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사부님이 하도 보이차 예찬을 하셔서,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차회'란 모임에 따라가봤습니다. 말그대로 차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는 일종의 번개인 셈입니다. 장소는 늘 '지유명차'입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보이차를 정식으로 수입한 곳이라고 하는데, 사부님 말로는 국내에서 제일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고 합니다. 여기만 가면 적어도 가짜 보이차를 먹을 일은 절대 없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인사동에 있는 지유명차 인사점에 가서 점장님이 우려주시는 차를 1시간 정도 마셨습니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무슨 차를 1시간이나 마셔"라고 하겠지만, 보이차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은 1시간 이상 차를 계속 마시더군요. 일단 차 자체가 계속 우러나기 때문에, 아까워서라도 한두 번 먹고 버릴 수가 없습니다. 제일 저렴한 '원미소타'라는 품종이 250g에 35,000원씩 하는데, 부자가 아닌 이상 한 번 먹고 버릴 사람은 없죠. 더욱이 계속 우러난다고 해서 맛과 향이나 효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기에 마니아들은 앉은 자리에서 수회 우려 마십니다.


저도 그래서 친구들 데리고 찻집 가서 저렇게 계속 차를 우려주면 "물배 차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두 손, 두 발 드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여기 점장님 말로는 "차를 계속 마셔서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까지 계속 마셔야 한다"고 농담 삼아 말씀하시긴 하는데... 


아무튼 좋은 차를 마시면 정말 몸에서 반응이 오긴 합니다. 지금까지는 "굳이 차에 큰 돈 들일 필요 있나"하는 마음에, 가장 저렴한 '노동지 보이차'만 줄기차게 마셔대다가, 친구가 우려준 원미소타 한 잔에 금세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고는 생각이 확 바뀌었습니다. 


저렴한 보이차는 아무리 마셔도 몸에서 반응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보이차는 마시면 땀이 나는 등 신체적인 반응이 나타나더라고요. 저야 이런 단편적인 증상만 느껴봤을 뿐인데, 오늘 차회 참석한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매일 꾸준히 마시면 얼굴에 뾰루지가 나타나는데, 몸의 독소가 빠져나오기 시작한다는 증거"라고도 하고 "척추를 따라 열기가 느껴지기도 한다"고 하네요. 단, 매일 꾸준히 마셨을 경우라고 합니다.


아무튼 원고료도 이제 들어올 예정이고, 다른 것도 아니고 내 몸 생각해서 마시는 차인데 돈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원미소타 한 봉지 들여왔습니다. 이게 그래도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합니다. 더 좋은 차를 마시기 위해서라도 돈부터 벌고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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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에서는 매년 가을마다 커피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올해로 8회째 열리는 '강릉커피축제'지요. 저 역시 커피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커피 축제를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가용 없이 가는 지방여행은 상당히 힘들어서 '그냥 운전면허 따고 내년에 갈까' 잠시 망설이기도 했습니다만... 사람 일이란 게 당장 내일 일도 모를진대 이번에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개막식 당일인 어제 당일치기로 다녀왔습니다.



버스에서 잘 요량으로 아침 일찍 티켓 끊어 출발했습니다. 가는 내내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부족한 잠도 청하면서 머리를 좀 식혔습니다. 그동안 글 쓰며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는데,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다보니 시쳇말로 힐링이 되는 것 같더군요. 가는 길에 이등병 때 발굴했던 발굴지(대관령 제왕산)를 지나쳐가면서 감회도 새로웠고요.


강릉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커피축제가 열리는 행사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습니다. 행사장으로 바로 가는 버스는 없어서, 인근의 '허균·허난설헌 생가터/기념관' 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강릉 온 김에, 여기도 한 번 가보면 좋겠다 싶어서 여기부터 먼저 들렀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여기가 그 유명한 초당순두부마을입니다. 아침 일찍 집에서 나오느라 새벽밥을 먹었더니 배가 너무 고프더군요. 그래서 유명하다는 순두부집에 들어가 백반(7,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근데 제 입맛엔 별로였습니다. 아마 요즘 젊은 사람들 입맛엔 별로일 것 같습니다. 콩비지, 순두부...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적응하기 힘든 맛이죠.



가장 먼저 들른 허균·허난설헌 생가터와 기념관.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허균과 허난설헌은 남매 사이죠. 그리고 둘 다 시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가 제가 아는 지식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시간 때우기용으로 들어간 기념관에서 제법 깊은 감명을 받고 나왔습니다. 양반/남성 중심의 통치체제에 저항했던 혁명가로서의 그들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허균이 쓴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고요. 지금까지 출간된 <홍길동전>의 다양한 판본들도 전시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홍길동'이라는 이름 석 자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이름이죠. 그냥 사람 이름을 예시로 댈 때도, 관습처럼 홍길동이라고 하니까요. 그 이름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허균입니다. 아무튼 기념관을 나오면서 <홍길동전>을 제대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커피축제 행사장인 강릉 녹색도시체험센터가 나옵니다. 그곳 일원이 모두 행사장인데요, 강릉 지역의 카페란 카페는 죄다 모인 것 같네요. 그 넓은 센터 광장에 부스들이 가득했는데요, 부스별로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무료 시음 행사를 진행하면서, 커피 원두를 팔기도 하고, 관람객들이 직접 원두를 볶고 내려보는 '로스팅-드립' 체험도 있었습니다. 행사장 외진 곳에 위치한 어느 카페 부스에서는 음료를 사먹으면 무료로 타로를 봐주기도 하더군요.


