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서 '코어 근육의 중요성'이라는 영상 한 편을 시청했다.



요즘 들어 어딜 가도 '코어'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되는 것 같다. 코어 근육만 집중적으로 단련시키는 체육관도 성행하고 있을 정도다. 


사부님은 "제대로 된 정종 문파에 가서 수련하면 자연스럽게 코어 근육이 발달한다"면서 "새삼스러울 게 없다"고 덧붙이셨다. 확실히 어떤 무술이건 하체를 견고하게 다지면서 몸의 무게중심을 바로 잡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코어 근육이 발달하게 된다. 내가권의 참장도 그렇고, 외가권의 기마자세 단련도 마찬가지다. 정종 문파에서 제대로 된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코어, 코어하면서 별도의 운동법을 따로 찾아 배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너무 어려웠던 활의 구조에 대한 개념


사부님은 "활의 모든 부위 명칭을 외울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씀하셨다. "그런 명칭 몰라도 활 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정말 중요한 부위만 알면 된다"며, "명칭보다 중요한 건 부위별 세기다"라고 하셨는데, 활의 윗장과 아랫장이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미 강/약이 다르게 제작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활은 손으로 잡아 고정시키는 줌통을 기준으로 위를 윗장, 아래를 아랫장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활을 얹고 부릴 때(활 시위를 활 몸체에 걸고 푸는 것을 각각 얹는다, 부린다로 표현한다)에도 아랫장에 더 많은 힘을 가해 휘어서 활줄을 걸어야 한단다.


사부님께서는 친절하시게도 물리학 법칙까지 인용하면서 설명을 해주셨지만, 원체 머리가 나쁜 나로서는 한 번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절피(활 시위에 덧대어 감은 끈으로, 여기에 화살 오늬를 끼워 발시한다)가 활 시위 정중앙이 아니라 조금 더 위에 감겨있는 이유도 설명을 해주셨다. 그런데 이 역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진짜 머리가 나쁜 건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내용을 함부로 옮겨 적었다간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유통시키는 꼴이 될 것 같아, "모르겠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저 묵묵히 배우면서 사부님께 계속 설명을 듣는 수밖에. 여하간 사부님의 친절한 설명에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활이란 참으로 어려운(?) 무기다. 


'좌궁/우궁'의 개념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흔히들 오른손잡이들은 왼손으로 활체를 잡고, 오른손으로 화살을 끼워 당겨 발시하는데, 이를 '우궁'이라고 한다. 좌궁은 그 반대개념이다. 그런데 왼손잡이가 활을 좌궁으로 쏘면 좌궁이 되고, 오른손잡이가 활을 우궁으로 쏘면 우궁이 되는 게 아니다. 활 자체가 이미 제작단계에서부터 '좌궁', '우궁'으로 그 성격이 명확히 정해진 상태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우궁의 경우 도고자(활시위 끝이 걸쳐지는 부분)가 오른쪽으로 휘어있고, 좌궁의 경우 그 반대로 휘어져있다. 그래서 좌궁을 우궁으로 쏘거나, 우궁을 좌궁 방식으로 쏘게 되면, 활시위가 벗겨지며(활이 뒤집힌다라고 표현함)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좌/우궁의 차이에 대해서도 직접 활을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확인해봤지만, 도무지 어디가 휘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초보자라 캐치를 못하는 것인지, 진짜 신체감각이 아둔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함부로 활을 내서는 안된다


어렵기도 어렵지만, 활은 상당히 위험한 운동이기도 하다. 그 근원이 역시 살상기술인 무예이다보니, 위험하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기는 하다. 사부님은 "만약 활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없이, 활을 마구잡이로 쏘게 되면 장담컨대 20년 내로 몸이 망가져서 고생할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일단 활 자체가 탄성이 대단한 무기이기 때문에, 엄청난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억지힘을 쓰면 당연히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겠는가.



