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5년 2월 23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군대와 독서>

군대의 긍정적인 면을 한 가지 들자면, 독서하기에 비교적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창 업무를 익히느라, 혹은 다른 이유(?)로 '독서통제'를 당하거나 독서할 짬이 없는 이등병 짬찌 때는 독서란 사치지만, 어느 정도 짬이 차기 시작할 때부터는 눈치 볼 것 없이 자유로운 독서가 가능하다.

일과시간 외에는 사지방(군 PC방), TV(요새는 IPTV도 됨)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긴 하지만, 사회와는 달리 비교적 눈 둘 곳이 제한되기 때문에 휴식의 한 방편으로 독서를 하는 병사들이 많다. 나 같은 경우는 이등병 때부터 독서욕구를 참지 못하여, 혼날 때 혼나더라도 틈나는대로 읽기 시작했고 발굴 작전이 끝나고 자대로 복귀해 시간적 여유가 넘치기 시작한 때부터는 거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남들처럼 속독하는 스킬은 없어, 읽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에 결과적으로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사회에 있을 때보단 눈에 띄게 많이 읽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사회에 있을 때는 어렵거나 지루해서 읽다가 중도 포기한 책들도 재도전하여 단숨에 읽어낼 수 있었다. 25년 만에 완독한 <난중일기>나, 1주일 간격으로 독파한 故 김준엽 선생의 <장정>이 그렇다.

아래 책들은 내가 입대 후 훈련소에서부터 지금까지 군대에서 읽은 도서 리스트다. 처음엔 병영도서관의 책들만 읽다가, 이젠 휴가/외박/면회를 이용해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반입해 읽고 있다. 다만, 이제 발굴 작전을 나가면 다시 외지에 나가야해서 한동안 지금처럼 순조로운 독서는 불가능할 것 같아 애석할 따름이다. 그래서 이번에 복귀할 때는 정말 어렵고 지루하고 두꺼운 책들만 골라 가져갈 생각이다.

1.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 (2014.8.15)
2. 정선 목민심서 (2014.8.19)
3. 책 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2014.9.8)
4. 서경석의 병영일기 (2014.9.9)
5. 참 서툰 사람들 (2014.9.10)
6. 만화 김정은 (2014.9.10)
7. 우아한 거짓말 (2014.9.21)
8. 정글만리 1 (2014.9.21)
9. 정글만리 2 (2014.9.28)
10. 정글만리 3 (2014.10.1)
11. 장준하 - 민족주의자의 길 (2014.10.8)
12.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마라 (2014.10.11)
13.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 (2014.10.11)
14. 역사 e - season 2 (2014.10.12)
15. 호밀밭의 파수꾼 (2014.10.16)
16. 역사의 힘 (2014.10.25)
17. 독립정신 (2014.11.15)
18. 광복조국 (2014.11.19)
19.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2014.11.22)
20. 최인호의 <인연> (2014.11.26)
21. 새로 쓴 우리들의 대한민국 (2014.12.3)
22. 권력이란 무엇인가 (2014.12.16)
23. 장정 1 - 나의 광복군 시절 上 (2014.12.23)
24. 장정 2 - 나의 광복군 시절 下 (2014.12.29)
25. 내 꿈은 군대에서 시작되었다 (2014.12.30)
26. 일제하 식민지 지배권력과 언론의 경향 (2015.1.9)
27. 이순신, 꿈 속을 걸어나오다 (2015.1.18)
28.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2015.1.21)
29. 명량 진짜 이야기 (2015.1.23)
30. 조국의 만남 (2015.1.25)
31. 백절불굴의 김구 (2015.1.29)
32. 조선 정조대 장용영 연구 (2015.1.31)
33. 난중일기 (2015.2.2)
34.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2015.2.4)
35. 조선의 칼과 무예 (2015.2.7)
36. 말공부 (2015.2.10)
37. 로마 검투사의 일생 (2015.2.18)
38. 대통령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2015.2.20)
39. 책, 인생을 사로잡다 (20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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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2월 21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不忘初心 知行合一 (불망초심 지행합일)

2015년 을미년 정월을 맞아, 앞으로 남은 군 생활에 대한 나의 다짐을 휘호로 적어보았다.