덕분에 눈요기도 많이 하고, 먹을 거리도 넘쳐나서 배부르게 많이 먹고 다녔습니다. 커피 무료 시음도 하고, 초당순두부로 만든 아이스크림도 먹어보고... 순두부탕수와 물회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배가 불러서 못 먹은 게 한입니다. 커피로 만든 '커피만쥬', '커피빵'도 있었는데, 그건 솔직히 맛 없었어요.



강릉 시내 유명한 수제맥주집 '버드나무 브루어리' 부스도 있었어요. 막걸리 양조장을 개조해서 만든 수제맥주집이라고 하는데, 홍보하러 나왔더라고요. 여기까지 왔는데 강릉의 유명한 수제맥주도 한 번 마셔봐야겠죠. 그래서 한 잔 했습니다.



개막행사로 '강릉커피 100人 100味'라는 행사를 하더군요. 100명의 강릉 지역 바리스타들이 동시에 커피를 내리는 행사였습니다. 관람객들은 자기가 맛보고 싶은 바리스타 앞에 줄을 서서 커피를 받아마시는데, 인상적이었습니다.



커피축제는 행사장 일대에서만 열리지만, 강릉에는 '커피거리'가 따로 있습니다. 안목해변(강릉항)을 따라 카페들이 길게 줄을 잇고 있는데, 여길 커피거리라고 한답니다. 강릉까지 왔으니 바닷바람도 한 번 쐬고 가야겠죠. 마침 행사장과 강릉항을 연결해주는 셔틀버스가 있어서,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면서 모래사장을 걷다가, 핸드드립 전문 카페 '산토리니'에 가서 커피 한 잔 했습니다. 


근데 여기 메뉴판을 보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카페 좀 많이 다녀봤다 생각했는데,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품종의 스페셜티가 가득하더라고요. 역시 커피의 세계는 넓습니다. 다 처음 보는 커피라, 어떤 커피를 마셔야하나 고민이 되더군요. 그때 그 카페에서 제일 비싼 커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커피들이 대개 6천원 선을 웃도는 반면에 그 커피만 한 잔에 1만원이었습니다. 가난한 휴학생 신분에 사치라면 사치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굳이 그 돈 아낄 필요가 있을까 싶어 주문했습니다.



'파나마 라 에스메랄다 게이샤 보케테'라는 이름도 어려운 커피입니다. 바리스타 분이 커피 내리는 과정을 직접 지켜봤는데, 굉장히 꼼꼼하게 내리더군요. 다 내린 뒤에는 코로 향을 맡고, 다시 따로 작은 잔에 받아내서 직접 맛보면서 드립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판단한 뒤에, 비로소 손님에게 서빙합니다. 


과연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하면서 맛 봤는데.. 음..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제 입이 굉장히 저렴해서 좋은 커피를 못 알아봤을 수도 있겠지요. 다만 커피는 정답이 없기에, 그 커피는 제 취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다양한 커피를 맛보는 재미가 있었기에 딱히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동해 앞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는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하더군요. 잠시나마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모두 내려놓고, 미리 준비해 간 시집을 읽으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혼자서 온갖 허세는 다 부리고 온 듯 하네요.



시간이 좀 있었더라면, 여유있게 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 곁들이면서 밤바다를 구경할 수 있었을텐데... 애석하게도 밤 8시에 출발하는 티켓을 끊어놓는 바람에 조급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퇴근시간이라 차 막힐 거 감안해서 일찍 정류장으로 갔는데, 강릉시내 버스 배차간격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축제기간엔 증차를 하던가 해서 배려를 했으면 싶은데.. 이건 뭐 3~40분에 한 대꼴로 오니까... 기다리다가 똥줄이 탈 정도였으니. 안되겠다 싶어 카카오택시로 콜택시를 불러도 호출에 응하는 택시들도 없고. 다행히 한 대 오길래 붙잡아타고 올 수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축제에 가실 분들이 계시다면 이 점은 감안하고 계획을 짜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강릉커피축제는 10월 3일까지 열린다고 하고, 앞으로도 남은 기간 동안 다양한 부대행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한 번 다녀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커피에 환장하시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구경하고 올 수 있을 거예요. 더욱이 근처에 바닷가도 있고 다양한 관광지가 많으니 겸해서 같이 둘러보고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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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삼청동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광화문을 거쳐 시청까지 걸어왔습니다. 


