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5년 10월 10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얼마 전까지 분대장이란 그저 짬이 차면 자연스레 승계하는 명예직(?) 정도로나 생각을 했었더랬다. 사실 그동안 생각했던 분대장의 역할은 후임병들에게 적당히 해야 할 일을 배분해주고, 본인은 뒷짐 지고 앉아 애들이 잘 하나 안 하나 감시하는 역할인 줄로만 알았는데, 얼마 간 부분대장으로서 분대장 대행(?)이 되어 일을 해보니 이 자리가 참 어렵고 힘든 자리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아주 아주 짬찌일 때, 당시 분대장이었던 선임이 "경준아, 사실 분대장이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 같으면서도 많은 일을 하는 자리야"라는 말을 했을 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는데, 이제서야 그 말이 이해가 간다.

생각보다 해야 할 일도 많고, 무엇보다 팀원들의 행동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모든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라는 점이, 분대장이란 직책이 참으로 어렵고 무거운 자리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매일매일 후임병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오늘 각자가 맡은 과업은 충실하게 수행했는지, 따로 고민은 없는지 등등 팀원들을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물자와 장비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파악해야하고, "어떻게 하면 후임병들이 불만을 갖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까', '어떻게 하면 후임병들을 군 생활에 잘 적응시키고, 임무수행능력을 향상시킬까' 등등 갖가지 고민들로 항상 머릿 속이 복잡하다.

혹여 팀에서 문제라도 발생한다면, 간부로부터 책임을 묻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요새는 신경이 다소 날카로워져 작은 일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후임들의 작은 실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 욕을 얻어먹어야 할 판이니 두려운 마음에 어쩔 수 없었다...라고 한다면 정말 비겁한 핑계겠지만.

그러고보니 그간 팀 내 분대장 역할을 수행했던 선임 분대장들이 새삼 존경스럽고, 그들이 겪어야 했을 마음고생이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런 것도 모르고 그때는 왜 그렇게 작은 실수에도 야박하게 대했는지 원망스러운 마음 뿐이었는데...

새삼 이제 곧 달아야 할 어깨 위의 그 '푸른 견장'의 무게가 무겁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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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8월 24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또 한 번 군 생활 중 기념할 만한 추억거리 하나가 생겼습니다.

부대에서 실시한 '우수독후감 선발대회'에서 제가 제출한 <백범일지> 독후감이 1등에 당선되어 단장님 표창과 3박 4일의 포상휴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평생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더 의미 있는 포상은 없을테지만, 휴가에 목을 매는 군인으로서 포상휴가라는 생각지 못한 부상을 받게 되어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휴가 나가면 가장 먼저 김구 선생님 묘소부터 들러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작년 12월 국방부에서 공모한 '국군 감동스토리 공모전' 당시에도 신병 휴가 복귀하던 날 급하게 작성해 제출한 글이 최우수상에 당선되었는데, 이번에도 휴가 복귀하는 날 급하게 써서 낸 글이 당선되었네요. 마음이 좀 다급해야 글빨이 받는 건가...?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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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8월 23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9박 10일 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휴가를 나름 보람차게(?) 보내고서 지난 화요일 무사히 부대 복귀하였습니다만... 복귀하자마자 북한의 포격 도발이라는 비상 사태를 맞이하였네요.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그리고 2013년 북한의 일방적인 정전협정 폐기 선언 등 다양한 도발을 접해봤고, 나름 걱정도 했습니다만 확실히 군대 밖에서 소식을 접하는 것과 당장 군인이 되어 부대 안에서 소식을 접하는 것이,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물론 제가 속한 부대가 최전방 전투부대는 아니기에, 비상이 걸린 최전방 전우들이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여유가 있지만 혹여라도 있을 추가 도발이나 전면전으로의 확대를 대비해 일련의 군사적 준비가 내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전쟁이란 것이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역사책에서만 보던 남의 일이 아니란 게 실감납니다.

때마침 휴가 복귀하며 들고 온 <백범어록>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분단이 공고화되면 반드시 동족의 상잔이 있을 것이라는 김구 선생의 말씀이 작금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너무나도 소름 끼치게 와닿아 더욱 서글픈 감회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듯합니다.

여하간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하는데, 회담이 잘 성사되어 더 이상의 인명피해나 물적피해가 발생하지만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현충원에서 밥 잘 먹고, 잠 잘 자면서 무사히 지내고 있으니 큰 걱정 마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가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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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8월 1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단 복귀 기념 - 그동안의 근황과 나의 고민]

2015년 7월 31일부로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던 전반기 유해발굴작전이 종료되고, 서울 현충원 자대로 복귀했습니다. 자대에 있는 시간보다 야전 부대에서 숙영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서 그런지, 자대에 와도 남의 부대마냥 어색하고, 전역자에 비례해 늘어난 수많은 후임들의 얼굴 역시 낯설기만 합니다.