여기서 '온깍지'와 '반깍지'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활시위를 당긴 손을 놓으며 발시를 할 때, 화살을 발사하는 동시에 화살을 잡았던 뒷손을 뒤로 강하게 뻗는 동작을 '온깍지'라고 한다. 그리고 반깍지는 뒤로 멀리 뻗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팔을 뒤로 살짝 퉁겨주는 동작이다. 이는 활의 강한 탄성으로 인한 충격을 최대한 밖으로 흘려보내기 위한 동작이다. (이때 활을 잡고 있는 손 역시 밀어주어, 그 충격을 밖으로 배출한다)


만약 위의 원칙들을 무시하고 활을 쏘게 될 경우에는, 활이 주는 충격파를 몸이 그대로 흡수하여,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지사. 활을 실제로 당겨본 사람들은, 그 탄성이 얼마나 어마무시한지 알 것이다. 그 탄성을 내 몸에 그대로 흡수한다고 생각해보라. 20년이 아니라 1년만 그렇게 해도 몸이 망가질 것이다.


사부님은 "마찬가지로 빈 활 역시 함부로 당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셨다. 화살을 걸고 쏘는 경우에는, 활의 탄성이 화살에 실려서 그 충격이 완화되지만, 빈 활을 당겨서 쏠 경우에는 그 충격파가 내 몸에도 그대로 전달될 뿐더러, 활에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런 식으로 빈 활을 몇 번 당기다보면, 얼마 못가서 활을 못 쓰게 될 수도 있다고. 그래서 빈 활은 당겼다가 천천히 놓는 식으로만 수련해야 한단다.



이런 이론 수업을 들으며 실기 수업을 병행하였는데, 오늘은 '활 얹고/부리기', 그리고 활의 기본 보법인 '비정비팔(非丁非八)' 자세와 그 자세에서 빈 손으로 활을 잡았다고 가정하고 활을 들어 쏘는 연습을 했다.


활은 양생에 좋은 전신운동


솔직히 특강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활이 '전신운동'이라는 점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부님으로부터 이론 설명을 들으면서 왜 활을 두고 전신운동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건강 생각으로 활을 배우는 거라면, 활쏘기 하나만으로도 평생 건강은 충분히 챙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다. 우선 하체를 견고히 하여 무게중심을 정확히 잡는 과정에서 '코어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다. 그리고 활은 팔의 힘으로 당기는 게 아니라, 상체의 척추를 이용해 당기는 것이다. 결국 온 몸 전체로 활을 당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다보니 활 한 번 쏘는 데 전신운동이 절로 되는 것이다. 여기에 올바른 호흡까지 더한다면, 활쏘기는 근력 뿐만 아니라 내가적으로도 큰 효과가 있지 않을까?


베테랑이 무섭다


사부님은 마지막으로 "활을 쏠 때는 항상 정신을 차리고 쏴야한다"고 강조하셨다. 정신줄을 놓고 활을 당기다보면, 낙전(당긴 활에서 화살이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함)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잘못하면 자신의 손등을 뚫어버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 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무예가 그렇지만, 활은 특히 위험하다. 이미 쏘아버린 화살을 되돌릴 수 없는 탓이다. (오죽하면 '화살은 이미 떠났다'는 관용적 표현이 있을까)


이를 강조하면서, 사부님은 "원래 베테랑이 무섭다. 무사고 10년을 강조하는 운전수야말로 정말 위험한 운전수다"라고 하셨다. 베테랑들은 그만큼 자신이 있으니까, 사고에 대해 더 무심하게 된다는 것. 활쏘기 역시 마찬가지여서, 활을 오래도록 잡은 사람일수록 근거 없는 자만감에 생각 없이 쏘다가 실수하는 경향이 더 잦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겸손하게, 그리고 집중해서 활쏘기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물론 이것은 활쏘기 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감에 있어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충고라,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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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내일부터 다시 비가 온다고 하는데,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 오늘 하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오고, 하늘의 색깔도 알록달록한 것이 참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하루였다.


내일부터 장마가 다시 시작되면, 당분간 실외수련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저녁 먹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개인수련을 했다. 