지금으로부터 근 8개월 전인, 2014년 6월 25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現 나의 자대) 합격 통보를 받고서 뛸 듯이 기뻐하면서, 한 편으로는 6.25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숭고한 보직을 수행하게 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더랬다. 그리고 "단 한 분의 호국영령이라도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모시자"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막상 입대하고 현장에 투입되어 작전을 수행하다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고고학, 뼈대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이 맨 몸으로 현장에 뛰어든 어리바리 이등병에게 현장은 너무나도 버거운 곳이었다. 게다가 의지할 곳 없는 군대였기에 외로움은 더욱 사무쳤고, 안 보이는 곳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여러 번이었다.

지금도 솔직히 내 스스로가 너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곧 다시 현장으로 출동하게 될 텐데, 이등병 때처럼 여전히 어리바리하게 행동하지는 않을지, 또다시 너무 힘들다고 초심을 잃고 방황하지는 않을는지 걱정이다.

그래서 새해를 맞아 입대 전의 초심을 잃지 말고, 배운대로 행동하자는 다짐을 적어 관물대에 부착해놓고 매일 들여다보고 있다. 머리로만 이 글자를 외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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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2월 19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1. 짤방은 나의 '군복무기간 계산기' 조회 결과. 이제 겨우 34% 했네요.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요,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겠지...

2. 설날을 군대에서 보내는 것도 그닥 나쁘지는 않네요. 아침에 합동차례 지내고, 떡만두국도 먹었습니다. 사실 친척들하고 워낙 데면데면한 사이라서 명절을 그닥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여기선 거의 선임들이 더 많을지라도 어쨌건 '전우'들과 함께 있으니 외롭지도 않고.. 뭐 나름 괜찮습니다.

3. 다음 주에 4박 5일로 휴가 나갑니다. 이번에 나갔다 복귀하면 전국 방방곡곡으로 유해발굴작전을 뛰러 다녀야해서, 자대로 복귀하는 8월 전까지는 아마 휴가를 나가기 어려울 듯 합니다. 게다가 휴가 기간이 워낙 짧기도 짧으니 애석하지만 이번 휴가는 12월 첫 휴가 때 못 만나서 아쉬웠던 사람들부터 먼저 만나고, 남은 시간은 가족과 함께, 그리고 철저하게 독서와 여행, 영화감상 등 제 개인의 휴식을 위해서만 쓰렵니다.

4. 얼마 전에 페북에 자대로 책이나 편지 좀 보내달라고 굽신굽신했는데, 한 권도, 한 통도 안 왔더라고요. 부대 내 다른 병사들이 소포 받는 거 보니 참 부럽던데... 페북에서 이런 푸념을 하는 게 더 찌질해보이긴 하지만, 군대에 있으니 별 게 다 서럽고, 섭섭하고, 서운하고 그래요. 뭐 그냥 그렇다는 얘기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5. 2015년 을미년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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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1월 10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새해 들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열심히 읽고 있는데,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구절들이 있다.

잦은 전투로 인해 고단해질 때로 고단해진 데다가, 적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에게 '휴가'를 주어 위로해야 한다고 건의하는 장계 글이었다. 그 많은 일기 중에 장졸들에게 '휴가'를 주어 보냈다고 하는 구절만 계속 눈에 들어온다. 장졸들에게 마냥 FM대로 빡빡하게 굴 것만 같았던 이순신 장군이었지만, 난리로 인해 정신이 없던 와중에도 병사들의 사기를 고려해 휴가를 자주 보내줄 줄 아는 아주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제발 포상휴가 좀 팍팍 보내주세요 ㅜ.ㅜ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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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1월 1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1. 2015년 1월이 밝았다! 그러나 전역은 2016년이라는 게 함정...... 새해 아침부터 화장실 X휴지나 치우고 있으니 내 신세도 참 가련하다. 어쩌면 상병 달 때까지 후임이 안 들어와서 상병 때까지도 계속 막내생활할 수 도 있다는 건 더 큰 함정... 새해 첫 날부터 군 생활 꼬이는 소리가 들려오는구나 OTL...........

