 연습하다보면, 줄을 잡고 있는 왼손가락 첫째마디가 끊어질 듯 아프다. 줄이 워낙 팽팽한 데다가, 높은 '도' 음을 내기 위해서는 줄을 있는 힘껏 쥐어야해서 손가락이 아플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하질 않았나. 아파도 참고 계속 연습하다보니, 엊그제 수업 때는 "집에서 정말 열심히 연습한 티가 난다"는 칭찬까지 받았다. 이제는 오히려 왼손가락에 느껴지는 고통이 '그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져서 즐겁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꼭 해금 뿐만이 아니라 세상 어떤 일에건 해당되는 말이다. 무예든, 커피든, 공부든... 위에서 열거한 교훈들은 이미 무예를 수련하면서 깨달은 바들이기도 하다. 


아마 무예를 수련하지 않았더라면, 해금을 비롯해 어떤 일을 하건 간에, 슬럼프나 위기가 왔을 때 극복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건 나랑 안 맞아" 하고 일찌감치 때려쳤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이미 무예 수련을 통해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것',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중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있어 무예 수련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큰 지혜를 주는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배운 대장금 OST '오나라'를 연주해보았다. 아직은 실력이 부족해서 음이 삐걱거리고, 음이탈 현상도 잘 일어난다. 해금은 '절대음감'을 요구하는 쉽지 않은 악기라고 하는데, 원체 음악적 소양이 없는 관계로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개인 점검 차원에서 찍은 영상이니, 무단 불펌 금지!!!)


PS. 참고로 내가 배우고 있는 곳은 부천시청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해금소리'라는 학원으로, 원장 선생님이 퓨전국악그룹 연리지의 멤버이기도 하다. 실력도 있고, 꽤나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만족하며 다니는 중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상담 받아보시길... (부천 해금소리 블로그 링크: http://blog.naver.com/dibr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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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공부를 시작한 뒤로, 매일 아침마다 직접 원두를 갈아 드립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원두 자체는 어딜 가나  비싼 편입니다. 그렇다고 오래 두고 마실 수도 없습니다. 로스팅한 지 2주 이상 지나면 아무리 밀폐용기에 보관한다고 해도 커피 본연의 향미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래오래 마시겠다고 원두를 오래 보관하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하네요. 아까워도 빨리 마시고 신선한 원두를 사는 게 정답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홈바리스타 강의를 들으러 가면, 강사 선생님이 매주 새로운 원두를 한 웅큼씩 맛보기로 담아주셨기 때문에, 그동안 이 원두로 연명해왔더랬습니다. 거기에 얼마 전 핸드드립 대회에서 1등한 덕분에 사은품으로 받은 원두 200g 두 봉이 있어서 꽤 오래도록 원두를 구매하지 않고 커피를 즐길 수 있었죠.


하지만 그 원두들도 며칠 전에 다 떨어져버렸네요. 새로 원두를 사기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별 수 없이 집에 보관 중이던 인스턴트 아메리카노 커피로 며칠 버텨볼 요량이었습니다만... 커피를 배우고나니 입만 고급스러워진 게 함정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맛있다고 생각했던 커피였는데, 이젠 맛 없어서 먹지를 못하겠더군요.


하루 빨리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결국 원두를 새로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어디서 살까 고민하다가 '스타벅스'가 떠올랐습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스타벅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고급 카페의 대명사라고 한다면 다들 스타벅스를 떠올리곤 하죠. 그런데 저는 스타벅스 커피가 맛있는지 맛없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커피 공부를 한 이후로는 마셔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번 참에 스타벅스에서 직접 원두를 사다가 갈아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스타벅스의 원두를 드립해서 마시면 어떤 맛일까 무척이나 궁금하더라고요. 


어제 스타벅스 매장에 가보니 원두가 무척 많더군요. 그중에서도 '하우스 블렌드' 원두 250g짜리 한 봉을 구매했습니다. 가격은 15,000원이네요. 참고로 하우스 블렌드란, 각 커피 브랜드별로 독자적인 레시피를 가지고 블렌딩한 원두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 하우스 블렌딩 레시피야말로 그 커피 브랜드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죠. 브랜드의 생명 그 자체라, 대부분 영업비밀로 공개하지 않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집에 오자마자, 바로 개봉해서 원두부터 요리조리 살펴봤습니다. 설명으로는 미디엄 로스팅(중배전: 중간 정도 볶은 원두로, 너무 쓰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균형 잡힌 맛)이라고 하는데, 겉만 봐서는 기름기가 좔좔 도는 게, 처음에 강배전인 줄 알았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굉장히 진해보였거든요. 그만큼 향미도 강렬했고요.