오전까지 세찬 소나기가 내린 뒤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도 맑게 개면서, 햇살도 다시 뜨겁게 작렬하더군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햇볕은 뜨거워서 좀만 오래 걸으면 금세 땀이 나더라고요.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것이 완연한 가을이 온 것 같긴 한데, 한낮은 여전히 덥다시피해서 도대체 언제 진짜 가을이 올까 싶네요. 이러다 확 추워질 것 같긴 한데... 매년 추석 때는 항상 시원했던 기억밖에 없는데, 아직까지 땀이 날 정도로 더우니 진짜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인 것 같긴 합니다.



아무튼 광화문 거리를 걷다가, 그늘 진 가로수 밑을 지나다보니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나뭇잎이 흔들리는 게 인상적이어서 사진 몇 장 찍어봤습니다. 8월의 무더운 여름보다는 산책하기 좋은 날씨인 듯 합니다. 



슬슬 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마음에도 찬 바람이 불어오네요. 오늘도 삼청동에 갔더니 왠 커플들이 그리 많던지... 전역하면 무조건 솔로탈출부터 하겠노라고 다짐했던 게 꽤 오래 전 일인데... 아직까지도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하늘도 참 무심한 것 같습니다. 전역하면 당장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처럼 호언장담하던 분대장의 패기는 어디로 갔는지 껄껄...


오늘도 그저 혼술 한 잔에 시름을 달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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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바로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 '루소랩'의 엄소윤 바리스타님이 보내주신 문자였습니다. 추석 잘 쇠라는 말과 함께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우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보내주셨더군요. 얼핏 보면 직원과 고객이 주고받는 형식적인 문자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생각지 못한 문자에 은근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리스타님과 저는 딱 한 번 만난 사이였거든요. 삼청점에서 열리는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초급 강좌 때 만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이렇게 연휴를 앞두고 안부 문자까지 보내주시니까 그게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더군요.



사실 루소랩 삼청점에 대해서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커피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여기저기 카페를 다니며 귀 동냥, 눈 동냥으로 커피 공부를 해왔는데요, 이곳 삼청점만큼 친절하고 자세하게 가르쳐주는 곳도 없더군요. 심지어 제가 제 돈 내고 수강했던 홈바리스타 강좌에서조차 꼬치꼬치 물어보면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냐"면서 강사 선생님이 질문을 자르기 일쑤였죠. 


하지만 루소랩은 달랐습니다. 무료 강좌든 유료 강좌든, 바리스타님들이 모두 친절하시더군요. 초급 클래스를 맡아주신 엄소윤 바리스타님부터, 중급 클래스를 맡아주셨던 박신영 바리스타님까지. 삼청점의 많은 바리스타님들 중에서 단 두 분의 강의만을 들었을 뿐입니다만, 두 분의 친절함과 세심한 배려에 매번 훈훈한 마음으로 카페 문을 나서곤 했습니다.



(사진: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초급 강좌 당시 드립 시범을 보여주시는 엄소윤 바리스타님)


오늘도 딱히 삼청동에 갈 일은 없었지만, 마침 집에 있는 원두도 다 떨어졌겠다, 바리스타님께 특별히 답례도 드릴 겸 루소랩 삼청점을 찾았습니다. 마침 카페 입구에서 무료 시음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중급 클래스를 담당해주셨던 박신영 바리스타님께서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더군요. 바리스타님은 "지난 번 중급 클래스 때 시간이 부족해 미처 설명을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제 이메일로 보충자료를 보내주겠다고 먼저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아... 정말 세심한 배려에 감동이.. 어떻게 여긴 갈 때마다 감동을 안겨주시는 건지.. 이래서 제가 삼청점을 안 찾을 수가 없네요.



(사진: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중급 강좌 당시 박신영 바리스타님과 함께)


카페에 들어가서 엄소윤 바리스타님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오랜만에 뵈니까 무척 반갑더라고요. 바리스타님도 예의 그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고. 


일단 원두부터 구입했습니다. 바리스타님 추천으로 이번에는 '케냐 AA TOP' 원두를 구입했습니다. 처음엔 케냐 AA만 봤는데, 집에 와서 다시 보니까 'TOP'가 붙어있네요. 케냐 AA와 TOP의 차이점이 뭔지 잘 몰라서 검색해봤는데, TOP는 케냐 AA 중에서도 최상품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틀렸다면 지적 바랍니다) 



지난 번에 마신 '브라질 몬테 알레그레'는 그닥 제 입맛엔 아니었던 것 같고요, 케냐 AA는 몇 번 마셔봤는데 제 입맛에 잘 맞더라고요. 어차피 루소랩에서 파는 싱글 오리진 원두를 하나씩 다 맛보는 게 목표라서 언제고 하나씩 다 사볼 거긴 하지만요. 그리고 여기는 싱글 오리진 원두를 구매하면 이렇게 '원두 카드'를 제공합니다. 해당 원두의 특징과 최적의 맛을 내는 레시피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 카드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카드를 종류별로 다 모아보려고 합니다.