오늘은 오랜만에 홍가권을 연마해보았다. 공자복호권부터 호학쌍형권까지... 딱 한 번씩만 했는데도 벌써 힘이 든다. 역시 홍가권은 강권 중의 강권. 몸을 단련하는 데에 이만한 권법도 없는 것 같다. 굳이 실전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냥 몸풀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하루에 한 번씩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랜만에 하는데도 동작이 거의 다 기억나는 것이 신기했다. 하긴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배운 권법인데, 이걸 잊어버리면 들인 공과 돈이 아깝지.


수련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또 언제였던가.


그 하늘을 보는 순간 더 이상 수련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겼다. 때마침 드라마 <미생>의 메인 테마곡인 한희정의 '내일'을 듣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에 가장 와닿는 음악이기도 해서, 어울리지도 않게 감상에 빠져버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나라는 존재가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 살아있는 내 자신에 감사하자.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를 소중히 여기자. 매사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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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써 열정대학 학생선택과목 '함께 무예 배워볼과'도 5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2주 뒤면 종강이고, 마지막 수업은 사당 전수관에 가서 '종강파티'를 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으니, 실질적인 수업은 다음 주가 마지막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다들 열심히 잘 따라와주긴 했는데... 얼마 전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네요. 


지난 주 토요일은, 과목 개설 후 사상 처음으로 '결강'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단 한 분도 참석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뭐 사유를 밝혀주신 분들도 있고, 그냥 아무 연락 없이 잠수타신 분들도 있고... 심적으로 좀 울적했네요. 다들 재밌다고 잘 따라와주다가 갑자기 안 나오는 바람에... 제 수련 지도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혼자 고민도 해봤고, 학생들에게 물어도 봤지만... 다들 '바빠서 어쩔 수 없었다. 죄송하다'고 합니다. 뭐 정말 바빠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야죠.


어쨌거나 이 상태로는 애시당초 정했던 커리큘럼(종강까지 권법을 떼는 것)대로 가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수업을 지도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집에 있는 목검 두 자루를 챙겨서 수련터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수련은 기존에 배웠던 거 가볍게 복습하고, 바로 검을 잡게 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목검 쥐는 법부터 간단한 타법까지만 지도하고 서로 툭탁거리며 때리고 막는 연습을 시켰습니다. 확실히 만날 허공에만 주먹과 발을 날리다가, 뭔가를 들고 투닥거리니 다들 재밌어하는군요.


칼을 이용한 공방 연습을 끝내고는 기초 호신술 몇 가지를 지도했습니다. 뭐 전부 여기저기 무술도장을 다니며 알음알음 익혀두었던 것들이죠. 위급 상황에서 여자들도 쓸 수 있는 기술들 몇 개를 소개하니, 다들 또 신기해하고 재밌어합니다. 둘이서 짝 지어서 열심히 연습하네요.


어차피 다음 주 수업이 마지막이니, 마지막 수업 역시도 그냥 이렇게 서로 손이나 칼을 맞대고, 재밌게 수련을 하다가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뭔가 용두사미가 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만... 애시당초 처음 개설한 과목이고, '기초 호신술 지도+무예에 대한 흥미 유발'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였으니, 그닥 후회는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나오면서 제게 응원해주는 수련생들도 있고요. 다들 퇴근하고 쉬고 싶을텐데, 멀리서 와서 열심히 운동하는 거 보면, 저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마지막 종강파티 때까지 꾸준히 나와줘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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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해가 지날수록 여름이 더 더워지는 것 같다. 특히 올해 여름은 5월 말부터 슬슬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6월 중순에 이른 지금은 벌써 불볕더위가 시작됐다. 다가올 7, 8월 삼복더위는 어찌 견딜 수 있을는지... 체질적으로 더위에 약한 나로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무튼 여름철은 수련하기가 참 안 좋은 계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마다 조금씩 생각하는 게 다르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차라리 겨울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겨울엔 추워도 껴입고 운동하면 되고, 운동하다보면 금세 몸이 데워지기 때문에 오히려 수련하기 좋다. 


하지만 여름에는 다 벗고 수련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더위 탓에 기운이 빠지고 온 몸이 나른해져 수련하기가 쉽지가 않다. 겨울철에는 관절이 굳어서 부상의 위험이 크다면, 여름철은 관절의 부상보다는 내기(內氣)가 손상될 우려가 매우 크다.