바로 핸드밀에 넣고 갈아서 드립해봤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지만, 커피의 특징을 이해해보고자 커핑 테스트하듯이 계속 밀착해서 향도 맡고, 아예 원두가루를 뜨거운 물에 풀어서 살짝 맛도 봤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꼬랑내(?)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 같더니... 약간 탄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했습니다. 가장 특징을 잡기 어려운 원두였던 것 같습니다.


마셔보니 향과는 달리 그렇게 강한 맛이 아니었습니다. 왜 미디엄 로스팅인지 알 것 같더군요. 신 맛도 없고, 쓴 맛도 없고... 약간 정체성이 없는 듯한 맛. 개인적으로는 이런 균형잡힌 맛보다는 신 맛이나 쓴 맛 등 어느 한 가지 맛이 도드라지는 커피가 요즘 땡겨서... 그닥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특징이 가장 도드라지는 커피가 매우 높은 등급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위의 평가는 철저히 제 주관적인 평가이고... 저는 사실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는 초보 중의 왕초보일 뿐이라... 잘 모르면서 그냥 주저리주저리 언급해봤습니다. 혹여라도 전문가 분들께서 지나가다 제 글을 보신다면 지도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즘 커피 공부에 푹 빠져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심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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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다음 주 종강까지는 공방 실습이었다.


오늘 수업 내용은,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수업이었는데, 공방이 비좁고 머신도 두 대밖에 없다보니까 모든 수강생이 한 번에 수업을 받는 게 아니라, 시간대별로 조를 나누어 자기가 속한 조 시간대에 와서 수업을 듣고 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맨 마지막 타임인 오후 4시 타임을 선택해서 여유가 있었다. 3시 40분쯤에 미리 공방에 가서 먼저 조의 실습 과정을 눈으로 지켜보고, 4시 정각부터 머신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머신으로 에스프레소 추출하기


1. 포터필터 분리 후 린넨으로 닦은 뒤, 커피가루 받기

2. 손으로 레벨링(고르기) 후 탬핑/태핑

3. 가장자리 털고 물 흘리기 3초

4. 부드러운 장착과 신속한 추출 (20초~30초)

5. 포터필터 청소 및 그라인더 잔량 체크


사실 그렇게 복잡한 과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밀한 손놀림이 요구되는 작업인 것은 분명했다. 과정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까다로운 감각적 손재주가 필요한 것이었다. 


까다로운 레벨링과 탬핑/태핑


특히 2번 레벨링과 탬핑/태핑 과정이 제일 까다롭다고 할 수 있겠다. 레벨링이란 포터필터에 받은 원두가루를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절대 압력을 주어 커피가루를 눌러서는 안된단다. 그렇게 되면 탬핑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자격증 시험에서는 결격사유가 된다고. (왜 그래서는 안되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물어볼 것이다) 오로지 슬슬 밀어주면서 고르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탬핑과 태핑이란 것을 해야하는데, 탬핑이란 탬퍼(도장 같이 생긴 압력기)를 이용해 포터필터 속 원두가루를 '꾹' 눌러주는 과정을 말한다. 강한 압력으로 커피가루를 단단히 다짐으로써, 입자를 고르게해, 커피를 더 진하게 추출해낼 수 있다고 한다. 이 탬핑이란 것도 결국 누르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엄지와 검지손가락의 균형과 적절한 누르기가 커피 맛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태핑은 탬퍼의 끝으로 포터필터의 측면을 '톡톡' 쳐서 가장자리에 붙어있는 커피찌꺼기들을 털어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남은 커피가루가 없이, 모든 커피가루를 2차 탬핑으로 단단히 다짐으로써 온전하게 커피를 내릴 수 있다.


2차 탬핑까지 끝낸 포터필터를 머신에 장착한 뒤에, 추출구 아래로 두 개의 잔을 놓고 1온스(30ml)까지 에스프레소를 받아낸다. 에스프레소를 1온스 추출하는 데에는 최대 30초 정도 걸리는데, 앞서 본 탬핑/태핑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오히려 커피는 안 나오고 기름 성분만 잔뜩 나오기도 한단다. 역시 커피는 쉽지 않다.



