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5년 5월 2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1. 일병 7호봉(흔히들 일왕 혹은 일말이라고들 하는)이 되었습니다. 다음 달이면 상병인데 여전히 스스로 많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2. 이제 겨우 5월 초인데 날씨가 너무 무덥습니다. 그나마 선선하다는 전방 지역인 화천의 날씨가 이러할진대 남쪽은 얼마나 더 더울지... 매일 산 타는 것도 힘든데 뜨거운 햇빛 아래서 종일 발굴작전을 수행하려니 온 몸이 땀 범벅이 되어있고,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는데도 얼굴과 목이 새카맣게 타버렸습니다. 새삼 작년 여름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악몽이 떠오릅니다. 이번 여름을 잘 넘기는 게 관건일 듯 합니다.

3. 엊그제 제가 숙영하는 부대에 위문열차가 왔습니다. 군 입대 전에는 아이돌의 '아'자도 전혀 모르고 살았는데, 콘서트장에서 걸그룹과 여가수에 환호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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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4월 18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요즘 들어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아프다. 아직 전역하려면 1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기에, 벌써부터 무슨 전역 후 고민이냐는 시선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적지 않은 나이에 입대한 터라 지금 나의 고민은 사실 내 나이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 늦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사실 요즘은 군대에 그냥 말뚝을 박아버릴까 싶기도 하다. 모두가 극혐하는 전투식량을 별미로 맛있게 먹는 나의 모습을 본 선임들이 "군인 체질인 것 같으니 임관해"라고 농담 삼아 던진 말에 처음엔 웃어 넘겼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원래 꿈이 해군 장교 아니었던가.

해군 장교라는 꿈은 이미 사관후보생 시험 낙방과 함께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지만, 육군 사병으로 입대한 지금은 장교로 임관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나기도 했고, 나가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옛 꿈이었던 직업군인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이제 나이 제한도 있고 해서 마지막 기회 중 하나인 3사에 지원하려면 5월 안에는 지원을 해야한다는데...

PS. 실은 엊그제 유해발굴 개토식 때 옆구리에 권총 차고 늠름하게 계단을 오르는 사단장님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장교에 대한 로망이 불타오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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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4월 7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군 생활을 하며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동안 난 인생을 참 재미없게 살았지 싶다. 황금 같은 20년 세월을 낭비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전역만 하면 정말 예전의 나라면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일들을 과감하게 해보고 싶다.

그러니까 2016년아 어서 빨리 와다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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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4월 3일에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2015년 전반기 유해발굴작전 출동 한 달차가 되어간다. 어느 덧 일병 6호봉이 되어 2개월 뒤면 감히 바라보지도 못했던 '상병'을 달게 되는데, 지난 한 달은 과연 내가 그 무거운 계급장을 달 자격이 되는지 반추하게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막내생활 근 7개월 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후임도 들어오고, 확실히 마냥 아무 것도 모르고 어리바리했던 이등병 때보다야 심적 여유가 생긴 것은 분명하지만, 전체적인 작전 수행 과정에서의 잦은 실수는 과연 내가 짬을 제대로 먹었나 의문이 들게 만든다.

유해발굴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유해에 대한 지식도 스스로 생각할 때 많이 부족하고, 유해를 수습하는 능력도 이등병 시절에 비해 크게 진보한 것 같지도 않다. 그런 나의 문제점을 스스로 느끼고 있기에, "처음에는 나사가 꽉 조여져 있는 것 같더니, 요즘 들어 나사가 한두 개 풀린 것 같다"는 선임의 한 마디가 뼈저린 말로 다가온다. 내 스스로도 후임 앞에 부끄럽고 무능력한 선임으로 비춰질까봐 두렵다.

그래서 다시 결심한다. 다시 이등병의 마인드로 돌아가야겠다. 이등병처럼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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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2월 23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군대와 독서>

군대의 긍정적인 면을 한 가지 들자면, 독서하기에 비교적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창 업무를 익히느라, 혹은 다른 이유(?)로 '독서통제'를 당하거나 독서할 짬이 없는 이등병 짬찌 때는 독서란 사치지만, 어느 정도 짬이 차기 시작할 때부터는 눈치 볼 것 없이 자유로운 독서가 가능하다.