옛날 장용영 군사들은 촉한음서(觸寒飮署)라고 해서, 추위를 무릅쓰고 더위를 먹어가며 무예 수련을 했다고 하지만, 그건 목숨을 걸고 임금을 지켜야 하는 군대였으니 그런 거고... 평생 촉한음서하다가는 제 명에 못 살고 일찍 죽거나, 늙어서 병으로 고생할 우려가 크다고 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삼복더위에도 쓰러질 정도로 수련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다. 당장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선수들 혹은 무림제패를 꿈꾸는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려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취미로 무술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수련을 하다간 오래 버티지도 못하고 금세 관두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여름엔 수련을 하면 안될까? 그건 아니다. 아무리 더워도 몸을 계속 움직여줘야 한다. 수련은 1년 365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름철 수련은 본인의 몸 상태에 맞게 그 양을 조절해서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만약 수련양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면, 이렇게 더운 날씨에 그 많은 양을 소화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지레 질려서 수련을 아예 거르게 될 확률이 높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무예 수련을 해왔는데, 요즘 들어 바쁘기도 바쁘거니와 날이 덥다보니 금세 몸이 피로해지고 귀찮아져서, 수련을 하루 이틀 거르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오늘도 저녁 먹기 전에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가볍게 수련을 해줬다. 수련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름철엔 계절에 맞게끔 내가 수련양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부님도 종종 말씀하시길, "여름에는 무리하게 운동하면 내기가 손상될 우려가 있으니, 외적으로 활발하게 하는 운동보다는 정(靜)적인 수련을 위주로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더운 날씨에,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보면, 오히려 더위를 먹을 위험이 크다. 건강해지기 위해 무술 수련을 했는데, 오히려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인 것이다.


오늘도 그래서 가볍게 몸을 풀고, 발차기도 허리 아래로까지만 천천히 차고, 주로 참장(입선)과 같은 내공 수련을 위주로 했다. 그리고 마무리는 역시 칼쓰기. 오른쪽 어깨가 완치될 때까지는 왼쪽으로만 칼을 쓰라는 사부님의 충고에 따라, 보법 연습과 병행하여 왼손 칼쓰기 수련을 했다.


앞으로 다가올 7.8월 더위와 어찌 싸울지 벌써부터 걱정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름이 다가올 때는 항상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도, 또 어떻게 잘 극복해왔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26년이다. 올해도 정신없이 바쁘게 수련하고, 놀고, 공부하고, 일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시원한 가을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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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링크: http://news.donga.com/3/all/20130815/57038001/1


좀 철 지난 기사긴 하지만, 자료 보존 차원에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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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네이버 캐스트에 '마르코&성준의 수원견문록'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수원ITV 제작으로 되어있길래 찾아봤더니, 수원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을 의미하는 브랜드였다. 하긴 제목만 봐도 수원시에서 만들 것 같은 삘이 강하게 오긴 한다.

프로그램은 마르코라는 이탈리아 청년과 한 연예인이 함께 동행하며 수원의 관광명소를 체험하고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번에는 '무예24기' 편이 나왔다. 사실 무예24기는 수원시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라서 빠질래야 빠질 수가 없긴 하다.

포맷은 뭐... 뻔하다. 

무예24기 공연 보고, 무예24기 체험해보고... 뻔한 스토리라서 사실 나에게는 진부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꾸준히 무예24기의 존재감을 환기시키는 노력과 시도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다만 아쉬운 건, 진부한 포맷을 벗어나서 좀 다른 식으로 접근해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예24기를 생활무술로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인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한 편당 10분 내외로,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올라왔길래 함께 퍼왔다.

PS. 참고로 1편은 4분 20초부터 무예24기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1편>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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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재밌는 상상을 해보았다.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수련했던 무술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상상해 본 것이다.

 

안중근의 경우 어릴 적부터 워낙 무예를 좋아했다고 전해지는데, 일단 그가 국궁(활쏘기)과 총포술, 수렵술, 기마술 등을 익힌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안중근 본인이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 등을 통해서도 언급한 바 있기에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맨손 무예(권법)에 대한 설명은 없어서 아쉽기만 하다. 만약 안중근이 맨손 무술을 배웠더라면 과연 어떤 무술을 배웠을까?