공들여 삼청점까지 발걸음 했는데, 바리스타님이 내려주시는 커피도 한 잔 맛보고 가야겠죠? 이번엔 '인도 크리쉬나 기리'라는 커피를 주문해봤습니다. 커피 공부를 시작한 뒤로는, 항상 새로운 커피를 맛보는 게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번에 마신 커피도 처음 마셔보는 건데, 산미가 아주 뚜렷하더군요.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긴 한데 저는 괜찮게 마셨습니다. 


특히 여기는 바리스타님이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게 인상적입니다. 2층 브루잉바로 따라 올라가면, 바리스타님이 손님의 기호에 맞게 커피를 내려주시는데요. 오늘 제가 마신 커피는 '클레버'라는 기구를 이용해 추출한 커피였습니다. 


클레버는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때 잠깐 본 적이 있지만, 특별한 드립법을 적용할 필요 없이 그냥 원두에 물을 부어 3분 정도 우려냈다가 한꺼번에 뽑아내는 커피입니다. 찻잎을 우렸다가 한 번에 쫙 뽑아내는 표일배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도 간편하게 추출할 수 있어서 많이들 애용한다고 하네요. 손이 많이 가는 일반적인 드립에 비해 너무 간편한 것 같아서 "그럼 맛도 좀 덜하지 않나요?"라고 여쭤봤는데, 또 그렇지는 않다고 하네요.


아무튼 바리스타님과 이런 저런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바리스타님도 능숙한 손놀림으로 이쁜 유리잔에 커피를 담아주셨네요. 바리스타님도 바쁘셔서 오래 대화하지는 못했지만,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마음까지도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카페 문을 나서는데, 엄소윤 바리스타님이 입구까지 마중 나오시더라고요. 지금까지 수많은 카페를 다녀봤지만, 이렇듯 세심하게 손님을 배려해준 카페는 이곳 루소랩 삼청점이 유일했습니다. 엄소윤, 박신영 두 바리스타님들 외에 다른 바리스타님들은 겪어보지 못했지만, 이렇듯 좋은 바리스타님들과 함께 일하는 분들이니 모두 좋은 분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25일 열릴 고급 클래스도 무척 기대 중입니다!



아무튼 커피 공부를 시작한 이후, 수많은 카페를 다녀봤어도 아직까지 '단골 카페'라고 할 만한 곳은 없었는데요, 아무래도 이곳 루소랩 삼청점이 제 첫 번째 단골 카페가 될 것 같습니다. 삼청동에 딱히 갈 일도 없고, 거리도 가까운 편은 아니지만... 마음이 울적하고 공허한 날이면, 왠지 이곳부터 먼저 찾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커피 값이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내려주는 커피 한 잔에는 바리스타님의 따뜻한 배려와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나옵니다. 그래서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그저 잠을 깨기 위해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셔보고 싶다면 이곳 루소랩 삼청점에 가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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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수강했던 '브루잉 마스터 클래스' 초급 과정에 이어 '중급'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이번에도 루소랩 삼청점에서 열리는 강의에 참석했고요, 지난 번 클래스에서 수업을 진행해주신 분과 다른 박신영 바리스타라는 분께서 수업을 맡아주셨습니다. 사실 지난 주 일요일에 수업이 있었는데, 귀차니즘에 빠지는 바람에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후기를 올립니다. 사실 후기 게재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지만, 제 스스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늦게라도 꼭 올리자는 주의입니다.


처음에 수업을 시작하는데, 바리스타님께서 "오늘은 1:1로 수업을 하게 될 것 같다"고 하셔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수업을 신청한 사람이 저 혼자밖에 없다는 사실. 띠로리. 바리스타님과 단 둘이 수업을 진행해야해서 약간의 부담(혹은 긴장)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1:1이라서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시작했는데..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 뒤늦게 수업을 신청하신 분이 헐레벌떡 들어오셨더라고요. 그래서 2명이서 수업을 받았는데, 1:1처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소수라서 수업하기 딱 좋았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지난 번 초급 클래스와 마찬가지로 그분도 커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붙임성도 좋으셔서 셋이서 이래저래 떠들며 즐겁게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변수에 따라 커피의 맛이 변한다?


초급 클래스에서는 기본적인 핸드드립과 푸어 오버라는 방식에 대해 배웠는데요, 중급 클래스에서는 '다양한 변수에 따른 맛의 변화'라는 주제로 수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즉, 커피 원두의 양과 굵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커피의 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일일이 비교 분석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실험인데, 이런 시도를 하기에는 커피 원두의 가격이 비싸서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차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수업을 통해 아낌없이 커피를 내릴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Tip] 6가지 브루잉 필수요소


1. 추출비율


: 분쇄된 커피 양과 추출된 커피 양의 비율 / TDS(커피성분의 총량=농도), 추출수율(원두 몇 그람을 가지고 얼마나 뽑았는가)


2. 분쇄도


: 가는 굵기 (에스프레소, 터키식 커피) / 중간 굵기 (핸드드립, 커피메이커) / 굵은 굵기 (프렌치 프레스)