흥미로웠던 머신 다루기


처음 다뤄보는 머신이라 긴장했지만, 옆에서 강사 선생님이 계속 설명을 해주다보니 금세 따라할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머신을 이용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해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과정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다. 


총 두 번의 실습을 했는데, 첫 번째 실습에서 내린 에스프레소는 강사 선생님이 직접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만들어줘서 즉석에서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실습을 통해 내린 에스프레소는 텀블러에 담아왔다. 덕분에 이틀 동안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바리스타는 위생이 생명이다


강사 선생님은 머신을 다루는 내내 "바리스타는 위생이 생명이다"라고 강조하셨는데, 실제로 린넨(행주)을 가운 앞주머니에 항상 꽂아두고, 모든 과정에 앞서 포터필터를 닦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추출이 끝난 뒤에도 행주로 머신과 테이블을 닦는 게 마지막 순서였는데, 테이블을 닦는 행주와 머신을 닦는 행주도 따로 있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머신 닦는 행주로 테이블을 닦았는데, 바로 그 순간 강사 선생님이 "머신 닦는 행주로 테이블을 닦으면, 머신이 더러워지지 않겠느냐"며 지적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요즘 카페가 워낙 많다보니까, 이런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고 비위생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참 많은데, 바리스타는 청결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위생을 강조했다.



커피의 세계로 또 한 걸음


10주 동안 계속 커피 수업을 들었고, 집에서는 이제 매일 드립 커피를 직접 내려마실 정도로 커피를 애호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11주차에 직접 머신을 접해보니 또 다른 커피의 신세계를 접한 느낌이다. 


사실 이 과정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막연하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격증은 그저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고, 좀 더 깊은 커피의 세계를 느껴보고 싶다는 지적 욕구가 솟아오르고 있다. 


마침 종강이 다가오면서 강사 선생님도 자격증반과 같은 심화반 수강에 대해 안내를 해주셨는데, 망설임 없이 그 반을 수강할 생각이다. 취미로 시작했던 홈바리스타 강좌지만, 이제 정말 나만의 블렌딩도 해보고 싶고, 커피에 대해 아마추어를 넘어 전문가 수준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 


언젠가 나만의 카페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만의 커피를 대접할 날이 온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짜릿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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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에서 기르는 보리(강아지 이름) 미용을 맡겨놓고 나니, 찾으러 갈 때까지 할 게 없더군요. 무려 2시간 동안 텀이 생겼는데, 다시 집에 가자니 더운 날씨에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일인지라... 커피나 마시면서 신문 읽을 요량으로, 근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더운 날씨라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막상 카페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니 '에스프레소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핸드드립, 아메리카노 커피는 자주 마셔봤지만, 에스프레소는 많이 마실 기회가 없었습니다. 일단 양이 적기 때문에 Take-Out이 안 되서 주문할 일도 별로 없었고, 양이 적다는 점 때문에 뭔가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커피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에스프레소의 맛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은 에스프레소를 마셨습니다.


확실히 핸드드립보다도 훨씬 진한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커피의 매력에 푹 빠진 뒤라서, 막상 몇 모금 마시고나니 그렇게 쓰다는 느낌도 안 들더군요. 금세 적응했습니다. 오히려 핸드드립보다 진한 맛에 왜 이탈리아인들이 에스프레소를 자신들의 자부심으로까지 여기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에스프레소 위에 낀 이 황금색 거품이 바로 '크레마'입니다. 크레마는 커피의 향과 맛을 더욱 돋구어주는 거품으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에만 존재하는 거품입니다. 크레마에 커피의 좋은 성분이 다 들어가 있다고 하죠. 질 나쁜 원두를 쓰면 크레마가 안 나온다고 합니다.