 

내 생각에 안중근이 맨손 무술을 배웠다면 '택견'과 '씨름'을 배웠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된다. 택견, 국궁, 씨름은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전통 무술이다. 그외에 다른 전통 무술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기록에 따르면 고구려 '수박희'와 같은 무술도 있다고 하는데, 이 무술이 안중근이 활동하던 시절까지 전해내려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미 실전된 무술이라 알려져있다.) 또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무예24기(혹은 십팔기)를 배웠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배웠을 확률이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무예도보통지>를 바탕으로 한 무예24기는 군용 무술이다. 정식으로 무과에 급제하였거나, 군에 입대한 이들이 배울 수 있는 군용 무예를 안중근이 배웠을 확률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옛부터 택견과 씨름은 그 맥이 끊기지 않고 꾸준히 수련되어 온 우리 고유의 무예이다. 그 살상력과 실용성, 무술로서의 가치가 상당한만큼 안중근이 무술을 배웠더라면 그 두 무술을 배웠을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김구를 비롯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소속 독립군은 과연 어떤 무술을 배웠을까? 과연 이들이 무술을 배우긴 했을까?


나는 이들이 분명 무술을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총과 폭탄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근대에 맨손 무술을 배웠을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총을 쓸 필요도 없이 핵 발사 하나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첨단 과학 시대에도 전세계 모든 군인들은 각 나라의 고유 무술을 수련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 국군도 태권도를 열심히 수련하고 있지 않는가?) 단병접전과 기습전에서 무술만큼 유용한 기술은 없으며, 또한 무술은 단순히 호신술을 넘어 군의 기강을 바로잡고 신체를 강건히 하며, 정신을 수양하는 수단의 하나이기에 꾸준히 수련하고 있는 것이다. 임시정부 역시 '독립 전쟁'을 수행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총검술과 같은 근대적 훈련 뿐만 아니라 그들 내부의 기강을 바로 잡고,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무예 연마에 힘을 쏟았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슨 무술을 배웠을까? 


김구의 경우는 이미 <백범일지>의 기록(치하포 사건을 통해 김구의 기술을 분석하여 그것이 택견의 기술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혀낸 연구 결과가 있다)을 통해 어렸을 적 '택견'을 수련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독립군들은 어떤 무술을 배웠을까?

 

여기서부터는 일부 기록을 바탕으로 한 나의 철저히 개인적인 상상인데, 임시정부가 위치했던 지역 근방의 전통 무술을 배웠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임시정부는 상해, 광둥, 충칭 등 중국 대륙의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며 활발하게 활동을 펼쳤다. 중국 역시 임시정부가 활동하던 시기에 활발한 항일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한국을 도우려는 중국의 무술가들이 한국 독립운동가들에게 무술을 지도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재밌는 상상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광둥은 중국 남부 지역으로 남권(南拳)의 총본산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홍권(洪拳), 영춘권(詠春拳) 등 지금까지도 중국의 실전 권법으로 유명한 무술들이 모두 광둥 지역에서 성행하였다. 임시정부는 광둥 지역에 잠시 머무른 적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광둥성 광저우 황푸에는 그 유명한 장제스의 <황포군관학교>가 있었다. 의열단을 이끈 김원봉과 같은 한국인 항일운동가들을 배출한 학교가 바로 황포군관학교이다. 이들은 나중에 임시정부에 가서 군사 교관이 되기도 한다. 