3. 추출방식


: 침지법 (달임법, 우림법) / 여과법 (핸드드립, 콜드브루) / 가압추출법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4. 3T 


: 온도 (Temperature) / 시간 (Time) / 난류 (Turbulence: 커피입자와 물의 마찰)


5. 물의 품질


: 물 고유의 성분이 적어야 커피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음


6. 필터


: 종이 (저렴하고 깔끔하며 커피기름 걸러냄)  / 융 (커피기름이 그대로 투과되어 바디감이 좋지만 관리가 힘듦) / 스테인레스 (커피기름이 그대로 투과되어 바디감이 매우 좋음. 묵직하고 진하지만 미분이 많이 나와 텁텁할 수 있음)


브루잉의 변수를 좌우하는 6가지 요소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위의 표로 정리한 바와 같이 작은 변수 하나라도 어긋나면 커피 맛이 확 달라진다고 합니다. 커피에 정답은 없다지만, 고객을 상대하는 카페 입장에서는 바리스타마다 내리는 커피 맛이 다를 경우 고객 입장에서 "어, 이게 뭐지?" 싶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마다 최적의 브루잉 조건을 맞춰놓고 내린다고 하는군요. 다만 손님이 개별적으로 자신의 기호에 따라 요구하게 될 경우에는 바리스타의 재량으로 커피를 내리게 되지요. 손님의 기호에 따라 커피를 다양하게 내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커피의 변수에 따른 맛의 변화는 바리스타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입니다.



아무튼 저희는 '추출 변수'를 실습해봤는데요, 투입량(물과 커피의 비율)과 분쇄도(커피 분쇄 입자 크기), 물온도(물의 온도에 따른 차이) 세 가지 변수에 따른 커피 맛의 차이를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강사님하고 저하고 다른 수강생 한 분하고 각자 다른 굵기의 원두, 다른 물 온도, 다른 양의 원두로 실험을 해서 맛을 봤는데 뭐가 더 맛있고 맛없고는 개인의 기호지만 맛이 확연히 다른 건 느껴졌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원두의 양이 많을 경우에는 당연히 진하게 내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한 커피가 좋은 사람은 물의 양을 적게 하면 되고, 연하게 마시고 싶으면 물의 양을 늘리면 됩니다. 그리고 원두의 분쇄도 역시 중요한데요, 아주 굵은 굵기의 원두일수록 물이 투과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농도가 옅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하게 먹고 싶다면 원두의 굵기를 가늘게 하거나, 드립의 물줄기를 얇게 해서 천천히 부으면 됩니다. 가는 굵기의 원두로 연하게 먹고 싶다면, 반대로 물을 빠르게 많이 부으면 되겠지요.



물의 온도 역시 커피 맛의 변수 중 하나입니다. 저는 물의 온도가 매우 낮은 미지근한 물로 드립을 해봤는데, 뜸들이기 자체가 안되더라고요. 보통 커피 뜸을 들일 때는 퐁퐁 터지면서 가스가 빠지는데, 미지근한 물로 뜸을 들이니 그냥 원두가루가 가랑비에 마른 흙 젖듯하고 말더라고요. 맛 역시 연하고요. 커피를 내리는데는 90~94도의 온도가 제일 적당하다고 하는데, 이건 진리인 듯 합니다. 미지근한 물로 내린 커피는 일단 식어서 뭔가 먹다 남은 아메리카노 마시는 느낌입니다. 첫 맛이고 끝 맛이고 좋지가 않더라고요.


오늘 강의도 매우 즐거웠습니다. 지난 번 초급 클래스의 엄소윤 바리스타님과 마찬가지로 박신영 바리스타님도 성격이 매우 좋더라고요. 수업 끝나고 같이 사진 찍자고 하니 빼지도 않으시고, 수업 진행도 재밌게 잘 해주시고... 알고 보니 루소랩 삼청점의 고유 메뉴인 '더치 드래프트'라는 커피도 직접 개발하셨다고 하는데, 실력파 바리스타이신 듯 합니다. 



점점 루소랩이라는 카페에 호감과 애정이 가는군요. 삼청동에 갈 일만 잦으면 자주 들렀을텐데, 그쪽으로 갈 일이 없어서 일부러 가지 않는 이상 들르기가 힘든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고급 클래스는 또 다른 강사 분이 맡아서 하신다고 하는데, 앞선 두 분이 너무 잘해주셔서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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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후임이 휴가를 나왔길래, 어제 이수역 근처에서 만나 밥 한 끼 사줬습니다.