이제 약 한 달 가량 자대에서 휴식을 취하며 9월부터 시작될 후반기 유해발굴작전을 준비하게 됩니다. 지금 현재 가장 기다려지는 건 역시 1주일 앞으로 다가온 9박 10일의 달콤한 휴가입니다. 그동안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고, 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고,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며 꾹꾹 참아왔던 것들을 다 해보고 싶습니다. 군 생활하며 속에 품고 있는 스트레스나 고민들도 밖에 있는 사람들과 한 잔 술에 털어넣으며 속 시원히 풀고 싶습니다.

그간의 근황을 설명할 겸, 요즘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의 단편들을 늘어놓자면, 아무래도 '전역 후 진로'와 아깝게 흘러가고 있는 20대 중반 청춘의 시간을 군대에서 어떻게 보내야 유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직 전역하려면 8개월이나 되는 어마무시한 시간이 남았지만, 전역하고 나서 이런 고민을 하기엔 제 나이가 나이인만큼 매일 매일 '전역하면 뭐 먹고 살지...?'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합니다. 하루 빨리 진로를 정해야 맘 편하게 군 생활도 하고, 또 그 진로를 걷기 위해 해야 할 공부들도 할텐데 앞이 깜깜하니 당장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입대하기 전엔 정말 막연하게 "군대 갔다와서 계속 역사공부하지 뭐"라고 맘 편하게 생각했는데, 군대에서 생각을 할 시간이 많다보니 과연 그 길이 내 길이 맞는가도 고민이고, 기타 다른 선택지들 역시 과연 그 선택을 했을 때 내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렇다고 마냥 이런 고민들로 시간만 보내기에는 또 아깝다고 생각해서, 뭐라도 생산성 있는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6월부터 꾸준히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운동 시작 전보다 3kg 정도 빠지긴 했는데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겉으로 드러나는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겉으로 드러나는 몸매를 만드는 건 이차적인 관심이고, 일차적으로는 입대 전에 열심히 배웠던 무예24기의 몸짓을 잊지 않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지금 당장 병장기를 들고 수련할 수는 없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맨손무예 권법을 위주로 '기본기' 수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기본기 수련에 열중하다보니, 무예든 공부든, 사회생활이든 가장 중요한 건 '기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기 수련에 충실하여, 기초가 다져지니 자신감이 생깁니다.

아무튼 이번 휴가 때는 그동안 갇혀 있어(?) 못 해봤던 것들을 하면서 누적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 제 고민을 풀어놓고 진지한 조언을 얻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처음엔 짧게 쓰려고 했는데, 푸념이 늘어져서 글이 과도하게 길어져버렸네요. 아무튼 다음 주 일요일, 휴가 나가서 다들 뵙겠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건강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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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6월 26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항상 글로만 이야기해야해서 아쉬움이 남았던 설악산 상봉 1,243고지 발굴 현장의 모습을 드디어 사진으로 공개합니다.

6.25전쟁 65주년을 맞아 지난 화요일, 여러 언론매체에서 상봉으로 취재를 와서 발굴 현장을 촬영해간 덕분에 상봉에서의 유해 발굴 현장을 생생히 담은 사진들을 여러분께 공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구름 위에서 발굴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높고, 온통 바위로만 이루어진 험준한 발굴 현장입니다. 전국 어디에서도 이런 발굴 현장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식별되는 유해들 역시 대부분 함포에 맞아 조각조각 부서져 부위를 식별하기조차 어려운 조각 유해들입니다. 그 작은 유해들 하나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나온 사진은 찾기가 힘드네요. 그래도 찾아보니 딱 한 컷, 스크린(흙 속에서 미세한 유해를 찾기 위해 운용하는 발굴장비)을 운용하며 칼빈 탄피를 찾아낸 제 손이 뉴스에 올라왔네요. 라텍스 장갑을 낀 저 손이 제 손입니다.. 얼굴이 안 나와서 아쉽지만 아쉬운대로 이거라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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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6월 7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1. 지난 주에 언급했다시피 드디어 7개월 간의 일병 생활을 마감하고 계급장에 작대기 하나가 더 올라간 '상병'이 되었습니다. 약장을 붙이면 찍찍이가 드디어 다 가려지는 상병이 되어 기쁘기는 하지만 계급장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2. 돌고 돌아 이등병 때 처음 올랐던 설악산 상봉(1,243m)에 다시 올랐습니다. 처음 상봉을 타던 날, 5분의 1도 못 가서 현기증이 일어나 주저앉아버릴 정도로 험난한 봉우리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만큼 힘들었기에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강렬하게 자리잡고 있는 산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너무나 험준한 바위산이어서 기존의 굴토방식으로는 발굴할 수 없는, 집게로 바위 틈을 비집어가며 조각난 유해들을 수습해야하는, 이런 상식을 뛰어넘는 발굴을 했던 유일한 산이었기에 더욱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돌고 돌아 상병 계급장을 달고 이 산에 오르니 감회가 매우 남다른 것 같습니다.