분명 황포군관학교에서는 자신들의 국기인 중국무술을 가르쳤을 것이다. 또 황포군관학교는 광둥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광둥의 권법들(홍권, 영춘권)을 수련했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임시정부의 교관으로서 후일 <한국광복군>을 이끌게 되는 주역들이 중국무술(더 구체적으로 남파 권법)을 배웠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내 상상의 결론이다. (더 나아가 광둥 지역의 항일독립운동가이자 무술가, 의원이었던 황비홍과 이들이 한번쯤 교류한 적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는데 너무 지나치게 뜬구름 잡는 상상이라 이쯤에서 붓을 놓는다)

 

어떻게 보면 참 황당무계하고 유치한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그럴싸하다는 생각도 든다. 상상을 마치고보니, 내가 지금 수련하고 있는 홍권(洪拳)이 항일 독립 운동을 펼쳤던 우리 선조들이 수련했던 권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짜릿한 흥분(?)마저 든다. 지금 우리 학계에서 독립군들이 어떤 무술을 수련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연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중에 '독립군과 무술'이라는 분야로 연구를 해서 논문을 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 이 글은 필자가 2011년에 재미로 써본 글이다. 어디까지나 상상에 많이 치우친 글임을 감안해서 읽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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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속된 단체인 '무예24기 한양류'는 평일 전수와 주말 전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다르다. 주말 전수의 경우 중앙대학교 야외수련터에서 이루어지지만, 평일 전수는 한양류 공식 전수관(정식 명칭은 '본부 전수관'이라고 한다)에서 이루어진다. 


평일 전수와 주말 전수가 별도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유는 여럿이 있지만... 대표적인 이유는 '병장기 수련' 때문이다. 무예24기의 특성상 장병기는 좁은 실내에서 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야외에서 수련할 수밖에 없다.


본부 전수관은 서울 관악구 남현동(사당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으며, 2014년 2월 정식 개관했다. 그로부터 얼마 안 있어 나도 입대를 해야했고, 전역한 직후에도 주말 전수에 주로 참여했기 때문에 사실상 나도 전수관에서 수련한 기억은 별로 없다. 


아무튼 전수관이 개설된 후로는, 야외에서만 수련할 때보다 이점이 많다. 각종 미세먼지나 황사, 우천 등으로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전수관에서 수련할 수도 있고, 정기총회와 같은 단체 차원의 친목모임 역시 전수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련생 화합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오늘은 평일 전수를 위해 전수관에 가면서, 우리 전수관 사진을 한 번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 장 찍었다.



전수관이 위치한 건물 입구다. 큰 간판은 없지만, 그래도 '무예24기 한양류 본부전수관'임을 알려주는 작은 간판이 달려있다. 이 건물 지하 1층이 우리 전수관이다.



(사진: 전수관 입구)




참고로 내부 사진은 오늘 촬영한 게 아니라, 예전에 촬영한 사진들을 그대로 퍼온 것이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어서 그대로 활용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리 넓은 규모는 아니지만 호젓하게 수련을 즐길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특히 역사학, 전통문화, 차(茶) 등 다방면으로 공부하고 계시는 사부님 덕분에, 전수관 한 켠에는 각종 사료들과 역사학 논문, 서적들이 즐비하고, 무예 수련용 병장기, 국악기, 다구, 한복 등이 있어 마치 작은 박물관에 온 느낌을 받곤 한다.



이렇게 전수가 이루어지며... 크리스마스 시즌처럼 특별한 때 저렇게 장식해주면 밤에도 정말 멋진 광경이 연출된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전수관에서 제자들과 어울려 파티 한 번 했으면 좋겠다.




본부 전수관 오는 길은 위의 약도를 참조하면 된다.


평일 전수는 사부님의 여건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당분간은 평일 수요일, 금요일 오후 7시에 이루어진다. 굳이 전수를 받는 것이 아니더라도, 자유로운 수련 참관이 가능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사부님께 사전에 참관 문의를 한 뒤, 많이들 방문해주면 좋을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차(茶) 한 잔 얻어마시면서 즐겁게 놀다 갈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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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연일 이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한 건 페이스북에서였다. 처음에는 흔하디 흔한 괴담인 줄로만 알았다. 워낙 믿기 힘든 내용이기도 하거니와, 출처 자체도 일반 네티즌이 2차로 가공한 자료였기 때문에 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정식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면서 사실임이 드러나자 이내 내 감정은 충격과 경악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이미 사실관계가 다 밝혀진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아무리 요즘 세상이 미쳐돌아간다지만, 어떻게 이런 극악무도한 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가. 여러 명이 여성 한 명을 집단으로 강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가해자가 학부형이고, 피해자가 선생님이라니... 어떻게 자기 자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상대로 그런 잔혹무도한 짓거리를 할 수 있었는지 화가 난다.