일과시간 외에는 사지방(군 PC방), TV(요새는 IPTV도 됨)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긴 하지만, 사회와는 달리 비교적 눈 둘 곳이 제한되기 때문에 휴식의 한 방편으로 독서를 하는 병사들이 많다. 나 같은 경우는 이등병 때부터 독서욕구를 참지 못하여, 혼날 때 혼나더라도 틈나는대로 읽기 시작했고 발굴 작전이 끝나고 자대로 복귀해 시간적 여유가 넘치기 시작한 때부터는 거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남들처럼 속독하는 스킬은 없어,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에 결과적으로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사회에 있을 때보단 눈에 띄게 많이 읽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사회에 있을 때는 어렵거나 지루해서 읽다가 중도 포기한 책들도 재도전하여 단숨에 읽어낼 수 있었다. 25년 만에 완독한 <난중일기>나, 1주일 간격으로 독파한 故 김준엽 선생의 <장정>이 그렇다.

아래 책들은 내가 입대 후 훈련소에서부터 지금까지 군대에서 읽은 도서 리스트다. 처음엔 병영도서관의 책들만 읽다가, 이젠 휴가/외박/면회를 이용해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반입해 읽고 있다. 다만, 이제 발굴 작전을 나가면 다시 외지에 나가야해서 한동안 지금처럼 순조로운 독서는 불가능할 것 같아 애석할 따름이다. 그래서 이번에 복귀할 때는 정말 어렵고 지루하고 두꺼운 책들만 골라 가져갈 생각이다.

1.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 (2014.8.15)
2. 정선 목민심서 (2014.8.19)
3. 책 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14.9.8)
4. 서경석의 병영일기 (2014.9.9)
5. 참 서툰 사람들 (2014.9.10)
6. 만화 김정은 (2014.9.10)
7. 우아한 거짓말 (2014.9.21)
8. 정글만리 1 (2014.9.21)
9. 정글만리 2 (2014.9.28)
10. 정글만리 3 (2014.10.1)
11. 장준하 - 민족주의자의 길 (2014.10.8)
12.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마라 (2014.10.11)
13.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 (2014.10.11)
14. 역사 e - season 2 (2014.10.12)
15. 호밀밭의 파수꾼 (2014.10.16)
16. 역사의 힘 (2014.10.25)
17. 독립정신 (2014.11.15)
18. 광복조국 (2014.11.19)
19.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2014.11.22)
20. 최인호의 <인연> (2014.11.26)
21. 새로 쓴 우리들의 대한민국 (2014.12.3)
22. 권력이란 무엇인가 (2014.12.16)
23. 장정 1 - 나의 광복군 시절 上 (2014.12.23)
24. 장정 2 - 나의 광복군 시절 下 (2014.12.29)
25. 내 꿈은 군대에서 시작되었다 (2014.12.30)
26. 일제하 식민지 지배권력과 언론의 경향 (2015.1.9)
27. 이순신, 꿈 속을 걸어나오다 (2015.1.18)
28.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2015.1.21)
29. 명량 진짜 이야기 (2015.1.23)
30. 조국의 만남 (2015.1.25)
31. 백절불굴의 김구 (2015.1.29)
32. 조선 정조대 장용영 연구 (2015.1.31)
33. 난중일기 (2015.2.2)
34.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2015.2.4)
35. 조선의 칼과 무예 (2015.2.7)
36. 말공부 (2015.2.10)
37. 로마 검투사의 일생 (2015.2.18)
38. 대통령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2015.2.20)
39. 책, 인생을 사로잡다 (20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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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2월 21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不忘初心 知行合一 (불망초심 지행합일)

2015년 을미년 정월을 맞아, 앞으로 남은 군 생활에 대한 나의 다짐을 휘호로 적어보았다.

지금으로부터 근 8개월 전인, 2014년 6월 25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現 나의 자대) 합격 통보를 받고서 뛸 듯이 기뻐하면서, 한 편으로는 6.25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숭고한 보직을 수행하게 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더랬다. 그리고 "단 한 분의 호국영령이라도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모시자"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막상 입대하고 현장에 투입되어 작전을 수행하다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고고학, 뼈대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이 맨 몸으로 현장에 뛰어든 어리바리 이등병에게 현장은 너무나도 버거운 곳이었다. 게다가 의지할 곳 없는 군대였기에 외로움은 더욱 사무쳤고, 안 보이는 곳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여러 번이었다.

지금도 솔직히 내 스스로가 너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곧 다시 현장으로 출동하게 될 텐데, 이등병 때처럼 여전히 어리바리하게 행동하지는 않을지, 또다시 너무 힘들다고 초심을 잃고 방황하지는 않을는지 걱정이다.

그래서 새해를 맞아 입대 전의 초심을 잃지 말고, 배운대로 행동하자는 다짐을 적어 관물대에 부착해놓고 매일 들여다보고 있다. 머리로만 이 글자를 외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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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2월 19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1. 짤방은 나의 '군복무기간 계산기' 조회 결과. 이제 겨우 34% 했네요.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요,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겠지...