집이 가깝긴 하지만 이수역 쪽에서 사람을 자주 만나지는 않는 터라, 뭐가 있는지 몰랐는데 새로 중식뷔페가 오픈했다고 하더군요. 이수역 14번 출구로 나가면 시끌벅적한 재래시장이 있는데, 그 시장골목에 숨어있는 곳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짜장+셀프바(7,900원')로 구성이 되어있어 매우 저렴하더라고요. (짬뽕+셀프바는 8,900원) 이렇게 주문하면 메인메뉴로 짜장면이 나오고, 셀프바를 이용할 수 있는 접시가 같이 나옵니다. 접시를 들고서 셀프바를 이용하면 되는데, 셀프바 메뉴는 탕수육, 군만두, 양장피, 고추잡채(+꽃빵), 유산슬, 볶음밥 이렇게 있습니다. 고속터미널 중식뷔페 '샹하오'처럼 메뉴가 많거나 음식의 질과 양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가격대비 괜찮은 편인 것 같습니다.탕수육은 군 시절 P.X에서 사먹은 '냉동'의 느낌이 물씬 풍기긴 했습니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다면, 처음부터 셀프바를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메인메뉴가 나올 때 접시를 같이 가져다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1인 1접시로 그 접시만 계속 써야하는데요, 접시 하나만 쓰는 건 설거지 문제 때문에라도 이해할 수 있지만 왜 굳이 메인메뉴 서빙할 때 주는 건지... 접시부터 먼저 받아서 셀프바를 먼저 이용하면 안되냐고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까칠한 목소리로 "앉아서 기다리세요" 하더군요. 그때 기분이 좀 상했습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다는데 이런 점은 고객 의견을 반영해서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근처 지나가다가 싸게 한 끼 해결하기에는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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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문화원에서 열심히 배우던 홈바리스타 강좌가 끝나고, 한동안 제 커피공부도 좀 시들해졌던 게 사실입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려고 문제집도 구매했지만, 제 체질이 오래 앉아서 뭔가를 공부하는 스타일이 원체 못돼서요. 더욱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다고 커피를 마스터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궁극적으로 걷고자 하는 노선과도 거리가 좀 있어보였습니다. 뭐 따두면 좋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바리스타 자격증보다는 차라리 '핸드드립' 하나에만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지인 따라 들어갔던 루소랩이라는 카페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커피 클래스'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더랬습니다. 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커핑 클래스부터 기본적인 커피 추출법을 익히는 브루잉 클래스 그리고 기타 다양한 강좌가 꽤 많더군요. 게다가 매우 저렴했습니다. 지난 번에 들었던 와인 클래스의 경우는 수강료가 1만원이었는데, 와인과 커피까지 제공되었으니 온전히 재료비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었고요. 며칠 전에 들었던 커핑 클래스나 어제 들었던 브루잉 클래스는 아예 무료강좌였습니다.



(사진: 몇 주전에 루소랩 정동점에서 수강했던 '커피와 와인' 클래스 당시)


알고보니 루소랩은 생두를 수입하는 대형 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라고 합니다. 서울 주요 도심 곳곳에 지점이 있고요, 저는 비교적 가까운 정동점과 삼청점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지난 번 와인 클래스는 정동점에서 수강했고, 이번 주에 열렸던 커핑 클래스와 브루잉 클래스는 모두 삼청점에서 수강했어요. 이곳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된 후로는 집에서 내려마시는 커피 원두도 가급적 여기서 구매합니다. 블렌딩하지 않은 '싱글 오리진' 커피들을 산지별로 구비해놓고 팔고 있어요. 할리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모두 이곳 루소랩으로부터 원두를 제공받는다고 하니, 원두는 이곳에서 구매해도 믿을 만하지 싶습니다.


루소랩 삼청점에 가다


아무튼 어제는 브루잉 초급 클래스가 삼청점에서 열려서 다녀왔습니다. 참고로 브루잉이란 커피를 내리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3층 카페인데, 삼청동 자체가 참 아담한데 건물도 아담하게 잘 자리잡았더라고요. 카페 1층에는 커핑 클래스를 위한 세미나실이 있고, 2층에는 브루잉바가 있습니다.



(사진: 루소랩 삼청점의 야경)


어제 수업은 이곳 삼청점의 엄소윤 바리스타님께서 맡아주셨는데요, 전 평소 집에서 칼리타(구멍이 세 개 뚫린 드리퍼를 의미함)를 이용해 드립커피를 마시지만, 어제는 하리오(구멍이 한 개 뚫린 드리퍼)를 이용해 드립을 해봤습니다. 늘 쓰던 도구가 아니었던지라 낯설긴 했지만, 재밌었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핸드드립 방식(나선형으로 돌려가며 물을 붓는 방식)과 달리 '푸어 오버(Pour Over)'라는 방식도 배웠습니다. 


바리스타님 설명에 따르면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는 물줄기를 천천히 붓거나, 점드립으로 점점이 찍어서 붓는 핸드드립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그건 일본의 전통적인 다도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반면에 미국과 같은 서구권 국가에서는 푸어 오버라는 방식으로 핸드드립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푸어 오버는 정말 규칙 없이 그냥 리드미컬하게 물을 붓는 방식입니다. 약간 리듬을 타면서 콧노래 흥얼거리며 기분 따라 물을 붓는 방식인데, 오로지 자신의 리듬에 맞춰서 붓는 방식이라 부담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기존의 드립방식에 너무 얽매여있던 터라, 푸어오버를 하면서도 의구심이 계속 들더라고요.