학부형들이 교사를 강간했다는 사실도 분노할 일이지만, 이 사건이 벌어진 전남 신안군 주민들의 인식은 더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한 방송사와 한 인터뷰들을 보니 "지역 인식만 나빠졌다",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등, 철저하게 이기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는 것 아닌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많은 사람들이 섬마을, 시골마을 하면 '정 많고 푸근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저런 순박한 얼굴을 가지고서, 어떻게 뚫린 입이라고 저런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있을까. 더욱이 방송사 인터뷰에서까지 저런 말을 할 정도면, 뭐가 옳고 그른지 선악 구분도 못 한다는 얘기다. 이런 사람들이 사이코패스 내지는 소시오패스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특히 사건이 벌어진 전남 신안군은 예전에도 '염전 노예' 사건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곳인데, 이번에 또 이런 사건이 벌어진데다가, 주민들도 저런 식으로 피의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니, 어느 누가 가고 싶어 하겠는가? 몇십 년전에 벌어진 '연쇄살인사건' 하나로 인해, 경기도 화성이 여전히 '연쇄살인의 도시'라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이제 신안은 '범죄의 고장'으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완전히 낙인이 찍혀버렸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저런 이기적인 인터뷰가 보도된 후로는 '지역감정'으로 비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수그러들었다.


얼마 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에 이어, '조성호 토막살해사건', '수락산 살인사건' 그리고 이번 사건까지...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살인사건들이 잇달아 벌어졌기에, 사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이런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 탓인지, 요즘 '내 몸은 내가 지켜야한다'는 인식도 팽배해진 것 같다. 한 언론보도를 보니 요새는 호신용품점의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무술도장도 장사가 잘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확실히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각성한 건 맞는 것 같다.


얼마 전 내가 열정대학에 개설한 무예24기 수련과목 '함께 무예 배워볼과' 역시 남성 수강생이 한 명도 없고, 전부 여성 수강생들 뿐인 게 그 방증이다. 의외로 여성들이 많이 지원한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해서 "여성들이 이렇게 많이 지원할 줄 몰랐다"고 하자, 하나같이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흉악범죄가 많이 일어나서, 호신술을 배우고 싶었다"고들 한다.


하기사 남자인 나도 요즘은 저런 보도를 보면 겁이 난다. 그리고 내 한 몸도 한 몸이지만, 내 가족에게도 저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이런 걸 보면서 오늘날 무예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일부 무술도장들은 "주먹보다 법이 가깝다", "5분 거리에 경찰이 있다"며 스스로 무예의 가치를 '양생'으로 전환한지 오래인데, 솔직히 저 말들이 비현실적이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그래, 어디 신고하면 경찰이 바로 구해줬나? 오히려 늑장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쳐서 더 큰 피해로 번진 게 하루이틀 일이냔 말이다. 이제 정말 수동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할 게 아니라 내 스스로 내 몸과, 가족을 지켜야만 한다. 무예의 본질적 목적인 '호신'을 살려야 할 때인 것이다.


아무튼 세상이 점점 미쳐돌아가는 것 같다. 원래 이런 썩어빠진 사회였는데, 요즘 들어 자극적인 보도가 많이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세상이 갈수록 흉흉해지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들 '내 한 몸은 내가 지켜야한다'고 각성하고, 각자 위급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호신수단을 마련하는 게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 생각한다.


PS. 이런 강력범죄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조선시대처럼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범죄자들의 양 귀를 화살로 꿰뚫고, 형틀에 묶어 목을 참수하고 효수하는 극단적인 방식까지도 떠오른다. 나도 타고난 본성이 악마인 것인지, 사회가 이렇게 사람들을 악마로 만들어가는 것인지... 화가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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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열정대학에 야심차게 개설한 무예24기 과목 '함께 무예 배워볼과' 1강이 열렸다.


마침 그날은 불광동 근처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열정Class'가 열리는 날이라, 클래스 강연이 끝난 뒤에 바로 모여서 수련하기로 했다.