2. 입대 후 훈련소에서부터 틈나는대로, 취침시간에 자체 연등까지 해가며 읽었던 책들이 지금까지 총 25권이다. 밖에 있을 땐 즐길 것도 많고, 눈 둘 곳도 많아 독서에 소홀했는데 군대 오니 확실히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 좋다. (몇 년 전에 사놓고서 지루하다는 핑계로 읽지 않아 먼지만 쌓이던 故 김준엽 선생의 <장정>도 부대에 가지고 와서 읽으니 단숨에 읽어낼 수 있었다)

2015년 새해 첫날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다. 여지껏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면서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 없었는데, 군대에서 한 번 정독해볼 셈이다.

3. 국방부에서 주최한 <2014 국군 감동스토리>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덕분에 TV조선에서 인터뷰 촬영을 온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 팀은 비상이 걸려, 하지 않아도 될 생활관 청소에 두발정리에 기타 등등 촬영을 위한 잡무를 하게 됐다. 의도치 않게 큰 X을 싸버려서 선임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4. 다음 휴가는 2월에나.... 모두들 201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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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4년 12월 23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2014 국군 감동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얼마 전부터 부대 복도에 이 공모전 포스터가 붙어있기에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자유롭게 컴퓨터를 할 수 없는 군인인지라, 휴가 나가서나 써야지 하고 메모해 뒀었더랬다.

생애 첫 휴가인지라 정신 없이 먹고 마시는 데만 열중하느라 공모전 따위는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 복귀 당일에서야 부랴부랴 급하게 써서 냈는데 최우수상이라니, 굉장히 과분한 영광일 따름이다.

내용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지원하게 된 계기부터 5개월의 군 생활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호국영령의 유해를 발굴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 등을 한 편의 글로 묶어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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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4년 11월 14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오늘로 24살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안그래도 이번 주 내내 이런 저런 일로 간부님에게도 혼나고, 선임들에게도 많이 혼나서 우울해 있던 상황에, 군에서 생일을 맞이하려니 유난히 외로운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집에 가서 어머니가 끓여주는 뜨끈한 미역국을 먹고, 지인들과 맥주 한 잔 하며 생일축하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미역국이 짬밥으로 나오길래 '그래도 군대에서 생일날 미역국도 먹어보고 난 운이 좋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생일을 자축하고 있던 차에, 오후 발굴 작전 종료 후 막사로 복귀한 선임들이 "오늘 경준이 넌 생일이니까 아무 것도 하지마"라고 하면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주셨습니다.

저녁에는 저를 데리고 P.X로 가서 "먹고 싶은 것 다 골라"라고 하시면서 선임들이 냉동식품을 잔뜩 사고 치즈케이크도 사서 테이블에 펼쳐놓고 마음껏 먹으라고 하시며 다들 "생일 축하한다. 군대라서 이것 밖에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하나 밖에 없는 싸지방(군 PC방) 자리를 제게 양보하시면서 "오늘 싸지방 자리는 경준이 전용석이다. 이따 가서 페이스북 해"라며 다들 자리를 비켜주십니다. 오늘만큼은 유난히 무서웠던 선임마저 천사로 보입니다. 그동안 너무하다고 원망했던 선임들에게 원망해서 미안한 마음까지 듭니다.

이곳은 충청북도 증평 어딘가. 몸은 춥지만 마음 만큼은 따뜻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군대에서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들 마시고 다들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페이스북을 통해 제 생일을 잊지 않고 축하해주신 지인 분들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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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4년 11월 2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엊그제부로 드디어 이등병 딱지를 떼고 '일병' 계급장을 달았다. 계급장에 작대기 하나 더 올라갔을 뿐인데 심정이 복잡미묘하다.

일병 달기 며칠 전까지는 "이제 나도 일병이구나!"하는 생각에 하루 하루가 즐겁고 설레였는데, 막상 일병을 달고 나니 기쁘기보다는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것 같다. 일병 단 날 맞선임이 따로 불러서 "일병 단 걸 축하한다. 이제 이등병이 아니니까 더 이상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변명은 안 통한다. 그만큼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니까 더 열심히, 더 잘 해야한다"라고 격려해주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더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 같다.

일병인데도 여전히 어리버리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지라 가슴이 무겁기만 하다. 차라리 이등병 때는 혼나더라도 내 스스로 '아직 이등병인데 모를 수도 있지'라며 자위할 수 있었더랬지만 이젠 내 스스로가 실수를 한다는 것에 대해 용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참 군 생활이란 것도 어려운 것 같다.