실제로 커피 공부를 하며 크레마라는 개념을 배운 뒤에, 이 거품을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어서, 카페 주인장님한테 "이게 크레마가 맞냐"고 물어봤습니다. 크레마가 맞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커피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니, 카페에서 그냥 생각 없이 마실 때와는 달리 커피 한 모금을 마셔도 계속 맛을 분석하게 되고, 커피 표면에 생기는 거품 하나 하나에 호기심을 갖고 궁금증을 품게 됩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게 되고요. 무언가에 꽂혀서 적극적으로 배우는 자세를 견지한다는 건, 참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열정이 식지 않고 끝까지 가야 진국일텐데요.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 설사를 했습니다. 사실 저는 커피랑 몸이 잘 안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원래 선천적으로 장이 좋지 않은데, 커피가 장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오늘 설사를 한 것도 에스프레소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제 막 커피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는데... 커피가 내 체질에 안 맞는다니 참 끔찍하네요. 오늘 설사가 에스프레소 탓이 아니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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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바리스타 강좌가 벌써 10주차에 접어들었다. 이제 다음주, 다다음주... 딱 2주만 더 수강하면 이번 강좌도 모두 끝나게 된다. 


커피라는 주제 하나만으로 10주 동안 강의를 들었는데, 매 시간마다 전세계 각지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수업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알지 못했던 커피의 신세계를 접할 수 있었기에, 매 시간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항상 홈바리스타 강좌를 듣는 '화요일'만 손꼽아 기다렸던 것 같다. 이제 이 강좌도 끝이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다. 


이미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서, 커피를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음료'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번 강좌가 끝나더라도 계속해서 커피 공부를 이어나갈 생각이다.


홈메이드 쥬스


홈바리스타 강좌였지만, 오늘의 주제는 커피가 아니라 '주스'였다. 갑자기 웬 주스? 강사 선생님 曰 "10주 동안 줄기차게 커피만 마신 것 같아서, 오늘은 주스 만드는 것도 한 번 배워봅시다".


사실 커피에 더 관심이 많지만, 어차피 요즘은 카페에서 주스도 같이 팔기도 하고, 커피 뿐만 아니라 주스 만드는 법을 배워두어도 유용하겠다 싶어서 호기심을 갖고 강의를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수강생 전원이 드립 커피를 내리지 않고, 일찍 온 몇몇 수강생들만 드립을 했는데, 나도 일찍 오는 덕분에 드립 커피를 먼저 마실 수 있었다. 


오늘 마신 커피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AA'라는 커피다. 역시 케냐와 더불어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산맥에서 재배한 커피인지라, 쓰고 강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강사 선생님은 이 커피의 맛을 두고 "험한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맥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커피를 마신 뒤에는 드디어 주스 만들기를 배웠다.


주스를 만드는 과정은 커피를 내리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Tip] 홈메이드 주스 만들기


1. 오렌지, 자몽, 레몬, 귤 등의 과일을 반으로 싹둑 자른다.

2. 반토막 난 과일 속의 씨앗을 최대한 제거한다.

3. 즙짜개 원뿔에 과일을 꽂은 뒤, 힘껏 돌려 즙을 최대한 짜낸다.

4. 추출한 과일 원액에 1:1의 비율로 생수를 넣고, 설탕시럽도 기호에 따라 넣는다.

5. 과일주스 완성!


이때 중요한 것은, 과일을 자르기 전에 열심히 눌러주고 문대주어야 한단다. 그래야만 껍질이 잘 벗겨지고, 과즙도 달달해진다고.


참고로 생수 대신에 탄산수를 넣을 경우에는 '에이드'가 된다고 한다. 우리는 생수를 넣어 만든 '주스'도 마셔보고, 탄산수를 넣어 만든 '에이드'도 마셔보았다. 특히 '레자주스'라는 것을 만들어 마셔보았는데, 이건 '레몬+자몽'의 혼합과일주스다. 둘 다 시큼한 과일이기 때문에, 오렌지로만 주스를 만들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시럽을 넣어야만 했다. 시럽을 많이 넣어, 신 맛을 중화시켰음에도 시큼해서 다들 표정들이 일그러지는 게 재밌었다.



다음 주부터 종강까지 2주 동안은 강사 선생님이 소속된 '커피공방 멜란지'에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기계로 직접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카페라떼를 만드는 것까지 배운다고 한다. 아마 기계 추출하는 법을 맛뵈기로 가르쳐주시려는 듯한데, 그동안 기계 다루는 법에 대해 궁금했던 나로서는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강의일 것 같아 기대가 크다.


남은 2주 동안 별 탈 없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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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56&aid=0010334022


네, 커피는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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