2. 설날을 군대에서 보내는 것도 그닥 나쁘지는 않네요. 아침에 합동차례 지내고, 떡만두국도 먹었습니다. 사실 친척들하고 워낙 데면데면한 사이라서 명절을 그닥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여기선 거의 선임들이 더 많을지라도 어쨌건 '전우'들과 함께 있으니 외롭지도 않고.. 뭐 나름 괜찮습니다.

3. 다음 주에 4박 5일로 휴가 나갑니다. 이번에 나갔다 복귀하면 전국 방방곡곡으로 유해발굴작전을 뛰러 다녀야해서, 자대로 복귀하는 8월 전까지는 아마 휴가를 나가기 어려울 듯 합니다. 게다가 휴가 기간이 워낙 짧기도 짧으니 애석하지만 이번 휴가는 12월 첫 휴가 때 못 만나서 아쉬웠던 사람들부터 먼저 만나고, 남은 시간은 가족과 함께, 그리고 철저하게 독서와 여행, 영화감상 등 제 개인의 휴식을 위해서만 쓰렵니다.

4. 얼마 전에 페북에 자대로 책이나 편지 좀 보내달라고 굽신굽신했는데, 한 권도, 한 통도 안 왔더라고요. 부대 내 다른 병사들이 소포 받는 거 보니 참 부럽던데... 페북에서 이런 푸념을 하는 게 더 찌질해보이긴 하지만, 군대에 있으니 별 게 다 서럽고, 섭섭하고, 서운하고 그래요. 뭐 그냥 그렇다는 얘기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5. 2015년 을미년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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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1월 10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새해 들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열심히 읽고 있는데,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구절들이 있다.

잦은 전투로 인해 고단해질 때로 고단해진 데다가, 적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에게 '휴가'를 주어 위로해야 한다고 건의하는 장계 글이었다. 그 많은 일기 중에 장졸들에게 '휴가'를 주어 보냈다고 하는 구절만 계속 눈에 들어온다. 장졸들에게 마냥 FM대로 빡빡하게 굴 것만 같았던 이순신 장군이었지만, 난리로 인해 정신이 없던 와중에도 병사들의 사기를 고려해 휴가를 자주 보내줄 줄 아는 아주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제발 포상휴가 좀 팍팍 보내주세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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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1월 1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1. 2015년 1월이 밝았다! 그러나 전역은 2016년이라는 게 함정...... 새해 아침부터 화장실 X휴지나 치우고 있으니 내 신세도 참 가련하다. 어쩌면 상병 달 때까지 후임이 안 들어와서 상병 때까지도 계속 막내생활할 수 도 있다는 건 더 큰 함정... 새해 첫 날부터 군 생활 꼬이는 소리가 들려오는구나 OTL...........

2. 입대 후 훈련소에서부터 틈나는대로, 취침시간에 자체 연등까지 해가며 읽었던 책들이 지금까지 총 25권이다. 밖에 있을 땐 즐길 것도 많고, 눈 둘 곳도 많아 독서에 소홀했는데 군대 오니 확실히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 좋다. (몇 년 전에 사놓고서 지루하다는 핑계로 읽지 않아 먼지만 쌓이던 故 김준엽 선생의 <장정>도 부대에 가지고 와서 읽으니 단숨에 읽어낼 수 있었다)

2015년 새해 첫날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다. 여지껏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면서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 없었는데, 군대에서 한 번 정독해볼 셈이다.

3. 국방부에서 주최한 <2014 국군 감동스토리>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덕분에 TV조선에서 인터뷰 촬영을 온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 팀은 비상이 걸려, 하지 않아도 될 생활관 청소에 두발정리에 기타 등등 촬영을 위한 잡무를 하게 됐다. 의도치 않게 큰 X을 싸버려서 선임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4. 다음 휴가는 2월에나.... 모두들 201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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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4년 12월 23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2014 국군 감동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얼마 전부터 부대 복도에 이 공모전 포스터가 붙어있기에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자유롭게 컴퓨터를 할 수 없는 군인인지라, 휴가 나가서나 써야지 하고 메모해 뒀었더랬다.

생애 첫 휴가인지라 정신 없이 먹고 마시는 데만 열중하느라 공모전 따위는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 복귀 당일에서야 부랴부랴 급하게 써서 냈는데 최우수상이라니, 굉장히 과분한 영광일 따름이다.

내용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지원하게 된 계기부터 5개월의 군 생활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호국영령의 유해를 발굴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 등을 한 편의 글로 묶어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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