(사진: 하리오 드리퍼로 내리는 드립커피)


친절한 바리스타님 덕분에 즐거웠던 시간


평소에 핸드드립을 하면서 궁금했던 점들도 질문하고, 몰랐던 것도 새로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바리스타님하고 대화하면서 가볍게 커피 한 잔 하는 시간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만큼 부담도 없고 격식도 없었습니다. 소규모 인원으로 수업을 들었는데, 함께 수강한 세 분들도 모두 좋았고요. 전 개인적으로 바리스타님 성격이 너무 좋더라고요. 공짜로 수업 듣는 주제에 이거 저거 질문하면 귀찮을 법도 한데, 그런 내색 없이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먼저 분위기를 주도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주신 다음에 커피를 내려주시니까, 항상 마시는 커피였어도 어제 마신 커피는 유난히 향긋했습니다.



(사진: 드립 시범을 보여주시는 엄소윤 바리스타님)


커피에 정답은 없다


개인적으로 커피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자꾸만 원칙과 정답을 찾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했는데요. 바리스타님이 "커피에는 정답이 없다"면서 너무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말고, 정답을 찾으려고도 하지 말라고 강조하시더군요. 


그 말에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정말 유명한 전문가가 내려주는 커피도 내 입맛에 별로면 별로인 거다"라는 말도 공감했습니다. 정말로 커피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어제 수업을 들은 사람들과 다함께 각자가 내린 커피 맛을 공유했는데, 전부 맛이 제각각이었어요. 그렇지만 어떤 건 맛있고, 어떤 건 맛없다고 단정할 순 없었어요. 제각기 그 사람의 개성과 정성이 담긴 커피였으니까요.


그렇지만 커피에 정답은 없어도, 커피 맛을 구분할 정도는 되어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필터(여과지)에 물을 적시는 린싱 작업의 필요유무를 잘 모르고 있던 차였습니다. 어떤 곳에선 안 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선 하기도 하고... 솔직히 종이필터의 맛을 알아챈다는 것도 신기할 노릇이었죠. 


그런데 바리스타님 말씀이 "나도 미각이 둔감한 편이어서 처음엔 몰랐다. 그 종이필터맛을 구분해보기 위해 일부러 린싱한 물만 마셔보기도 했다"고 하시네요. 또 커피공부를 한창 하던 때에는 하루에 에스프레소를 20잔 가까이 마시고 저녁에 토하기도 하셨다고... 


확실히 대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일의 대가가 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듯 커피 좀 내린다고 하는 바리스타들도, 그 위치에 서기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을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커피 좋아한다고 하는 저도 노력이 부족하구나 스스로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진: 푸어오버로 내린 커피)


아무튼 어제는 모처럼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교훈도 많이 얻었고요. 다시 한 번 어제 강의를 해주신 엄소윤 바리스타님과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루소랩 측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중급 클래스도 꼭 들어야겠어요. 


PS.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던 커피 이야기도 밑천이 다 떨어졌네요. 몇 편 더 쓸 요량이었는데... 루소랩에서 수강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좀 더 추가해볼까도 고민이 되네요. 아무튼 이 글을 쓰다보니 또 향긋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워지는군요. 얼른 가서 드립 커피 한 잔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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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동 중앙대학교 정문 앞 <싸움의 고수>라는 보쌈 체인점에서 먹은 덮밥입니다.


'싸움덮밥'이라는 메뉴인데, 매우 매웠습니다. 여기는 모든 메뉴를 사이즈(S, M, L)로 구분해서 파는 게 이색적입니다. 양이 좀 적거나, 밥을 먹긴 먹어야겠는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선택지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L라고 해도 비싸지 않아요. 한 끼에 7, 8천원을 훌쩍 뛰어넘는 요즘 식당들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사진 속 덮밥이 L인데 5,800원밖에 안 하니까요. 양도 충분했고요.


그리고 여긴 여럿이서 보쌈 한 접시 시켜놓고 먹는 개념이 아니라, '1인 보쌈'을 지향합니다. 혼밥과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일부 메뉴들은 정말 혼밥의 고수들 아니고서는 쉽게 엄두를 내기 힘들죠. 저도 혼밥 좀 하는 사람이지만, 고깃집이나 뷔페 가서 혼자 먹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중에는 보쌈이나 족발도 포함이 될 거고요. 여기는 아마 그 점을 공략한 것 같습니다. 혼자서도 보쌈을 즐길 수 있게 저렴한 가격으로 '1인 보쌈' 세트를 판매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식당 내부 인테리어도 여럿이 둘러 앉아 먹는 테이블은 별로 없고, 메인홀을 아예 바(Bar)처럼 구성해놨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고... 아마 이 일대를 지나다가 혼자 밥을 먹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저는 항상 여기를 찾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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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속상하네요.


국악사에서 대여한 해금인데, 어제부로 2개월 약정기간이 끝나서 연장 계약을 했더랬습니다. 연습하려고 켰는데... 이 지경이 되어버려서 무진장 속상하네요.