3. MBC <진짜 사나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편이 다음 주 토요일인 6월 14일날 첫 방영된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출연하는 건 아니지만, 저희 부대 이야기이기도 하고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상세히 소개가 될 예정이니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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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5월 2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1. 일병 7호봉(흔히들 일왕 혹은 일말이라고들 하는)이 되었습니다. 다음 달이면 상병인데 여전히 스스로 많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2. 이제 겨우 5월 초인데 날씨가 너무 무덥습니다. 그나마 선선하다는 전방 지역인 화천의 날씨가 이러할진대 남쪽은 얼마나 더 더울지... 매일 산 타는 것도 힘든데 뜨거운 햇빛 아래서 종일 발굴작전을 수행하려니 온 몸이 땀 범벅이 되어있고,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는데도 얼굴과 목이 새카맣게 타버렸습니다. 새삼 작년 여름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악몽이 떠오릅니다. 이번 여름을 잘 넘기는 게 관건일 듯 합니다.

3. 엊그제 제가 숙영하는 부대에 위문열차가 왔습니다. 군 입대 전에는 아이돌의 '아'자도 전혀 모르고 살았는데, 콘서트장에서 걸그룹과 여가수에 환호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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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4월 18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요즘 들어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아프다. 아직 전역하려면 1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기에, 벌써부터 무슨 전역 후 고민이냐는 시선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적지 않은 나이에 입대한 터라 지금 나의 고민은 사실 내 나이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 늦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사실 요즘은 군대에 그냥 말뚝을 박아버릴까 싶기도 하다. 모두가 극혐하는 전투식량을 별미로 맛있게 먹는 나의 모습을 본 선임들이 "군인 체질인 것 같으니 임관해"라고 농담 삼아 던진 말에 처음엔 웃어 넘겼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원래 꿈이 해군 장교 아니었던가.

해군 장교라는 꿈은 이미 사관후보생 시험 낙방과 함께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지만, 육군 사병으로 입대한 지금은 장교로 임관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나기도 했고, 나가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옛 꿈이었던 직업군인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이제 나이 제한도 있고 해서 마지막 기회 중 하나인 3사에 지원하려면 5월 안에는 지원을 해야한다는데...

PS. 실은 엊그제 유해발굴 개토식 때 옆구리에 권총 차고 늠름하게 계단을 오르는 사단장님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장교에 대한 로망이 불타오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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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4월 7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군 생활을 하며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동안 난 인생을 참 재미없게 살았지 싶다. 황금 같은 20년 세월을 낭비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전역만 하면 정말 예전의 나라면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일들을 과감하게 해보고 싶다.

그러니까 2016년아 어서 빨리 와다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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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5년 4월 3일에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2015년 전반기 유해발굴작전 출동 한 달차가 되어간다. 어느 덧 일병 6호봉이 되어 2개월 뒤면 감히 바라보지도 못했던 '상병'을 달게 되는데, 지난 한 달은 과연 내가 그 무거운 계급장을 달 자격이 되는지 반추하게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막내생활 근 7개월 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후임도 들어오고, 확실히 마냥 아무 것도 모르고 어리바리했던 이등병 때보다야 심적 여유가 생긴 것은 분명하지만, 전체적인 작전 수행 과정에서의 잦은 실수는 과연 내가 짬을 제대로 먹었나 의문이 들게 만든다.

유해발굴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유해에 대한 지식도 스스로 생각할 때 많이 부족하고, 유해를 수습하는 능력도 이등병 시절에 비해 크게 진보한 것 같지도 않다. 그런 나의 문제점을 스스로 느끼고 있기에, "처음에는 나사가 꽉 조여져 있는 것 같더니, 요즘 들어 나사가 한두 개 풀린 것 같다"는 선임의 한 마디가 뼈저린 말로 다가온다. 내 스스로도 후임 앞에 부끄럽고 무능력한 선임으로 비춰질까봐 두렵다.

그래서 다시 결심한다. 다시 이등병의 마인드로 돌아가야겠다. 이등병처럼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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