그나저나 대체 내 후임은 언제 들어올까. 후임이 들어올 때까지는 여전히 막내인지라 더욱 일병 단 것이 실감이 안 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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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4년 10월 13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해발 1,200m가 넘는 강원 고성 설악산 최북단 봉우리. 너무 험해 아예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된 이 산을 나는 밥가방, 물가방을 짊어메고 매일 오른다. 처음 오를 때 정말 20분도 못 올라가서 속이 울렁거리고 눈 앞이 노래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헉헉대며 몇 번을 미끄러지고, 넘어져가면서 간신히 도착한 정상. 저 멀리 북쪽으로 통일전망대와 금강산이 보이고, 그 옆으로 동해바다가 흐르는 장관이 펼쳐진다.

이곳 정상부는 자칫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추락해 죽거나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바위산이다. 너무 험해서 한 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이곳에서 우리는 집게 하나 들고 바위를 발로 디뎌가며 바위 틈 사이에서 6.25 호국영령들의 유해를 찾는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 세대 병사들은 그때까지도 실감하지 못하다가 바위 틈 사이로 나오는 유해와 유품을 보면서 "정말 이 땅에서 전쟁이 있었구나" 장탄식을 하고, 나 역시도 "맨 몸으로 그냥 오르기에도 힘든 이 산에서 어떻게 전투가 치러졌을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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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4년 10월 1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근황 및 안부인사>

1. 입대한 지 3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무더운 여름에 논산 훈련소로 입대하면서 부모님 얼굴 보면 눈물 흘릴까봐 애써 뒤돌아보지 않고 연병장으로 걸어가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등병 계급장 달고 자대 와서 한 달이란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가끔은 훈련소 생활 견뎌내고 무사히 자대까지 온 내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군대 가기 전에 너무 쓸데없는 겁을 먹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2. 천만다행으로 선임들이 다 좋은 분들입니다. 유해발굴병은 사학과/고고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사회 있을 때 친분 있던 이들도 있고, 한 다리 건너 아는 이들도 수두룩해서 반갑기도 합니다. 또 전역 후 사회 나가서도 이어질 수 있는 인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3. 군대 와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유해발굴병은 그냥 땅만 파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유해(뼈)의 기초 감식을 위한 뼈대학 공부도 해야하고 발굴 중 드러나는 다양한 유품(총탄, 씨레이션, 전투화 등)들도 공부해야 하고, 나아가서 행정작업을 위한 워드, 포토샵도 해야하는데 하나 하나 배워가는 재미와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땅 파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삽질이란게 이렇게 어렵고 힘든 건 줄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어리버리하고 행동이 느린 탓에, 많이 혼나면서 배우고 있지만 나중에 큰 자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보람이 듭니다.

4. 사회에서는 다이어트 한답시고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초코파이, 초코바, 컵라면 등등... 군대 오니 왜 이렇게 맛있는걸까요? P.X 가서 내 돈 주고 초코파이 한 박스 사먹는 것도 난생 처음이고, 그 달디 단 초코파이가 먹어도 먹어도 안 질리는 것도 참 신기합니다.

5. <명량>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입대하기 전부터 기대하던 작품인데 개봉 직전에 입대해서 못 봤습니다. 훈련소에서 매일 읽던 국방일보에서도 만날 <명량> 흥행 타령이고, 자대 와서 TV 볼 때마다 그놈의 <명량> 얘기... 휴가/외박 나간 선임들도 모두 <명량> 보고 와서 <명량> 얘기.... 회식 때 삼겹살 구워먹는데 선임이 "백병전을 준비하라"고 하면서 삼겹살을 굽습니다. 빨리 휴가 나가서 보고 싶은데 휴가는 12월 ㅠㅠ

6. 편지봉투에 차(茶) 보내주신 박소영 누나 고맙습니다. 아침에 발굴 나가면서 편지 받고서 훈훈하게 하루 일과 시작했습니다. 근데 군대에선 잎차를 끓여마실 방도가 없네요. 그렇다고 고이 보내주신 귀한 차를 물병에 정수기 물 받아다 대충 마시고 싶지도 않고... 마실 방법을 고민 중인데, 어쩌면 휴가 나가서 마셔야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7. 우리나라 산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습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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