박살난 부분은 해금의 '주아'라는 부분인데, 해금의 현(줄)을 팽팽하게 감거나 느슨하게 푸는 역할을 하는 부위입니다. 약간 레버 같은 느낌인데, 오늘따라 유난히 뻑뻑해서 잘 안 돌아가더라고요. 있는 힘껏 누르면서 돌리는데 '뚝' 하고 부러져버렸습니다.


머릿 속이 하얘졌습니다. 대여 악기를 박살냈으니... 당장 연습을 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수리비 걱정부터 들더군요. 바로 국악사에 전화해보니 "요령으로 돌려야하는데 너무 힘주면 부러질 수 있다"고 하네요. 일단 내일 당장 가서 수리하기로 했습니다. 수리비가 얼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속상하네요. 안그래도 돈 없어서 쪼들리는 상황에...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는지.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원래 주아 부분은 여름철에 쉽게 뻑뻑해진다고 합니다. 그럴 때는 선풍기 바람도 쐬어주면서 느슨하게 만들어준 다음에 슬슬 돌려야 한다는데, 모르고 완력으로만 돌리려고 했으니... 이번 참에 좋은 교훈 얻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네요.


수리비가 많이 들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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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부터 경복궁 옆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조선왕릉, 왕실의 영혼을 담다>라는 주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평소 조선왕릉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터라, 미루고 미루다가 더 늦기 전에 가봐야겠다 싶어서 엊그제 다녀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총 4개의 테마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조선왕릉, 세우다', '조선왕릉 정하다', '조선왕릉, 모시다', '조선왕릉, 돌보다' 등의 테마인데, 국왕이 승하한 후, 국장준비가 이루어지는 과정부터 왕릉이 조성되고 절기, 기일마다 제례를 지내는 과정까지를 자세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전시는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시를 다 둘러봤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지막 코너에 '지하1층에서 이어집니다'라는 문구가 있더군요. 뭐지 싶었는데, 마지막 테마인 '조선왕릉, 돌보다'라는 코너는 지하 1층에서 전시한다는군요. 엊그제 갔을 때는,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이 부분은 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오늘 다시 가서 나머지 전시까지 보고 왔습니다. 


사실 조선에서 임금이 승하한 뒤, 어떤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어떻게 왕릉이 조성되는가에 대해서는 조선왕릉을 자주 다니며 숱하게 접했기에, 그닥 흥미롭거나 새로운 내용들은 아니었습니다. 전시되고 있는 유물들도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정조 구릉지(舊陵地)에서 출토된 유물들이나 임금의 관인 재궁(梓宮) 정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지하1층 전시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VR(가상현실) 체험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여기가 제일 인기가 많더군요. 전시 자체는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이 코너만큼은 다들 줄지어 몰려있을 정도였습니다. 


VR 체험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 번째는 앉아서 보는 VR로 그냥 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3D 영상을 보는 개념입니다. 두 번째 VR은 서서 체험하는 프로그램인데, 헤드셋을 착용하고 머신 위에 올라서서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인터렉티브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제자리에서 뛰거나 걸을 때마다 화면에서 사람의 모션을 인식해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가 더 흥미진진해보여서 체험해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이게 제일 인기가 많더군요. 줄도 길거니와, 기계를 자주 식혀줘야 한다고 대기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습니다. 


결국 첫 번째 VR만 체험해봤는데, 화성의 융릉(사도세자의 무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것도 엄청 신기하지는 않았지만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론으로 지상과 공중에서 촬영한 융릉을 계속 따라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인터렉티브 시스템처럼 제가 직접 뛰어다니면서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제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360도로 회전이 되면서 사방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미디어도 VR이 대세라고 하는데, 박물관에서 이런 선진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니 반가운 일입니다. 고궁박물관 뿐만 아니라 많은 박물관들이 도입했으면 하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면 전쟁기념관 같은 곳에서는 실제 전장을 VR로 체험할 수 있는 코너를 도입한다던지요. 2019년 건립 목표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서는 평소 가보기 힘든 해외 임시정부 청사를 VR로 체험할 수 있도록 코너를 마련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시개요]


조선왕릉은 조선의 왕과 왕비의 무덤을 말한다. 유교적 통치 이념 속에서 절대적 권위와 위엄을 지닌 신성한 존재였던 왕과 왕비가 사후에 묻히게 되는 왕릉은 생전에 거처하던 궁궐과 마찬가지로 성역으로 취급되었다. 따라서 왕릉 위치의 선정부터 건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는 국가적 예법에 따라 신중하고 엄격하게 진행되었으며, 완성된 이후에는 왕실을 수호하는 조상신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자 왕실 의례의 장소로서 철저하게 관리되었다. 


조선왕릉은 500년 역사의 건축, 조경, 조각, 제도, 의례 등 유·무형의 요소가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다. 또한 조선왕조 역대 27대 왕과 왕비의 왕릉이 대부분 온전히 남아 있어 역사적 변천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2009년 조선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도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내용 출처: 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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