화요일반 멤버 제외하고, 또 오늘 갑자기 사정이 생긴 한 명이 결석하니, 수강생은 두 명밖에 없었다. 단촐하니 오히려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우선 몸풀이와 입선(참장)을 복습하고, 이번에는 둘이서 짝지어 함께 푸는 몸풀이도 새로 지도하였다. 이어 주먹을 쥐는 법부터 주먹을 지르는 법, 발차기(단퇴), 발차기 막기, 보법(진/퇴보)을 지도하였다. 하나 하나 배울 때마다 계속 반복 연습하고, 어느 정도 잡혔다 싶으면 다시 새 진도를 나가다보니 1시간 30분이 훌쩍 흘러버렸다. 쉬는 시간 없이 1시간 30분 동안 계속 떠들면서, 수강생들의 자세를 봐주다보니 끝나고나면 나도 진이 쭉 빠진다.



사실 야심차게 과목을 개설했고, 스타트가 좋아서 아직은 순항 중이지만, 그럼에도 개설자 입장에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진도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권법 자체가 일반적인 중국권법에 비해 초식의 수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7주 안에 이것을 다 지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바로 투로를 들어갈 수도 없다. 무예를 수련하기 위한 기본공을 확실히 떼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지도하는 데만도 몇 주가 걸릴 것이다. (아니 사실 몇 주 안에 뗀다는 것도 불가능하지)


가르쳐주려면 하루에도 다 가르쳐 줄 수 있지만, 그건 굉장히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까. 어느 무술이든 기본이 잡힌 후에야 다음 기술을 배우는 것인데, 아무리 취미반이라고 해도 기본공을 대충 지도하고, 바로 진도를 빼버리면... 기본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수련하다가 몸까지 망칠까 저어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온전히 지도자의 책임이다.


그렇다고 기본기만 주구장창 지도하자니, 수강생들 입장에서 맥이 빠져서 무예 자체에 흥미를 잃을까봐 그것도 걱정이 된다. 지금 당장은 기본기도 새로 배우는 동작이기에, 다들 재밌다고 하지만... 7주 동안 이것만 시키면 아마 중간에 다 '과목포기'하고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일단은 '취미반'으로 개설했기 때문에, 기본기를 중점적으로 수련하면서도 적당히 진도를 나가는 쪽으로 절충하긴 해야할텐데, 그 절충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커리큘럼 상으로는 권법 진도를 다 나가자고 했지만, 그건 욕심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권법에서 간단한 기술들만 뽑아서 지도할까? 


아무튼 개인수련하기도 정신 없는데,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한 요즘이다. 


그래도 수강생들이 열의를 갖고 수업에 임해주니, 그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오늘은 수련 마치고 함께 집에 가는데, 한 학생이 가방에서 「조선무사」 책을 읽고 있다며 보여준다. 일전에 내가 열정대학 커뮤니티에 '무예 수련하면서 참고하면 좋을 서적 리스트'에 올려둔 책인데, 잊지 않고 책을 빌려서 읽는 것이었다. 



요새 열정대학 커뮤니티에 '수련하면서 참고할 서적'을 비롯해 매 수업이 끝난 뒤에 '수련일지'도 작성해서 올리고, 이런 저런 유용한 정보들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수강생들이 하나 같이 나에게 "개설자님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개설자는 못 봤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면서 "여러분이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주니까 저도 덩달아 열심히 하게 되는거죠"하고 대답한다.


실제로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을 때마다 절로 힘이 난다. 특히 나는 수강생들에게 매 수업이 끝난 뒤에 '수련일기'를 써서 각자의 블로그에 올릴 것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하나같이 열심히 써주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그들의 수련일기를 읽으면서, 나는 행간에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수강생들이 이토록 열의를 보여주니, 개설자 입장에서 어찌 열심히 하지 않으리오한 편으로, 나 역시 열심히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우리 사부님도 또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PS. 이미 지난 화요일 첫 강의를 지도한 바 있지만, 그때는 인증샷을 찍지 않은 관계로... 벼르고 벼르다가 이번에서야 수강생들의 양해를 구하고 수련하는 사진을 찍어 짤막한 후기와 함께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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